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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위의 사람들
황인숙이제하 그림
문학동네 2002.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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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이야기를 시작하며

청배가 홍배를 만났을 때
시인 어홍배
집 위의 사람들
슬픈 홍배
눈이 옵니다
봄이 왔다
꽃놀이
회현동 아저씨
비를 기다리며
저 구름 흘러가는 곳
비 온다, 청배야!
즐거운 여행

저자 소개 2

시인, 에세이스트. 1958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가 당선돼 시단에 나왔다. 해방촌에 살면서 길고양이를 돌보고 시를 쓴다. 펴낸 시집으로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슬픔이 나를 깨운다』 『우리는 철새처럼 만났다』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자명한 산책』 『리스본행 야간열차』 『못다 한 사랑이 너무 많아서』가 있고, 소설 『지붕 위의 사람들』 『도둑괭이 공주』와 에세이 『인숙만필』 『그 골목이 품고 있는 것들』 『해방촌 고양이』 등을 썼다. 동서문학상, 김수영문학상, 형평문
시인, 에세이스트. 1958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가 당선돼 시단에 나왔다. 해방촌에 살면서 길고양이를 돌보고 시를 쓴다. 펴낸 시집으로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슬픔이 나를 깨운다』 『우리는 철새처럼 만났다』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자명한 산책』 『리스본행 야간열차』 『못다 한 사랑이 너무 많아서』가 있고, 소설 『지붕 위의 사람들』 『도둑괭이 공주』와 에세이 『인숙만필』 『그 골목이 품고 있는 것들』 『해방촌 고양이』 등을 썼다. 동서문학상, 김수영문학상, 형평문학상, 현대문학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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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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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마산 고교를 거쳐 홍익대 조소과에서 입학했으나, 조각과에 입학했으나 곧 중퇴하고 1961년 홍익대학교 서양화과 3학년에 다시 편입하였다. 「현대문학」, 「신태양」, 「한국일보」 등을 통해 시와 소설로 등단했다. 저서로는 소설집 『초식』『기차, 기선, 바다, 하늘』『용』『독충』등과 장편소설 『열망』『소녀 유자』『진눈깨비 결혼』, 『능라도에서 생긴 일』, 시집 『저 어둠 속 등빛들을 느끼듯이』『빈 들판』및 영화칼럼집, CD『이제하 노래모음』등이 있다. 이상문학상, 한국일보 문학상, 편운문학상, 동리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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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2년 07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42쪽 | 272g | 188*254*20mm
ISBN13
9788982815386

책 속으로

"회현동 아저씨는 언제 오세요?"

"글쎄, 일찍 일을 마치겠다고 했는데."

"어머, 누가 또 오시나요?"

이런 말을 주고받을 때 베토벤이 어슬렁어슬렁 계단 쪽으로 나갔다.

"너 베토벤이지? 나, 기억하냐?"

"오셨네!"

청배와 홍배가 문가로 나서자 회현동 아저씨가 베토벤 머리를 쓰다듬으며 옥상 위로 막 상체를 내밀었다. 회현동 아저씨는 옥상에 올라오더니 사방을 휘둘러보았다.

"정말 전망이 좋습니다!"

하늘은 어느새 어두워져 있었다. 집집의 불빛들이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반짝거렸다.

"어서 오십시오"

"어서 오세요, 아저씨"

회현동 아저씨는 검정 비닐봉지를 청배에게 내밀었다.

"뭘 다 사오셨어요?"

홍배의 말에 회현동 아저씨는 "과일을 좀" 이라고 대답했다. 방에 있던 귀뚜라미 아가씨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모자를 벗어서 호주머니에 넣으며 방으로 들어서려던 회현동 아저씨가 문간에서 머뭇거렸다.

"아, 여자분도 계시군요."

"안녕하세요?"

귀뚜라미 아가씨가 고개를 숙이며 조그맣게 인사를 했다.

"아, 안녕하세요?"

회현동 아저씨도 인사를 하더니 얼굴이 빨개졌다.

"여기, 손 씻는 데가 어딥니까?"

