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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를 가다
사라지는 발자취를 찾아 떠나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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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작가의 말

겨울 여행
대구에서 심양으로
심양에서 연길로
편안한 내의

연길에서
연변조선족자치주 수도 연길
주덕해와 연길감옥

룡정에 가다
만주 땅 너른 들에 벼가 자란다
룡정의 노래
윤동주의 묘지를 찾아서
소포로 도착한 독립선언서
15만 원을 탈취하다
선바위 돌아 명동촌
예술 책?
일송정 가는 길에 만난 강경애
아르바이트 소녀
서전서숙과 룡정의 학교들

도문을 가다
비자가 나오지 않는 나라
앵벌이
눈물 젖은 두만강
오공촌 진금예 할머니
시장 엿보기
홍범도와 봉오동
아름다운 길
김학철의 ‘나의 길’

청산리를 가다
청산리 가는 길에
눈 덮인 청산리
젊은 병사
생수는 얼어 팔 수 없습네다
辛라면을 먹으며

세 나라 국경, 방천을 가다
떼가 맺어준 인연
낯익은 거리
동관촌 판자촌
아뿔싸!
세 나라 국경
운수 좋은 날

량수에서
량수탄광
마음 속 앨범

백두산을 가다
백두와 장백 사이에서
연길을 떠나며

하얼빈에서
어둠의 자식
하얼빈에는 도마가 산다
마루타, 제731부대
길을 물었다, 또 물었다
하얼빈에서 만난 이효석

만주리에서
스텐카 라진과 똥
만주리 박재선 씨
러시아 가는 길
몽골 가는 길

목단강에서
열차도박단
목단강에서 만난 이미자와 등영초
산조, 찬이슬 잔디 우에 쓰러져 울다
광활한 만주 벌판
누가 백야를 쏘았나

장춘에 가다
길림성의 성도 장춘
장춘에서 만난 노먼 베쑨
마지막 황제 부위

집안에서
두만강에서 압록강으로
장군총에서 환도산성까지
조선족소학교

단동에 가다
가도 가도 끝없는 옥수수밭
변경 도시
압록강을 거닐었다
단동은 짬뽕이다

심양에서
서탑거리와 국밥집
조선의 11 · 17과 만주의 9 · 18
겨울 고궁을 거닐며

저자 소개 1

시인, 르포작가. 전남 무안에서 태어나 1985년 문학무크 『民意』에 시 「남악리」 등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그때 나는 학교에 있었다』, 『즐거운 세탁』, 『팽이는 서고 싶다』, 『해 뜨는 검은 땅』, 『조카의 하늘』 르포집 『그래도, 살아갑니다』, 『두만강 중학교』, 『해외에 계신 동포 여러분』, 『나는 대학에 가지 않았다』, 『내 마음이 편해질 때까지』, 『만주의 아이들』, 『보이지 않는 사람들』, 『아파서 우는 게 아닙니다』, 『사라져 가는 수공업자, 우리 시대의 장인들』 평전 『고 마태오』, 『김경숙』 시론집 『오늘, 오래된 시집을 읽다』 서간집
시인, 르포작가.

전남 무안에서 태어나 1985년 문학무크 『民意』에 시 「남악리」 등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그때 나는 학교에 있었다』, 『즐거운 세탁』, 『팽이는 서고 싶다』, 『해 뜨는 검은 땅』, 『조카의 하늘』 르포집 『그래도, 살아갑니다』, 『두만강 중학교』, 『해외에 계신 동포 여러분』, 『나는 대학에 가지 않았다』, 『내 마음이 편해질 때까지』, 『만주의 아이들』, 『보이지 않는 사람들』, 『아파서 우는 게 아닙니다』, 『사라져 가는 수공업자, 우리 시대의 장인들』 평전 『고 마태오』, 『김경숙』 시론집 『오늘, 오래된 시집을 읽다』 서간집 『국경 마을, 삼차구에서 보내온 이야기』, 『영희가 서로에게』 여행 에세이 『박영희의 항일역사기행 만주 6000km』, 『안중근과 걷다』, 『하얼빈 할빈 하르빈』, 『만주를 가다』 청소년 소설 『운동장이 없는 학교』, 『대통령이 죽었다』 공저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민중을 기록하라』, 『길에서 만난 세상』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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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07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450g | 153*224*20mm
ISBN13
9788990492609

책 속으로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지나온 흔적(역사라고 하자) 중에서 끌리는 구석은 식민지였다. 나중에, 석양이 아름다운 나가사키에서 발견한 사실이지만 식민지 속에는 내 그림자가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누군가에 의해 버림받고 짓밟힌 내 흔적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나의 이국 여행은 새로운 세계를 보고자함보다는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을 먼저 떠나고 싶은, 지나온 시간들을 더듬는 일이 그만큼 끔찍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 많은 역사의 페이지 속에서 동변상련처럼 식민지에 발목이 잡혀 있었겠는가.

