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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밥상
공지영
한겨레출판 201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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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엄마의 따뜻한 손길 같은 것
식물성 밥상이 가르쳐주는 인생의 원리,품위 있는 호박찜과 호박국
일곱 달 차이 두 사내의 동행,아삭아삭 콩나물국밥
악양편지 1,별을 따서
후회는 더 사랑하지 못하는 데서 온다,누구와도 다른 가지선
아픈 날 엄마의 따뜻한 손길 같은 것,복통마저 잠재운 갈치조림
악양편지 2,무가 들어가는 ( )
너무나도 궁금한 은자씨,전주 ‘새벽강’의 굴전
허접한 것들 가득한 세상에서 건져 올린 푸르른 숭어,전주 ‘새벽강’의 소합탕
악양편지 3,꽃을 보고 힘을 내서

2부 지상의 슬픈 언어를 잊는 시간
지상의 슬픈 언어를 잊고 두 귀가 순해질 시간,거제도 J의 볼락 김장김치 보쌈
흰 눈은 오시고 임은 아니 오시고 고양이는 잠들러 간 밤에,두 그릇 뚝딱 굴밥
악양편지 4,만지면 시든다네
진정한 욕망과 충족은 어디서 오는가,소박한 신비로움 애호박고지나물밥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사랑이 필요할까,담백하고 짭조름한 유곽
악양편지 5,반갑고 궁금하다
달의 뒷면은 몰라도 내 뒷면은 아는 친구들,심원마을 백 여사의 산나물 밥상
신이 어찌 어여삐 여기시지 않으랴,심원마을 백 여사의 능이석이밥
악양편지 6,홍매화 핀 날 녹두전

3부 벚꽃 흐드러진 계절에 삼킨 봄
벚꽃과 꽃게, 아카시아와 민어, 보름달과 간장게장, 지금과 여기,J와 버들치 시인의 도다리쑥국
벚꽃 흐드러진 계곡에서 봄을 삼키다,곱디고운 진달래화전
악양편지 7,찬란하다
버들치 시인 입에서 나온 버들치는 헤엄쳐갈 수 있을까,‘완전한 봄맛’ 냉이무침
‘도사’마저 감동시킨 엄마표 밥상,‘엄마의 밥상’ 보리굴비
악양편지 8,한창이다
살아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환성을 부르는 채소 겉절이
소유가 전부가 아닌 곳, 욕망이 다 다른 곳,절로 입이 벌어지는 토마토 장아찌
악양편지 9,녹차 만들기

4부 시린 가슴 데우는 별 같은 ‘사람 밥상’
흔들리며 가는 배, 울면서도 가는 삶,마음을 위로하는 거문도 항각구국
웃음의 진실 맛의 진심,바다가 와락 해초비빔밥
악양편지 10,나한테 도대체 왜 그러느냐
단식, 지극한 혼자의 시간,김장김치 고명 올린 냉소면
그건 사랑이었지,가죽나무 판이 만든 오방색 다식
악양편지 11,너 때문
우리는 언어를 얼마나 배반하는가,식물성 식감 무안 낙지
외로움을 잊게 한 별 같은 ‘사람 밥상’,버들치표 미역냉국과 생감자셰이크
악양편지 12,솔솔거리며 찾아오는 것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孔枝泳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1988년《창작과 비평》에 구치소 수감 중 집필한 단편 「동트는 새벽」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했다. 1989년 첫 장편『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1993년에는『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통해 여성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억압의 문제를 다뤄 새로운 여성문학, 여성주의의 문을 열었다. 1994년에는『고등어』『인간에 대한 예의』가 잇달아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명실공히 독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대한민국 대표 작가가 되었다. 대표작으로 장편소설『봉순이 언니』『착한 여자 1?2』『우리들의 행복한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1988년《창작과 비평》에 구치소 수감 중 집필한 단편 「동트는 새벽」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했다. 1989년 첫 장편『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1993년에는『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통해 여성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억압의 문제를 다뤄 새로운 여성문학, 여성주의의 문을 열었다. 1994년에는『고등어』『인간에 대한 예의』가 잇달아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명실공히 독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대한민국 대표 작가가 되었다.