청배는 화장실 문을 열어 주었다. 회현동 아저씨는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닫더니 양말을 벗고 오래오래 발을 씻었다. 화장실에 들어갔다 나온 후 회현동 아저씨의 얼굴이 한결 준수해졌다.

"이거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회현동 아저씨는 좌중을 향해 예의 바르게 말하며 자리에 앉았다.

"즐겁게 먹읍시다. 여기 잡채는 숙녀분의 솜씨고요, 나머지는 제 솜씹니다."

청배는 생일 케이크에 큰 양초 네 개와 작은 양초 두 개를 꽂다가 홍배에게 야단을 맞았다.

"아저씨, 이제 마흔두 살 되지 않았어요?"

"얘가! 마흔하나다. 가뜩이나 나이 많아 죽겠는데."

모두들 깔깔깔 껄껄껄 웃었다.

회현동 아저씨는 모든 음식이 맛있다고, 특히 잡채가 맛있다고 말했다. 남대문 시장의 먹자골목에서도 이렇게 맛있게 만들지 못한다고 말했다. 회현동 아저씨는 술을 잘 못 마신다고 하면서 맥주를 두 잔 마셨다. 귀뚜라미 아가씨는 다섯 잔 마셨다. 청배도 맥주를 마셨다. 홍배가 가장 많이 마셨다.

--- p.30~32

"회현동 아저씨는 언제 오세요?"

"글쎄, 일찍 일을 마치겠다고 했는데."

"어머, 누가 또 오시나요?"

이런 말을 주고받을 때 베토벤이 어슬렁어슬렁 계단 쪽으로 나갔다.

"너 베토벤이지? 나, 기억하냐?"

"오셨네!"

청배와 홍배가 문가로 나서자 회현동 아저씨가 베토벤 머리를 쓰다듬으며 옥상 위로 막 상체를 내밀었다. 회현동 아저씨는 옥상에 올라오더니 사방을 휘둘러보았다.

"정말 전망이 좋습니다!"

하늘은 어느새 어두워져 있었다. 집집의 불빛들이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반짝거렸다.

"어서 오십시오"

"어서 오세요, 아저씨"

회현동 아저씨는 검정 비닐봉지를 청배에게 내밀었다.

"뭘 다 사오셨어요?"

홍배의 말에 회현동 아저씨는 "과일을 좀" 이라고 대답했다. 방에 있던 귀뚜라미 아가씨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모자를 벗어서 호주머니에 넣으며 방으로 들어서려던 회현동 아저씨가 문간에서 머뭇거렸다.

"아, 여자분도 계시군요."

"안녕하세요?"

귀뚜라미 아가씨가 고개를 숙이며 조그맣게 인사를 했다.

"아, 안녕하세요?"

회현동 아저씨도 인사를 하더니 얼굴이 빨개졌다.

"여기, 손 씻는 데가 어딥니까?"

청배는 화장실 문을 열어 주었다. 회현동 아저씨는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닫더니 양말을 벗고 오래오래 발을 씻었다. 화장실에 들어갔다 나온 후 회현동 아저씨의 얼굴이 한결 준수해졌다.

"이거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회현동 아저씨는 좌중을 향해 예의 바르게 말하며 자리에 앉았다.

"즐겁게 먹읍시다. 여기 잡채는 숙녀분의 솜씨고요, 나머지는 제 솜씹니다."

청배는 생일 케이크에 큰 양초 네 개와 작은 양초 두 개를 꽂다가 홍배에게 야단을 맞았다.

"아저씨, 이제 마흔두 살 되지 않았어요?"

"얘가! 마흔하나다. 가뜩이나 나이 많아 죽겠는데."

모두들 깔깔깔 껄껄껄 웃었다.

회현동 아저씨는 모든 음식이 맛있다고, 특히 잡채가 맛있다고 말했다. 남대문 시장의 먹자골목에서도 이렇게 맛있게 만들지 못한다고 말했다. 회현동 아저씨는 술을 잘 못 마신다고 하면서 맥주를 두 잔 마셨다. 귀뚜라미 아가씨는 다섯 잔 마셨다. 청배도 맥주를 마셨다. 홍배가 가장 많이 마셨다.

