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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ta Lak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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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마는 다시 눈을 가늘게 뜨며 음식을 가지고 들어오는 배달원을 바라보았다.
“우리 구면인가요? 낯이 익은데…….” 하지만 공기 중에 떠도는 맛있는 냄새에 금세 마음을 빼앗긴 셀마는 종이 가방을 냉큼 받아 얼룩 한 점 없이 깨끗한 부엌으로 가져갔다. 그녀는 작은 하얀색 포마이카 식탁에서 재빨리 포장을 풀고 제일 좋은 그릇에 음식을 담았다. “수프가 너무 짜지 않았으면 좋겠네. 내가 혈압이 좀 높아서 말이야.” 배달원이 그녀를 위해 의자를 뒤로 빼주자 셀마는 미소를 지으며 의자에 앉았다. “맛있게 드십시오, 벨러 부인.” “어디 먹어볼까.” 셀마는 키득거리며 냅킨을 앞섶에 끼웠다. 그 말이 셀마 벨러의 마지막 말이 되었다. 의식이 혼미해지면서 마지막으로 본 것은 밀즈 온 휠즈의 가방에 찍힌 로고였다. 냉혹한 살인자가 그녀가 보는 앞에서 종이 가방을 접었던 것이다. 점점 의식을 잃어가던 셀마는 마지막으로 소고기가 약간 질기다고 생각했다. --- p.14 몇 년 전, 우리는 수다를 떨다가 각자의 불만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그때 현명한 어빙이 이런 말을 했다. “모두들 각자의 골칫거리를 테이블 위에 꺼내놓고 대신 다른 사람의 골칫거리를 고르라고 해봐요. 결국에는 자기 골칫거리를 집어들 테니.” 나는 우리 아파트 주민들을 둘러보았다. 에냐는 강제 수용소의 악령과 함께 있고 밀리는 알츠하이머 병과 함께였다. 어빙은 그런 밀리를 고통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에스더는 휠체어에 앉아 있고 해리엇은 고독했다. 남편을 먼저 보낸 여자들도 각자의 골칫거리를 안고 나름대로 살고 있었다. 어빙의 말이 맞았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우리는 함께 짊어져야 할 골칫거리가 생길 것이라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다. --- p.39 “언니, 우리끼리 그냥 가. 난 더워서 죽을 것 같아.” 에비가 불평할 만도 했다. 과장 조금 섞어서 우리는 생쌀이 밥이 되고 그 밥이 홀랑 타서 눌어붙을 정도로 오랫동안 기다리는 중이다. 그런데도 언제 다 모일지 장담할 수 없었다. 도로는 벌써부터 뜨거운 열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제일 먼저 도착한 사람은 벨라였다. 하지만 잊은 것이 없는지 안절부절못하다가 결국에는 쇼핑 목록을 식탁 위에 두고 온 것을 떠올리고는 다시 되돌아갔다. 다음이 소피. 지각 대장의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 불철주야 애쓰는 소피는 주차장에서만 걸으면 되는데도 굳이 자외선차단제를 발라야 한다면 다시 되돌아갔다. “그냥 가버릴까 보다.” “그럼 그러자. 덤엔 더머들 때문에 내가 아주 돌아버릴 지경이야.” 참을성 없는 에비가 날 부추겼다. “벨라! 소피! 후딱 내려오지 못해!” 참을성 없기로는 어디 내놔도 뒤지지 않는 아이다가 냅다 소리를 질렀다. 소피가 창문으로 명랑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다 되가. 마음은 굴뚝인데 몸이 안 따라주네.”--- p.45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내 자동차조차도 친구들과 하루 떨어져 있으니 상태가 훨씬 좋아진 것 같다. 새 타이어로 교체하고 나니 땅 위를 날 듯 쌩쌩 달린다. 과장이 좀 심했나? 내가 이렇게 들뜬 것은 잭 랭포드가 내게 아는 척을 했기 때문이다. 아니 단순히 아는 척을 한 정도가 아니었다. 나에 대한 욕망을 품었다고도 했다. 내게 끌렸다고 말이다. 당시 아내가 없었다면 내게 작업이라도 걸었을 것만 같았다. 14년 전 일이었다고 해도 그는 상관하지 않았다. 그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들떴다. 아, 내가 그를 더 일찍 알았더라면. 그때만 해도 겨우 예순 하나였는데……. 