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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Getting Started
남자 탐험을 시작하며 #2. Friendship 남자의 우정 #3. Sex 남자의 성욕 #4. Love 남자의 사랑 #5. Life 남자의 삶 #6. Work 남자의 일 #7. Self 남성의 자아 찾기 #8. Journey's end 다시 여자로 돌아오기 #옮긴이의 말 인간과 삶을 끌어안는 휴먼 프로젝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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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의 멘토는 이런 식이었다. 그는 나를 아들처럼 대하며 용기와 굳건한 조언을 주어 안내했다. 선배가 후배에게 경험을 전수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심리는 우스꽝스럽게도 격세유전적인 데가 있었다. 돌팔매질처럼 쉬운 일을 동료 남자가 연거푸 실수하는 걸 보면 마음이 아픈 듯했다. 부족의 생존이 거기 달려 있던 시절이나 되는 듯이. 남자들에게는 이런 방식이 필수적인 모양이었다. 남자들은 내가 못하면 속으로 좋아하는 게 아니라 고쳐줘야 한다고 느끼고 가르치려 들었다. 여자들이라면 그러지 않았을 터였다. 지금껏 여자들과 운동하고 게임을 해봐서 안다. 여자 동료는 게임에서 날 도와주거나 비법을 가르쳐주려 애쓰지 않았다. 차라리 같은 여자가 실패하는 것 보고 싶어했다.
--- p.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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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수없이 성욕 때문에 여자를 만난다는 점을 어처구니없어하고 부인한다. 하지만 그들의 말을 들어보면 속으로는 성욕과 싸우는 남자가 많은 것 같다. 게다가 종교적, 정치적 방어기제, 결혼생활과 자식 양육이 그들에게 성욕을 억제하라고 말한다. 남자가 결혼한다고 해서 가족의 축복 속에서 성욕이 마법처럼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다수의 기혼남은 수치스럽고 은밀한 스트립 클럽으로 뛰어든다.
그들은 가족을 무척 사랑했을지 모르지만 이런 욕구와 욕망은 좋은 사람들 속에 있어도 멈추지 않는다. 그렇지 않은 체하는 것은 사회에 만연한 위선이거나 여성의 바람이 이루어진 것에 불과하다. 그 결과 인간은 추잡스런 현실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며 그러면서 상처를 주고 입힌다. 근본적인 남자의 성욕과, 문명화된 남성 역할의 충돌을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p.8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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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정체성에 대한 진지한 성찰, 통찰력과 지성, 시대정신으로 무장한 휴먼 다큐멘터리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던 노라 빈센트가 사상초유의 남장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성 정체성에 대한 진지한 의문이다. 사실 레즈비언으로 어린 시절부터 남성과 여성의 경계선상에서 심리적인 갈등을 겪어온 노라는 자유롭고 당당해 보이는 남자의 세계를 동경했다. 대학에서 진보적인 페미니즘 서적에 심취하고부터 모든 남성은 가부장적이라는 편견을 가졌고, 이것이 유년의 상처와 맞물려 남성성의 실체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욕구로 이어졌다. 직업적 소명의식이야말로 결정적 이유다. 충실한 취재로 성(性)을 뛰어넘는 지적 경험에 도달하겠다는 야망이 그녀를 남장체험으로 이끌었다. 저널리스트들 사이에서 이른바 참여 저널리즘의 전범이라 회자되는 이번 프로젝트는 주된 취재 대상을 자기 자신으로 삼았다는 것을 큰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저자는 남자로 행세하면서 남자들의 행동 양식이나 습성을 관찰하는 차원을 넘어, 자기 자신이 타인에게서 남성으로 인식될 때의 감정이나, 생각, 행동 등에 대해서까지 아주 세밀하게 분석해 내고 있다. 어쩌면 스스로를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는데, 1년 반 동안의 남장체험 후에 그녀는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심리적인 충격과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한다. 자신의 성을 철저히 숨긴 채, 아무런 안전망 없이, 일정한 목적을 가지고 남자만의 공간으로 잠입한다는 것은 신변의 위협을 감수해야 하는 일인 동시에, 나아가 도덕적 금기에 대한 도전이기 때문이다. 노라 빈센트에서 네드 빈센트로 변신하여 탐사해 낸 남자세계, 그리고 남성성의 실체 남자로 변신하기 위한 노라의 준비는 철저했고 세심했다. 머리를 짧게 깎고, 보디빌딩으로 어깨를 벌어지게 만들고, 체중을 6kg 정도 불렸다. 스포츠 브래지어로 가슴을 누르고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도움으로 정교한 수염 분장기술을 익혔으며, 섹스 샵에서 남장용 성기까지 구입했다. 남자의 말투와 발성을 익히기 위해 줄리아드 음대의 음성코치로부터 레슨을 받았다. 그리고 ‘네드 빈센트’로 이름을 바꾸었다. ‘네드’는 선머슴 같다며 어릴 때부터 불리던 별명이었다. 그리고 남자의 세계로 들어가 친구를 사귀고, 연애를 하고, 일을 하면서 보통 남자들과 어울렸다. 네드의 여정은 크게 여섯 개의 과정으로 분류된다. 1. 남자의 우정 네드가 가장 궁금하게 생각했던 것은 남자들끼리 관계를 맺는 방식이었다. 