대표작으로 장편소설『봉순이 언니』『착한 여자 1?2』『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즐거운 나의 집』『도가니』『높고 푸른 사다리』『해리 1?2』『먼 바다』등이 있고, 소설집 『인간에 대한 예의』『존재는 눈물을 흘린다』『별들의 들판』『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산문집『상처 없는 영혼』『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1·2』『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딸에게 주는 레시피』『시인의 밥상』『그럼에도 불구하고』등이 있다.

2001년 21세기문학상, 2002년 한국소설문학상, 2004년 오영수문학상, 2007년 한국가톨릭문학상(장편소설 부문), 2006년에는 엠네스티 언론상 특별상을 수상했으며, 2011년에는 단편「맨발로 글목을 돌다」로 이상문학상을 받았다. 2018년『해리 1·2』가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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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10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500g | 145*204*30mm
ISBN13
9791160400175

책 속으로

음식도 그걸 만드는 사람의 성정을 닮아가는지 내 요리가 좀 진하고 단순하며 명쾌하다면(장점만 늘어놓자면 말이다), 시인의 요리는 부드럽고 미묘하고 순하다. 나이가 들면서 이제야 된장국에 김치 하나로 밥 먹는 즐거움을 알게 된 나는 시인의 된장국을 정말 좋아한다. 아마도 이것은 온유를 달라고 기도하는 나의 바람과도 연관이 있지 않을까. 거의 된장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슴슴한(이 형용사 말고 다른 것은 생각을 못 해내겠다) 국물은 늘 하듯 멸치와 다시마 육수에 된장을 엷게 푼 것이고, 아욱은 서울의 슈퍼마켓에서 사던 것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어린 것이니, 같은 아욱국을 끓여도 시인의 것은 아주 다른 향기가 난다. 뭐랄까, 배 아픈 날 아침 엄마가 만져주는 따뜻하고 보드라운 손길 같은 것? --- pp.51~52

프라이팬 깊은 곳에서 섬진강 물결이 뒤집히듯 누런 누룽지들이 위로 올라왔다. 적당히 섞은 후 우리는 각자 자신의 공기에 그것을 떠서 남은 양념장에 취향껏 비벼 먹었다. 한입 넣은 순간 우리 모두의 입에서 “와우!”라고 할 수밖에 없는 탄성이 나왔다. 들기름을 머금은 누룽지는 바다의 굴 내음을 머금고 있었고 굴은 들기름으로 달구어진 구수한 누룽지를 머금고 있었다. --- p.114

“나는 다르게 욕망할 뿐이다.” 그렇다. 그들은 시간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흘려보내기를, 저 산과 강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기를 욕망한다. 그들은 누구보다 여행을 많이 떠나고 누구보다 계절을 깊이 즐긴다. 봄이면 야생 달래와 냉이 그리고 산나물을 먹고 여름이면 천렵한 물고기로 매운탕을 끓인다. 가을이면 송이버섯 열 개로 친구들과 풍성한 파티를 벌인다. 나는 지리산에 갈 때마다 삶이 단순할수록 얼마나 풍요로운가를 절감한다. 그리고 똑같은 양으로 내가 얼마나 아직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인가도 말이다. --- p.124

“시인님, 오늘 강연 잘 들었습니다. 우리 이제 2년 있으면 선거권 나와요. 오늘 시인님을 보고 많이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결코 지역감정에 얽매이지 않고 투표 잘할 테니 이제 울지 마세요.” 학생의 말은 진지했다고 한다. 듣고 있던 학생들도 고요했다. 그러자 그의 말을 다 듣던 버들치 시인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다시 울기 시작했다. 경상도 학생들이 너무 고맙고 예뻐서였다. 그렇게 두 번의 울음으로 그 강연은 끝났다고 했다. 이 슬픈 말을 들으며 우리는 배꼽을 잡고 웃었다. 세상에 그 학생들은 버들치를, 그가 두 번이나 엉엉 운 강연을 잊을 수 있을까? 아마 평생 못 잊을 것이다. 그건 아마도 진심의 힘이었을 것이다. 어떤 시보다 명징한 언어인 진심 말이다. --- p.130

