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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 댈러웨이 부인 2. 울프 부인 3. 브라운 부인 4. 댈러웨이 부인 5. 울프 부인 6.. 브라운 부인 7. 댈러웨이 부인 8. 울프 부인 9. 브라운 부인 10. 댈러웨이 부인 11. 울프 부인 12. 브라운 부인 (...) 옮긴이의 말 |
Michael Cunningh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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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리사 옆에 서 있는 스무 살 정도 돼 보이는 두 소녀는 서로 얽혀 몸을 구부리고 있고, 둘 다 할인점에서 구입한 연한 색깔의 가방을 지고 있다. 이 아이들도 자라서 중년이 되고, 그러다 보면 늙게 되어 시들거나 아니면 뚱뚱해질 것이고, 결국 그들이 묻힌 묘지는 폐허로 피폐해지고 풀이 무성하게 자라, 밤이면 개들에게 뜯어 먹히게 될 것이다.
--- pp 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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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는 자신이 남편을 위해서 산 선물들을, 남편이 고맙다고 말하고 심지어 소중히 간직하긴 하겠지만 결코 진정으로 원한 것은 아닌 그 선물들을 생각해 본다. 왜 그와 결혼했을까? 그녀는 사랑으로 그와 결혼했다. 죄의식에서, 혼자 남을까 두려워서, 애국심에서 그와 결혼했다. 한마디로 결혼을 하지 않기에는 그라는 존재가 너무도 선량하고, 너무도 친절하고, 너무도 진지하고, 너무도 달콤했다. 그는 너무도 많은 고통을 겪었다. 그리고 그도 그녀를 원했던 것이다.
--- pp 1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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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이었다. 남에게 베푼 사랑은 그와 똑같은 사랑을 몇 배로 증식시킬 것이다. 적어도 그게 가능한 일처럼 보였다. 그대가 그들을 원하고 그들이 그대를 원할 때, 왜 그들과 섹스를 나누지 않는가? 그래서 리처드는 루이스와 계속 관계를 가지면서도 그녀와 새롭게 관계를 시작했는데, 그것도 옳은 일로 느껴쪘다. 그저 옳은 일로 말이다. 그렇다고 섹스와 사랑이 까다롭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한 예로, 루이스를 사랑하려던 클라리사의 시도는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그도 그녀한테 관심이 없었고, 그녀 역시 그의 준수한 용모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관심을 가질 수 없었던 것이다. 그들 들 다 리처드를 사랑했고, 그들 둘 다 리처드를 원했으며, 그게 아마 그들 사이의 끈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 연인이 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리고 그들 둘은 그해 여름 내내, 그리고 리처다가 클라리사와 함께 하지 않는 날 밤에, 루이스가 리처드하고만 같이 쓸 침대에서 그 짓거리를 할 만큼 순진하지는 못했다.
--- pp 1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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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렇게 멋있을 수가! 대기에 몸을 던지는 상큼함이란! 대기에 몸을 던지는 것이란! 돌쩌귀의 삐걱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프랑스 식 창문들을 활짝 열어젖히고 부어턴의 대기 속으로 뛰어들 때마다 그녀는 늘 그렇게 생각했다. 이른 아침의 공기는 매우 상큼하고 상쾌했으며, 당연히 지금보다 더 고요했다. 물살의 키스 같고, 서늘하고 날카로웠고, 더욱이 그 당시 열여덟 소녀였던 그녀에게는 엄숙하게까지 느껴졌다. 활짝 열린 창가에 선 그녀는 뭔가 무서운 일이 막 일어날 것 같은 기분에 휩싸였던 것이다. 꽃, 가느다랗게 피어오르는 연기에 묻힌 나무들과 하늘을 솟아올랐다가 내려앉곤 했던 까마귀 떼를 바라보면서. 피터 월슈가 다가와서 말을 걸 때까지 그녀는 그렇게 서서 바라보고 있었다.
