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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어떻게 볼 것인가』를 출간하며_김석수
촛불집회와 시민사회_권용혁 생명을 위한 촛불 - 촛불항쟁의 생태적 의미_김상봉 | 김기숙 촛불집회와 새로운 주체의 가능성_김석수 촛불집회를 통해 본 정치와 문화의 연관성에 대한 성찰_나종석 촛불과 지성_박구용 촛불축제시위와 세계사적 의미_박병섭 촛불, 이념인가 이해관계인가? - 08 촛불에 대한 비판적 거리두기_선우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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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 우리 사회를 휘몰아쳤던 가장 큰 사건이 있었다면 그것은 바로 촛불집회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촛불은 본래 인간의 삶에 있어서 스스로를 희생하면서 세상의 어둠을 걷어내는 상징적 의미를 지녀왔다. 지난 무자년에 발생한 촛불집회 역시 이런 상징성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었다. 어둠이 있으면 빛이 있듯이, 부당한 삶을 강요하는 권력이 존재하면 이에 저항하는 힘들이 출현하기 마련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군사정권 종식 이후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새롭게 형성되었던 지난 10년의 삶을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하고 이를 씻어내려는 세력과 그 10년의 정신을 계승하려는 세력 사이의 갈등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전개된 촛불집회와 관련해서도 전자에서는 이를 위험한 세력들에 의해서 이루어진 불순한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는가 하면, 후자에서는 진보의 새 물결을 열어준 희망의 사건으로 규정하거나 목표를 성취하지 못한 아쉬운 미완성의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촛불을 둘러싸고 우리 사회에서 펼쳐져 온 해석의 양상 역시 이런 양면의 역사관과 세계관을 표출하고 있다. 진정 촛불은 우리에게 인간의 자유와 해방의 길을 열어주는 희망적인 사건이었는가, 아니면 스며드는 어둠을 막아낼 수 없는 절망적인 사건이었는가? 촛불에 대한 해석이 어떠하든,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번 촛불집회의 운동 양상이 우리 현대사의 그 어디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없는 새로운 형태였다는 점이다. 지난 촛불집회는 저항과 축제, 투쟁과 놀이가 함께 전개된 매우 독특한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또한 이 집회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로지르며 전개된 전대미문의 새로운 운동 형태를 보여주었다. 혹자는 이런 운동 형태와 관련하여 ‘다중’의 시대가 본격화되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혹자는 주체적 자각과 합리적 판단 위에서 실천을 효과적으로 수행하지 못한 ‘대중’의 순간적 감정 놀이에 불과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과연 어떤 판단이 옳은 것인지, 여기에 대해서 아직도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 문제는 분명히 학문적으로 중요한 연구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일찍이 프랑스 혁명이나 그 이후의 68혁명을 놓고 유럽의 학자들이 수많은 학문적 논의를 하였듯이, 우리 역시 지난 촛불집회에 대해서 학문적으로 논의를 해야 할 것이다. 더군다나 정치·사회철학을 하는 우리들로서는 이 문제에 대해서 외면할 수 없다. 철학이 현실에 매몰되어도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철학이 현실을 떠나버려도 안 될 것이다. 과거의 우리 철학이 이런 면을 지니게 됨으로써 우리 스스로가 철학의 빈곤을 초래한 경우가 왕왕 있었다. 이제 우리는 이런 과거의 불행을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에 '사회와 철학 연구회'에서는 학회의 설립 목적이 그러하듯이, 우리의 현실에서 발생하는 중요한 문제들을 철학적으로 반성하고 비판하며, 새로운 대안을 찾아가고자 하는 취지에 맞게 이번 촛불집회에 대해서도 반성적 고찰과 대안 모색을 해보고자 한다. 이 책에 수록된 9편의 글은 지난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촛불집회에 대한 여러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즉, 운동으로서 촛불의 의미와 의의를 살펴보기도 하고, 촛불의 주체에 대한 여러 쟁점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고찰하기도 한다. 그리고 촛불집회를 촉발한 계기와 그것이 국내외적으로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냉철하게 살펴보고 있다. 1. 권용혁의 '촛불집회와 시민사회'는 촛불집회를 시민들의 자율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시민들 누구나가 자유롭고 평등하게 참여한 열린 광장으로 작동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 한국 시민사회운동이 준대의적 기능을 수행하는 동시에 풀뿌리 운동, 생활정치로까지 확대 재편될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한다. 2. 김상봉?김기숙의 '생명을 위한 촛불'은 촛불집회를 우리 역사를 통해 면면히 이어온 씨?들의 정치적 저항으로 보면서도 생태적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바라본다. 