나에게 여행은 그런 것이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어제를 점검하는 일이었다. 내가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나에게 나를 묻는 일이었고, 떠나왔던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부려할 짐이 있었다. 돌이켜 보건대 나는 그런 이유 때문에 집을 떠났고, 이번에는 만주를 쏘다녔다. 광활한 만주 벌판이 보기에 좋았던 것일까. 2007년 여름에는 딸과 함께 연길, 룡정, 도문, 청산리, 훈춘, 백두산 등 연변조선족자치주를 다녀오기도 했다. 다른 나라보다도 먼저 만주를 보여주고 싶었다.

만주 여행은 대구를 출발해서 심양―연길―룡정―도문―화룡―훈춘―량수―하얼빈―만주리―목단강―장춘―집안―단동을 거쳐 심양으로 돌아오는 여정이었다. 차를 탄 시간만도 100시간에 가까웠고, 하루 평균 20km를 걸었다. 조금 춥긴 했지만 만주가 준 교훈도 컸다. 자신을 향한 채찍을 소중히 간직하고 사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나는 입보다는 손으로 말하고 손으로 소통하는 글쟁이다. 그 손을 빌려, 그동안 싸돌아다니며 들은 만주의 이야기와 그 풍경들을 내놓는다.
---「작가의 말」에서

중국과 이북을 잇는 두만강 다리는 서로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리의 반은 눈이 없는데 그 너머 반은 눈발자국이 선명했다. 국제연합(UN)에 가입하고도 정작 제 민족에게는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지난번 애국가를 부를 수 없다는 이유로 남아공 월드컵 예선전을 제3국에서 치르자며 초등생 수준의 해프닝을 연출했던…….
울적한 풍경을 카메라에 담은 뒤 전망대에서 내려와 중국 군인과 다리 한가운데로 가 보았다. 하루 평균 100여 명의 이북민들이 건너온다는 도문대교 중간에 다다르자 붉은 선 두 개가 누워 있고, 두 선 사이에 떡하니 변계선(邊界線)이 들어앉아 있었다. 싱거운 국경이다. 녹슨 철조망만 인식하고 살아온 분단국가의 이방인한테는 사뭇 부러운 국경이기도하다. 한 걸음만 더 내디디면 북녘인 것이다.
--- 「도문을 가다」 중에서

나는 잠시 강원도 영월군 마차리를 떠올렸다. 조선인을 징용으로 끌고 가서는 큐슈와 나가사키 막장에, 중국인을 조선으로 끌고 가서는 영월군 마차리 막장에 내던져 버린 것이다. 죽고 사는 건 그들의 몫이었다.
“잘 들어라. 노동은 몸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노동이 힘들수록 정신이 살아 있어야 한다.”
시급한 건 끼니였다. 하루 세 끼 중 한 끼는 건너뛸 수밖에 없었고, 나머지 두 끼 역시 옥수수로 연명해야 했다. 그때 착안해 낸 것이 있었다. 옥수수는 씹어서 삼키지만 않으면 변을 볼 때 다시 알갱이로 나온다는 것이다. 징용으로 끌려간 조선인 광부들은 그렇듯 변으로 나온 옥수수를 다시 물에 헹궈 삼키는 일을 해방이 되도록 반복해야 했다.
--- 「량수에서」 중에서

부끄럽게도 도마의 유언을 지켜지지 못했다. 그의 유해는 현재까지도 행방불명 상태다. 비단 도마만이 아니다. 집안일은 염려 말고 남자답게 싸우라며 아들을 격려했던 도마의 어머니 조마리아 유해 역시 아직 찾지 못했다. 범(조마리아)이 범(도마)을 낳았다는 그 둘의 영혼은 지금 어느 산천을 떠돌고 있는 것일까? 단언컨대 두 범의 유해는 영영 찾지 못할 것이다. …… 연못 주변에 세워진 비를 하나 발견했다. … ‘연지’라면 벼루 앞쪽에 오목하게 팬 부분을 말하는데, 그렇다면 못은 못인데 청초당과는 반대로 검은 못? 도마는 그곳에 잠들어 있는지도 모른다.
--- 「하얼빈에서」 중에서

