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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리고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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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나는 너를 기억한다
2. 그간의 이야기
3. 우리는 어디에 있었는가?
4. 그사이에
5. 지금
6. 저스트 스튜어트
7. 저녁 식사
8. 딱딱한 감정은 없어요
9. 즉석 카레
10. 콘돔
11. 정자새가 아니다
12. 원하기
13. 소파 다리
14. 사랑, 그리고
15. 도대체 무슨 일이?
16. 차라리 당신은?
17. 드라크마 은화 속의 남근
18. 위로
19. 질문 시간
20.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옮긴이의 말
두 남자의 아내, 그리고 10년 뒤 그들의 고백

저자 소개 2

줄리언 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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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ian Barnes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2011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영국의 대표 작가. 1946년 1월 19일 영국 중부 레스터에서 태어났다. 옥스퍼드 대학에서 현대 언어를 공부했고, 1969년부터 3년간 『옥스퍼드 영어 사전』 증보판을 편찬했다. 이후 유수의 문학잡지에서 문학 편집자로 일했고, [옵서버], [뉴 스테이트먼츠]지의 TV 평론가로도 활동했다. 1980년에 출간된 첫 장편소설 『메트로랜드』로 서머싯몸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등단해, 『나를 만나기 전 그녀는』 『플로베르의 앵무새』 『태양을 바라보며』 『10 1/2장으로 쓴 세계 역사』 『내 말 좀 들어봐』 『고슴도치』 『잉글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2011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영국의 대표 작가. 1946년 1월 19일 영국 중부 레스터에서 태어났다. 옥스퍼드 대학에서 현대 언어를 공부했고, 1969년부터 3년간 『옥스퍼드 영어 사전』 증보판을 편찬했다. 이후 유수의 문학잡지에서 문학 편집자로 일했고, [옵서버], [뉴 스테이트먼츠]지의 TV 평론가로도 활동했다.

1980년에 출간된 첫 장편소설 『메트로랜드』로 서머싯몸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등단해, 『나를 만나기 전 그녀는』 『플로베르의 앵무새』 『태양을 바라보며』 『10 1/2장으로 쓴 세계 역사』 『내 말 좀 들어봐』 『고슴도치』 『잉글랜드, 잉글랜드』 『용감한 친구들』 『사랑, 그리고』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시대의 소음』등 12권의 장편소설과 『레몬 테이블』 『크로스 채널』 『맥박』 등 3권의 소설집,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 등의 에세이를 펴냈다. 1980년대에는 댄 캐바나라는 필명으로 4권의 범죄소설을 쓰기도 했다.

1986년 『플로베르의 앵무새』로 영국 소설가로서는 유일하게 프랑스 메디치상을 수상했고, 같은 해 미국 문예 아카데미의 E. M. 포스터상, 1987년 독일 구텐베르크상, 1988년 이탈리아 그린차네 카부르상, 1992년 프랑스 페미나상 등을 받았으며, 1993년 독일의 FVS 재단의 셰익스피어상, 그리고 2004년에는 오스트리아 국가 대상 등을 수상하며 유럽 대부분의 문학상을 석권했다. 프랑스 정부로부터는 이례적으로 세 차례에 걸쳐 1988년 슈발리에 문예 훈장, 1995년 오피시에 문예 훈장, 2004년 코망되르 문예 훈장을 받았다.

