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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 옮긴이의 말 주 |
Boris v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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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이자 희곡작가, 재즈 트럼펫 연주자, 대중음악 작사가, 문화비평가 등
다양한 장르에서 신세대 문화를 주도했던 문제적인 작가 보리스 비앙. 영국, 미국, 독일, 일본, 스페인 등 세계 각국에 번역된 하드보일드 클래식. 20세기 프랑스 누아르 소설의 고전. ▣ 20세기 프랑스 누아르 소설의 고전, 보리스 비앙의 『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 국내 첫 번역 출간 『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원제: J'IRAI CRACHER SUR VOS TOMBES)가 문학에디션 뿔에서 출간되었다. 『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는 흑인이지만 혼혈 혈통으로 인해 금발에 하얀 피부를 갖고 태어나 백인처럼 보이는 리 앤더슨이 백인들에게 부당하게 죽임을 당한 동생의 복수를 하기 위해 미국 남부의 벅스턴이라는 마을에 들어서면서 시작한다. 이 소설은 1946년 프랑스에서 버넌 설리반이라는 미국 작가가 쓴 소설을 보리스 비앙이 프랑스어로 ‘번역’한 것처럼 출간되었다. 그러나 사실 버넌 설리반은 보리스 비앙의 필명이었으며, 이 작품 역시 당연히 미국에서 출간된 적이 없었다. 결코 미국에 가본 적이 없는 백인 프랑스인이 미국을 배경으로 쓴 이 소설은 노골적인 묘사와 복수와 정의에 대한 작가적 문제의식 안에서 인종차별과 계급에 대한 편견, 소외의 문제를 부각시키며 맹렬히 공격함으로써, 그 어떤 미국 작가보다도 더 신랄하고 철저하게 소설로 형상화해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46년 출간된 이래 당시의 말로, 카뮈, 사르트르와 보부아르보다 판매를 앞지르며, 5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보리스 비앙 사후 1960년대와 1970년대에, 특히 1968년 5월의 68혁명 때 비앙의 작품들은 대중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는데, 당시의 신세대들이 그들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 영원한 젊은이와도 같은 비앙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 중요한 건 오직 한 가지, 복수를 하는 것, 그것도 가장 완전한 방법으로! 이 작품의 화자 ‘리 앤더슨’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이지만, 그의 피부는 백인으로 통할 만큼 하얗고, 머리카락마저 금발을 갖고 태어났다. 그런데 몇 년 전 그의 남동생이 백인 처녀와 사귀었다는 이유로, 백인들에게 살해당했다. 동생을 죽인 자들(백인과 백인 사회)에게 복수하기로 결심한 리는 남부 지역 깊숙이 자리 잡은 도시 벅튼으로 떠난다. 그곳에서 서점 관리인 일을 하게 된 리 앤더슨은 그 지역 토박이들, 특히 젊은 여성들과 은밀한 관계를 맺으며 자신이 계획한 복수의 희생양이 될 상대를 계속 물색해 나간다. 그러던 중, 그가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기다려온 완벽한 상대를 발견한다. 부유한 가문 출신의 자매 루 애스퀴스와 진 애스퀴스이다. 그렇다, 드디어 찾아낸 것이다. 젊은 여자들 둘이나 말이다. 이제 그 아이는 좋아서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 환호성을 내지를지도 모른다.(p.55) 순서에 따라 차근차근 해 나가야 한다. 우선은 애스퀴스 가의 딸들을 죽여야 한다. 그러고 나면 내가 그동안 어울렸던 주디라든지, 지키, 빌, 베티 등 또 다른 백인들을 죽일 수 있는 기회가 얼마든지 생겨날 것이다. 하지만 난 젊은 아이들에게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 백인들을 대표하지 않기 때문이다. 애스퀴스 가의 두 딸은 말하자면 일종의 시험 케이스다. 그러고 나면 진짜 유력 인사를 처치하는 데 성공할 수 있으리라.(pp.179~180) 이때부터 이야기는 일말의 후회나 재고(再考) 없이 행동하는 리 앤더슨에 의해 더욱 빠른 속도로 거침없이 진행된다. 불필요한 수식 없이 간결하되, 신랄하고 거칠게 행동(사건) 위주의 전개로서 거의 대부분 대화를 통해 펼쳐진다. 백인 여성들을 죽이고 말겠다는 리 앤더슨의 강박적인 결심은 언젠가 일어날지 모를 사건에 대해 시종 불안을 자아낸다. 비록 별다른 어려움 없이 백인 사회에 섞여들기는 했지만 블루스 가수들 같은 자신의 낮고 굵은 목소리가 자신이 흑인이라는 사실을 드러낼 것임을 알고 있기에, 리의 행동은 점점 신속해지고 냉혹해진다. 귀 뒤쪽으로 뜨거운 열기가 치밀어 올라왔다. 진의 몸뚱이가 생각났다. 진과 루, 두 사람 모두를 내 것으로 만든 다음 사실대로 이야기하고 둘 다 죽여 버리는 것.(pp.120~121) 아! 드디어 좋은 방법을 찾아낸 것 같다. 