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늪이 있는 마을 |
金昭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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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년 전 난 낙성대 쪽으로 후문이 난 대학을 다니다 군 입대를 기다리며 휴학중이었다. 지금은 고시촌으로 변한 신림9동 꼭대기의 연립주택 지하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다. 함께 자취를 하던 고등학교 동창 오철동이 노동 현장으로 들어간다며 나가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선불로 낸 방세의 기한이 찰 때까지 기다렸다가 근처로 방을 옮길 생각이었다, 아침은 굶고 학교 식당에서 점심과 저녁을 사먹으며 끼니를 해결하는 처지여서 두 학기 연속 휴학중이었지만 학교 근처를 완전히 떠날 수는 없었다.
송탄 양공주촌 옆 시장통에서 막걸리 쉰내가 풍기는 선술집을 하는 어머니와 소식을 주고받은 지도 거진 일 년이 다 돼가고 있었다, 하나 있던 여동생 경희가 가출을 했다는 소식 이후 끝이었다, 걔가 어떤 길을 걸어갈지 대충 짐작이 되었지만 나는 무덤덤했다. 더이상 고향집과 연락을 두며 살고 싶지가 않았다. 모든 게 다 싫었다. 학교에도 뜻이 없었고 오직 군대에 들어가 차디찬 M16 소총을 끌어안고 팔꿈치나 무릎에 피가 배도록 빡빡 기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p. 2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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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진 전집』을 펴내며
작가 김소진이 우리의 곁을 떠난 지 다섯 해째가 되는 시점에서 그의 전집을 펴낸다.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그의 흔적들을 한데 모음으로써 그새 풀이 자라고 관목들이 우거진, 그에게로 가는 길을 닦기 위함이다.
생전에 김소진은 네 권의 소설집과 두 권의 장편소설, 각각 한 권의 창작동화와 산문집, 두 권의 짧은 소설집, 그리고 책으로 묶이지 못한 미완성 장편 한 편(『동물원』--96년 겨울호부터 이듬해 봄호까지, 『실천문학』에 2회분 연재)을 남겼다. 김소진의 소설은 고난의 시대를 살아온 서민들의 삶의 애환을 절실하고도 아름다운 문체로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그러므로 우리 문학사의 귀중한 자산 목록에 올려져 있다. 습작기부터 그가 세상을 뜨기 직전까지 쓴 글들을 모은 이 전집이 김소진 문학의 전체적 면모를 조망하는 지도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리하여 작가가 다양한 축도와 시선으로 작성한 삶의 지형도를 통해 이 책의 독자들이 인생과 사회를 보다 넓고 깊게 응시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한다. 이 전집은 모두 여섯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작가의 중단편을 시기별로 재구성하여 세 권으로 묶었다. 새로운 지식인 소설의 탄생으로 평가받았던 그의 초기작으로부터 아버지의 자리를 고통스럽게 확인하는 기억의 서사를 거쳐 새로운 소설적 가능성을 시도했던 후기작들에 이르는 김소진 소설세계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드러내기 위함이다. {장석조네 사람들}은 연작의 형식임을 고려하여 따로 독립시켜 한 권으로 묶었고, 짧은 소설들을 한 권에 담았다. 그리고 작가의 산문, 그 외의 자료들을 또 한 권에 담았다. 매권 끝에는 새로 해설을 달아 김소진 문학의 현재적 의미를 가늠해보고자 하였다. 그리고 전집과는 별도로 김소진의 삶과 문학에 바쳐진 글들을 엮어 가까운 기일 내에 출간할 예정이다. 전집을 펴내는 과정에서 발견된 명백한 오자와 탈자는 바로잡았으나 애매하거나 작가의 고유한 표현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은 그대로 두었다. 그것을 수정할 수 있는 이는 단 한 사람이지만 그를 이곳으로 불러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1권 장석조네 사람들(장편소설) 2권 열린 사회와 그 적들(중단편 소설, 발표순) 3권 자전거 도둑(중단편 소설, 발표순) 4권 신풍근배커리 약사(중단편 소설, 발표순) 5권 바람 부는 쪽으로 가라(짧은 소설) 6권 그리운 동방(산문) 새로 붙인 해설은 각각 진정석(1권), 류보선(2권), 김만수(3권), 손정수(4권), 성석제(6권-발문)가 맡았다. 김소진의 육성을 기억하는 이들이기에 그의 작품을 말하기가 더욱 조심스러웠으리라 짐작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