줄리언 반스의 다른 상품

1941년 부여 출생으로,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인하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문과대학장과 한국현대영미시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인하대학교 명예교수이다. 지은 책으로 『프로스트의 자연시: 그 일탈의 미학』(태학사, 2004), 공저로 『영국소설의 흐름』(동인, 2004) 등이 있으며, 역·편저로 『로버트 프로스트 명시 읽기』(한국문화사, 2022), 옮긴 책으로는 줄리언 반스의 『10 1/2장으로 쓴 세계역사』, 『플로베르의 앵무새』, 『메트로랜드』, 『태양을 바라보며』, 『내 말 좀 들어봐』, 『나를 만나기 전
1941년 부여 출생으로,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인하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문과대학장과 한국현대영미시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인하대학교 명예교수이다. 지은 책으로 『프로스트의 자연시: 그 일탈의 미학』(태학사, 2004), 공저로 『영국소설의 흐름』(동인, 2004) 등이 있으며, 역·편저로 『로버트 프로스트 명시 읽기』(한국문화사, 2022), 옮긴 책으로는 줄리언 반스의 『10 1/2장으로 쓴 세계역사』, 『플로베르의 앵무새』, 『메트로랜드』, 『태양을 바라보며』, 『내 말 좀 들어봐』, 『나를 만나기 전 그녀는』, 『고슴도치』, 『레몬 테이블』, 『사랑, 그리고』, 니코스 카잔스키의 『붓다』, 그리고 소로의 『월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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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1월 20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316쪽 | 473g | 130*195*30mm
ISBN13
9788932908526

책 속으로

「이 새끼, 하나도 안 변했구나.」 올리버가 내게 말했다. 그래, 변하지 않았다. 10년 더 늙었고, 머리는 반백이고, 더 이상 안경을 안 끼고, 운동 프로그램 덕택에 6.5킬로그램 빠지고,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미국 옷을 걸쳤다. 그래, 옛 스튜어트 그대로다. 물론, 그는 내면적으로 변한 것이 없다는 뜻이었겠지만 그건 좀 성급한 생각이었을 게다.
「너도 안 변했구나.」
「얄궂은 세월의 제물은 안 되지.」 그는 대답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그는 꽤 많이 얄궂은 세월의 제물이 된 듯했다. 머리카락은 옛날과 같은 길이에 같은 검은색이었으나, 얼굴은 다소 주름졌고 리넨 양복엔 얼룩과 때가 여기저기 묻어 있었다. 10년 전에 그가 입던 옷과 놀랍게도 같아 보였다. 옛날 같으면 자유분방한 차림으로 보였겠지만, 지금은 그저 초라해 보일 뿐이었다. 신발은 검정과 흰색의 에나멜가죽 구두였다. 뚜쟁이 구두였지만 바닥이 많이 닳아 있었다. 그렇게 그는 변함없는 올리버다. 다만 전보다 좀 더 누추할 뿐이었다. 오히려 변한 것은 나였을 것이다. 아마도 그는 정확히 예전 그대로일 것이다. 다만 내가 지금 그를 어떻게 보고 있느냐의 문제였다. --- pp.71~72

나는 즉결 재판소 경찰대의 비망록이나 퓨진 스타일의 재판소 증인석이나 성경 위에 얹고 선서하는 옹이진 손이나 〈진리의 용사〉의 세계에서는 스튜어트가 아주 엄격한 의미에서 풍채가 좋은 인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어느 편이냐 하면 그의 육체적 용모는 고약한 암내를 풍기는 헬스클럽이나 실내 운동용 자전거를 연상시킨다 할 수 있다. (……) 또한 여러분도 알아차렸겠지만 나는 주관적 진리를 다룬다. 다른 종류보다 훨씬 더 사실적이고 믿을 수 있는 진리 말이다. 그리고 그 기준에 따라 스튜어트는 풍채가 좋았고 지금도 풍채가 좋으며, 앞으로도 변함없이 그럴 것이며 그의 예금 계좌 또한 풍채가 좋다고 믿는다. 그가 현재 열람용으로 내놓은 얇은 껍데기를 보고 오판하지 마라. --- p.80

