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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는 반포지효(反哺之孝)를 들어 인간의 윤리도덕의 타락과 불효를 규탄하고, 여우는 외국의 세력을 빌려 벼슬을 얻고 제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노와 무기를 앞세워 남의 나라를 약탈하는 제국주의를 호가호위(狐假虎威)라고 비판한다. 개구리는 정와어해(井蛙語海)라는 주제로 천하의 대세를 알지 못하면서 무엇이든지 체하며 나라를 망치고 백성의 고혈을 빠는 지배 세력의 무지를 비판하고, 벌은 구밀복검(口蜜腹劍)이라는 말로 사람의 표리부동함을 지적한다. 무장공자(無腸公子)라는 주제를 들고 나선 게는 외세의 억압을 받아도 자유를 찾을 생각도 없이 옆으로 기어가는 인간의 무의지적 태도를 비난하며, 파리는 영영지극(營營止極)이라는 말로 사리사욕에 눈이 먼 인간의 탐욕을 비판한다. 호랑이는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는 연설 주제로 탐관오리의 학정과 인간의 잔인성을 고발하고, 원앙은 쌍래쌍거(雙來雙去)로써 축첩제도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한편 절개를 잃은 여인들의 부도덕한 행위도 비판한다.
--- 권영민,「작품 해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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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대소설의 첫 장 <신소설>
<혈의 누> 이인직, <자유종> 이해조, <추월색> 최찬식 등 대표작가의 작품을 원전과 함께 만난다 20세기 초 한국 근대소설의 첫 장을 연 <신소설 전집>이 문학에디션 뿔에서 출간됐다. 서울대 권영민 교수 책임편집 하에 원전에 충실하면서도 풍부한 주석을 단 현대문 뒤에 줄거리와 서지사항, 작품 해설, 작가 소개, 작가 연보 및 참고문헌을 배치하여 작품의 이해를 도울 뿐 아니라, 해당 원전을 부록으로 실어놓음으로써 논술을 대비하는 고등학생으로부터 해당 전공자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쉽고 편하게 읽고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 신소설이란? 개화기 소설이라는 명칭과 더불어 통용되기도 하나 그 의미는 조금씩 다르다. 신소설이라는 용어는 일본에서 쓰이던 것인데, 1906년 《대한매일신보》의 광고에서 처음 보였고 이듬해 《혈의 누》가 단행본으로 간행되면서 ‘新小說 血의 淚’라고 밝힘에 따라 이후 보편적인 명칭으로 굳어졌다. 이인직을 비롯한 개화파 지식인들이 이전의 고대소설과는 다른 새로운 소설 형태를 창출하였던 바, 신소설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그들의 작품을 지칭한다. 이인직의 《혈의 누》(신소설전집 1권), 이해조의 《자유종》(신소설전집 7권), 최찬식의 《추월색》(신소설전집 9권) 등이 대표적인 작가와 작품들이다. 신소설은 제명을 비롯하여 확대된 장면 묘사, 작품 서두의 참신성, 근대적인 사상과 문물의 도입, 풍속의 개량 등 내용과 형식의 측면에서 고대소설과는 다른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일본이라는 새로운 강자의 힘의 작용에 의해 만들어지는 식민주의 담론의 논리를 사회적으로 확대하고 일반화시키기 위해 대중적인 매체가 동원되고 친일적인 지식인들이 앞장서게 되는바, 신소설은 바로 이 같은 동원된 힘에 의해 만들어진 사회적 기반 위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그 담론 구조가 일본의 보호 정치론이라는 지배 담론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한다. 신소설이 문명개화의 이상을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가운데 일본에 대한 친화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신소설이 조선에서 발행된 일본인 신문 또는 친일 성향의 신문에서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이 같은 사실과 무관하지 않은 일이며, 따라서 그 한계가 극명히 드러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