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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위블
2. 고소공포증에 시달리는 사나이 3. 우리라구요! 4. 마이너리티 리포트 5. 물거미 6. 퍼키 팻의 전성 시대 7. 완벽한 대통령 8. 그래, 블로벨이 되는 거야! 옮기고 나서 |
Philip K. D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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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 전문의인 뱀버그 박사가 대기실에 앉아 있는 한 남자를 보았을 때는 막 상담실을 떠나려던 참이었다. 뱀버그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오늘 남은 환자가 없을 텐데.' 뱀버그가 문을 열고 대기실로 걸어갔다. "상담받으러 오셨나요?"
키가 크고 비쩍 마른 한 남자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꾸깃꾸깃한 갈색 비옷을 걸친 그가 뱀버그를 쳐다보고는 긴장된 손으로 담배를 비벼 끄기 시작했다. "아, 네." 그가 어정쩡한 자세로 몸을 일으켰다. "예약은 하셨습니까?" "아니요." 남자는 애처로운 눈길을 박사에게 던졌다. "제가 이 병원을 찾은 이유는 -" 그리고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상담실이 맨 꼭대기 층에 있기 때문이에요." 남자의 말이 뱀버그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꼭대기 층이요? 무슨 상관이라도?" "전 - 그러니까, 박사님, 전 높은 데에 있을 때 마음이 더 편해져요." "오, 그렇군요." 강박증, 뱀버그는 마음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제법 흥미로운데. 이어서 그가 큰소리로 물었다. "그럼, 높은 곳에 있을 때 기분은 어떻습니까? 더 좋아지나요?" "그렇진 않아요." 남자가 대답했다. "안으로 들어가도 될까요? 시간 좀 내주실 수 있으세요?" 뱀버그가 시계를 힐끗 내려다보았다. "좋아요." 그리고는 남자가 들어가도록 문을 열어주었다. "앉아서 얘기하죠." 길러가 감사해하며 자리에 앉았다. "제 삶은 온통 뒤죽박죽이 됐어요." 그리고 입을 실룩거렸다. "층계를 볼 때마다 오르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낍니다. 그리고 비행기 - 전 언제나 비행기를 탑니다. 제 소유로 비행기 한 대가 있어요. 제 형편으론 어림도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하나 구입하고 싶었죠."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뱀버그가 이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심각하진 않군요. 정확히 말해 심각한 강박증은 아닙니다." 길러가 나약한 목소리로 말했다. "높은 곳에 있을 때 - " 그리고 침을 꿀꺽 삼킨 다음 거무스름한 눈을 번뜩였다. "박사님, 전 고층 사무실이나 비행기 안에 있을 때 또 다른 충동도 느낍니다." "뭐죠?" 길러가 눈에 띄게 몸을 떨었다. "전... 사람을 밀고 싶어져요." "사람을요?" "네, 창문 밖으로요." 길러가 손짓을 했다. "박사님, 전 어떡해야 하죠? 누군가를 꼭 죽일 것만 같아요. 실제로 한번은 몸집이 조그만 어떤 남자를 민 적이 있어요. 에스컬레이터를 탔을 때 내 앞에 서 있던 여자를 밀기도 했었구요. 그래서 그 여잔 부상을 입었죠." "그랬군요." 뱀버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억압된 적개심, 그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성욕과 관련이 있는 것 같은데. 그래봤자 흔한 증세야. 그리고 나서 뱀버그는 전등을 향해 손을 뻗었다. --- pp. 59~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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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은 각각 달랐어. 하지만 셋 중 두 예지자의 예언은 한 가지 점에서 같았네. 내가 자유롭게 되면, 캐프랜을 죽이리라는 것. 그 때문에 메조리티 리포트라는 착각을 일으킨 거야. 사실, 그건 전부 착각이었어. '도나'와 '마이크'는 내가 살인을 할 거라고 예언했지만, 그 두 예언은 완전히 다른 시간의 길에서 그리고 완전히 다른 상황속에서 일어났다는 말이지.
--- p.1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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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스위블을 소유하게 될 여러분은 많은 혜택을 받으시게 될거예요. 이제 자신의 생각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생각과 일치하기 때문에 안도감과 만족감을 동시에 느끼게 됩니다. 여하튼 다른 사람과 이념이 달라질 가능성은 제로입니다. 더구나 스위블이 지나가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면 덥석 잡아먹을 테니까요.
--- p.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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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아침, 아론 토조는 머리가 반질반질해질 때까지 정성스레 면도하면서 차마 눈뜨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한 광경을 상상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들고 다니는 풍선 크기만한 우주선에 들어가기 위해 키를 2.5센티미터 가량으로 줄인 나치바렌 슬레이저 죄수 열다섯 명을 떠올렸다. 그들은 광속 우주선을 타고 자신들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전혀 가늠하지 못한 채 우주를 끝없이 항해해야 했다.
하지만 상상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현실이라는 점이 토조의 마음을 더욱 아리게 했다. 토조는 머리를 말리고 오일을 바른 다음, 목에 장착된 누름단추를 눌렀다. 이주국 전화교환대와 연결된 후, 토조가 말헀다. "그 열다섯 명의 죄수들은 더 이상 어쩔 수 없다 해도 남은 죄수들만큼은 그냥 놔두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토조의 음성이 교환대에 녹음되어 다른 동료직원들에게 전송되었다. 모두가 토조의 생각에 동의하는 눈치였다. 토조는 겉옷과 외투를 걸치고 슬리퍼를 신으며 그 속에서 울리는 여러 동료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분명 그 항해에는 결함이 있다. 심지어 일반인조차 그 사실을 알았다. ---pp.136~1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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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라는 장르에 관심이 없거나 심지어 필립 K. 딕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더라도 영화 <블레이드 러너>와 <토탈리콜>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필립 K. 딕은 이 영화들의 원작을 포함하여 수많은 SF 소설을 남긴 SF 작가이다. 원작은 각각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의 꿈을 꾸는가?>와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인데, 두 작품의 공통점은 인간의 정체성 상실이 주제라는 점이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인간보다 더 인간에 가까운 복제 인간들로 인해, 혹은 자신의 기억을 잃고 다른 기억이 이식되면서 정체성 혼란을 겪는다. 여기에 소개되는 단편소설들에서도 인간의 실존 문제에 대한 작가의 집요한 탐구는 계속된다.