나는 섹스를 좋아하고 올리버 역시 그래. 그리고 나는 올리버와의 섹스를 여전히 좋아하고. 그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아. 오르가슴은 문제가 아니야. 우리 둘 모두가 오르가슴에 도달하는 최고의 방법을 알고 있어. 바로 그 점이 문제의 거의 전부라고 말할 수 있어. 문제가 있다면 말이지만. 내 말은 우리는 거의 항상 똑같은 방법, 똑같은 정도의 시간과 똑같은 길이의 전희(흉측스런 단어야), 똑같은 체위나 체위들로 사랑한다는 뜻이야. 그것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에, 경험에 의해 그것이 우리에게 가장 좋다고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거지. 그래서 그것은 하나의 독재나 의무 혹은 그와 비슷한 어떤 것이 되어 버렸어. 어느 경우건 여기서 빠져나올 수 없어. 부부간의 섹스엔 규칙이 있는데, 몇 년이 지나면 전에 해보지 않은 방법은 아무것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거야. --- p.84

내가 사태를 회피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한다면 그렇다고 말할 수밖에 없겠지. 그러나 적어도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어. 어쨌든, 얼마 뒤에는 당신도 그런 식으로 살게 될 거라고. 모두가 그렇게 사는 게 아닐까? 몇 가지는 회피하라. 몇 가지는 무시하라. 어떤 문제는 멀리하라. 그것이 정상적이고 성숙한 삶의 방식이다. 바쁜 경우라면, 즉 직업이 있고 자녀가 있는 경우라면 그것이 유일한 삶의 방법이야. 만약 당신이 젊다면, 또는 직업이 없다면, 또는 부자라면, 만약 당신이 시간이나 돈이 있다면, 또는 둘 다 있다면 당신은 모든 일에 뭐랄까, 당당히 맞서고 당신의 모든 관계를 검토하고, 당신이 정확히 무엇을 왜 하고 있는지 질문해 볼 수 있지.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계속 살아갈 뿐이라고. --- pp.151~152

무엇보다도 우리는 항상 사랑할 사람들을 발견할 것이고, 그들을 사랑하게 되리라고 생각한다. 항상 대기하고 있는 사랑이나 사랑하는 능력을 기대하는 것이다. 그것도 시동을 걸어 놓은 채 항상 대기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올리버의 이론이 멋지지 않은가? 그러나 나는 사랑과 삶이 그와 같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신은 스스로로 하여금 어떤 사람을 사랑하게 할 수 없다. 그리고 내 경험에 따르면 스스로로 하여금 어떤 사람에 대한 사랑을 멈추게 할 수도 없다. 만약 당신이 사랑의 문제에 있어서 사람들을 나누고자 한다면, 나는 이렇게 나눌 것을 제안하고 싶다. 어떤 사람들은 몇 사람을 차례로나 겹치기로 사랑할 만큼 운이 좋거나, 운이 나쁘다. 반면에 어떤 사람들은 평생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을 만큼 운이 좋거나, 운이 나쁘다. 이런 사람들은 한번 사랑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도 그 사랑이 사라지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사랑을 단 한 번 할 수 있다. 나는 내가 그놷 사람의 하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 pp.199~200

사랑과 결혼. 앵글로색슨인들은 사랑을 위해 결혼한다고 항상 믿어 온 반면에, 프랑스인들은 자녀를 위하거나 가족을 위하거나 사회적 지위를 위하거나 사업을 위해서 결혼한다고 믿지요. 아니, 잠깐, 나는 영국의 한 전문가가 쓴 것을 그저 되풀이하고 있는 거예요. (……) 그녀는 앵글로색슨인의 결혼은 사랑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사랑이란 무정부적이고 열정은 죽게 마련이므로 이는 불합리한 짓이며, 따라서 사랑은 결혼의 건전한 기초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반면에 우리 프랑스인들은 영국인들과 달리 사랑을 결혼이란 틀 안에 묶어 둘 수 없다는 필연적 사실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가족과 재산이라는 현명하고 합리적인 이유를 위해 결혼한다고 그녀는 말했어요. 그러므로 프랑스인들은 사랑은 결혼의 틀 밖에서만 존재한다고 확신한다는 것이죠. 물론 이런 결혼 역시 완전하지 않고, 사실 어떤 면에서는 똑같이 불합리합니다.

