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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른 뿌리 |
金昭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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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압을 받고 나온 지 얼마 안 돼서 힘들겠지만 지금이 조직 재정비의 중요한 시기인 것은 잘 알고 있겠지? 이럴 때일수록 힘차고 낙관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게 바로 운동가의 올바른 품성이잖아. 내가 언제 운동가에 속했었나요 뭐? 무슨 소리야? 우리 학교에서 연세대에 도대체 몇 명이나 들어갔어? 채 백명이 안 되잖아. 물론 이걸로 절대적 잣대를 삼을 순 없지만 그중에서 특히 이삼학년들은 중심적 운동가라고 봐야지. 형, 우리에겐 왜 그게 없죠? 뭔데? 위에서부터의 내부 반성이나 비판 같은 것 말예요. 내부 반성? 아니 우리가 지금 반성을 할 때라는 거냐 넌?
재덕은 정민의 눈이 휘둥그래지는 걸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넌 이번 싸움에서 우리가 진 거라고 생각하는구나. 이것이 시련임에는 틀림없지만 우리의 난관은 일시적일 뿐이지 않을까. 정권의 하수인인 언론의 이성을 잃은 광란적 보도 때문에 한때 국민 여론이 썰렁했던 건 사실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통일과 애국의 순수한 열정을 가졌던 학우들의 진실이 국민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고 봐. 우리 한총련은 도덕적으로도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구. ---pp. 246~2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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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진 전집』을 펴내며
작가 김소진이 우리의 곁을 떠난 지 다섯 해째가 되는 시점에서 그의 전집을 펴낸다.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그의 흔적들을 한데 모음으로써 그새 풀이 자라고 관목들이 우거진, 그에게로 가는 길을 닦기 위함이다.
생전에 김소진은 네 권의 소설집과 두 권의 장편소설, 각각 한 권의 창작동화와 산문집, 두 권의 짧은 소설집, 그리고 책으로 묶이지 못한 미완성 장편 한 편(『동물원』--96년 겨울호부터 이듬해 봄호까지, 『실천문학』에 2회분 연재)을 남겼다. 김소진의 소설은 고난의 시대를 살아온 서민들의 삶의 애환을 절실하고도 아름다운 문체로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그러므로 우리 문학사의 귀중한 자산 목록에 올려져 있다. 습작기부터 그가 세상을 뜨기 직전까지 쓴 글들을 모은 이 전집이 김소진 문학의 전체적 면모를 조망하는 지도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리하여 작가가 다양한 축도와 시선으로 작성한 삶의 지형도를 통해 이 책의 독자들이 인생과 사회를 보다 넓고 깊게 응시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한다. 이 전집은 모두 여섯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작가의 중단편을 시기별로 재구성하여 세 권으로 묶었다. 새로운 지식인 소설의 탄생으로 평가받았던 그의 초기작으로부터 아버지의 자리를 고통스럽게 확인하는 기억의 서사를 거쳐 새로운 소설적 가능성을 시도했던 후기작들에 이르는 김소진 소설세계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드러내기 위함이다. {장석조네 사람들}은 연작의 형식임을 고려하여 따로 독립시켜 한 권으로 묶었고, 짧은 소설들을 한 권에 담았다. 그리고 작가의 산문, 그 외의 자료들을 또 한 권에 담았다. 매권 끝에는 새로 해설을 달아 김소진 문학의 현재적 의미를 가늠해보고자 하였다. 그리고 전집과는 별도로 김소진의 삶과 문학에 바쳐진 글들을 엮어 가까운 기일 내에 출간할 예정이다. 전집을 펴내는 과정에서 발견된 명백한 오자와 탈자는 바로잡았으나 애매하거나 작가의 고유한 표현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은 그대로 두었다. 그것을 수정할 수 있는 이는 단 한 사람이지만 그를 이곳으로 불러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1권 장석조네 사람들(장편소설) 2권 열린 사회와 그 적들(중단편 소설, 발표순) 3권 자전거 도둑(중단편 소설, 발표순) 4권 신풍근배커리 약사(중단편 소설, 발표순) 5권 바람 부는 쪽으로 가라(짧은 소설) 6권 그리운 동방(산문) 새로 붙인 해설은 각각 진정석(1권), 류보선(2권), 김만수(3권), 손정수(4권), 성석제(6권-발문)가 맡았다. 김소진의 육성을 기억하는 이들이기에 그의 작품을 말하기가 더욱 조심스러웠으리라 짐작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