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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장 야간버스 설레는 마음, 쓸쓸한 마음 2장 오사카 오사카 이야기 만만데 스승과 로카리테 카페 디자인 프로젝트 그라프 실핀을 꽂은 남자 카페 푸도 희한한 만남 토케이야 오사카 산책 1보 : 좁은 건물 속 놀이공원 기타호리에 네 살 모쿠기린 웃어도 좋아 하하하 오사카 산책 2보 : 자연주의 가구점 트럭 마법의 주문 샤무아 오사카 카페 문화의 시작 밀리바 오사카의 명작 쉐뒤브르 홍차 박물관 티 하우스 무지카 교토로 가는 승차권 JR 540엔 3장 교토 교토 이야기 교토에 사는 제비 츠바메 교토 산책 1보 : 책 읽는 놀이터 케이분샤와 가케쇼보 춤을 추지 않는 그녀 카페 미즈카 세 가지 즐거움 카모가와 카페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 엘리펀트 팩토리 제6요일의 스윙재즈 로쿠요샤 여섯 개의 눈꽃송이 로카 일본차의 명가 이뽀도 교토 산책 2보 : 50년 전통 찻집 교토의 아침이 시작되는 곳 이노다 커피 교토 산책 3보 : 사람 냄새 나는 그곳 니시키 시장 4장 다시 도쿄로 신칸센, 친구의 눈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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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야간 버스
일단 가기로 결심했으니 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나는 빈곤하게 찰랑이는 주머니 사정을 이리저리 살피며 교토 일정에 맞춰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리고 여행 책자를 뒤졌다. 가장 저렴하게 다녀올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꽤나 공을 들여야 했다. 편안함을 버리면 얼마든지 갈 수 있으렷다. 대학 때 야간열차를 타고 여행한 경험을 살려 이번에도 야간 버스를 타고 가는 건 어떨까. 숙소는 저렴한 게스트 하우스. 혼자 가는 건데 좀 별로인 곳에서 자면 어떠랴. 지금의 내겐 떠난다는 것 자체가 소중한 추억이 될 텐데. 그렇게 나는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듯 ‘좀더 싸게 오사카로!’라는, 가난하지만 행복한 테마 여행을 준비했다. --- p.15, 〈설레는 마음, 쓸쓸한 마음〉 2장 오사카 남바의 넘치는 활력은 오사카의 매력이기는 하지만 때론 홀로 여행하는 이를 주눅 들게 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나는 어김없이 공원이나 강가를 찾는다. 다행히도 오사카에서는 어렵지 않게 강을 만날 수 있다. 강 주변에 특별히 볼 만한 것이 있는 건 아니지만 강물이 소리 없이 흐른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느새 마음에는 평온이 찾아든다. 잔잔해진 눈으로 돌아보자 오사카는 내게 숨겨진 비밀을 털어놓듯 이곳저곳에 커피 향을 피워올렸다. --- p.25, 〈오사카 이야기〉 카페 로카리테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만만데 상에 대해 말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이름만 들어서는 국적도 성별도 알 수 없는 이 정체불명의 인물에 대해 처음 전해들은 것은 카페 마니아 오오나미 상과 모이의 이와마 상에게서다. 좋은 카페를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며 카페 순례를 한다는 만만데 상은 자신이 발견한 새로운 카페가 있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추천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카페에 관해서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정보와 지식을 갖고 있는 그. 