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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우산
개정판
이명인
문이당 2009.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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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작가의 말

콩나물 도가
부처님 전 비옵나니
선산

둘째는 청어를 먹는다
야가 우리 맏이시더
똥 속 삼십 리, 첫사랑
천 년 묵은 귀신
아직도 남아 있는
양곡 조합
돌아온 누이
날개의 그늘
서울의 아버지
쌀 두 가마

저자 소개 1

1992년 장편 소설 『먼 하늘 가까운 사람들』로 [현대소설] 신인상 당선, 『아버지의 우산』을 비롯한 8편의 장편 소설이 있다. 『빼앗긴 들의 사람들』, 『사랑에 대한 세 가지 생각』, 『집으로 가는 길』, 『치즈』, 『낙타』, 『은밀한 유산』을 썼다. 청소년들과의 토론 수업을 새로운 즐거움으로 삼으면서, 그들의 세상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들의 세상은 내가 지나온 세상이 아니라, 여전히 내 앞의 삶이란 사실을 깨닫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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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5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14쪽 | 392g | 153*224*30mm
ISBN13
9788974564230

출판사 리뷰

1997년 제1회 탐라문학상 수상한 당시부터 탄탄한 구성과 깊이 있는 문장력으로 주목을 받았던 여성작가 이명인이 지난 1999년 ‘아버지’라는 따뜻한 주제를 가지고 출간했던 장편소설 『아버지의 우산』이 새로운 모습으로 독자들을 다시 찾았다. 1920년대 일제시대에 태어나 6?25 전쟁 등 역사적 과도기를 겪은 이들이 아버지가 된 뒤에 되돌아보는 이 소설은, 1970~80년대 경북 예천이라는 소도시를 배경으로 강해질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의 모습을 1950년대에 태어나 경제성장기를 살아온 아들의 눈으로 그린다. 본 작품 중 작가는 시장의 싸전에서 함께 일하는 아버지와 아들의 삶을 대칭점으로 놓으면서 ‘우리에게 아버지는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나는 지방 일간지에 가끔 시를 발표하기도 하며 시인이 되기를 꿈꾼다. 그러나 공부는 남에게 흉잡히지 않을 만큼만 하면 된다고 믿는 아버지는 내가 대학시험에 낙방하자 장남은 당연히 아버지의 뒤를 이어야 한다며 그길로 나를 시장 싸전에 앉혀놓는다. 그 다음날부터 나는 가슴속에 영글지 못한 채 들끓고 있는 여릿한 시어들만 간직한 채 커다란 짐 자전거를 타고 아버지를 따라 장터로 쌀을 사러 다니고 배달 일을 하며 바쁘게 지낸다. 이 생활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던 끝에 군에 자원입대하고, 제대 후에는 서울 종로에 있는 측량학원에 다니며 잠깐의 해방을 맛보지만 석 달 만에 또다시 아버지에게 이끌려 싸전으로 내려오게 된다. 그리고 첫사랑 선아가 있지만, 아버지가 손수 골라준 무던하고 튼실한 여자와 결혼을 하고 만다.
이처럼 장남인 나는 꿈들을 가슴속에 묻고 아버지 밑에서 지내지만, 동생들은 각자 자신의 꿈을 찾아 날아간다. 아버지 앞에서도 당당히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던 둘째는 멱살잡이를 당하지만 제 고집대로 대구에 있는 대학에 들어가고,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하던 셋째는 대학생은 한 명으로 족하다는 아버지의 성화 속에서도 어머니의 숨은 뒷바라지 덕분으로 서울의 일류대학에, 그것도 내가 꿈에도 그리던 국문학과에 당당히 합격을 하며, 여자는 고등학교까지만 배워도 충분하다는 아버지의 완고함 때문에 고교 졸업 후 공장에 다니던 누이는 가출했다가 뒤늦게 간호대학 합격증을 손에 쥐고 귀향한다.
크르렁하는 기침소리 하나로 모든 권위를 대신하는 아버지, 화가 나면 양동이를 집어던지고 밥상을 둘러엎는 급하고 엄한 성격을 갖고 있는 아버지는 예천에서 제일 먼저 돌 고르는 기계를 들여오고, 배달제를 도입하는가 하면 맛이 없는 쌀은 도로 바꿔주는 등 수완이 뛰어난 쌀장수이다. 또한 어렸을 적 우리들에게는 고무신 한 켤레를 두세 번씩이나 땜질해 신길 정도로 돈을 절대 헛되이 쓰지 않고, 돌바기를 등에 업은 아내에게는 콩나물 도가를 만들어 물 주는 일을 시키고, 싸전 옆에다 야채전을 열어 어머니를 붙잡아놓는 등 누구도 한가로이 몸을 쉬지 않게 한다. 어머니가 시주한 쌀을 시주승의 걸망에서 도로 쏟아낼 정도로 종교를 싫어하는 아버지는 선산에 대해서만큼은 끔찍할 정도로 애착을 갖고 있다. 그러나 내 시가 일간지에 실렸을 때는 시장을 돌며 ‘야가 우리 맏이시더’라며 대견해 하셨고, 동생들이 줄줄이 대학에 합격했을 때는 기쁨에 못 이겨 은근히 자랑까지 하는 따뜻함을 가진 분이기도 하다.
이러한 아버지의 그늘에서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었던 나는 양곡조합 총무일을 맡아 점차 밖으로 나돌기 시작한다. 아버지는 싸전을 자주 비우는 나를 못마땅해 하지만 내 덕분에 많은 정부미를 배정받고 재래시장이 헐리고 새로 들어선 상가의 목 좋은 자리를 배정받게 되자 나를 은근히 대견해 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나는 조합원들과 술 한잔 걸치고 늦도록 마작패들과 어울리거나 시를 좋아하는 실비집 여자를 찾아 함께 ‘미당’을 노래하느라 늦는 날들이 점점 많아진다. 그러는 사이 나는 어느덧 세 아이의 아버지가 된다. 내가 조합 사무실의 화투판 위에서, 실비집 여자의 배 위에서 끌끌거리며 보낸 대가로 살림집을 팔던 날, 아버지는 내게 손찌검을 하거나 욕을 들이붓는 대신 술을 마시고 시장을 돌며 꺼이꺼이 눈물을 흘린다.
마음을 다잡고 다시 일을 해나가던 서른세 살 무렵 아버지가 내게 싸전을 전적으로 맡기자, 나는 사업을 좀더 확장해 보고자 의욕적으로 일한다. 그러나 현금보다 외상거래를 많이 하는 무리한 차떼기로 인해 곧 파산을 맞고, 이로써 아버지가 그리도 아끼던 선산 밑에 붙어 있던 몇 마지기 논까지 팔게 된다. 결국 아버지가 평생 일군 모든 것을 다 망쳐놓은 난 도망치듯 서울의 단칸방으로 이사를 한다. 아내는 구슬 꿰는 부업을 시작하고, 나는 시계공장에서 하루종일 사포질하는 일로 근근히 살아가며, 처음으로 가장이란 사실을 뼈아프게 깨닫는다. 그토록 벗어나고 싶어 몸부림쳤던 아버지의 그늘을 급기야 벗어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나는 생활고의 그늘에 파묻히고 만 것이다.
맏형으로서 동생들과 함께 지낼 집 한칸 마련하지 못하는 데 대한 비애를 느끼던 어느 날 갑자기 올라온 아버지는, 우리가 사는 모습을 보고는 결국 예천에 있는 싸전을 모두 정리해 서울로 올라온다. 그 돈으로 나는 광명에 마당이 딸린 집을 하나 마련하고 서울의 어느 낡은 아파트 입구에 슈퍼를 얻어 장사를 시작한다. 그러나 얼마 안돼 아파트가 재개발로 헐리게 되자 권리금도 찾지 못한 채 나앉고 만다. 그 충격으로 쓰러진 아버지는 삼 일 만에 결국 세상을 하직하고, 아버지의 명복을 비는 기도를 드리러 시골로 내려간 어머니도 산에서 갑자기 쓰러져 중풍으로 눕게 된다. 아이들 교육을 위해 이사를 하자는 아내의 강력한 주장에 못 이겨 우리 가족은 서울로 본격적으로 진입한다. 아내는 파출부일을 나가며 극성스러울 정도로 아이들 교육에 매달리고, 나는 아파트 경비로 일하면서 쉬는 날에는 산책을 하며 어머니의 운동을 돕는다. 그러나 가을 햇살에 수유가 빨갛게 익어가던 어느 날 산책길에서 어머니는 트럭에 치여 운명하게 된다. 그때 나는 새로 이사한 집에 어머니의 방 한 칸 마련해 드리지 못해 죄스러워하다 잠든 날 밤 꿈에 나타나,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어머니를 데려가야겠다던 아버지의 발 아래 엎드려 이제부턴 잘 모시겠노라고, 쌀 두 가마 잡수실 동안만 참아달라고 매달렸던 기억을 떠올린다. 그러나 어머니의 주검을 앞에 둔 지금, 후회만이 가슴을 쳐온다.

