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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nest Callenba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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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를 낮은 불에 올려두고, 베라는 신문을 다시 훑어보려 자리에 앉았다. 경제면에 실린 기사 하나가 소름끼쳐서 그것을 다시 점검하고 싶었다. 동부의 어느 식품회사가 신선한 채소와 과일의 판매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는 기사였다. 땅딸막새 보이는 남자 임원이 말하기를 대중들이 신선한 제품을 고가에 사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그 회사로서는 달리 선택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회사의 영양학자들이 ‘걱정스러워하는 주부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대안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즉, 그 회사에서 나온 영양제를 먹으면 가족들에게 균형잡힌 식단을 계속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미국식 식단은 새로운 우주 시대의 경제와 기술적인 우선권을 방영하도록 변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p.14, '베라 올웬' 중에서
퓨젯1호기의 비상 냉각시스템을 마지막으로 총점검하면서 엑스레이 기술자들은 초기 균열이거나 다시 용접한 흔적일지 모를 희미한 금을 확인햇다. 검사 감독관은 그 금이 용접의 흔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부하직원들이 이 판단에 의문을 제기하자 이렇게 대답했다. “자네들은 지금 뭘 말하고 있는지도 몰라. 이런 금은 수천 번도 넘게 봤어. 그것이 폭발로 이어진 적은 이제까지 한 번도 없었어.” 그날 밤 수석 검사관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어느 엑스레이 용지가 생각나자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 p.22, '퓨젯 1호' 중에서 “…경제학자들은 우리 경제에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문제에 관해 자기들끼리 서로 옳다고 격렬하게 싸워대지만, 대부분은 꾸준히 움직이면서도 대략 똑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모든 사람을 위해 충분한 물품을 공급하는 사회가 번영하는 것을 보고 섬뜩함을 느낍니다. 그런 아이디어는 어쩌면 합리적인 것으로 들릴지는 모르지만 과거에 팽창주의자들에게 훈련받은 경제학자들에게는 ‘2류’가 된다는 공포를 불러일으킵니다. 2류라든가 평범하다는 개념은 전적으로 무파치한 것으로 여겨지니까요.…” --- p.141, 'GNP 아이러니' 중에서 갑자기 야영지를 둘러싼 숲이 모두 불길해 보이기 시작했다. 도대체 누가 그녀의 노트를, 아무 죄 없는 노트를 원한단 말인가? 그게 연구 기록이 담긴 노트라고 생각하지 않는 이상. 그것 말고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온몸에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고 있었다. 그녀의 생물학적 메커니즘이 전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녀는 코펠과 옷을 배낭 속에 챙겨 놓고 침낭을 대충 말아서 묶을 때까지 공포를 억눌렀다. 그런 다음 가능한 한 소리를 내지 않으려 애쓰면서 숲속으로 숨어들었다. --- p.331, ‘은둔’ 여행 중에서 제이미가 땀으로 뒤덮인 창백한 얼굴을 하고 천막집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그러고는 자신의 옷을 챙겨 입었다. “어서 여기를 빠져나가야 해, 빨리! 저 나쁜 새끼들이 또 우리 땅에 농약을 뿌려대잖아!” 아무렇게나 옷을 걸쳐 입고는 네 명 모두 스프레이 구름을 피해 길을 달려내려갔다. 그들이 달려가고 있을 때 북동쪽에서 희미한 폭발음이 들렷다. “세상에, 제이미, 당신이 그를 맞춘 게 틀림없어.” 맥이 말했다. 그러자 제이미는 그 자리에 딱 멈춰서며 말했다. “저 총을 없애야 해요.” 그는 자욱한 제초제 안개를 뚫고 천막집으로 달려갔다. 잠시 후 그는 총을 가져 왔고 그들은 낡은 트럭까지 달려갔다. --- p.373, '추락한 헬리콥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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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스, 헉슬리, 오웰의 계보를 잇는 새로운 이름의 등장!