도쿄의 친구들에게는 ‘만만데 스승’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곤 한다. --- p.27, 〈만만데 스승과 로카리테 카페〉 이제 막 오픈 시간을 넘겨서인지 카페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 입구에서 나를 맞이한 말총머리 스태프는 물잔과 메뉴판을 조심스럽게 들고와 내 앞에 내려놓았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나는 메뉴를 살피며 잔머리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곱게 실핀을 꽂은 그의 머리를 흘끔흘끔 바라봤다. 남자는 인상 좋은 얼굴로 웃었고, 나는 밥과 햄버거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푸도 특제 햄버거를 주문했다. 주문을 받고 돌아서는 남자의 머리는 실핀으로 단단히 고정되어 흐트러짐이 없었지만 뒤로 묶은 말총머리는 그가 걸을 때마다 좌우로 흔들렸다. --- p.48, 〈실핀을 꽂은 남자 카페 푸도〉 로카리테에서 우연히 토케이야 카이즈 상을 만나 작업실을 구경하러 올라간 나는 곳곳에 진열된 작품을 보고 한참을 감탄했었다. 심플한 디자인부터 일본 전통 무늬를 도입한 손목 시계, 재밌는 발상이 돋보이는 시계 등 크기도 모양도 다양한 시계들이 열을 맞춘 광경은 도쿄 시모기타자와 네지 코뮤neji commu와도 흡사했다. 혹시 카이즈 상도 네지 코뮤에 대해 알고 있지 않을까 싶어 말을 꺼내자 아니나 다를까 반색을 한다. --- p.55, 〈희한한 만남 토케이야〉 모쿠기린을 찾은 명목상 이유는 ‘취재’였지만, 식사를 마치고 한산해지기를 기다려도 전혀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로카리테 부부는 뭔가 궁금한 것이 있으면 틈을 봐서 물어보라고 했지만, 바쁘게 움직이는 그들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저 오늘 여기에 온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며 사진 몇 장을 찍곤 자리에 앉아 다시 커피를 마셨다. 로카리테 부부에게 그런 내가 이상해보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후 두 사람에게도 이야기했던 것처럼 내가 쓰는 책은 여행 가이드북이 아니잖은가. 카페를 통해 만나게 된 사람들과 그곳에서의 추억을 적어내려가는 것에 불과하니 이것으로도 족할 것 같았다. --- p.70, 〈네 살 모쿠기린〉 무지카의 홍차는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맛과 향을 지녔다. 뭐랄까. 너무 높은 레벨의 홍차라면 벽을 넘지 못하고 그대로 좌절해버릴 수도 있지만 ‘앞으로 홍차에 대해서 더 알아가고 싶어’라고 결심할 정도의 맛이었다고 할까? 당신도 홍차의 세계를 엿보고 싶다면 홍차 박물관 무지카에 들러보시라. 본격적인 홍차의 맛을 입 안 가득 느낄 수 있을 테니. --- p.111, 〈홍차 박물관 티 하우스 무지카〉 3장 교토 도쿄에서도, 한국에서도 본 적 없는 생경한 거리 광경에 넋을 잃는 것도 잠시. 골목을 굽이굽이 돌아가면 형형색색 앙증맞은 모양의 전통 와가시(和菓子: 일본 전통 과자) 집, 몽글몽글 씹히는 와라비모치(蕨もち: 고사리전분으로 만든 떡) 전문점, 그리고 파릇파릇한 파와 생긋한 생각이 가득 올려진 네기우동(ねぎうどん: 파 우동) 등, 생각지도 못한 맛집을 찾아낼 수 있다. 물론 간판 하나 달지 않은 곳도 있으니 눈을 크게 뜨고 다녀야 한다. --- p.122, 〈교토 이야기〉 카운터 너머로 보이는 낡은 주방 기구들과 음식을 지질 때 나는 맛있는 소리와 몽실몽실 코 끝에 전해지는 음식 냄새는 낮게 들이치는 겨울 볕과 뒤섞여 조용하고 평온한 오후를 맞이한다. 초록색 소파를 따뜻하게 녹여주는 겨울 볕과 뒤섞여 조용하고 평온한 오후를 맞이한다. 