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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수도권
해가 지면 열리는 서민들의 해방구 종로 피맛골 인생의 의미를 깨우쳐 주는 자극, 매운맛 무교동 낙지볶음 그 길 위에 서면 언제나 청춘 남산·명동길 내 생애 최고의 생선 요리 남대문시장 갈치조림 생아귀를 꼬들꼬들하게 만들어라 낙원동 아귀찜 고단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을지로 골뱅이와 노가리 한국전쟁 때 내려온 냉면, 통일면 되어 올라가길 오장동 냉면 매상은 멋쟁이 DJ가 좌우했다 신당동 떡볶이 고단한 노동의 흔적을 지우고 회포를 풀 때 황학동 곱창볶음 4色 4味 삼각지 먹자골목 흙바닥에 흐린 불빛 그윽했던 학사촌 신림동 순대볶음 서민의 음식에서 별미로 거듭나다 응암동 감자국 마포에서 시작해 신촌까지 퍼져 나간 명물 안주 마포 돼지껍데기 자장면·냉면·삼치구이 삼총사가 만들어 낸 명소 인천 맛거리 경기강원충청 이포나루에 겨울이 오면 사무치는 맛 여주 천서리 막국수 옛 모래이강의 붕어 맛을 살려내다 광주 분원리 붕어찜 아아~ 신라의 ‘닭밤’이여~ 춘천 닭갈비 하얀 달빛 내려 앉은 메밀꽃밭에… 봉평 메밀국수 집안을 세우고 마을을 일으킨 할머니의 힘 강릉 초당 순두부 콩물과 콩비지에서 시작된 단백질 공급원 속초 학사평 순두부 눈 쌓인 미시령, 금기의 경계를 넘다 인제 용대리 황태찜 도루묵, 그 첫맛에 반하다 동해 도루묵찜 이름도 예쁜 옹심이, 올창묵, 콧등치기국수, 곤드레나물 정선 토박이 음식 술에 취해, 정에 취해 청주 산성 마을 닭백숙 내륙 하천의 맑은 물이 키운 맛 충북 올갱이해장국 부지런한 어머니들의 수고가 밴 음식 충청 도토리묵 팔도강산 다 통하는 최고의 장터 메뉴 청주 뚝방순대와 천안 병천순대 개울가에 솥 걸고 끓여 먹던 여름의 맛 충청 어죽과 생선국수 밤바다에 둥실 떠오른 보름달의 맛 서산 간월도 영양굴밥 바다의 영양과 맛이 농축된 완전식품 보령 장은포구 굴요리 소달구지 몰던 일꾼들의 헛헛한 배를 채워주던 넉넉한 인심 대전 두부두루치기 전라경상 탁주 한 주전자에 공짜 안주가 한 상 가득 전주 막걸리 아류는 원조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진리 전주 콩나물해장국 고려시대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던 진상품 영광 법성포 굴비 한 끼 밥값으로 누리는 ‘쇠고기+돼지고기’의 어울림 광주 송정리 떡갈비 고향의 강이 키워낸 두 가지 귀한 맛 곡성 은어와 참게 길에는 벚꽃 피고 강에는 재첩꽃 피네 섬진강 재첩국 산중 마을의 바다 속 진미 안동 간고등어 마지막이 처음 되는 ‘역설의 味學’을 구현한 메뉴 대구 막창과 닭똥집 서민의 입맛과 소통해온 50년 대구 찜갈비 남강의 재발견 진주 남강 장어 광주리 머리에 이고 보자기 휘날리며 통영 충무김밥 밀양에서 낳아 부산에서 자란 경남 대표 해장국 부산·밀양 돼지국밥 제철 원산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맛 영덕 강구항 대게 바닷바람과 겨울 햇볕의 절묘한 배합 포항 구룡포 과메기 동백꽃 모가지가 뚝뚝 떨어질 때 남해 다랑이 마을 막걸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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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피맛골에서 남해 다랑이 마을까지
사라지는 맛과 골목에 대한 따뜻한 보고서 세련된 멋보다 푸근한 느낌이 그리울 때, 정갈한 맛보다 구수한 맛이 사무칠 때, 생활의 무게에 가슴이 답답할 때, 오랜된 맛집과 추억의 골목 이야기를 찾아 나선다 [그리운 골목에서 추억을 맛보다] 음식은 맛과 영양만 따져 먹지 않는다. 허름한 골목, 늦은 퇴근길 서민들의 발길을 잡는 것은 골목 가득 퍼져 있는 음식 냄새와 흐린 연기 너머로 느껴지는 정겨운 분위기, 그리고 언젠가 한번쯤은 그 속에 있었던 것 같은 추억의 느낌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고층 건물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하나 둘 골목이 사라지고 있다. 어린 시절에는 놀이터, 철이 들고 나서는 소주 한 잔 부딪히는 아늑한 공간이 화려한 빌딩 속 고급스런 프랜차이즈에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고향의 바람과 햇빛, 풀과 나무, 물과 공기가 키워 준 그 느낌으로 오래된 맛을 찾아 길을 나섰다. 