--- pp.204~205

줄거리

스튜어트와 올리버는 가장 친한 친구였고, 스튜어트와 질리언은 부부였다. 그러나 10여 년 전, 스튜어트는 가장 친한 친구 올리버에게 아내 질리언을 뺏기고 만다. 질리언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한 스튜어트는 두 사람이 살고 있는 프랑스의 작은 마을까지 찾아가고, 이를 눈치챈 질리언은 스튜어트의 마음을 가볍게 해주기 위해 연극을 꾸민다. 바로 올리버와 한바탕 싸움을 벌이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 길거리에서 올리버에게 맞아 피투성이가 된 질리언을 보고 복잡한 심경으로 떠났던 스튜어트는 미국에서 사업가로 성공하여 10년 만에 돌아온다. 반면 영화 각본을 쓰고 있는 올리버는 지난 세월 아무런 발전도 성취도 이루지 못한 채 질리언에게 가계를 의존하며 런던의 변두리에서 궁색하게 살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 스튜어트는 자기 소유의 더 넓고 깨끗하고, 좋은 지역에 있는 집으로 이사할 것을 제안한다. 바로 자신과 질리언이 신혼살림을 차렸던 집 말이다. 질리언은 이 제안의 숨은 의도에 의구심을 품지만 옛 〈친구〉의 원조를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남편 올리버에 못 이기는 척 결국 그 집으로 이사를 간다. 이후 스튜어트는 그 집을 들락거리며 질리언의 환심을 사고, 그럴수록 올리버와의 갈등이 커져 간다. 마침내 스튜어트는 10년 전 질리언에게 손찌검을 한 올리버를 비난하고, 그 사건이 모두 질리언의 계획이었음을 알게 된 올리버는 우울증에 빠져 드는데…….

관련 자료

영국 아마존(www.amazon.co.uk)과의 인터뷰

『플로베르의 앵무새』와 『메트로랜드』를 비롯해서, 9권의 소설을 쓴 줄리언 반스는 현재 영어로 글을 쓰는 가장 뛰어난 소설가 중 한 사람이다. 그의 최근작 『사랑, 그리고』에서 반스는 그의 이전 소설인 『내 말 좀 들어봐』에 등장하는 생동감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로 되돌아간다. 스튜어트, 올리버, 그리고 질리언은 이전 소설 이후 거의 10년의 세월을 보냈다. 작가 줄리언 반스는 이 세 인물의 관계에 대한 자신의 지속적인 흥미와 『사랑, 그리고』의 어두운 비전에 대하여 제리 브로튼에게 말한다.

아마존: 『사랑, 그리고』는 선생님의 이전 소설 『내 말 좀 들어봐』의 속편과 다름없습니다. 사실상의 속편을 쓰시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반스: 오랫동안 계획한 것은 결코 아닙니다. 책을 끝낼 때면 나는 대개 《됐어, 이제 끝났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내 말 좀 들어봐』는 좀 달랐어요. 결론에 다다랐는데도, 인물들의 삶에서 일어날 일들이 아직도 많은 것 같았죠. 종결이 되고 나서 나는 사람들이 발생한 일에 대하여 아주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것이 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고, 또한 내가 사용한 형식, 즉 인물들이 독자에게 말하도록 하는 형식이 아주 매혹적이며, 내가 활용할 수 있었던 것 이상으로 훨씬 더 많은 가능성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아마존: 『내 말 좀 들어봐』를 끝내고 『사랑, 그리고』를 시작하는 사이에 인물들에 대한 선생님의 태도는 어떻게 바뀌었나요?