초록색 소파를 따뜻하게 녹여주는 겨울 햇살을 바라보다 내 앞에 놓여진 음식들로 시선을 옮길 때 왜 이곳에서 카모메 식당을 떠올렸는지 어렴풋이 알 듯도 했다. --- p.128, 〈교토에 사는 제비 츠바메〉 “오늘 엘리펀트 카페가 쉬니까 여기서 공짜 와인도 얻어먹고, 더 좋지?”주인이 말했다. “어디 가지 말고 여기서 더 놀다 가. 기분 좋으면 한 병 더 딸지도 몰라.”옆에 앉은 단골도 말했다. 그래, 이러니 여행을 멈출 수 없지. 기분 좋은 만남은 의외의 순간에 찾아오니까. 나는 입 밖으로 내진 않았지만 와인 잔을 단숨에 비우며 감사의 마음으로 ‘맛있다!’하고 외쳤다. --- p. 160쪽,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 엘리펀트 팩토리〉 교토 여행에 대한 이야기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모이의 이와마 상은 교토 오미야게로 카페 로쿠요사의 ‘인도’라는 커피를 ‘특별 주문’했다. 그래, 그건 말 그대로 특별 주문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인도는 다른 곳에서는 좀처럼 맛볼 수 없는 로쿠요샤만의 희귀한 원두로, 목 넘김 후에 올라오는 향이 매우 독특하다. 이 향은 내리는 사람에 따라 진해지기도 하고 옅어지기도 한다. 그야말로 ‘희한한’ 맛과 향. 인도를 마셔본 사람은 인도를 좋아하거나 아주 싫어하거나 하는 식으로 취향이 극명하게 갈린다고 한다. --- p.165, 〈제6요일의 스윙재즈, 로쿠요샤〉 교토 여행에 동참해준 친구 밋짱은 나와 커피 취향이 다르다. 나는 진한 커피를 좋아하는 한편 친구는 신맛이 강한 커피를 즐겨 마신다. 도쿄에서는 잘 몰랐던 취향의 차이를 여행을 함께 하면서 알게 되었다. 동행자의 취향을 알아가는 것 또한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밋짱은 교토 이노다 커피에 대해서 여러 번 이야기했었다. 60년 전통의 이노다 커피는 교토의 아침이 시작되는 곳이라면서 말이다. 그곳 커피는 턱이 시릴 정도로 시어서 아침을 깨우기에 더없이 좋다고도 했다. --- p.199, 〈교토의 아침이 시작되는 곳 이노다 커피〉 도쿄는 동네마다 자리한 상점가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재래시장을 보기 어렵다. 시장다운 구색을 갖춘 곳이라면 우에노의 아메요코 시장과 생선 시장으로 유명한 츠키지 정도일까. 그런데 이곳 교토에는 그야말로 사람 냄새 풀풀 나는 그럴싸한 시장이 도시 중심가에 있다. 그것도 아주 기다랗게. --- p.205, 〈사람 냄새 나는 그곳 니시키 시장〉 4장 다시 도쿄로 짐을 찾아 신칸센에 오른 우리는 한동안 말없이 플랫폼을 바라봤다. 즐거울수록 아쉬움이 커지는 게 여행이겠지. 이제 도쿄로 돌아가면 나는 언제 다시 이곳을 찾을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돌아가면 본격적으로 귀국 준비를 해야 하고, 아쉬운 마음을 추스를 새도 없이 비행기에 올라탈 것이다. 어둑해진 플랫폼이 차창 뒤로 물러나며 여행은 끝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 p.213, 〈신칸센, 친구의 눈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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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이야기를 찾아 나는 다시 짐을 꾸렸다."
도쿄 지인들의 소개로, 그리고 교토를 좋아하는 친구의 안내로 나는 빠듯한 여행 경비를 쪼개고 쪼개 카페 기행을 떠났었다. 넓고 황량하지만 화려한 오사카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오래된 길과 그곳을 왕래하는 사람들의 모습마저 유연하고 인상적인 교토. 그리고 각 도시의 빛깔로 채색된 카페들은 나를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프롤로그 중에서 누구에게나 빛나는 순간이 있다. 삶에서 가장 특별하고 행복한 시간. 