그날 밤, 달이 떴다. 달 옆에 목성도 떴다. 우리는 백 여사가 숯불에 구워주는 닭구이를 먹으며 덜덜 떨며 달맞이를 했다. 달의 뒷면을 본 사람은 없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안다. 이곳에서 이 좋은 친구들은 내 뒷면을 안다는 것을. 보지는 못했겠지만 어여삐 여겨준다는 것을. 이것이 우정이라고 나는 그날 달을 보며 문득 생각했고, 찬 대기 속에서 그들과 소주잔을 부딪쳤다. 쉰이 넘으며 모든 것이 부질없음을 날마다 더 절감하는 나는 생각했다. 충분하다, 참으로 충분하다고. --- p.155

반찬이 마땅치 않을 때나 밤늦게 사랑하는 친구가 문득 나를 방문할 때 작은 바구니를 들고 정원으로 나간다. 그리고 한 접시 분량의 어린 머위나 민들레, 부추나 깻잎을 뜯어 간단히 세 가지 양념으로 요리를 한다. 그러면 나의 밥상도 풍성해지고 가끔은 친구와의 술자리가 가볍고 기뻐진다. 다른 생명을 죽이지 않고 그것이 무엇이든 뿌리째 뽑지 않고 덜어내 먹을 수 있다는 기쁨과 고마움, 그것은 분명 채식의 즐거움이다. --- p.231

나는 귀를 의심했다. ‘아름다운 관계’라는 제목부터 좀 의아했는데 여기서 몸을 뒤트는 것은 소나무가 아니라 바위인 것이다. 더운 내 등으로 찬 소름이 지나갔다. 태고부터 거기 있어온 바위가 잘못 내려앉은 그 어린 소나무를 위해…… 인 것이다. 어린 소나무가 불굴의 의지로 바위를 뚫은 것이 아니라 늙은 것이 어린 것을 위해 필사의 힘을 다해 생명을 키워내는 이야기로 시인은 이 관계를 읽었던 것이다. 아직도 무언가를 극복하고 뚫고 그런 것에 감탄하고 있던 나에 비해 그는 이미 내어주고 죽어주고 갈라짐을 견디는 바위에 주목했던 것이다. --- p.294

지난여름이 용광로처럼 뜨겁지 않았다면 오늘 부는 이 가을바람이 그리 고맙지 않았으리라. 우리들의 청춘이 불구덩이처럼 힘겹지 않았다면 우리들의 밥상은 한갓 놀이에 지나지 않았으리라. 시인은 밥상을 다 채우지 못하고 그 작은 밥상에서 시를 썼었다. 고픈 배를 찻잔으로 대신하면서 말이다. 결핍을 경험하지 못한 채움에는 기쁨이 없겠지. 마지막은 ‘작가의 밥상’이 될 것이다. 내가 그들을 내 시골집으로 초대했으니까.

--- p.309

출판사 리뷰

우리에겐 소박한 밥상이 필요하다

첫 순을 따버려야 잘 자라는 호박처럼 우리에겐 고통, 역경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고 누누이 써왔다고 작가는 말한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우리를 성숙하게는 하겠지만, 행복하게도 사랑하게도 할 수 있을까?
고통과 역경을 지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소박한 밥상이 아닐는지. 배가 끊긴 거문도에서 먹었던 바다가 와락 밀려드는 거 같았던 해초비빔밥과 지리산에서 먹었던 식물성 그 자체였던 호박찜과 호박국, 깻잎을 넣은 밥과 늙은오이무침, 지리산 해발 750미터에 있는 심원마을에서 맛보았던 산나물 밥상과 능이석이밥, 그리고 밥상에 앉아 먹는 차게 만 소면은 작가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시인이 들려주는, 한 사람은 돈을 받으라고 하고 한 사람은 돈을 안 받겠다며 전주 시내에서 추격전을 벌이던 ‘장뻘’ 식당 주인아주머니와의 이야기와 2012년 선거에서 진 다음 날 경남의 한 고등학교로 강연을 가야만 했던 그리고 결국 어린 학생들 앞에서 두 번이나 엉엉 울었다는 시인의 이야기는 작가의 무엇을 건드렸을까?
그건 참선과 기도와 성토를 지나 찾아오는 행복과 같은 성질의 소박한 행복이었을 것이다. 사랑하지 못해서 오는 후회가 아니라 더 사랑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행복한 서글픔이었을 것이다. 평생 더는 없을, 누구보다 배부르게 보냈을 작가의 이 1년을 따라 걷다 지쳐 무심코 밥상 앞에 앉았을 때 우리는 저절로 알게 될 것이다.
좋은 것이 있으면 나눈다는 것, 이 거대한 도시에서 누군가를 눈물 나게 하는 건 결국 소박함이라는 것, 결핍을 경험하지 못한 채움에는 기쁨이 없다는 것, 자기 것을 자기 것이라고 하고 남의 것을 남의 것이라고 할 줄 아는 용기가 세상엔 별로 없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와 함께 밥 먹는 게 참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무엇보다, 인생에서 가장 첫 번째에 꼽아야 하는 게 사람이라는 것도.

