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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국가적 섭식 장애
1부. 산업적 음식사슬 : 옥수수 1장. 옥수수의 정복 2장. 조지 네일러의 농장 3장. 곡물 창고 4장. 옥수수로 고기 만들기 5장. 감춰진 옥수수 6장. 지방공화국 7장. 패스트푸드 2부. 전원적 음식사슬: 풀 8장. 모든 고기는 풀이다 9장. 유기농 산업 10장. 초원의 샐러드 바 11장. 오케스트라 농장 12장. 투명한 도살장 13장. 바코드가 없는 사람들의 인사 14장. 식탁의 즐거움 3부. 수렵 · 채집 음식사슬: 숲 15장. 자연은 거대한 레스토랑 16장. 잡식동물의 딜레마 17장. 또 다른 딜레마 18장. 돼지 사냥 19장. 버섯 채집 20장. 잡식동물의 추수감사제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참고 문헌 찾아보기 |
Michael Pol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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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또 다른 주제는 우리가 먹는 음식이 우리와 자연 세계의 가장 중대한 교류방식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음식을 통해 자연을 문화로 바꾸고, 세계의 육신을 우리의 몸과 마음으로 탈바꿈시킨다. …… 음식은 우리가 다른 동물들과 다르지 않다는 증거인 동시에 그들과 우리를 구분하는 기준이 된다. 음식은 우리를 규정한다.---p. 26
오늘날에는 많은 사람들이 자연세계에 관한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이 산업적 음식사슬을 기반으로 한 음식에 완벽하게 만족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마도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그들의 입맛을 망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 책은 먹는 즐거움에 관한 책이다. 그리고 그것은 오로지 앎을 통해서 깊어질 수 있는 즐거움이다. ---p. 27 패스트푸드는 빠른 음식이라는 뜻이다. 패스트푸드는 순식간에 나올 뿐만 아니라 대개 순식간에 먹게 된다. 우리는 10분도 안 되어 식사를 끝냈다. 아마도 맥도널드 햄버거를 빨리 먹는 이유는 맛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무슨 맛인지 주의를 기울일수록 맛을 느끼기가 더 힘든 것이다. 나는 앞에서 맥도날드가 마음의 평안을 주는 음식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치즈버거를 몇 입 베어 먹은 뒤에는 맥도날드가 그보다는 좀더 단순하고 도식화된 무엇인가를 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음식 자체라기보다는 음식의 기표에 가까운 것이었다. 따라서 어떻게든 지평선 저 너머로 사라지는 치즈버거나 프렌치프라이의 원관념을 따라잡기 위해 우리는 더욱 많이 그리고 더욱 빨리 먹어대는 것이다. 그렇다. 늘 그런 식이다. 먹고 또 먹는다. 그래서 마침내 완전히 만족하지는 못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배가 부른 것이다. ---p. 158 나는 또 이 저녁식사의 거의 완벽한 투명성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우리의 식사를 더 큰 세계와 연결시켜주는 음식사슬의 단순성과 간결함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이 저녁식사의 음식을 구성하는 식재료들은 라벨이나 바코드나 가격표가 붙어있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거의 모든 식재료의 산지와 가격을 알고 있었다. 돼지와 버섯을 자라게 한 소나무와 참나무를 알고 있고 머릿속에 떠올릴 수도 있었다. 이 음식의 정확한 비용, 즉 거기에 들어간 시간과 노력, 그리고 희생된 생명에 대해서도 정확히 알고 있었다. ---p. 515 패스트푸드 같은 것이 없다면, 슬로푸드 같은 것도 없을 것이다. 음식은 예전에는 언제나 그랬지만, 슬로푸드나 패스트푸드가 아닌 그냥 푸드(음식)가 되어야 한다. ---p. 5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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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사회의 물질적 성과를 과시하려 안간힘을 쓰는 듯 대형마트의 식품매장은 가시적인 다양함과 풍요로움으로 종종 우리를 당황하게 한다. 아이가 고른 과자봉지에 ‘MSG 無첨가’라는 문구가 명시되어 있는지, 혹은 목장에서 자랐음을 강조하는 우유와 소화효소를 높였다고 자랑하는 우유 중에서 어떤 것이 몸에 더 좋을지를 우리는 매번 고민해야 한다. TV를 비롯한 각종 매체에서는 음식과 건강에 관한 수많은 학설들이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고, 권위 있는 학자의 말 한마디가 하룻밤 사이에 식품매장 진열대와 가정의 식탁 풍경을 모두 바꿔버린다. 갖가지 음식열풍이 사람들을 들쑤시고, 넘쳐나는 건강정보는 사람들을 더 큰 혼란에 빠뜨린다.