여자들과는 다른 그들만의 연대감과 그 안에 숨어 있는 규칙과 질서에 대해 파악하는 것이 남성성을 이해하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이었다. 네드는 남자 노동자들의 대표적인 사교클럽인 볼링 팀에 가입하여 남자들의 우정과 소통방식을 경험한다. 남자들의 우정은 진솔했으나 그들 사이엔 보이지 않는 벽, 서로를 강하게 키워주려는 수컷특유의 생존본능이 있었다고 말한다. 2. 남자의 성욕 남자들의 성적 욕망의 핵심을 관찰하고자 거의 매일같이 스트립 클럽을 출입했다. 풋내기 대학생에서 모범적인 가장, 추레한 외톨박이 영감에 이르기까지 성적 판타지에 탐닉하는 다양한 연령과 계층의 남자들을 만났고, 함께 랩 댄스를 받으며 황폐한 성욕의 밑바탕을 맛보았다. 모두가 저속한 욕망을 수치스러워하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우리는 흔히 남자가 여자를 대상화함으로서 성적인 권력을 휘두른다고 생각하지만, 네드가 관찰한 남자들은 자신들의 근본적인 욕망 때문에 오히려 고통스러워했다. 3. 남자의 사랑 네드는 남자로서 여성들과 데이트를 하며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남성에 대한 편견으로 꽉 찬 현대 여성들의 실상을 보게 되었다. 자신이 여자일 때는 생각지도 못했던 면들이 불거져나왔다. 남자들이 여자의 외모를 중시하는 것보다 여자들이 남자의 성격을 평가하는 것이 더 강압적으로 느껴졌다. 요즘 여성들은 모든 면에서 여성을 동등하게 대하는 쿨한 남성상을 기대하면서, 동시에 자신들을 숙녀 대접하고 앞장서서 계산서를 지불하는 전통적인 남성상을 기대했다. 네드는 여성들의 그런 이기심과 권력에 일시적으로나마 여성혐오증을 느끼게 되었다. 4. 남자의 삶 남성성의 상징인 성적 욕망을 배제한 남성세계를 엿보기 위해 수도원으로 들어갔다. 평생을 같이 살기로 선택한 남자들 틈에서 남성만의 사회화와 상호작용에 대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곳도 군대와 다를 바 없었다. 남자들은 나약함이나 욕망을 보여서도 안 되었고, 감정의 표출은 금기시되었다. 남자들 사이의 역학관계와 집단적인 정신 상태 속에서 네드 안의 여성성은 혼란을 겪게 되었다. 이것은 마치 소년들이 남자가 되는 통과의례와도 같았다고 네드는 말한다. 5. 남자의 일 남자로서 취직을 하고 삼류 영업사원으로 일한 경험이야말로 보통 샐러리맨들의 삶을 느끼는 데 도움이 되었다. 직장에서는 한없이 남자다워지라는 압박감을 느꼈고, 그것은 자존심과 직결되었다. 남성적인 매력은 실적을 올리는 능력에 따라 달라졌고, 영업은 술집에서 여자를 낚는 유혹과 비슷했다. 돈이야말로 남성성을 대신했다. 돈이 없으면 집도, 차도, 멋진 마누라도 없었다. 가족을 부양할 수 없으면 남자가 될 수 없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도 남자의 부담은 줄지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여자와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6. 남성의 자아 찾기 현대는 여성운동에 치중하느라 정작 남자의 입장이나 남성성의 본질에 대해서는 소홀했던 게 사실이다. 네드는 남자들이 모여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고 여성운동의 반대편에서 잃어버린 남성성을 되찾고자 시도하는 모임에 참가했다. 그곳은 남자들이 자신의 문제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사회와 문화가 암묵적으로 내린 남성성의 정의에 대해 날카롭게 해부하는 자리였다. 아버지의 기대, 어머니의 사랑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그들로부터 네드는 숨겨진 남성성의 아픔을 깨닫게 되었다. 상처입은 현대 남성의 자화상을 통해 바라본 휴머니즘의 본질 노라 빈센트는 남장체험을 마친 후, 남자들의 짜릿한 대형 라이브쇼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던 애초의 기대와는 달리 남자들의 세계는 공허한 가면무도회 같았다고 토로한다. 남성성의 실체를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자신보다 열 사이즈는 큰 갑옷을 빌려 입은 왜소한 모습이었다. 남자들은 평생을 강해야 한다는 속박 아래서 끊임없이 자기 자신과 사회에게 검열당하고 있었고, 여성들도 그 검열에 한몫 단단히 하고 있었다. 그녀는 책 집필 후,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소회를 밝히고 있다. “남자들도 가부장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고통받고 있더군요. 남자에게는 여성의 이해와 사랑이 필요해요.” 한때 진보적 페미니스트로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많은 것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며, 남자들에게 늘 회의적인 입장을 취해 왔던 노라 빈센트였기에 이러한 결론은 그녀 자신에게도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교훈은 성 정체성에 대한 본질을 따지기 이전에 여성이건 남성이건 인간 모두가 약점과 콤플렉스로 가득한 미완의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로의 입장과 심리를 이해하고자 노력한다면 인간의 삶이 조금 더 따뜻하고 유연해질 것이라는 저자의 결론은 결코 진부하지 않다. 먹물쟁이들의 식상한 담론이 아니라, 온몸을 아낌없이 내던져서 길어낸 귀중한 삶의 지혜이기 때문이다. 노라 빈센트의 남장 기행에는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넘나드는 짜릿한 쾌감이 있고, 철학과 심리학의 맥박을 따라가는 지적 탐험의 여운이 흐르고 있다. 무엇보다 저자의 시선은 물론 감정선까지 함께 이입시키게 만드는 설득력을 지니고 있어 더욱 실감이 난다. 남성성을 탐구한다는 사회인류학적 동기에서 출발한 『548일 남장체험』은 작가의 관점과 개성을 오롯이 드러낸 훌륭한 탐사문학이자, 인간과 삶을 끌어안는 주제로 귀한 결실을 맺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