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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그리스 사포의 연시에 실린 히포크라테스 교훈 코린토스 스파르타 코스 델로스 로도스 펠라 이탈리아 비키니의 유혹에 비친 플라톤의 학문 로마 바티칸 오스티아 나폴리 폼페이 에르콜라노 팔레르모 피아짜 아르메리나 프랑스 파리스의 업이 빚은 트로이 전쟁과 로마 풍속 빠리 셍제르망앙레 리용 비엔느 오랑쥬 베종라로멘느 님므 부록 모자이크란 모자이크의 역사와 장르 모자이크 기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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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비키니나 낯 뜨거운 행위묘사가 재등장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이는 단순히 고대 로마의 여성들이 누린, 복식服飾과 성의 굴레에서 벗어난 자유를 되찾았다는 차원에만 머물지 않아요. 근엄한 신과 종교라는 신성神性의 엄격한 통제를 벗어나 그리스·로마 시대의 인간정신人性 회복을 의미하는데요, 서양사에서 말하는 15세기 르네상스를 기억하실 겁니다. 르네상스하면 단순히 고대 철학이나 문학을 문헌 속에서 다시 연구하며 되살리는 것만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실은 한 발 더 나아갑니다. --- '서문' 중에서
‘에우로파의 집’에서 나와 동서로 쭉 뻗은 데쿠마누스 막시무스를 따라 서쪽으로 백 미터쯤 올라갑니다. 이어 만나게 되는 남북대로인 카르도를 따라 북쪽으로 이백 미터쯤 걸어요. 그러면 고대 그리스 신화 최대의 사건 속으로 빠져들죠. 트로이 왕자 파리스가 세 명의 여신, 즉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를 놓고 누가 최고의 미인인지 가려내는 《파리스의 심판》을 만나게 됩니다. 《파리스의 심판》은 보존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지만, 규모는 무척 커요. 가로 14.2미터, 세로 6.65미터나 되는 대작이에요. 웅장하고 화려한 저택에 설치했던 작품임을 알 수 있죠. 지금은 비록 폐허에서 초라한 보호막 아래 누워 있지만 말입니다. --- p.38 알제리의 로마 유적지 콘스탄틴에서 걷어온 깜짝 놀랄 만한 모자이크 한 점이 루브르 모자이크의 격을 높여주네요. 《파리스의 심판》 맞은편에 자리한 《포세이돈의 승리》입니다. 모자이크 전시관을 뜨겁게 달구는 동시에 작품성이나 아름다움에서 유럽의 어느 박물관 모자이크에도 뒤지지 않는 수작이에요. 인물묘사는 물론 보존상태도 뛰어나 잠시 발길을 멈추지 않을 수 없죠. 포세이돈과 아내 암피트리테의 자연스런 표정과 자세, 그리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인체묘사가 탄성을 자아내요. 특히 암피트리테의 풍만한 몸매는 단연 으뜸임을 고집하기에 충분합니다. 금발에 화관을 쓴 암피트리테는 발그레한 볼에 앵둣빛 입술, 반듯한 이목구비죠. 여신의 빼어난 아름다움이 그대로 묻어납니다. 통통하고 귀여운 모습에서 동양적인 미가 물씬 풍기네요. 인정미 있는 푸근한 이미지예요. 주변의 고기 잡는 소년이나 말의 생생한 표정 역시 살아 숨쉬듯 사실적이고요. 말의 콧소리가 들리는 듯하죠. --- p.2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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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해석을 위해 과거 지식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쓰임새가 있다면 만족스럽다.”
저자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쓴 투키디데스의 말을 빌려 이 책의 출간 목적을 이야기한다. 저자 역시 옛것을 익히고 미루어 새것을 아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마음으로 시간만 나면 미친 듯이 그리스·로마 유적지, 특히 모자이크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다녔다고 말한다. 그렇게 지중해 주변 15개국 100여 군데의 유적지와 박물관을 돌았다. ‘모자이크’라고 하면 미술시간에 색종이를 뜯어 붙인 기억이나 교회 유리창의 스테인드글라스 정도가 떠올려지는 사람이라면 그의 여행목적 자체가 좀 생소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모자이크가 얼마나 활성화 되었기에 한 시대, 그것도 서구 문명의 기원이라 일컬어지는 그리스·로마 시대의 사회와 문화를 통틀어 엿볼 수 있다는 것일까? 살짝 의구심까지 들 수도 있다. 신화의 땅 그리스, 로마를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역사적 유물과 지중해성 기후라는 우리로서는 다소 낯선 날씨가 빚어내는 이국적 풍물에 주목하고 그것들에 매료되기 십상이기 때문에 더욱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저자 역시 처음에는 서구 문화의 기원을 찾아 신화를 찾아 나섰던 길에 우연히 만난 모자이크 세계를 접하고는 문화충격에서 헤어나기 어려웠다고 토로한다. 