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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뿐만 아니었다. 환자의 보호자의 눈으로 바라본 대학병원은 정말 불편하고도 불합리한 곳이었다. 그리고 의사들은 너무 바빴고 너무 불친절했다. 상준은 설명을 제대로 해 주지 않는 의사들에게 실망했고, 알았다고만 할 뿐 아무 것도 해결해 주지 않는 간호사들에게 화가 났고, 거들먹거리는 태도로 이래라 저래라 하며 환자를 죄인 취급하는 방사선 기사에게 분노했다. 모두가 그런 것은 물론 아니었지만, 그리고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지만, 환자의 가족으로서 경험한 병원은 그렇게 각박한 곳이었던 것이다.
“그때는 정말 열 많이 받았었지.” 상준이 말했다. “그렇게 욕하던 모습 그대로 닮아가는 거 같지 않아?”내가 물었다. “닮아가지는 않아. 이해는 하게 됐지만.” 상준이 대답했다. 나는 내가 그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고 생각해 왔다. 다른 동료들도 다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상준은 그렇지 않다고 자신있게 대답하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조금 놀랐다. --- p.232 혜수의 전공은 내과 중에서도 감염내과였다. 감염내과 의사는 모든 것을 아--- p.我)와 비아--- p.非我)의 투쟁으로 보는 걸까? “옛말에도 있잖아요.근묵자흑--- p.近墨者黑) 근주자적--- p.近朱者赤).” 혜수가 정말 말하고 싶은 것은 내가 변했다거나 모든 사람이 변한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변했다는 것인지도 몰랐다. 지금의 혜수는 누구의 영향을 받아서 어떻게 변해온 결과일까. 지금의 나는? 혜수와 나도 지금 서로를 감염시키고 있는 중일까? “듣고 보니 그럴듯한걸. 인간의 본질은 감염이다. 논문 하나 쓰지 그래?” “문화라는 게 다 그런 거 아냐? 다른 사람들이 먹는 걸 함께 먹고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과 비슷하게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이 떠들면 같이 떠들고….” “하긴, 하품도 전염되고 비만도 전염된다고 하니까.” “감염시키는 인간. 호모 인펙티쿠스--- p.Homo Infecticus)” “그런 말이 진짜 있어?” “그럼, 얼마나 유명한 말인데.” --- p.285 하윤의 말이 옳았다. 결코 막을 수 없는 사고도 있지만, 하윤의 말대로 막을 수 없지만 막을 수 있었던 사고도 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의사들은 안다. 다른 의사는 몰라도 담당의사 본인은 안다. “네 말이 맞아. 하지만 법적인 책임 여부와 무관하게 의사는 환자에 대해 무한책임을 지지. 환자는 죽어서 의사 마음에 무덤을 남긴다는 말도 있잖아.” “그건 선생님같이 훌륭한 의사가 그런 것 아닌가요?” 하윤이 미소를 머금고 이렇게 말했다. “나처럼 평범한 의사들은 다 그래. 간혹 안 그런 사람이 있는 거지,” 내 마음 속 곳곳에 솟아 있는 무덤들이 생각났다. 나는 아직 한번도 의료분쟁을 겪지 않았지만, 후회가 남아 지워지지 않는 환자들이 몇 있다. --- p.294 갑자기 나는 내 앞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었을, 그리고 그 두려움에 대한 나의 무심함에 더욱 두려워했을 수많은 환자들이 떠올랐다. 의사가 처음 되었을 때, 환자의 질병만 고쳐 주는 의사가 아니라 환자의 마음까지 어루만져 주는 의사가 되리라 다짐했었는데, 의사 노릇을 10년 넘게 하면서 공장에서 물건을 조립하듯 그저 기계적으로 진료를 하는 의공--- p.醫工)으로 변해 버린 것은 아닌가 싶었다. --- p.1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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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드라마 “종합병원2” 원작소설 출간!
의사가 쓴 장편 『종합병원 2.0 : 호모 인펙티쿠스』 대한민국 의사의 삶이 가장 생생하게 그려진 소설 대학병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한 외과의사의 成長記 외과의사를 주인공으로 하는 ‘특이한’ 장편소설이 한 편 출간됐다. 외과의사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이나 논픽션은 국내외에서 이미 여러 차례 출간됐지만, 이번에 출간된 『종합병원 2.0 : 호모 인펙티쿠스』는 여러 가지 특색이 있다. 첫째, 이 소설은 우리나라 외과의사의 실제 생활과 고충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단순히 환자나 의사의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의 의료현실과 의료문화가 녹아 있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둘째, 이 소설은 11월에 방영될 드라마 『종합병원2』의 원작 소설이며, 14년 전 드라마 『종합병원』의 원작이었던 에세이 『종합병원 청년의사들』의 대표 필자 중 한 사람인 의사가 집필했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셋째, 이 소설은 일종의 성장소설로, 주인공 외과의사가 레지던트 1년차이던 시절(12년 전의 과거)과 대학병원 교수가 된 현재를 오가면서, 청년의사가 중년의사로 변해 가는 모습과 그 과정을 그리고 있다. 소설의 제목에 붙어 있는 ‘2.0’은 『종합병원 청년의사들』의 속편이라는 의미, 드라마 『종합병원2』의 원작이라는 의미, 두 개의 시점이 오가면서 진행된다는 의미 등이 함축돼 있다. 또한, 부제인 ‘호모 인펙티쿠스’는 저자가 만들어 낸 말로 ‘감염시키는 인간’이라는 뜻이다. 인간은 모두가 변하기 마련인 바, 그 변화는 스스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영향을 받아서 일어난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이 소설은 결국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그에 의해 좋은 쪽으로, 혹은 나쁜 쪽으로 변해 가는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의사 출신의 저널리스트로, 현재 의료전문신문 ‘청년의사’의 편집주간으로 일하고 있는 박재영이다. 그는 1994년 드라마 『종합병원』의 의학자문을 맡았으며, 당시 드라마의 원작 에세이로 베스트셀러가 됐던 『종합병원 청년의사들』의 대표 필자 중 한 사람이다. 한국의 의사들 중 가장 ‘필력’이 좋은 사람들 중의 하나로 꼽히며, 의료와 관련된 여러 권의 저술과 번역서가 있으며, 1999년에는 어머니와 함께 요리 에세이 『뭐먹지?!』를 출간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편, 드라마 『종합병원2』는 MBC TV를 통해 11월부터 방영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