--- p.30~32

출판사 리뷰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인생, 그 지난한 일상을 보듬는 따뜻한 시선
청배는 열 아홉 살이다. 작가의 말대로 어른도 아이도 아닌, '인간이 어른이 되는 경계'에 선 나이다.『지붕 위의 사람들』은 바로 이 열아홉 살 당찬 청배가 어른이 되는 길목에서, 영악하지 못하고 가난하고 무능력한 천둥벌거숭이 어른들이 만나 살아가는 일 년여의 시간을 그리고 있다. 특정한 직업 없이 청배가 내는 십오만원 월세로 생활하며 가끔씩 사람들에게 롤러스케이트를 가르쳐주거나 음악다방에서 음악을 틀어주는 등의 일로 소일거리를 하는 청배의 룸메이트 '시인' 어홍배, 지하철 회현역 지하도에서 구걸을 하는 회현동 아저씨, 그리고 착하디 착한 아랫집 귀뚜라마 아가씨. 이렇게 네 사람과 청배가 데리고 들어온 개 베토벤이 함께 만들어가는 시간은 읽는이의 가슴 한켠을 조용히 흔들어 놓는다.

남루하고 보잘것 없는 인생들이지만, 가진 것 없고 지난한 일상이지만, 그들의 삶에 비추어 더 행복하고 더 의미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 누가 있을까.

자기들만의 옥상 테라스에서 별빛을 받으며 생일 파티를 열고, 식목일을 기념해 어린 벚나무를 심고, 빨간 가죽으로 손수 만든 가방을 둘러메고 여행을 떠나느 등 네 사람의 하루하루는 여유롭고 편안하다.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이 '천둥벌거숭이' 들에게 왜 상처가 없을까마는, 허물없이 지내는 네 사람은 서로의 상처를 들춰내어 쓸데없이 위로하려 하지 않고, 그냥 보아 넘기면서 그 상처를 보듬는다.

삶이 춥고 황폐하다 생각되는 순간 귓전에 와 닿는 따뜻한 목소리를 들었다. 맑고 과장이 없는 목소리였다. 내 삶에도 넘치도록 많은 의미가 있다고, 지금 내 모습 이대로도 충분히 아름답다고, 메말라 버석대던 영혼에 피가 돌도록 속삭이는 목소리! 『지붕 위의 사람들』은 세상의 온갖 화려함과 속도감에 저항하며 회의하는 자들의 어두운 영혼에 봄볕으로 쏟아진다. - 조은(시인)

문득, 우리 '지붕 위의 사람들'을 떠올리게 될지 모른다. 출근 시간 만원 지하철 안, 불쾌한 서로의 몸이 밀착되는 가운데 간밤의 과음을 짐작케 하는 땀냄새, 아침 식탁에 올라왔을 된장찌개, 왠지 역하게만 느껴지는 향수 냄새가 뒤섞인 그 안에서, 정신없는 오후 잠깐 넋을 놓고 희뿌연 창 밖을 바라보다가, 잠들기 전 이유없이 새어나오는 한숨을 쉬다가, '문득' 말이다. 왠지 내일을 계획하기보다는 오늘의 내가 그저 하찮고 보잘것없게만 느껴지는 그때, 하지만 더 이상은 어떻게 해볼 도리도 없을 것 같은 그때. 그때 작가는 가만히 속삭인다. '지금의 내 삶에도 넘치도록 많은 의미가 있다고, 지금 내 모습 이대로도 충분히 아름답다고
…….'

이제 그 의미를 찾아야 할 때다.


동화의 삽화는 소설가 이제하가 그렸다. 조금은 모자란 듯, 조금은 흐트러진 듯 제멋대로인 붓 터치는 '지붕 위의 사람들'의 편안하고 자유로운 일상을 드러내기에 더없이 훌륭하다. 그의 삽화 속에 녹아 있는 또 한사람의 천둥벌거숭이. '지붕 위의 사람'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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