우리 같은 잡식동물은 무엇이든지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먹을거리와 관련된 모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그래서 매순간 필연적으로 눈앞에 보이는 것을 먹어도 될 것인가를 판단하고 선택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잡식동물의 딜레마’이다. 인간은 오랫동안 이러한 딜레마를 겪으면서 쌓아온 경험적 지혜로 일련의 견고한 식문화를 형성해왔고 이를 통해 반복적인 위험이나 실수를 면할 수 있었다. 오늘날 우리는 다시금 잡식동물의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먹을거리가 어디서 어떻게 나고 자라는지, 그리고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 식탁에 오르는지에 관한 모든 정보가 산업사회의 시스템에 의해 왜곡되고 은폐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음식은 우리에게 마음의 풍요나 먹는 즐거움 대신 가시지 않는 의혹을 안겨주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인간의 식사를 지켜오던 식문화는 빛을 잃고, 무지無知에서 오는 사람들의 불안과 동요를 양분 삼아 식품산업은 더욱 비대하게 성장하고 있다. 우리는 진짜 식사를, 그리고 그 속에 담긴 모든 철학과 역사와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잃어버린 것이다. 마이클 폴란은 우리를 새로운 딜레마에 빠지게 만드는, 우리가 모르고 있거나 애써 외면해 온 진실에 접근한다. 그는 이 책에서 인간의 식사를 지탱하는 각각의 음식사슬, 즉 산업적 음식사슬, 유기농 또는 대안 음식사슬, 수렵 및 채집 음식사슬을 처음부터 끝까지 추적한다. 그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현재 우리가 얼마나 기괴한 음식을 먹고 있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선택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식품매장의 다양성이 사실은 유전학적으로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조작된 옥수수 하나에서 비롯되었다는 것, 우리가 과신하고 있는 유기농 식품이 사실은 유기농 방식으로 생산되지 않으며, 오히려 더 많은 화석연료를 소비하고 더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하고 있다는 것, 많은 대량가축시설에서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풀밖에 소화하지 못하는 반추동물인 소에게 옥수수와 함께 다량의 항생제를 투입하여 비정상적으로 고기를 찍어내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지금 먹고 있는 음식을 더 이상 이전과 똑같이 생각하거나 똑같은 맛을 느낄 수 없게 할 만큼 충격적이고 불편한 진실일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비밀들은 우리와 우리의 다음 세대의 보다 나은 삶, 그리고 지구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의식을 가진 존재로서 우리가 꼭 알고 고민해야 할 진실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잡식동물의 딜레마』는 오늘날의 식품산업을 고발하는 데 그치는 책이 아니다. 폴란은 단순히 음식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니라, 뛰어난 인문학적 통찰력으로 음식이나 식문화와 관련된 정치적이고 문화적이고 사회적이고 생태학적이고 인류학적인 제반의 문제들에 대해 총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이 책의 서술방식은 그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자연스러운 생태계의 음식사슬과 닮아있다. 감추는 것 없이 솔직하고 투명하며, 복잡 다양한 이 책은 시간과 장소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철학적인 사고와 완성도 높은 소설처럼 독자를 매료시키는 문학적인 문장으로 우리가 어떻게 생각해야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만든다. 폴란은 고매한 학자적 태도나 열렬한 운동가의 입장으로 문제에 접근하지 않는다. 무엇을 먹을지에 대해 고민하는 잡식동물로서 사유하고 행동하며 쓴 글이기 때문에, 강한 흡인력으로 매순간 그가 직면하는 딜레마를 독자들도 함께 경험하게 만든다. 그는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하는 것이 옳다 하는 식의 또 하나의 음식열풍으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것을 결코 원치 않는다. 다만 그는 우리가 음식을 통해 옳은 생각을 하고 옳은 삶을 살기를 바란다. 이 책의 가장 궁극적인 목적은 잡식동물로서 우리의 식문화와 삶의 방식에 대해 우리가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고 하겠다. 『잡식동물의 딜레마』는 결코 만만하게 읽어낼 수 없는 인문서다. 한 문장을 읽는 데도 제법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꾀를 내어 대충 흘려 읽은 부분은 결국 되돌아와 다시 읽을 수밖에 없다. 영리한 저자는 독자들이 한 줄 한 줄 허투루 읽지 않고, 생각하고 고민하도록 치밀하게 계산하여 책을 구성했다. 이 놀라운 책은 우리의 먹는 방식뿐만 아니라, 생각하는 방식, 나아가 사는 방식까지 변화시킬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