반스: 어떤 면에서 작가는 작중 인물에 대한 의견이 없습니다. 인물을 창조하려면 작가는 완전히 인물의 편에 서야 합니다. 작가가 곧 인물이지요. 나는 한편에 물러서서 판단을 하고 있을 수는 없어요. 나는 독자로서는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내 소설엔 그러한 관점이 들어가 있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나는 〈오, 『내 말 좀 들어봐』에서 스튜어트를 그릇 판단했으니, 이 소설에서는 그의 정신적 면모를 좀 더 잘 그려 줘야겠어〉란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난 그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만 생각했습니다. 스튜어트가 그가 겪은 일에서 치명적인 상처를 입거나, 아니면 이를 극복하는 생존자가 되거나, 아니면 십중팔구 가장 위험한 경우랄 수 있는 상처 입은 생존자 중 어느 쪽이든 될 것 같았습니다.

아마존: 『내 말 좀 들어봐』의 제사는 러시아 속담, 〈사람들은 증인처럼 거짓말한다〉입니다. 이 제사는 『사랑, 그리고』에도 유효합니까?

반스: 그렇습니다. 그 구절이 두 작품을 다 아우르기 때문에 『사랑, 그리고』에 새로운 제사가 없는 겁니다. 나는 쇼스타코비치의 회고록 『증언』에서 그 구절을 보았습니다. 말에 치어 죽은 주정뱅이를 목격한 사람 다섯을 부르면 그들은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할 것이라는 옛말이 있습니다.

아마존: 서로 다른 인물들이 독자에게 직접 말하고, 때로는 다른 인물들에 대한 독자의 반응을 예단하기도 합니다. 선생님은 왜 이런 기법을 사용했으며, 그리고 이런 기법이 독자들로 하여금 어떤 게임에 참여하도록 하나요?
반스: 이 소설에는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라는 식으로 말하는 3인칭 화자가 없습니다. 이런 형식에서는 만약 누군가가 〈비가 내리고 있었다〉고 말한다면, 또 다른 누군가는 〈아니, 비가 내리고 있지 않았다〉고 말할 것입니다. 사실 이런 것이 실제의 삶과 더 가깝기 때문에 나는 이런 형식이 마음에 듭니다. 친구들이 경험하는 어떤 정서적 갈등을 생각해 보면, 그들은 각자 자기에게 일어난 일에 대하여 서로 아주 다른 이야기를 할 것이고, 모두 나름대로 진실을 말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이런 접근법은 인물들과 그 밖의 크고 작은 일에 대해서 독자에게 많은 재량권을 주는 셈입니다. 물론 내가 여전히 무대 뒤에서 어느 정도 연출을 합니다만, 이런 식의 글쓰기는 독자와 인물 간의 상호작용의 범위가 훨씬 자유롭다는 겁니다.

아마존: 이 형식은 아주 극적입니다. 극작품에서와 같은 삼각관계의 절제와 긴장을 구상할 수 있으니까 말이죠. 소설 형식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느끼나요?

반스: 그래요, 나는 형식에 관심이 있는 작가입니다. 많은 영국 작가들이 형식을 사용하는 문제에 있어서 상당히 보수적입니다. 나는 『내 말 좀 들어봐』에서 이 형식을 탐구하기 시작한 것뿐이라고 생각했고, 『사랑, 그리고』에서 이 형식을 더 밀고나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예컨대 이번 소설에는 독자에게 주는 대답들, 독자가 던진 질문을 독자가 해결해야 하는 질문들로 구성된 장(章)이 있습니다. 이건 좀 새로운 형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존: 소설은 〈최상의 허구〉라는 올리버의 주장과 〈논픽션〉을 옹호하는 스튜어트 간의 차이가 두 인물에 대한 독자의 견해 수립? 얼마나 중요한가요?