우선은 그들을 조용하고 으슥한 곳으로 데려가야 한다. 그리고 거기서 죽인다. 왜 내 손에 죽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려 주고 나서. 그런 다음 그들의 시체를 자동차에 실어 사고로 위장한다. 역시나 간단하면서도 훨씬 더 만족스럽다.(pp.181~182) 이렇게 상류층 가문인 애스퀴스 가의 두 자매 진과 루를 파티장에서 우연히 알게 된 리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잔혹한 복수의 저의를 숨긴 채 두 소녀들을 손아귀에 넣는 데 성공하고 그녀들이 안심한 순간, 한 명씩 끔찍한 방법으로 살해해 나간다. 이 작냇은 프랑스에서 1946년에 출간 후, 1949년에 판금되었으나 오늘날에는 영국, 미국, 독일, 일본, 스페인 등 세계 각국에 번역 소개되어 프랑스 누아르 소설의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미국 하드보일드 소설의 대가인 제임스 케인이나 레이먼드 챈들러와 종종 비견되기도 한다. 비정하고 냉혹한 살인자의 시선으로 도덕적 판단을 배제한 채 스피디하게 비극(살인, 폭력, 섹스)을 향해 내달려 가는 이 장르의 소설 특징을 그 어떤 작가보다 글로써 생생하게 살렸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폭력과 살인을 다루는 것 외에도 보리스 비앙은 주인공 리 앤더슨이 복수의 대상을 물색하기 위해 만나는 여인들과의 관계 묘사에서 구체적 단어의 사용보다 분위기를 중심으로 한 표현과 구성에 의해, 암시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듯, 시종 “라틴적이고 에로틱한 전통”에 가깝게 서술하였다. 국내에 최초로 소개되는 이 작품은 국내 독자들에게 ‘보리스 비앙’이라는 프랑스 문학계의 전설적인 인물을 단번에 소개해 줌과 동시에, 20세기 프랑스의 누아르 소설의 진면목을 일깨워 줄 것이다. ▣ 과거에도 오늘날에도 ‘나’를 짓밟는 ‘너희들’은 끈질기게 살아 숨 쉬고…… 『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는 공교롭게도 국내 독자들에게 기시감 있는 제목이다.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의 풍자성 강한 설전이 보리스 비앙의 이 작품 자체의 내용과는 사뭇 다름에도 불구하고, 제목에 내재한 시대를 초월한 시의와 짙은 조롱 섞인 뉘앙스는 오늘날 다시 한 번 유의미하리라고 본다. 『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의 주인공 리 앤더슨에게는 백인과 백인 사회가 ‘너희들’이었으며, 더 나아가 백인과 백인 사회가 흑인에게 행한 편견, 부당한 차별대우, 부조리한 계급의식 들을 두루 지칭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출신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접촉하고 살면서, 나는 우리가 마치 반사작용처럼 조금씩 몸에 익혀 가던 그 비굴한 겸손함을, 톰 형이 찢어진 입술로 동정의 말을 하게 만들었던 그 지겨운 겸손함을 버릴 수 있었고, 우리 형제들로 하여금 백인의 발소리를 들으면 몸을 숨기게 만들었던 그 공포감을 떨쳐 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만일 우리가 흰 피부만 가지고 있었더라면 백인을 능가하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pp.92~93) “물론 백인들은 훨씬 더 나은 위치에서 흑인들의 창조물을 착취하지.” “그건 맞는 얘기가 아닌 것 같은데요.” “모든 위대한 작곡가들은 다 흑인이야. 듀크 엘링턴 같은 사람을 생각해 보라고.” “무슨 말이에요. 거슈윈이나 컨 같은 작곡가는 다 백인이에요.” “그들은 다 유럽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야. 두말할 것도 없이 최고의 착취자들이지. 거슈윈의 음악에는 독창적인 소절이 하나도 없어. 온통 모사하고, 표절하고, 전재했을 뿐이지. 「랩소디 인 블루」에서 독창적인 부분이 한 소절이라도 있나 찾아보라니까.”(p.125) 1946년 버넌 설리반이라는 필명으로 이 소설을 쓴 보리스 비앙에게 ‘너희들’은 당시 프랑스 문단을 겨냥한 것일 수도 있으며, 『보바리 부인』, 『채털리 부인의 연인』, 『주홍 글자』, 『롤리타』, 『북회귀선』, 『허클베리 핀의 모험』,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등을 법정에 서게 했던 세계와 그 세계를 이루고 있는 편향된 가치관 들일 수도 있다. 사실 보리스 비앙은 자신이 쓰는 것, 그것을 쓰는 방식에 관해 극도로 진지했던 작가다. 그는 나중에 “이 작품은 문학적 견지에서 볼 때 거의 관심을 못 끌지도 모르지만, 사람들이 그것에 관해 호평을 하건 악평을 하건 간에 상관없이 그들이 그것에 관해 말한다는 그 사실 자체로써 이 책은 문학적 성공을 거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오늘날의 우리에게는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을까. 아마도 여전히 소수에게 교만하고 위선적이며 횡포한 정치ㆍ사회ㆍ문화 권력에 해당하는 ‘너희들’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