이를테면 한국에서 생명 및 환경운동과 사회-정치운동 사이의 화해 가능성을 내포하는 것으로 촛불을 바라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필자들은 우리의 최종적 저항 형태가 남에 대한 저항을 넘어 자기에 대한 저항으로 이어져야 하며, 이러한 경우에만 참된 자유를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3. 김석수는 이번 촛불집회에서 새로운 주체의 탄생을 고찰하고, 이로부터 이 주체의 새로운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그는 촛불의 주체가 우리 현대사의 여러 얼굴들, 이른바 국민의 얼굴, 민족의 얼굴, 시민의 얼굴, 다중의 얼굴 등 다양한 얼굴을 지니고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촛불의 주체가 앞쪽의 얼굴에서 뒤쪽의 얼굴로 이행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주체가 생활정치의 길을 만들어가는 주체, 기존의 시민운동을 자치운동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주체가 되어 주길 바라고 있다. 4. 나종석은 촛불집회를 민주주의의 문화적 조건과 연관지어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는 촛불집회에 대한 최장집 교수의 해석을 둘러싸고 진행된 민주주의에 대한 다양한 입장들의 분출 과정을 분석하고, 나아가 ‘집단지성’ 내지 ‘다중지성’을 둘러싼 논쟁을 분석하고 있다. 그는 이를 통해 촛불집회의 주체에 대한 지나친 힐난이나 신비화를 견제하면서, 인간과 인간 사이의 참다운 우애와 연대성에 기반을 두고 정당정치를 포함한 모든 사회적 제도들이 합리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5. 박구용은 '촛불과 지성'에서 촛불집회가 대의민주주의를 부정하고 국가를 거부하거나 국가 바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가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보며, 또 촛불집회의 주체를 다중지성으로 해석하려는 태도에 대해서도 비판하고 있다. 그는 촛불집회가 대의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를 매개하는 것이며, 국가 바깥으로 나가지만 국가 안으로 돌아오는 운동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촛불은 탈주체성의 정치가 아니라 상호 주체성의 정치를 지향해야 하며, 시민의 일상적 삶에 뿌리를 둔 생활정치의 길로 나가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6. 박병섭은 '촛불축제시위와 세계사적 의미'에서 촛불축제시위를 문명사적 전환과 철학사적 대전환의 입장에서 살펴보고 있다. 그는 이번 촛불집회가 기존의 운동과 달리 생명운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즉, 이번 촛불시위는 기존의 부당한 권력구도를 뒤흔드는 근원적인 생명운동이며, 이런 의미에서 이 시위는 분명 세계사적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7. 선우현은 촛불시위에 대해 베버의 ‘이념/이해관계’의 구도를 차용해 비판적 독해를 시도한다. 그는 촛불집회가 기본적 이해관계를 보장해 주어야 할 책무가 있는 정부의 무책임한 대처에 대한 불만과 분노감에서 비롯되었지만, 지속적인 자기성찰과 자기비판을 통해 이념으로써 이해관계를 적절히 조정, 제어해 이념적으로 계몽된 촛불로 전환되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지난해의 촛불에는 대중의 수동성과 민중의 능동성이 동시에 내재되어 있어 이해관계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 있다고 하면서, 지나치게 우호적인 평가나 난관적인 기대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8. 임경석은 촛불집회를 특정 세력이 일방적으로 권력을 독점하고 국민들을 감시하려는 태도에 경고를 던진 중요한 사건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는 촛불집회가 우리 사회의 민주적 변혁과 통합, 그리고 국민주권을 바탕으로 한 자기성찰을 이끌 수 있는 힘이 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부당한 독재를 견제할 수 있는 다양한 비판세력의 결집과 이를 통한 견제 구조의 구체적 확립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9. 홍윤기는 촛불항쟁을 “국가내 준내전”의 성격을 지니며, 세계 여러 나라의 주목을 받은 “지구적 사건”이자 “타자의 개혁을 이끌어낸” 사건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촛불항쟁의 주체를 “다중-시민”으로 규정하면서 그들이 현 정부의 부당한 지배논리를 견제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그는 이 촛불항쟁이 시장독재로 흘러갈 수도 있었을 정권의 예봉을 꺾음으로써 금융위기에 완전 붕괴될 위기에 처해 있던 대한민국 경제의 조종탑을 온전히 보존할 수 있었다고 평가하면서, 그것을 무자년 촛불항쟁의 혁혁한 공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의 집필에 참여한 필자들은 촛불집회를 한편으로는 기존의 부당한 지배논리를 개선하는 중요한 사건으로 평가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미완성의 운동, 미성숙의 운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촛불집회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이고 있지만, 그럼에도 한 가지 공통점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신자유주의의 종말이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는 이 위기의 시기에도 신자유주의적이고 기업 친화적인 정책을 비민주주의적인 방식으로 추진하려는 현 정부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다. 이러한 인식이야말로 촛불집회를 과거 시제가 아닌 현재 진행형의 관점에서 계속 바라보게 만드는 이 책의 추동력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