그때의 기억은 어떤 것이든, 누구의 것이든 그 이야기를 떠올리거나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켠이 따뜻해진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면 어떨까? 답답한 일상을 버리고 덜컥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떠난 일년 간의 일본 여행. 도쿄에서 생활하며 사람 온기가 그리울 때면 늘 들렀던 작은 카페. 좁은 골목을 지나, 나무 문을 드르륵 열어젖히면 정성껏 커피를 내리고 있는 마스터와 익숙한 단골 손님들이 반겨주던 추억……. 작년 가을, 『카페 도쿄』를 출간하며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던 임윤정은, 이번엔 야간 버스를 타고 화려한 항구 도시 오사카와 일본 전통의 색채를 그대로 간직한 옛 수도 교토로 향했다. 가난한지만 행복한 테마 여행 이 책 『카페 오사카 교토』는 『카페 도쿄』의 저자 임윤정이 일년 간의 도쿄 생활을 마무리하며 떠났던 카페 기행 이야기다. 찰랑이는 주머니 사정 탓에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리고 또 두드려 간신히 떠났던 여행이지만, 유명한 관광지는 뒷전이었다. 메트로폴리스의 이미지로 가득했던 도쿄와는 달리, 거칠지만 정이 넘치는 오사카와 오래된 나무 냄새가 향기로운 교토는 특유의 전통과 매력을 간직하고 있었다. 전작 『카페 도쿄』가 그랬듯, 단순히 눈으로 훑어 취재한 정보가 아닌 저자의 경험과 추억으로 무장한 『카페 오사카 교토』. 책 속에는 마음에 드는 카페에 몇 번씩 찾아가고, 그곳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인연을 맺고, 추억을 만들며 건져 올린 따뜻한 이야기가 가득 숨쉬고 있다. 귀국을 한 달 앞둔 한겨울, 그는 도쿄 외의 다른 지역을 보고 싶어 요리조리 여행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하자 교토를 좋아하는 친구 밋짱이 기다렸다는 듯 교토에 함께 가자고 말해왔고, 단골 카페 모이의 마스터 이와마 상은 교토에 가기 전 오사카에 들러 혼자 카페 여행을 즐겨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했다. 그러면서 그는 도쿄의 지인들에겐 ‘만만데 스승’이라고 불리는 오사카의 마당발 만만데 상 이야기를 꺼냈다. “만만데 상에게 연락해보면 아마 좋은 곳을 추천해줄 거야.” 이렇게 갑자기 생긴 오사카 여행 일정 때문에 주머니는 더욱 가벼워졌고, 결국 그는 편안함을 포기하고 신칸센의 반값 정도인 야간 버스에 올라탔다. 밤새 달려간 버스는 아직 잠들어 있는 새벽 거리에 그를 내려주었다. 오사카에서 따뜻한 인연을 만나다 오사카는 전쟁 통에 많은 것을 잃어버려, 도쿄나 교토처럼 오랜 전통을 가진 가게가 거의 없다. 카페 붐이 일기 시작한 것은 고작 10년 전이라, 오사카 카페에는 맛의 기준도 평균도 없어 커피 맛도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그만큼 개성 넘치는 가게들로 가득한 곳이 바로 오사카. 작은 골목 곳곳에는 성과 신사이바시 쇼핑타운으로 대표되는 오사카의 이미지와 전혀 다른 모습들이 꼭꼭 숨어 있었다. 만만데 상이 오사카에서 가보라며 추천해준 곳은 ‘로카리테’라는 이름의 카페였다. 시골 초등학교처럼 생긴 로카리테 문을 열고 들어서자, 부부로 보이는 두 사람이 그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시간조차도 천천히 흐르는 작은 카페를 만들고 싶었다는 로카리테 부부와의 만남으로, 예상치 못했던 즐거움을 선물 받았다. 두 부부의 안내로 로카리테와 개업일이 같은 카페 모쿠기린에 들러 기막히게 맛있는 빵을 맛봤고, 다이닝 카페 밀리바에선 오사카 카페 역사의 산증인이라는 우치베 상을 만나 지난 10년 간의 이야기를 들었다. 알고 보니 로카리테가 둥지를 틀고 있는 토리카고 빌딩 역시 재미있는 가게들이 모여 있기로 유명한 곳. 직접 시계를 제작해 판매하는 수공 시계점 토케이야의 카이즈 상과 친구가 되었고, 3층 오키나와 요리점의 냄새를 맡으며 금토일만 여는 헌책방 카페 쵸쵸보코를 구경하다보니 하루해가 훌쩍 저물었다. 