목단강 시가지를 벗어나자 또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그동안 봐온 것들이 단편을 모은 소설집이었다면 눈앞에 펼쳐진 풍광은 대하소설의 첫 장을 넘기는, 바로 그 설렘이었다. 해가 떠오를 무렵 나는 〈광야에서〉를 목 놓아 불렀다.
…… 만주를 배경으로 한 노래들을 부르며 또 얼마를 걸었을까. 네 발 달린 짐승들의 거침없는 질주는 경마장을 비웃는 듯했다. 마른풀을 뜯던 중 한 녀석이 뛰기 시작하면 다른 녀석들도 덩달아 질주를 하였는데, 이는 겨울에만 볼 수 있는 만주의 진풍경이기도 하다. 아, 장애물 하나 없는 벌판을 미친 듯이 내달리는 저 황홀한 장면을 어디에서 또 본단 말이냐! 나는 지금껏 저토록 거대한 자막과 생생한 돌비시스템을 본 적이 없다.

--- 「목단강에서」 중에서

출판사 리뷰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만주 이야기

만주는 우리의 역사를 돌아볼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아직도 온전히 되찾지 못한 우리 역사의 흔적을 간직한 곳이기도 하고, 그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사람들이 오늘날까지 터를 잡아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우연한 기회로 발걸음을 시작한 곳이지만 박영희 시인에게 만주가 주는 의미는 가볍지 않다. 식민지의 역사 속에서 자신의 그림자를 발견했다는 저자는, “자신을 향한 채찍을 소중히 간직하고 사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는 교훈을 만주에서 얻을 수 있었다.

『만주를 가다』는 광활한 만주에서 조용하지만 숨 가쁘게 진행됐던 대한 독립의 역사적 사건들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내용이 무거운 것만은 아니다.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잡는 과정의 에피소드들이 적절한 유머와 함께 양념의 역할을 하고 있다. 량수탄광에서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는 엄포에 탈의실에 숨어들어 몰래 사진을 찍고, 량수에서 연길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거스름돈을 주지 않으려는 안내양과 실랑이를 하기도 한다. 만주리행 기차에서 만난 러시아 청년과 러시아 민요로 멋진 앙상블을 이루거나 목단강에서 만난 할머니와 커피와 웃음을 나누던 이야기들이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따뜻하게 펼쳐진다.

또, 이 만주 여행기는 저자가 자신의 딸에게 보내는 편지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만주의 춥고 광활한 풍경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고통의 역사를 온몸으로 가로지른 사람들의 발자취를 반추하는 것도 결국은 사랑하는 딸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인 셈이다. 그러나 저자가 이 춥고 광활한 여행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은 저자의 딸을 넘어 이 땅의 모든 딸들, 길을 찾고 길을 만들고자 하는 이들에게 우리의 역사와 삶을 들려주기 위함이다.

사라지는 역사의 흔적들, 그러나 지금의 이야기

저자 박영희는 만주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심양에서 연길, 룡정, 도문, 화룡, 훈춘, 량수, 하얼빈, 만주리, 목단강, 장춘, 집안, 단동을 거치는 여행길에 오른다.

룡정에서는 반일운동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3ㆍ13만세운동’과 그 뒤를 이어 독립운동 자금마련을 위해 일으킨 ‘15만 원 탈취사건’ 등의 역사를 엿볼 수 있다. 도문은 두만강 너머 북한 땅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작가가 본 국경은 우리의 ‘녹슨 철조망’을 떠오르게 한다. 또한 도문은 봉오동전투 기념비가 세워져 있는 곳이다. 저 유명한 청산리대첩이 벌어졌던 화룡에서는 훼손된 기념비로 인해 마음이 쓰리기도 하고, 눈 덮인 청산리는 추위로 인해 며칠 동안 광야를 헤매다 온 듯한 기분을 맛보게 해준다.

만주의 모든 길과 통한다는 백두산. 중국 땅을 통해 오르고 싶지 않았고, 이름마저 장백일지 백두일지 망설이게 하는 이 산에서 작가는 비경에 취하기보다 갑갑함을 느낀다. 하얼빈 하면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 도마 안중근. 하얼빈 역에는 아직도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던 흔적이 남아 있다. 안중근의 발자취를 따르는 작가의 시선은 자연스레 독자까지 역사의 사건 속으로 인도한다.

목단강에서 작가가 소개해주는 사람은 백야 김좌진 장군의 딸, 김산조이다. 그와 비슷한 연배에, 그와 같은 목단강에서 살아온 할머니의 입으로 듣는 김산조의 이야기는 역사는 현재형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준다. 또한 ‘남의 땅’이라는 이유로, 독립이라는 역사적 책임을 짊어졌던 독립운동가들의 활동에 대한 연구와 그 흔적들을 소홀히 하는 지금의 모습이 부끄러워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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