남자가 날 봐준 적이 언제였던가. 여자로서 말이다. 언제부터 나는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어버린 걸까? 여자가 늙어가면서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문제가 바로 이런 것 아닐까? 남자들은 더 이상 예전과 같은 눈빛으로 우릴 보지 않는다. 다시 말해 ‘당신의 팬티를 벗기고 싶어 죽을 지경이야.’라는 눈빛으로 봐주지 않는 것이다. 다시는 경솔했던 젊은 시절에 느꼈던 고삐 풀린 욕망을 경험할 수 없을 것이다. 바로 그 점이 나이를 먹어 가장 억울한 점이다. 아무리 나이가 먹어도 그 뜨거운 감정은 생생히 기억나는데 다시는 실감할 수 없다니! --- p.2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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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미스터리의 무거움을 벗어던진
유쾌한 생활형 미스터리의 발견 글래디 골드 시리즈 1권《오늘도 안녕하세요?》는 정통 미스터리의 진지함과 무거움을 벗어던지고 밝고 경쾌한 분위기로 사건을 해결하는 생활형 미스터리다. 이 책은 에드거 앨런 포 상을 수상한 작가 리타 라킨의 미스터리 시리즈로, 할머니들이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 할머니들의 살인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좌충우돌 사건 해결기다. 평균연령 76.5세의 할머니들이 벌이는 고군분투는 살인사건이라는 끔찍한 소재에 예기치 못한 웃음을 안겨주며 생활형 미스터리라는 새로운 장르의 출발을 알리고 있다. ▶ 미스터리, 장르문학의 르네상스를 이끌다 장르문학을 일부 마니아들만이 공유하던 시절은 지나고 지난 몇년 새 출판가엔 여느 분야보다 미스터리, 판타지, SF 등의 장르문학 바람이 거세다. 그동안 장르문학은 우리나라에서 유독 힘을 발휘하지 못한 분야 중 하나였다. 그러나 《해리포터 시리즈》를 시작으로 《반지의 제왕》《황금 나침반》《점퍼》 등의 소설이 영화화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우리나라 독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고, 일본 소설의 인기 속에 미야베 미유키, 히가시노 게이고 등의 추리소설이 잇달아 베스트셀러 대열에 합류하면서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게 되었다. 이러한 장르문학의 선전에 발맞추어 올해에도 여러 출판사에서 많은 작품들이 출간될 예정인데 그중 미국에서 인기 장르로 자리 잡고 있는 코지 미스터리(cozy mystery)인 글래디 골드 시리즈가 책이좋은사람에서 출간되어 다양한 미스터리를 접하고자 하는 독자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줄 것으로 기대된다. ▶ 새로운 장르 생활형 미스터리의 발견 《오늘도 안녕하세요?》는 정통 미스터리의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를 살짝 걷어낸 자리에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밝고 가벼운 에피소드를 입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코지 미스터리다. 코지 미스터리는 이미 미국을 비롯한 영미권에서는 미스터리 장르의 하나로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낯선 장르다. 추리소설이 활성화되어 있는 일본의 경우에는 미스터리를 여러 명칭으로 나누어 구분하고 있는데, 일상의 수수께끼를 다룬 ‘일상의 미스터리’는 그 이름에서도 느껴지듯이 영미권의 코지 미스터리와 많은 부분(일상적인 것에서 사건을 해결) 접점을 이루고 있다. 일본의 예에서 보듯 비슷한 구분의 장르라도 그들 나름의 특성에 맞게 이름 짓는 것처럼 우리에게 생소한 코지 미스터리라는 명칭 대신 생활형 미스터리라는 우리식의 이름을 붙이는 것이 독자들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 애거서 크리스티의 미스 마플에 바치는 오마주 글래디 골드 시리즈는 미국 작가 협회 상, 에드거 앨런 포 상을 수상한 작가 리타 라킨의 미스터리 시리즈다. 