자식이 어렸을 적에는 강하고 엄격하기만 하던 아버지는 그 자식이 어른이 되어갈수록 힘을 잃고 뒤로 물러나신다. 그 존재만으로도 가슴을 둔중하게 내리누르며 당당하던 아버지가 빈 자루처럼 부피감을 느낄 수 없는 굽은 등을 보이며 나약해졌을 때 자식은 그제서야 아버지의 그늘이 얼마나 컸고 소중했나를 깨닫게 된다. 세 아이의 아버지가 된 자식은 이제서야 온 가족을 품어주셨던 아버지의 우산을 그리워하며 자신의 보잘것없이 허술한 우산이 가족들을 넉넉히 품지 못하는 현실에 비애를 느낀다. 죽어서까지 꿈에 나타나 자식들의 어려움을 걱정하고 자식에게 깨우침을 주는 아버지의 깊은 사랑 앞에서 자식은 비로소 진정한 아버지로 성장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젊었을 적에는 장남이라는 무게감으로 인해 아버지를 거역하지 못하고 그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쳤던 아들이, 자신이 아버지의 자리에 서고 아버지가 곁을 떠나간 뒤에야 비로소 아버지의 참사랑을 깨닫고 그리워하는 모습은 모든 자식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또한 그러한 깨달음은 엄하고 권위적이기만 했던 이전의 아버지와 그 밑에서 자라 이제 아버지가 된 아들을 함께 바라볼 수 있는 불혹의 나이에 접어든 작가의 인생에 대한 안목과 여성 특유의 섬세한 표현으로 인해 더 진한 감동을 준다.
이 소설은 또한 구성상 특이한 방식을 택하고 있다. 스토리가 하나의 줄기로 이어지지 않고 열네 개의 이야기가 개별적으로 존재하면서 마지막에 가서는 퍼즐 맞추듯이 완벽하게 짜맞춰져 한편의 소설을 읽으면서도 각각의 작품을 읽은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이것은 무겁고 단조로울 수 있는 주제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장치로 작용하여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자식들을 책임져야 하는 삶의 무게와 시대적 아픔으로 모든 것을 가슴에 묻고 강하게 살아올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 자식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도 아까워하지 않았던 아버지. 우리는 이 소설 속에 살아 있는 전형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가슴속에 아버지라는 커다란 기둥을 새로이 세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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