그러나 이제 그는 재료의 다양함은 말할 것도 없고, 소재에 있어서도 풍속, 사랑, 놀이, 산업, 스포츠, 학문, 역사, 신화 등을 모두 아우르는 모자이크가 없었다면 그리스·로마 문명의 실상을 파악하는 것조차 어려웠을 것이라 단언한다. 더불어 아직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지중해 각지에 흩어져 있는 그리스·로마 시대의 모자이크를 이 책에 한 데 모아 놓음으로써 그리스·로마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예술을 이해하고 함께 공유하며 새롭게 미래를 읽는 단초가 되었으면 하는 기원도 담고 있다. 신화보다 매혹적인 인간의 삶을 담아 전하는 모자이크 모자이크Mosaic는 자갈이나 대리석, 도자기, 유리 등을 잘게 자른 조각, 즉 테세라Tesserae를 촘촘히 붙여 물이 새지 않도록 하는 방수 포장 기법인 동시에 원하는 디자인을 아름답게 표현해내는 예술 장르이다. 모자이크의 시작은 BC 5세기경 고대 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검은색과 흰색의 두 가지 색깔의 자갈Pebble만 쓰는 방식으로 시작하여, 헬레니즘 시기BC 4세기~BC 1세기에 접어들면 다양한 색상의 테세라를 사용하여 화려한 색상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작품들이 등장한다. 그리스 문화를 계승한 로마 시대1~4세기 역시 지중해 전역에서 모자이크는 예술의 한 장르로서, 그리고 생활의 편리를 추구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만개한다. 모자이크는 어떠한 재료를 이용하느냐에 따라 콘 모자이크Cone Mosaic_흙을 원추모양으로 길게 구워 사용함, 페블 모자이크Pebble Mosaic_자갈, 테세라 모자이크Tesserae Mosaic_대리석이나 도자기 조각을 잘게 자른 테세라, 오푸스 시그니눔Opus Signinum_모르타르, 흑백 모자이크Black & White Mosaic_검은색과 흰색의 테세라만 사용, 오푸스 섹틸레Opus Sectile_색 있는 대리석이나 유리를 잘라 사용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모자이크 재료의 선택은 그 시대를 읽는 또 다른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재료의 다양함만큼이나 작품의 주제도 다양하다. 종교적 색채가 강해 작품의 소재가 기독교로 한정된 중세의 모자이크와는 대조적으로 그리스·로마 시대의 근간인 신화는 물론이고 당시 사람들의 삶과 생활상이 그대로 녹아든 사회, 문화, 역사 전반을 그리스·로마 모자이크는 담아내고 있다. 인간성의 유지와 자유로움을 만끽하던 당시 시대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 신화보다 더 생생하다. 2000년의 시간을 초월해 공유하는 문화 바야흐로 휴가철이다. 얼마 전부터 젊은이들이 모이는 바닷가 모래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박진감 넘치는 놀이가 하나 있다. 배구와 비슷하게 해변에서 이루어지는 비치발리볼이다. 2000년 전, 로마 시대에도 여성들이 다름 아닌 비키니를 입고 비치발리볼과 비슷한 경기를 했다. 지중해 시칠리아의 산 속 피아짜 아르메리나에 있는 로마 시대 모자이크에 그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로마 시대의 비키니 모습은 어땠을까. 그 시절에도 운동복으로 입었던 ‘수블리가쿨룸팬츠’과 ‘스트로피움브래지어에 해당’이 지금의 비키니와 별반 다르지 않음을 이 모자이크가 보여준다. 그들은 수블리가쿨룸과 스트로피움을 착용하고 지금 우리 해변에서 펼쳐지고 있는 운동의 동작 들을 취한 채 시칠리아 산속에서 2000년 넘게 모자이크로 살아 숨 쉬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을 지어주기도 했다. 저자는 이 모자이크를 통해 세대를 초월하는 인간성의 공유를 이야기한다. 어쩌면 자신의 자녀와 부모 사이의 문화적 세대차가, 지금의 우리와 고대 그리스와의 문화 차이보다 더 클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그리스의 생활적 감성이 우리네 부모 세대와 오히려 공감할 수 있는 면이 있으며, 자녀들의 감성은 다시 자유로운 복식(服飾)과 놀이에서 그리스의 문화와 공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한 발 더 나아가 인문학을 떠나 그리스·로마 인의 삶을 규정하던 과학은 물론 정치제도, 사회운영 시스템 전반을 돌아보는 기회로 삼았으면 하는 마음도 전한다. 즉 인간의 삶과 역사, 문화 그리고 민주주의 시작과 과학적 사고의 기초를 다진 그리스·로마 학문의 흔적을 시칠리아 산 속에 남아 있는 비키니에서부터 나폴리 박물관에서 만나는 다양한 모자이크 통해 되짚어보고 나아가 우리 후손들이 살아갈 세상을 추론하기에 이른다. 한낱 목욕탕이나 부유층 저택의 침실, 식당, 응접실, 복도 바닥에서 장식품으로 또는 방수를 위한 장치로 이용되었던 생활 속의 작은 모자이크들이 2000년의 세월을 넘어 지금의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보여주는 것은 바로 그리스·로마 시대의 문명이자 현재이며 우리 미래의 문화라고 말하는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