버려도 되고, 비워도 되고, 먹지 않아도 된다

“차비가 없어도 못 오고, 시간이 없어도 못 오지. 미워하는 사람이 있어서 못 오고, 버리지 못할 게 있어서 못 오지. 우린 그걸 다 넘어서서 여기 온 사람들이야.” _본문 중에서

“나는 지리산에 갈 때마다 삶이 단순할수록 얼마나 풍요로운가를 절감한다. 그리고 똑같은 양으로 내가 얼마나 아직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인가도 말이다.” _본문 중에서

따뜻하게 잘 지어진 밥과 푸짐히 차린 음식들 밑에는 우리의 영혼이 진짜 보아야 하는 것들이 놓여 있다. 그건 바로 시인과 최도사의 삶, 즉 지리산에서의 삶이다. 딱 관값 200만 원만 남기고 다른 모든 걸 기부하는 시인과 계절별로 두어 벌의 옷만 소유한 채 식은 밥에 장아찌 하나로 며칠을 견디는 최도사를 보며 “서울에서의 내 삶은 배가 고프기도 전에 무언가를 먹는 삶이었다”고 “이 나이에 이르러 이제 나는 안다.
삶은 실은 많은 허접한 것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내 남은 생에 소망이 있다면 그중 무엇이 허접하지 않은지 식별할 눈을 얻는 것인데, 여기 새벽강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나는 그중 몇 개를 건져 올리는 기분이었다. 그것들은 살아 푸르른 숭어 같았다” 하고 말하는 작가의 고백 앞에서 우리는 깨닫게 된다.
지금껏 배가 고파서 먹은 게 아니라, 배가 고파지는 걸 두려워해서 먹고 있었다는 걸. 돈이 있고, 시간이 있더라도, 누군가를 미워하고, 가진 걸 버리지 못하면, 지리산이 차린 밥상 앞에는 도저히 앉을 수 없다는 걸.


“지난여름이 용광로처럼 뜨겁지 않았다면 오늘 부는 이 가을바람이 그리 고맙지 않았으리라. 우리들의 청춘이 불구덩이처럼 힘겹지 않았다면 우리들의 밥상은 한갓 놀이에 지나지 않았으리라.” _본문 중에서

힘든 시절, 고통으로 엉겨 붙어 뭉클거리는 시간을 보내며 우리가 해야 하는 건 두려워하는 것도, 불안해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걱정해야 할 건 자신의 미래나 떨어진 쌀이나 낡고 불편한 것들이 아니다.
고작해야 내일의 날씨다. 우리가 청춘이란 이름으로 해야 하는 건 코앞에서 아른거리는 봄을 느끼며 밥상을 붙잡고 앉아 흔들리더라도 나아가는 것이다. 채우지 못한 그 작은 밥상을 붙잡고 자신을 위한 무언가를 쓰는 것이다. 원한다면 더 많이 버려도 되고, 비워도 되고, 먹지 않아도 된다. 다르게 욕망하면 될 일이다. ‘시인’처럼이 아닌, ‘시인의 밥상’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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