1981년에 출간된 어니스트 칼렌바크의 『에코토피아 비긴스』(원서명: Ecotopia Emerging)는 저자가 그보다 6년 전에 출간한 생태주의 유토피아 소설 『에코토피아』(원서명: Ecotopia)의 속편이다. 그러나 내용상으로는 전편의 내용보다 앞선 시기를 다룬 프리퀄이다. 환경ㆍ생태 관련 분야의 핵심 키워드인 ‘에토토피아’라는 용어의 기원이 된『에코토피아』는 미국 워싱턴 주, 캘리포니아 주 북부, 오리건 주가 미국연방에서 탈퇴하여 세운 독립국가 ‘에코토피아’에서 자신들만의 환경친화적인 법률과 제도를 만들고 이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린 가상소설이자 미래소설로 출간 당시 출판계뿐 아니라 미국사회 전반에 화제가 되었다. 그로부터 6년 후 저자는 정치ㆍ역사ㆍ경제ㆍ환경ㆍ과학기술제도 등 미국사회 전반에 관한 보다 전문적이고 심층적인 고찰을 거쳐 『에코토피아 』의 프리퀄인 『에코토피아 비긴스』를 완성한다.『에코토피아 비긴스』는 어떻게 해서 미국 북서부의 세 주가 미연방으로부터 탈퇴해서 ‘에코토피아’라는 나라를 건국하게 되는지, 그 동기와 과정을 구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가히 혁명적이라 할 수 있는 이 과정은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여 건국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을 방불케 한다. 현실에 근거를 둔 생태학적 상상력의 빛나는 성과! 이야기는 불쾌한 현실에서부터 솟아나온다. 고도로 발달된 물질문명으로 인해 오염되고 피폐해진 오늘날 세상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하는 이야기 속 현실은 공기와 물 그리고 음식물의 오염과 독성이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해진다. 원자로의 노심 용해도 큰 위협 요인으로 자리 잡는다. 군사 지출이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나라가 붕괴하고 있는 동안에도 정치인들은 한물간 의제를 두고 승강이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때 피폐한 현실 사회에 회의를 느낀 헌신적인 사람들은 그 위기에 대해 그들만의 방식으로 대응하기 시작하고, 점차 신선한 희망들이 고개를 내민다. 무모한 듯 당찬 물리학 지망생 루 스위프트가 독특한 태양전지를 발명하는데, 이는 오염을 유발하는 화석 에너지에 대한 인류의 의존에 종지부를 찍을 만한 것이다. 메리사 다마토는 개벌지와 침식된 숲의 복원에 평생을 바치기로 결심한다. 그녀의 어머니 로라는 발암성 화학물질을 만들어내는 공장들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화학물질의 희생자들인 암환자들과 함께 특공대 그룹을 조직한다. 현실정치에 환멸을 느낀 저명한 국회의원 베라 올웬은 생존 지향적 미래를 목표로 하는 새로운 풀뿌리 정당을 조직한다. 수천 명의 동조자들과 힘을 모으면서, 그들은 목숨을 걸고 모험을 감행한다. 지구의 생존과 함께 그들의 개인적인 생존을 위협하는 지배세력들의 온갖 방해공작에 맞서 싸우는 것이다. 곧 닥쳐올 역사의 파노라마인 ‘에코토피아의 독립’은 수많은 개인들의 운명을 용해시켜 하나의 흥미진진한 대서사시로 엮어낸다. 바로 ‘새로운 국가의 탄생’이라는. 에코토피아 건국의 주역인 베라 올웬, 루 스위프트와 그녀의 가족들, 버트 럭맨, 메리사 브라이트클라우드 등의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그만큼의 비중으로 삽입된 현실 고발적인 보고서와 신문기사들은 더욱 충격적이다. 간혹 사회과학서인지 소설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덕분에 이 소설을 끝까지 읽고 나면 한꺼번에 여러 권의 교양서를 독파한 듯한 뿌듯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석유와 자동차 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미국 경제의 불안한 미래와, 환경 파괴가 초래할 실질적인 위험에 관한 경고는 현재 미국의 상황을 상당부분 정확히 예견하고 있어 놀라움을 자아낸다. 지금 지구는 인류가 문명이라는 이름하에 저질러온 죄악으로 인해 심하게 앓고 있다. 물고기가 살지 않는 썩어가는 강물, 과대한 에너지 사용으로 구멍이 숭숭 뚫려가는 오존층, 파괴된 인간관계 등을 복원하고 후손들에게 지속가능한 환경을 물려주기 위해 우리는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문명의 이기 중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계승하여야 할까. 이 책은 우리에게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에코토피아』에 그려진 세상이 칼렌바크식 ‘멋진 신세계’라면, 『에코토피아 비긴스』는 그 ‘멋진 신세계’로 갈 수 있는 현실적인 다리를 형상화한다. 그 다리는 무지개 다리처럼 높거나 동떨어져 보이지 않는다. 특히 에코토피아 헌법의 기초가 되는 ‘생존자 당’의 ‘NO MORE 10계명’에는 지금의 현실에 적용해도 될 만한 실용적이고 지혜로운 아이디어들이 담겨 있다. 『에코토피아 비긴스』가 발표된 1980년대 초에 미국인들이 칼렌바크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더라면, 2009년의 미국은 지금과 많이 달랐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