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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열며
-조선 사람이 남긴 세계적인 여행기『표해록』 바다에서 길을 잃다|정월 30일―윤정월 28일 대운하를 따라|윤정월 29일―2월 23일 북경을 향하여 북으로, 북으로|3월 17일―4월 23일 조선으로, 고향으로|4월 24일―6월 4일 글을 맺으며 -옛 조선 사람의 마음과 오늘날 한국 사람의 마음 해설 -조선의 참선비, 열린 눈으로 드넓은 세계의 메신저가 되다 /진재교·성균관대 한문교육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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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선비가 쓴 세계 3대 중국 여행기
역경을 헤치고 길을 여는 대모험, 박진감 넘치고 흥미진진한 여행 성종 임금의 근신 최부는, 제주도에 추쇄경차관(관리 감찰하는 직책)으로 나악 일을 보던 중 아버지 상을 당한다. 급히 고향 나주로 오다가 풍랑을 만나 끝없는 바다를 표류하다 천신만고 끝에 중국 땅에 닿으나 해적들에게 매맞고 가진 것 다 뺏기고 돛까지 부러진 채 바다 한가운데 버려진다. 다시 표류하다가 닿은 곳이 중국 절강성, 이번엔 왜구로 오인당한다. 조선의 관원임을 입증하니 비로소 간신히 살길이 열린다. 그때부터 조선 사람으로는 드물게 양자강 이남을 여행하게 된다. 그 여정을 조선 선비 특유의 필치로 그린 최부의 『표해록』은 마르코 폴로의 『동방 견문록』과 엔닌(일본 승려)의 『입당구법순례행기』와 더불어 세계 3대 중국 여행기에 꼽힌다. 당당한 선비 최부, 중국 땅에 조선의 위엄을 떨치다 최부는 바다를 표류하는 중에 배가 난파할 위험에 놓여서도, 해적을 만나서도, 중국 땅에 내려 왜구로 오인받아 조사당할 때도 언제나 강인함과 뛰어난 통솔력을 보여 자신과 일행 42명을 지켜낸다. 결국 중국 당국도, 최부가 과거에 오른 국왕의 근신이며, 유학에 조예 깊은 선비임을 알게 되면서, 중국 정부는 말과 수레와 가마를 주는 등 편의를 봐준다. 북경에 들자 천자는 최부와 일행 42인에게 상을 내린다. 이러한 은혜를 받으면 사은례를 거하게 하는 법이나 아버지 상을 당해 망극한 슬픔을 가눌 길 없는 최부는 아무리 천자께 드리는 사은례라 해도 상복을 벗고 천자를 배알할 수는 없다고 꿋꿋이 버텨 중국 관원들을 난처하게 만든다. 조선 전기 지식인, 중국에 당당했다. 우리 선조들은 언제나 글을 쓰면서 자기를 닦았다. 과거 시험의 논술 대비 문장이 아니라, 일상의 삶을 적으면서 자기를 수양하는 도구였다. 그렇기 때문에 관리들 중에서도 문장이 뛰어난 이들이 많았으며, 최부 역시 나날이 자기를 기록해 오면서 다져진 필력을 통해 기록에 충실하면서도 거듭되는 위기와 긴장의 순간을 박진감 넘치는 문장으로 훌륭히 표현해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