반스: 그런 논쟁은 분명 독자를 끌어들이는 논쟁입니다. 스튜어트는 자기를 논픽션 인간으로 소개합니다. 그는 인생에 대한 사실들을 학습했으니 내적으로 다룰 수 있는 것도 그것뿐입니다. 그러나 올리버는 인생의 사실들은 홍역에 걸린 것 같으니, 인생은 일탈의 허구를 통해서만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 자신은 그 두 입장의 중간으로, 픽션은 궁극적 허구가 아니고, 궁극적 진실이라는 거죠. 픽션의 아름답고 숭고한 거짓말은 입증 가능한 어느 사실의 집합보다도 인생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알려 줍니다. 스튜어트 역시 사실을 믿고 사실을 모아 가는 믿을 만한 사람으로 보이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그는 점점 믿을 수 없고, 그의 동기 또한 자신이 인정하는 것보다 훨씬 더 솔직하지 못한 사람인 게 드러납니다.

아마존: 『내 말 좀 들어봐』와『사랑, 그리고』는 둘 다 올리버의 아내 질리언에 가해지는 분명한 가정 폭력과 학대가 절정에 다다르는 순간들을 주축으로 회전하는데, 질리언은 자신이 그런 행동을 〈유발〉하는 정도에 대해 매우 모호한 주장을 합니다. 〈유발〉과 〈동의〉에 대하여 선생님은 어떤 말을 하려고 했나요?

반스: 나는 결코 이러한 논쟁이 유발되리라 생각하고 책을 쓰지는 않습니다. 만약 그러길 바란다면 신문 같은 곳에 기고를 하겠죠. 작가가 하는 일은 인물과 스토리의 역학을 뒤따르는 것이고, 그것도 그런 역학의 논리가 인도하는 곳까지 줄곧 뒤따르는 겁니다. 『내 말 좀 들어봐』에서『사랑, 그리고』로의 진전은 이야기와 심리가 점점 거칠어지고 운명이 갈수록 고조된다는 것입니다. 스튜어트는 항상 질리언을 사랑했노라고 고백하고, 한편 질리언은 올리버와의 경험이 인생의 전부인지 어떤지 의심하고, 한편 올리버는 지극히 위험한 심리 상태에 빠집니다. 이 모든 것을 참작할 때, 이 소설의 역학은 『내 말 좀 들어봐』의 끝에서 보는 꾸며진 폭력 장면보다 더욱 언짢고 난폭한 결말에 다다르게 되겠지요. 하지만, 물론, 소설의 끝에서 일어난 결말에 대해 어느 쪽 이야기를 믿고 싶은지는 독자가 알아서 결정할 문제입니다.

아마존: 하지만, 여성에 대한 폭력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까다로운 문제일 게 틀림없을 텐데요.

반스: 소설가의 의무는 세상을 지나치게 단순화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보고되지 않고, 경시하거나 조소한 강간이 많았습니다. 나는 어느 식으로든 강간을 경시하지 않습니다. 아주 온건한 형태의 폭력도 내게 충격을 줍니다. 그러나 완전히 동기간 같은 관계로 이루어지지 않은 성생활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불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 얼마든지 다른 해석을 낳는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사실상 〈교제 상대에게 당하는 성폭행〉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런 성폭행은 지극히 알쏭달쏭한 문제입니다. 법률적으로는 〈동의〉의 정의에 대하여 에누리가 없어야 되겠지만, 성교를 할 때, 많은 경우 애매한 분위기의 부추김을 받는 게 실상입니다. 배심원은 그런 문제에 대해 명쾌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하더라도, 이것은 소설가라면 마땅히 인정해야 하는 중요한 실상입니다. 이 경우에 배심원은 이제 독자입니다. 독자들은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아니, 안 내릴 수도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결정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나는 오늘은 이렇게 생각하고, 내일은 저렇게 생각한다.〉 두 소설 모두 질리언 쪽에 신뢰할 수 있는 증거의 보전이 있습니다. 처음에 독자는 그녀가 곧게 나가는 화살이고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확실한 것은 모두 어느 단계에서는 훼손되고 마는데, 질리언의 경우도 다르지 않습니다.

아마존: 이제 이들 세 인물에 대해 끝을 냈다고 생각하나요?

