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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서 론 제1부 넘치는 자신감: 푸틴 신드롬 제1장 올리가르키와 실로비키 제2장 기업가로 변신한 마피아 제3장 KGB의 어두운 그림자 제4장 커져가는 루블의 힘 제2부 흔들리는 경계와 정체성의 혼란 제1장 이상에서 현실까지 제2장 구세주 사원의 부활 제3장 소비에트 노스탤지어 제4장 반유태주의와 스킨헤드 제3부 포스트소비에트 공간의 풍경 제1장 모스크바는 건설 중 제2장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도전 제3장 다차에서 타운하우스로 제4장 기지개를 켜는 시베리아 제4부 소비하는 러시아 제1장 세계 명품의 메카 모스크바 제2장 카추샤에서 마돈나로 제3장 보드카에 도전하는 맥주 제4장 소비 시대의 러시아 문화 찾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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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관련하여 공부하는 사람들끼리 모이면 곧잘 화제로 등장하는 것이 이 나라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이다. 최근 현지에 다녀온 동료의 말을 귀담아 듣다보면 몇 달 전 내가 경험한 것은 옛날 얘기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받는 일이 허다하다. 역사의 가속화 과정이 시작된 러시아 사회 전체가 변화로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 특파원들이 보내오는 기사나 한 때 유행하던 각종 러시아 방문 인상기들도 특정 영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사회 전반 모습을 그려보기에는 미흡하다. 러시아 사회의 포괄적 변화 양상을 포착하고, 그 움직임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일이 지난한 작업이라는 것은 어느 러시아 연구자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러시아 사람들이 즐겨 인용하는 쿠즈마-프루트코프의 재치 있는 표현대로 ‘껴안아 지지 않는 것을 껴안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소련 붕괴 이후 17년 동안 역사상 유례없는 급격한 변화의 격랑을 헤쳐 나온 오늘의 러시아는 몇 명의 러시아 연구자가 제 아무리 팔을 뻗어보아도 껴안을 수 없는 엄청난 거목이다. 이 무모한 일을 그래도 한번 시도해 보자는 몇몇 사람이 의기투합한 것이 이 책의 탄생 배경이다. 애초 목표는 나름의 안목을 가진 여러 분야의 러시아 전공자들이 문화적 맥락을 바탕으로 일반 독자들에게 최근 러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변화 추이와 그 의미를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멋진 책을 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이 체제 변화 이후 러시아 사회에 나타난 특징적 징후들을 지칭하는 개념들을 수집하고 정리하는 작업이었다. 여기까지는 그나마 순조로웠지만 소위 말하는 키워드들을 영역별로 분류하고 논리적으로 배치하는 단계에서는 다섯 명 집필자의 견해가 서로 엇갈리는 문제점이 나타났다. 학술 서적이 아닌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현대 러시아 사회 입문서’ 발간이 원래 취지라는 것을 구실삼아 통일된 시각의 부재 문제를 덮어 둔 채 등장한 골격이 현재 이 책의 모습이다. 정치 경제 분야를 다룬 제 1부 “넘치는 자신감: 푸틴 신드롬”은 러시아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박정호 박사가 담당했고, 러시아 사람들의 의식구조와 정체성 문제에 관한 제 2부 “흔들리는 경계와 정체성의 혼란”은 현지 감각이 탁월한 문준일 박사가 맡았다. 모스크바에서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거쳐 지방 도시로 확산되는 삶의 변화 양식은 러시아 문화 연구에 조예가 있는 라승도 박사가 제 3부 “포스트소비에트 공간의 풍경”에서 면밀하게 추적했으며, 후기 산업사회에 특징적인 소비문화가 러시아 땅에 갑자기 상륙하면서 나타난 변화무쌍한 현상들은 현대 대중문화에 관심이 많은 이희원 박사가 제 4부 “소비하는 러시아”라는 제목으로 다루었다. 그리고 전체 원고를 읽고 수정 보완하는 작업과 몇몇 장의 집필에는 필자가 직접 참여했다. 각 필자 고유의 문체적 특징에서 기인한 고르지 못한 글, 논지를 뒷받침하는 구체적 사례의 부족, 부분적으로 겹치는 내용, 관점의 차이 등 개선의 여지가 많은 원고를 용기를 내어 출판하기로 한 것은 넓은 독자층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형태의 러시아 입문서 발간 작업에 전공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한-러 수교를 기점으로 일기 시작한 우리의 러시아에 대한 관심의 열기가 시들해진 지금 두 나라 사이의 다방면에 걸친 교류와 협력은 상호 탐색과 조정 단계를 거쳐 본격적 궤도에 진입하고 있다. 러시아의 역동적인 현재 모습을 조명한 이 책이 우리에게 이 나라가 갖는 구체적, 잠재적 의미들을 동시에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데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에는 여러 사람의 도움과 격려가 큰 힘이 되었다. 