"채소밭에서 명상중인가요?" 그렇게 말했던가? 아니면 이렇게 말했던가? "나는 양배추꽃보다 사람을 더 좋아하는데." 어느 날 아침, 그녀가 테라스로 나갔던 날 아침 식사 시간에 틀림없이 그가 그렇게 말했다. 피터 월슈가 말이다. 그런 그가 머지 않아 인도에서 돌아오게 되어 있었는데 그게 6월인지 7월인지 그녀는 까먹고 말았다. 그의 편지가 너무나 재미었었기 때문이었다. 기억나는 것은 그의 말뿐이었다. 어쩌면 이렇게 신기할 수가 있담! 그의 눈, 주머니칼, 미소, 까다로운 성격, 그리고 수많은 것들이 완전히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말았는데도 양배추에 관한 이야기 같은 그의 말 몇 마디가 떠오르다니 말이다. ------- 그녀는 깊숙이 숨을 들이킨다. 너무나 아름다워 너무 너무 ... 다른 어떤 것보다도, 정말로. 다른 세상에서라면 그녀는 책을 읽으며 자신의 인생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은 새로운 세상, 구원받은 세상이 아닌가. 게으름이나 피우고 있을 여유가 별로 없다. 너무나 많은 것이 위태로워졌고 잃어버리기도 하지 않았는가. 그토록 많은 사람이 죽었고. --- pp 61~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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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에서는 세 개의 이야기가 교묘한 방식으로 동시에 진행된다. 우선, 1941년 버지니아 울프의 자살을 설명하는 프롤로그가 끝난 다음, 1923년 6월의 어느 날에 있었던 울프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녀의 작품에서처럼, 울프의 날에는 그 의미가 상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녀는 소설 <댈러웨이 부인>을 쓰고 언니 바네사의 방문을 받는다. 그리고 거의 자신의 광기로 인해 스스로 궁지에 몰린다. 그리고 저녁식사를 마친 후, 남편 레너드에게 교외 리치몬드를 떠나 런던으로 되돌아가자고 말한다
브라운 부인 편에서는, 로라 브라운이라는 젊은 여성이 소설 <댈러웨이 부인>을 읽는다. 두 번째 아이를 임신한 그녀는 1949년 로스앤젤레스의 교외에서 세 살 난 아들 리처드와 남편과 함께 살고 있으며, 남편의 생일 축하를 준비하고 있고, 일상의 시간에 염증을 느껴 혼자 호텔로 가 버지니아 울프의 책을 읽으며 절망에 빠진 자신과 싸운다. 마지막은 댈러웨이 부인 편으로 6월 현재, 뉴욕 웨스트 10가에 사는 클라리사 보건의 이야기이다. 로라 브라운 부인의 아들이고, 클라리사의 옛 연인이었고, 지금은 에이즈의 희생자가 된 리처드(리치)는 늘 그녀를 '댈러웨이 부인'이라고 부른다. 6월의 오늘, 시인들에게 주는 문학상 수상자로 발표된 리처드는 뜻밖의 일을 저지르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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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원제는『The Hours』다 이를 『세월』로 옮긴 것은 이 작품 스스로가 언급하는 바 버지니아 울프(adeline Virginia Woolf, 1882~1941)의 『세월』을 그 주요한 소설적 재료로 차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 『세월』의 원제는 『The Years』이며, 마이클 커닝햄의 『세월』은 단순한 패러디의 한계를 넘어 울프를 더욱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문학적 의의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언론이 '커닝햄이 울프와 대결했다'고 말하며 그 용기와 기량을 칭송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마이클 커닝햄에 이르러 울프의 소설 작법은 더욱 세밀해지고 더욱 심리적이 되며, 더욱 긴장감 넘치는 세계를 만들어낸다. 더욱 미세하고 세밀해진 소설 작법의 한 단면을 말해주는 것으로 우선 제목을 들 수 있다. 케닝햄은 버지니아 울프가 만년에 이르러 남긴 역작 『The Years』를 주요한 소재로 사용하면서도 울프의 이 작품이 지닌 전통적 수법 대신 그녀가 초창기의 실험정신에 입각하여 썼던 『댈러웨이 부인』의 실험적 기법들을 사용한다. 이처럼 버지니아 울프가 만년에 보여준 사상적 깊이와 젊은 시절의 실험 정신, 그리고 그녀가 <현대소설론(1919)> 등에서 설파했던 문학관을 동시에 차용하고 흡수하여 새로이 태어난 작품이 바로 마이클 커닝햄의 『세월』인 것이다.
울프와 커닝햄을 서로 비교하여 읽는 일은 매우 즐거운 독서 경험을 제공한다. 여기서는 즉각적으로 눈에 띄는 몇 가지 사실만을 들어본다. 우선 커닝햄의 『세월』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모두 버지니아 울프 및 그녀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동일한 이름을 사용한다. 『세월』의 프롤로그를 장식하는 자살 장면의 주인공 울프는 실제의 버지니아 울프다. 버지니아 울프는 실제로 1941년 3월 28일 우즈 강에서 투신하여 자살했다. 이어서 계속되는 울프의 이야기는 당대의 대표적인 지식인이자 신경증환자이며 소설가인 버지니아 울프의 생전의 어느 하루를 보여준다. 커닝햄은 이 이야기들을 통해 실제의 버지니아 울프가 겪었을 법한 갈등과 고뇌를 치밀하면서도 아름답게 재현한다. 런던 출신의 이 여성 신경증 환자가 시골 생활에서 겪는 지적이고도 산만하며 번뜩이는 고민과 갈등을 잘 읽을 수 있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살을 두고 후세 사람들이 막연히 그녀의 신경증을 그 원인으로 언급하고 있다면, 마이클 커닝햄은 이를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재현해 냈다고 하겠다. 소설의 또 다른 한 축을 이루는 인물으 댈러웨이 부인으로, 당연히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 『댈러웨이 부인』의 그 댈러웨이 부인을 모태로 하는 인물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이 하원의원의 부인이라면 커닝햄의 댈러웨이 부인은 동성애자이며 출판 편집자라는 사실만이 다를 뿐이다.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과 커닝햄의『세월』에 나오는 댈러웨이 부인의 본래 이름은 똑같이 클라리사이며, 두 소설은 또 똑같이 이들 부인이 하룻동안 겪는 일을 보여준다. 인물의 내부 심리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방식도 똑같고, 인물과 인물 사이의 상호 교류되지 않는 인상을 부각시키는 소설 기법도 똑같다. 하지만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이 파티를 준비하고 이를 진행시키는 데 반하여, 커닝햄의 댈러웨이 부인은 파티를 준비하던 도중 정신적 남편이라고도 할 수 있는 리처드의 죽음을 맞게 된다는 점에서 서로 다른 하루를 보내게 된다. 이렇게 커닝햄은 좀더 극단적이고 현대적이며 충분히 지적인 인물을 내세움으로써 버지니아 울프가 실제의 작품이 아니라 소설론을 통해 피력한 바의 새로운 소설 작법을 선보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커닝햄은 버지니아 울프의 적자이자 가장 탁월한 수제자라고도 할 수 있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