반스: 모르겠습니다. 이야기가 계속될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나는 별로 자신이 없습니다. 내가 끝냈다고 생각하고 나서 8년 뒤에 이야기가 다시 계속되었거든요. 다른 모든 것은 차치하고, 그 인물들은 지금의 인생으로 끝나서는 안 되겠죠. 그러니 그들에게 적어도 10년은 더 주어야 할 겁니다!

출판사 리뷰

경이로울 만큼 재미있는 소설. 웃음과 절망 사이의 섬세한 균형은
반스의 소설을 오락에서 예술의 경지로 올려놓는다. - 타임스


현존하는 영국 최고의 작가로 꼽히는 줄리언 반스의 장편소설 『사랑, 그리고』가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사랑, 그리고』는 삼각관계에 얽힌 세 사람의 고백적 진술을 통해 사랑과 진실의 의미를 유머러스하면서도 신랄하게 고찰함으로써 페미나상을 받은 바 있는 『내 말 좀 들어봐』의 10년 뒤 이야기다. 즉, 『내 말 좀 들어봐』의 〈속편〉 격인 이 작품은, 그러나 우리가 〈속편〉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을 여지없이 깨버린다. 대개 상업적 목적에서 졸속으로 만들어지기 쉬운 많은 속편들과 달리 『사랑, 그리고』에서는 유럽 각국의 문학상을 휩쓸다시피 한 작가의 진면목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썼던 소설의 뒷이야기를 쓰는 것에 대해 반스는 다음과 같이 밝힌다. 〈책을 끝낼 때면 나는 대개 《됐어, 이제 끝났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내 말 좀 들어봐』는 좀 달랐어요. 결론에 다다랐는데도, 인물들의 삶에서 일어날 일들이 아직도 많은 것 같았죠.〉(amazon.co.uk와의 인터뷰) 그리하여 작품이 나온 지 10년 만에, 똑같이 작품 속 인물들의 10년 뒤의 이야기를 다시 꺼내 든 것이다. 자그마치 10년의 세월이 지나서까지 작가가 하고 싶었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이야기는 과연 무엇일까?

「얄궂은 세월의 제물은 안 되지.」 그는 대답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그는 꽤 많이 얄궂은 세월의 제물이 된 듯했다. 머리카락은 옛날과 같은 길이에 같은 검은색이었으나, 얼굴은 다소 주름졌고 리넨 양복엔 얼룩과 때가 여기저기 묻어 있었다. 10년 전에 그가 입던 옷과 놀랍게도 같아 보였다. 옛날 같으면 자유분방한 차림으로 보였겠지만, 지금은 그저 초라해 보일 뿐이었다. 신발은 검정과 흰색의 에나멜가죽 구두였다. 뚜쟁이 구두였지만 바닥이 많이 닳아 있었다. 그렇게 그는 변함없는 올리버다. 다만 전보다 좀 더 누추할 뿐이었다. 오히려 변한 것은 나였을 것이다. 아마도 그는 정확히 예전 그대로일 것이다. 다만 내가 지금 그를 어떻게 보고 있느냐의 문제였다.(본문 71~72쪽)

강산이 변한다는 세월 10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세월이다. 그 세월은 주인공 스튜어트가 사업가로 성공하여 돌아올 만큼은 길지만, 심각한 삼각관계에 얽혔던 세 사람의 마음속 앙금이 가라앉을 만큼은 아니다. 반스는 전작에서 사용한 〈독자에게 직접 이야기하기〉 기법을 이 작품에서도 계속 쓰고 있는데, 이 방식의 특징은 인물마다 사실에 대해 조금씩 다르게 말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진실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품게 만든다는 것이다. 진실에 대한 작가의 이러한 문제의식은 형식뿐 아니라 내용에서도 드러난다. 독자는 위의 인용 부분과 같이 표면적 사실은 변함이 없으나, 그를 대하는 인물의 생각에 따라 현상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가의 문제를 작품 곳곳에서 마주치게 되며, 특히 사랑과 결혼에 대한 인물의 태도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알아 가면서 진실이란 무엇인가, 또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숙고하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에 벌어지는 질리언에 대한 〈폭력〉 장면은 진실과 허위, 그리고 감정이 그에 미치는 관계에 대한 가장 극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사귀는 사이에서의 성폭력〉이란 민감한 문제를 다룬 것, 그리고 그에 대해 다른 부분과 마찬가지로 무엇이 〈사실〉인지 밝히지 않는 것은 반스의 말마따나 〈세상을 단순화하지 않을〉 소설가의 의무를 진지하게 수행한 것이다.