러시아 사회의 변화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김정기 박사와 서동주 박사 두 분은 집필진 토론회에 참가하여 책의 구성 틀을 구체화하는 작업에 많은 도움을 주었으며, 러시아 관련 실무에 밝은 강현진, 정혜숙 선생님은 해당분야의 최신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책 내용의 현장감을 보완하는데 기여했다. 아울러 집필 작업에 대한 격려와 함께 이 책이 러시아연구소 기획도서로 발간되는 것을 허락해 주신 필자의 은사 한국외국어대학교 기연수 교수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기획에서 출판까지 전 과정의 실무 작업을 총괄한 라승도 박사의 노력이 없었다면 이 책은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꼼꼼하고 진지한 자세로 수고를 아끼지 않은 라 박사와 필자들의 까다로운 주문들을 늘 웃으면서 받아준 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의 탁경구 선생님께는 특별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2007년 12월 31일 김 현 택 ---머리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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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붉은 광장의 아이스링크: 문화로 읽는 오늘의 러시아』는 다양한 분야에서 러시아를 연구하는 다섯 명의 전공자가 공동의 작업을 통해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위치한 러시아 사회의 현재 모습을 우리의 시각에서 포착하고 설명하려는 시도를 담고 있다. 현재 러시아에서 전개되는 현상을 포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러시아 고유의 역사적, 문화적 맥락에 대한 고려가 필수적이라는 공통의 인식에서 출발하여 각 집필자는 해당 주제를 다루면서 현재 상황과 유사한 역사적, 문화적 패턴을 파악하는 작업에 특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렇게 함으로써 변혁기의 러시아에서 나타나는 현상의 전체적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소련 붕괴 이후 극도의 혼란을 거쳐 상대적 안정 상태에 도달한 러시아 사회의 현재 모습을 정치와 경제, 의식구조와 정체성, 수도와 지방 도시에서의 삶과 공간 풍경, 소비문화, 이렇게 네 가지 영역으로 분류하여 다루는 것이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사회주의 붕괴 이후 러시아와 동유럽 여러 나라의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이행기(transition),’ ‘구조조정(restructuring),’ ‘개혁(reformation),’ ‘변형(transformation)’ 등 다양한 개념이 도입되었다. 이중에서 ‘이행기’는 변화 결과 성취 가능한 목표를 미리 상정하고 있기 때문에 종국적으로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러시아 사회의 변화를 설명하기에 적절하지 않고, ‘구조조정’은 경제나 기업 경영 차원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제한적이며, ‘개혁’은 예측 가능한 목표 달성을 위해 단일 형태의 혁신적 조치를 일관성 있게 적용하는 것을 뜻하는 개념으로 이질적 요소들의 공존상태에서 변화하는 러시아 사회를 설명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한편 ‘변형’은 사회 구조 전반에 걸쳐 근본적으로, 그리고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다차원의 목표점을 지향하는 체제 변화를 의미한다. 소련 붕괴 이후 도입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칙이 러시아 사회의 전통적 유산과 결합하면서 결국에는 독특한 형태의 러시아 사회가 태동될 것이며 현 러시아 사회의 역동적 상황은 이 같은 ‘변형’ 과정 중에 있다는 것이 필자들의 인식이다. 책의 제목으로 정한 “붉은 광장의 아이스링크”는 러시아 사회의 이 같은 변형 과정을 상징한다. 2006년 겨울 붉은 광장의 국영백화점(GUM) 앞에 문을 연 아이스링크는 러시아적 전통에서 보면 분명 파격적 사건이다. 모스크바 시내의 유휴 공간들이 온통 상업 공간으로 용도 변경되고 있는 것이 추세라고는 하지만, 크렘린 궁의 중심 건물과 레닌 묘가 정면으로 보이는, 이전 같으면 성역이나 다름없는 공간에서 러시아 청소년들이 입장료를 내고 즐거운 표정으로 스케이팅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러시아 사회의 근본적 변화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흥미로운 척도이다. 입장료를 지불하고 받아서 목에 거는 아이스링크 이용 패스도 색깔에 따라 입장 시간을 구별하는 시간제 방식을 도입하고 있으니 더욱 놀라운 일이다. 러시아 사회 전반에서 발견되는 이와 같은 변화의 징후들을 분야별로 파악한 다음, 토의를 거쳐 선정된 주요 현상들에 대해 그 등장 배경과 통시적, 공시적 의미를 설명하는 것을 집필 전략으로 정한 이 책은 총 4개의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영역은 다시 몇 개의 장으로, 그리고 각 장은 몇 개의 키워드로 이루어져 있다. 