오너가 직접 유럽 벼룩시장에서 구입해온 앤티크 잡화들로 발 디딜 틈 없는 귀여운 갤러리 카페 샤무아, 오사카의 홍차 박물관 무지카, 층마다 테마를 달리해 갤러리와 가구 및 잡화를 판매하는 쇼룸 그리고 카페와 사무실이 들어찬 5층짜리 그라프 건물까지… 그곳 사람들의 안내가 아니었더라면 결코 만날 수 없었을 흥미진진한 공간 안에서 ‘히토리타비(一人旅: 혼자하는 여행)’의 추억이 영글어갔다. 수백 년의 역사를 간직한 도시 교토에서 나눈 우정 오사카에서 540엔짜리 JR 열차 티켓만 끊으면 금세 갈 수 있는 옛 수도 교토는 아무리 여러 번 보아도 질리지 않는 다채로운 미색을 지녔다. 시공을 초월해 옛 일본 거리를 그대로 보존한 기온과 시조 상점가의 거리를 종종걸음으로 스쳐가는 마이코 상, 야사카진자 뒤편의 인력거 인부들, 아름드리 벚나무가 인상적인 공원과 유서 깊은 건물로부터 고색창연한 정취를 만끽했다. 교토 안내를 자청하고 나선 친구 밋짱을 따라 들어선 곳은 도시 본연의 색을 진하게 간직한 카페들이었다. 직접 키운 유기농 야채로 음식을 만드는 묘한 찻집 로카와 영화 속 ‘카모메 식당’을 떠올리게 하는 카페 츠바메, 좀처럼 맛이 입안에서 지워지지 않는 진한 커피의 갤러리 카페 미즈카. 60년 전통의 이노다 커피는 특이하게도, 턱이 시릴 정도로 신 커피에 크림과 설탕을 전부 넣어 서비스한다. 교토의 아침이 시작되는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이곳엔, 이른 시각부터 주민들의 자전거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 있었다. 오래된 도시 교토에선 이노다 커피를 비롯, 수십 년씩 이어오고 있는 카페들이 손짓을 보냈다. 모이 이와마 상의 부탁으로 ‘인도’라는 원두를 사기 위해 들렀던 로쿠요샤에선 70년대에 유명한 싱어송라이터였다는 오너 오사무 상을 만나 인생 이야기를 들었고, 76년의 역사를 가진 스마트 커피에선 팬케이크를 먹다가 우연히 옆에 앉은 노부인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일본차를 저렴하게 마실 수 있는 이뽀도 찻집과 사람 냄새 풀풀 날리는 니시키 시장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명소. 집으로 돌아가는 순간까지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는 오래된 길과 찻집들, 작은 도랑의 돌다리와 산책로는 그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다. 두 번의 여행으로 찾아낸 간사이 카페의 매력 이 책 『카페 오사카 교토』에는 2006년 겨울과 2008년 봄에 다시 떠났던 여행 이야기가 담겨 있다. 빠듯한 예산이었지만, 계산기를 두드리고 또 두드려가며 저자는 골목골목에 숨겨진 카페들을 열심히 찾아다녔다. 저자가 일년 간 정주했던 도쿄와 달리 오사카와 교토는 철저히 여행자로서 바라보고 경험할 수 있었기에,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려는 독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훨씬 알차게 담아냈다. 경비를 아끼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유명한 관광지보단 자신이 보고 싶고 즐기고 싶은 곳에서 시간을 보내려는 저자의 모습은 요즘의 젊은 여행자들과 그대로 겹쳐진다. 저자는 ‘좋아하는 곳은 몇 번이고 찾아간다. 이야기를 하고, 이야기를 듣고, 누군가를 만난다.’는 자신만의 모토를 『카페 오사카 교토』에 그대로 실현시켰다. 책 속에서는 일년의 간격을 두고 만났던 사람들과의 묘한 인연과 도쿄와는 사뭇 다른 간사이 카페만의 비밀이 온전히 펼쳐지고,『카페 도쿄』에 등장했던 익숙한 친구들과 단골 카페의 뒷이야기는 전편의 독자들에게 반가운 웃음을 선사한다. 여행을 떠날 예정이든 아니든, 이 책은 읽는 이에게 여행의 소박한 판타지와 설렘을 듬뿍 안겨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