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權寧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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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끗해끗한 눈발이 공중으로 회회 돌아 내려오는데, 떨어지는 배꽃 같고 날아오는 버들가지같이 힘없이 떨어지며 간곳없이 스러진다. 잘던 눈발이 굵어지고, 드물던 눈발이 아주 떨어지기 시작하며 공중에 가득 차게 내려오는 것이 눈뿐이요, 땅에 쌓이는 것이 하얀 눈뿐이라. --- 본문 중에서
강릉 산골에 사는 최병도는 김옥균에게 감화되어 개화사상에 눈을 뜨고, 구국에 나설 뜻을 품고 근면하게 일을 하여 재물을 모은다. 강원 감사가 그의 재물을 빼앗기 위해 억지 죄를 씌워 원주 감영으로 호송하여 갖은 악형을 가하지만 최병도는 이에 굴하지 않고 저항하다 끝내 숨지게 된다. 충격을 받은 부인은 유복자 옥남을 낳은 뒤 정신이상이 된다. 최병도의 친구인 김정수는 최병도가 남긴 재산을 관리하며, 최씨 소생인 옥순, 옥남 남매의 미국 유학 길을 열어준다. 그러나, 아들에게 관리하도록 했던 최씨댁 재산이 모두 탕진된 것을 알게 된 김정수는 실의에 빠져 술로 세월을 보내다 세상을 떠난다. 미국에 남겨진 옥순과 옥남은 갖은 고생을 겪다가 미국인의 도움으로 공부를 마치게 된다. 두 남매가 10여 년 만에 귀국하여 어머니와 재회하고, 어머니는 잃었던 정신을 되찾게 된다. 남매는 어머니와 함께 선친의 명복을 빌려고 절에 갔다가, 뜻밖에도 정부의 개혁에 반대하여 일어난 의병들을 만난다. 옥남은 낡은 정치를 고치기 위해서는 고종의 양위가 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의병 활동을 비판하다가 의병에게 붙들려 간다. --- 권영민,「작품 해설」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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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대소설의 첫 장 <신소설>
<혈의 누> 이인직, <자유종> 이해조, <추월색> 최찬식 등 대표작가의 작품을 원전과 함께 만난다 20세기 초 한국 근대소설의 첫 장을 연 <신소설 전집>이 문학에디션 뿔에서 출간됐다. 서울대 권영민 교수 책임편집 하에 원전에 충실하면서도 풍부한 주석을 단 현대문 뒤에 줄거리와 서지사항, 작품 해설, 작가 소개, 작가 연보 및 참고문헌을 배치하여 작품의 이해를 도울 뿐 아니라, 해당 원전을 부록으로 실어놓음으로써 논술을 대비하는 고등학생으로부터 해당 전공자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쉽고 편하게 읽고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 신소설이란? 개화기 소설이라는 명칭과 더불어 통용되기도 하나 그 의미는 조금씩 다르다. 신소설이라는 용어는 일본에서 쓰이던 것인데, 1906년 《대한매일신보》의 광고에서 처음 보였고 이듬해 《혈의 누》가 단행본으로 간행되면서 ‘新小說 血의 淚’라고 밝힘에 따라 이후 보편적인 명칭으로 굳어졌다. 이인직을 비롯한 개화파 지식인들이 이전의 고대소설과는 다른 새로운 소설 형태를 창출하였던 바, 신소설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그들의 작품을 지칭한다. 이인직의 《혈의 누》(신소설전집 1권), 이해조의 《자유종》(신소설전집 7권), 최찬식의 《추월색》(신소설전집 9권) 등이 대표적인 작가와 작품들이다. 신소설은 제명을 비롯하여 확대된 장면 묘사, 작품 서두의 참신성, 근대적인 사상과 문물의 도입, 풍속의 개량 등 내용과 형식의 측면에서 고대소설과는 다른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일본이라는 새로운 강자의 힘의 작용에 의해 만들어지는 식민주의 담론의 논리를 사회적으로 확대하고 일반화시키기 위해 대중적인 매체가 동원되고 친일적인 지식인들이 앞장서게 되는바, 신소설은 바로 이 같은 동원된 힘에 의해 만들어진 사회적 기반 위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그 담론 구조가 일본의 보호 정치론이라는 지배 담론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한다. 신소설이 문명개화의 이상을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가운데 일본에 대한 친화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신소설이 조선에서 발행된 일본인 신문 또는 친일 성향의 신문에서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이 같은 사실과 무관하지 않은 일이며, 따라서 그 한계가 극명히 드러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