그리고 여러 해. 그 길에서 만난 맛에도 옛 추억과 같은 자연과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할머니, 고향의 이야기가 어려 있음을 발견했다. 맛을 만드는 사람들과 그 맛을 찾아 나선 저자 사이에는 다만 오랜 음식이 하나 놓여 있었을 뿐인데 밤이 이슥하도록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다 추억의 공통분모를 찾은 곳에서는 오래된 친구를 만난 기분으로 간직했던 옛 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했다. [고단한 삶에 힘이 되는 오래된 맛집] 골목에는 맛이 있고, 사람이 있고, 켜켜이 쌓인 먼지 같은 세월이 있다. 서울의 대표 맛골목인 종로 피맛골. 고관대작들의 가마와 말을 ‘피해 다니던 뒷골목’이 바로 피맛골인데, 그렇게 모인 사람들을 상대로 자연스레 장이 서고 주막이 들어섰다. 자유당과 유신 시절에는 독제에 항거했던 이름 없는 많은 이들이 이 미로 같은 골목에 몸을 숨겼고, 소주 한잔, 막걸리 한 되를 앞에 놓고 시대의 아픔을 함께 했다. 그리고 지금, 피맛골은 여전히 온몸으로 하루를 살아내야 하는 막노동꾼과 넥타이 풀어헤친 회사원들의 해방구가 되고 있다. 교보문고 후문에서 광장시장까지 이어진 피맛골은 골목마다 조금씩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광화문 버거킹에서부터 종각 네거리에 있는 제일은행 본점 뒷골목까지는 ‘어르신의 거리’, 그리고 그 네거리에서 숨을 한번 고른 다음 다시 이어지는 국세청 뒷골목부터 피카디리극장까지는 젊은이의 거리다. 여기는 오래된 골목답게 오래된 맛집들이 즐비하다. 수십 년째 피맛골을 지키고 있는 터주대감 열차집은 파전, 부침개로 유명하고 우정집은 갈치조림, 참새집은 군참새, 함흥집은 낙지와 족발 등을 자랑한다.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음식 이야기] 맛골목이 도시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골 시장에도 수십 년째, 같은 음식을 파는 골목 아닌 골목이 생겨나기도 한다. 광주 송정리 시장의 떡갈비 골목이 그렇다. 송정 떡갈비는 5일장이 열릴 때 돼지 뼈를 우린 국물에 비빔밥을 팔던 곳에서 시작되었다.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반반 섞어서 떡처럼 차지게 다져 구운 것이다. 떡갈비 가격은 1970년대에 700원이었고, 1980년대에는 당시 비빔밥과 같은 가격인 1,100원이었단다. 요즘으로 치면 4,000~5,000원에 떡갈비를 먹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모든 맛골목이 이렇게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전주에 막걸리 골목이 생긴 것은 1990년대 후반, 경제 한파가 몰아치면서부터라고 한다. 서른 곳 남짓 모여 있는 막걸리집들은 모두 비슷한 메뉴판을 가지고 있다. 막걸리 한 주전자에 1만원, 안주는 공짜. 1만원짜리 막걸리 한 상에 오른 공짜 안주만 해도 굴, 해삼, 홍어삼합, 고등어조림, 게장, 꼬막, 오징어, 옥수수, 회, 나물 등 20여 가지가 훨씬 넘는다. 한 주전자를 다 비우고 또 시키면 찌개와 다른 음식들로 또 다른 한 상이 떡 벌어지게 차려진다. [전국의 맛골목에서 ‘사람’을 만나다] 맛을 찾아 전국의 골목을 누빈 지 벌써 여러 해. 하지만 저자가 찾은 것은 맛과 추억만이 아니었다. 전국 구석구석의 맛골목에는 수십 년 세월을 부딪치며 그 곳만의 독특한 맛과 분위기를 일궈온 사람들이 있었다. 일제 강점기 때 순사를 피해 남해 다랑이 마을로 들어온 할머니는 시집와 새댁 때부터 지금까지 막걸리를 빚고 있다. 그것이 동백꽃과 어우러져 다른 어느 곳에서도 흉내낼 수 없는 맛을 낸다. 대를 이어 음식점을 운영하는 주인들은 기본, 신당동 떡볶이 골목에는 여전히 신청곡을 받고 음악을 틀어 주는 추억의 DJ가 있었고, 전주 막걸리 골목에서는 ‘신입사원환영회’를 하는 용접공들을 만나기도 했다. 오래된 맛과 골목, 그리고 추억의 한 자락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저자의 맛골목 기행은 계속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