최소 구성단위인 키워드는 현대 러시아 사회의 특징을 함축하는 개념들이다. 집필 과정에서 러시아 사회의 변화 수준과 템포, 그리고 그 지향점에 대해서는 필자들 사이에 의견이 다른 경우가 있었지만 가능한 각자의 입장을 인정하기로 했다. 이 책의 주요 목적이 러시아 사회에 대한 일관된 시각에서의 분석보다는 독자들에게 참고가 되는 다양한 해석의 틀을 제공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최근 러시아 정치 경제 상황을 다루고 있는 제1부 “넘치는 자신감: 푸틴 신드롬”은 국영기업 사유화 과정에서 불법적 방법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옐친 시대의 올리가르키 권력 집단과 푸틴의 등장 이후 파워엘리트로 급부상하여 정치권력과 경제를 동시에 주무르고 있는 정보기관 출신의 실로비키 세력의 등장 배경과 상호 역학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벼락부자 또는 유력인사로 등극하는 과정에서 주요 변수로 작용하는 인맥 형성 과정과 결혼 풍속도에 관한 사례들도 제시되고 있으며, 최근에 발생한 일련의 정치적 탄압이나 테러 사건의 배후로 추정되는 정보기관의 활발한 움직임들이 옛 KGB가 구사하던 무소불위의 권력을 연상케 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아직도 심각한 상태인 러시아의 부패 문제를 현지 언론 보도를 인용하여 구체적으로 설명한 내용도 흥미를 끈다. 최근 몇 년 간의 기록적인 경제 성장 덕택에 탄력을 받은 러시아 루블화가 국제 기축통화의 지위를 넘보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은 1990년대 러시아 화폐의 초라한 위상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제2부 “흔들리는 경계와 정체성의 혼란”은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 인들이 경험한 정신적 충격의 여파와 정체성의 위기를 다양한 시각에서 살피고 있다. 이상사회 건설이라는 거대 담론에 함몰되어 있던 러시아 사람들이 소련 붕괴 이후 전면적으로 접하게 된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원칙은 긍정적 측면과 함께 혼란을 야기하는 원인이라는 부정적 인식도 심어주게 되었다. 자부심 강한 세계적 강국의 시민에서 경제적으로 낙후되고 정치적으로 부패한 무력한 나라의 초라한 시민으로 전락한 러시아 사람들에게 정신적 안식처 역할을 한 것은 러시아 국교나 다름없는 정교회였으며, 혼란기에 으레 등장하는 분파적 유사 종교 집단들도 상당수 등장했다. 체제 변혁의 충격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2000년 초부터는 기억 속에서 일시 지워졌던 소비에트 시대에 대한 노스탤지어도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순수 러시아인 우월주의에 입각한 인종차별주의도 러시아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조직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포스트소비에트 사회의 변화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다름 아닌 건축과 도시계획이다. 제3부 “포스트소비에트 공간의 풍경”은 수도 모스크바와 러시아에서 가장 서구적인 도시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외관 변화를 중심으로 글로벌 거대 도시를 지향하는 러시아 양대 도시의 역동적 변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루쉬코프 시장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모스크바 시의 초고층 랜드마크 건설 사업은 설계 방식이나 규모면에서 스탈린 시대의 고층건물 건설사업과 상당한 유사성을 보인다는 흥미로운 관찰도 등장한다. 소박한 형태의 실용적인 교외 다차(dacha) 대신 미국식 교외 주택을 본뜬 호화판 타운하우스를 선호하는 상류층의 거주문화는 가진 자들의 무분별한 사치와 서구식 생활양식에 대한 맹목적 모방 심리를 잘 드러내 준다. 자원개발 붐과 함께 오랜 동면에서 깨어나 산업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는 시베리아 도시들의 활기 찬 모습에서는 유럽 지역 러시아에서 시작된 변화의 물결이 지방 도시로 점차 확산되어 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모스크바를 방문하는 사람들을 가장 놀라게 하는 것은 세계 명품시장의 메카로 변한 이 도시의 휘황찬란한 상가 모습들이다. 러시아에 언제 경제위기가 있었냐는 듯이 싹쓸이 명품구매를 일삼는 러시아 신흥 부자들의 소비행태와 전통적 여성미 대신 상품화된 성문화가 활개를 치는 현란한 변화는 제4부 “소비하는 러시아”에서 집중 조명되고 있다. 서구 소비문화의 유입 결과 러시아 사람들의 음주와 음식 문화에도 변화가 일기 시작하여 국민 주 보드카는 맥주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이국적 분위기의 식당에서 맛볼 수 있는 일본 스시는 이제는 러시아의 보통 사람들까지 즐겨 찾는 메뉴로 자리 잡게 되었다. 순수예술과 본격문학을 소중히 여기는 과거의 전통을 자랑하던 러시아 사람들의 기호도 바뀌어서 베스트셀러나 TV 인기 연속극에 더 많은 관심을 쏟는 문화의 상업화 현상도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