스튜어트 첫사랑이 유일한 사랑이다.
올리버 가능한 한 많이 하는 사랑이 유일한 사랑이다.
질리언 진정한 사랑이 유일한 사랑이다. (본문 213쪽)

올리버에겐 이론이 하나 있다. 바로 〈사랑, 그리고〉라는 이론으로, 세상은 사랑이 전부이고 나머지의 삶은 그저 〈그리고〉인 사람과, 사랑을 충분히 평가하지 않고 〈그리고〉를 삶의 가장 신나는 부분으로 생각하는 사람으로 양분된다는 것이다. 사랑이 아무리 기분 좋은 일일지라도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이 일시적인 젊음의 광풍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그보다 경제적 여유, 생활의 안정 따위를 더 중시한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스튜어트는 이 이론을 〈개똥 같은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에 대한 관점이 다른 만큼이나 세 사람은 같은 상황에서도 완전히 다른 생각을 하는데, 이를 펼쳐 보이는 반스의 방법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익살스럽기 그지없다. 전남편과 신방을 차렸던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된다는 설정부터가 코미디지만, 그 밖에도 소설을 읽어 나가다 보면 곳곳에서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장면들을 만나게 된다.

그는 나에게 지난 10년을 자세히 이야기했다. 모? 이야기가 장밋빛이다. 그들이 런던에 돌아온 이후 질리언의 사업은 정말로 도약했다. 두 딸은 그들의 자랑이자 기쁨이다. 그들은 런던의 유망한 지역에 살고 있다. 그리고 올리버 자신은 〈몇 가지 계획을 구상 중〉이란다.
자신이 한턱 쏠 만큼 그렇게 많이 구상되지는 않았다.(본문 72쪽)

그러나 그 웃음은 개운하지 않고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딱딱하고 현실적인 스튜어트가 오래전 동경해 마지않았던 지성적이고 예술가적인 올리버의 몰락은 꿈을 미뤄 둔 채 현실을 사는 대다수 소시민들의 모습과 겹쳐지며, 멋들어지게 복수를 하는 듯한 스튜어트의 상황 역시 행복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인물들이 감추고 싶어 하는 것과 포장하고 싶어 하는 것, 혹은 욕망하는 것들이 드러나면서 독자는 웃고 있으나 즐겁지 않은 미묘한 감정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이렇게 사랑과 현실, 그리고 위선과 기만의 감정들을 위트 있게, 그러나 잔인할 정도로 섬세하게 묘사하는 것이 바로 작가로서 줄리언 반스가 가진 힘이다.

추천평

올해 나온 책 가운데 반스의 『사랑, 그리고』를 가장 즐겁게 읽었다. 이 작품은 힘 들이지 않고 흥미로운 세 사람의 사실적이고도 살아 숨 쉬는 듯한 캐릭터를 만들어 냈는데, 이는 오늘날 소설에서 매우 보기 힘든 미덕이다.
존 베일리 (데일리 텔레그래프)
세계에 대한 통찰력에서부터 실제 삶에서 사람들이 지닌 아픔에 대한 관찰을 설득력 있게 이야기하며, 힘들이지 않고 독자를 매혹시킨다. 범상치 않은 이 작품은 빛나는 작품성과 지성, 위트로 책에 빠져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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