다수의 드라마와 미니시리즈를 통해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던 작가는 오랫동안 존경해온 애거서 크리스티의 미스 마플을 모티브로 기존 미스터리와 차별화된 소설을 쓰기로 결심하고 《오늘도 안녕하세요?》를 통해 글래디 골드라는 매력적인 인물을 선보였다. 소설의 주인공 글래디 골드는, 작가가 이 시리즈를 두고 ‘미스 마플에 바치는 오마주’라고 밝힌 것처럼 ‘평범한 할머니가 사건을 해결한다’는 공통점에서 쉽게 미스 마플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미스 마플이 작은 시골 마을인 세인트 매리 미드에서 집 안에서 혼자 뜨개질을 하며 조용히 사건을 분석하고 해결하는 타입이라면, 글래디 골드는 소설의 배경인 플로리다의 눈부신 햇살처럼 밝고 활기찬 에너지로 주변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함께 사건을 풀어가는 활동적인 타입의 인물이다. 이러한 생기 넘치는 캐릭터는 독자들에게 글래디 골드가 미스 마플과 같은 듯하면서도 더욱 입체적이고 친근한 인물이라는 인상을 심어주었고, 현지 언론 또한 글래디 골드 시리즈를 두고 ‘제2의 미스 마플의 탄생’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 평균연령 76.5세 할머니들의 좌충우돌 생활형 미스터리 《오늘도 안녕하세요?》는 전직 사서였지만 지금은 노인 전용 아파트에서 여생을 즐기는 주인공 글래디 골드가 단짝 친구들과 함께 아파트에서 일어난 연쇄 살인사건을 해결하며 본격적으로 탐정일을 시작하게 되는 이야기를 밝고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사실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대부분의 미스터리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에 살인사건이라는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지고, 범인을 잡기 위해 수사를 하는 동안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하지만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남아 있는 모든 사람들이 슬픔에 빠져 고통의 시간만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 친구와 이웃의 죽음에 슬퍼하다가도 이성과의 만남에 설렘을 느끼고, 친구의 실수에 화를 내고, 화창한 날씨에 기쁨을 느끼면서 시간은 흐른다. 《오늘도 안녕하세요?》는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며 그 속에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이야깃거리를 찾는다. 주인공 글래디 골드 또한 갑작스런 친구의 죽음에 ‘난 이제 어떻게 살지?’ 하며 망연자실하다가도 자신을 여자로 봐주는 미남 할아버지 잭 랭포드에게 호감을 느끼기도 하고 친구들의 장난에 피식 웃으며, 그런 자신의 모습에 자책을 하기도 하고 아직 살아 있음에 고마워하기도 한다. 이러한 주인공의 태도야말로 실제로 현실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솔직한 모습일 것이다. 또한 소설의 주인공이 할머니라는 점도 이 책의 사실적인 재미에 한몫을 한다. 마음은 청춘이지만 몸은 따라주지 않고, 귀가 어두운 탓에 같은 이야기를 여러 번 반복하다 화를 내고 마는 등 노인 캐릭터의 사실적인 묘사는 미스터리의 잔인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밝고 가볍게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노인들의 죽음에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자, 할머니인 글래디 골드가 스스로 사건해결을 위해 뛰어드는 이야기는 소설의 재미를 배가하는 동시에 노인 또한 몸이 조금 늙었을 뿐 젊은 사람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한다. 이처럼 《오늘도 안녕하세요?》는 정통 미스터리가 담고 있는 무거운 주제에 현실적인 상황이 어우러지면서 유쾌한 한 편의 드라마를 창조하는 생활형 미스터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