<우리라구요!>는 누가 인간이고 누가 복제인간인지 구분할 수 없는 상태에서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인간과 복제인간의 모습을 잘 그리고 있다. 여섯 명의 복제인간들은 인간과 똑같은 모습에 똑같은 감정을 지닌 데다 자신들이 복제됐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의 꿈을 꾸는가?>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에서도 복제인간들이 오히려 인간들보다 더 인간다운 반면, 인간들은 복제인간들을 제거하는 잔인성을 보여준다. 네이팜탄과 폭탄을 발사하는 인간들보다 살고 싶다는 욕망으로 몸부림치며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복제인간들이 더 인간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연 태어났다고 해서 인간이고 만들어졌다고 해서 복제인간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인간과 복제인간을 구별하는 기준은 인간다움과 비인간다움으로 두어야 할까? 이렇게 인간의 본질에 대해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한다. 발달된 현대문명은 인간과 가까운 복제인간을 만들어낼 뿐 아니라 인간을 지배할 만큼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기계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스위블>과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발달해 버린 기계의 지배를 받는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기술과 정보가 인간을 지배하는 한편, 인간 역시 그 기술과 정보에 절대적으로 의지하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기계의 오류로 가치관의 혼동을 겪는가 하면(<마이너리티 리포트>),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고도로 발달된 인공지능 기계에 의해 감정을 조절당하기도 한다(<스위블>). "신형 스위블을 소유하게 될 여러분은 많은 혜택을 받으시게 될 거예요. 이제 자신의 생각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생각과 완전히 일치하기 때문에 안도감과 만족감을 동시에 느끼시게 됩니다. 여하튼 다른 사람과 이념이 달라질 가능성은 제로입니다. 더구나 스위블이 지나가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면 덥석 잡아먹을 테니까요." 하지만 불안한 미래를 사는 사람들은 기계에 의존하면서도 기계가 내재하는 오류의 가능성 때문에 또다시 불안해할 수밖에 없다. "누가 알겠나. 어쩌면 수년 동안……어쩌면 백년 동안. 하지만 조만간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질 거야.…… 그때가 되면 그것은 우리 모두를 잡아먹는 포식성 기계가 되겠지." 그러나 무엇인가 잘못되어 갔다. 엄격한 통제가 오히려 스위블을 강하게 만들었다. 그로 인해 통제력은……점점 더 약해져 갔다. 그야말로 자멸적이고 쓸모없는 것이 점점 더 완벽하기만 했다. 문명의 혜택을 받는 미래의 모습과 달리 전쟁으로 파괴되고 방사능으로 오염된 지구의 모습을 그리기도 했다. <퍼키 팻의 전성 시대>가 대표적인 예인데, 사람들은 건물 안에 틀어박혀 지구가 파괴되기 전에 살았던 날들을 회상하며 그때와 똑같은 삶을 퍼키 팻 인형이 대신 살도록 하면서 대리만족을 느낀다. 즉, 자신들의 상실감을 '퍼키 팻'을 통해 극복하고자 한다. 마치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의 꿈을 꾸는가>에서 사람들이 살아 있는 동물 수집에 열을 올리는 것처럼 말이다. 한때, 여기서 이루어지는 가상 삶과 똑같은 삶이 실제로 있었다. 노르만 셰인은 자신이 수집했던 엘피판과 퍼키 팻 남자친구 레오나드의 것만큼 멋진 캐시미어 재킷, 트위드 신사복, 이탈리아제 스포츠 셔츠, 영국제 신발을 떠올렸다. 게다가 레오나드처럼 재규어 XKE 스포츠 카는 아니어도 출퇴근할 때 몰고 다녔던 품격 있는 메르세데스 벤츠가 있었다. 인간과 완전히 똑같은 복제 인간들의 출현으로 인간의 본질에 대해 혼란을 느끼는 스칼란과 윌크스(<우리라구요!>), 블로벨들을 무찌르기 위해 블로벨로 위장했지만 결국 완전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아 정체성을 겪는 조지 먼스터(<그래, 블로벨이 되는 거야!>), 무의식의 공포를 느끼며 살아가는 폴 샵(<고소공포증에 시달리는 사나이>), 기계 만능 사회에서 기계의 오류로 인해 가치관의 혼란을 겪는 앤더턴(<마이너리티 리포트>), 자율적으로 생각하거나 느끼지 못하고 기계에 의해 조작된 감정과 생각을 가지는 수리공(<스위블>) 등은 비단 소설 속에서만 나올 법한 인물들은 아니다. 결코 멀지 않은 미래, 아니 현재의 우리 자화상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일관되게 탐구하는 필립 K. 딕은 이야기를 흥미롭게 지어내기 위해 여러 특수 장치를 고안하는 등 내용보다 내용 외적인 면을 더 크게 부각시키는 삼류 통속 SF 작가들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 높은 작가이다. 이 점이 독자들을 사로잡는 그의 매력이 아닌가 한다. 여기에 소개되는 소설들 또한 작가의 깊은 통찰력이 고스란히 베어 있는 주옥같은 작품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