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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oya Yukiko,もとや ゆきこ,本谷 有希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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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절망의 심연 속에서 혼을 흔들어놓을, 모토야 유키코의 충격적 장편소설
모토야 유키코의 첫 장편소설 『바보들아 슬픈 사랑을 내보여라』가 문학에디션 뿔에서 출간되었다. 모토야 유키코는 발표하는 작품마다 작가 특유의 개성 넘치는 파워와 독특한 작품 세계로 독자들과 문단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미시마 유키오 상, 아쿠타가와 상 최종 후보작에 노미네이트될 정도로, 현재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예 작가이다. 2005년 미시마 유키오 상 최종후보작에 올랐던 작가의 첫 장편 『바보들아 슬픈 사랑을 내보여라』는 그녀가 이끄는 극단의 동명 희곡을 소설화한 것으로, 2007년에는 영화화되어 바르샤바 국제 영화제에서 혁신적인 테마성을 가진 영화에게 수여하는 ‘프리 스피리트’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요코하마 영화제, 칸 영화제 등 여러 영화제에서 작품성을 높이 평가받아 다양한 상을 수상했다. 또한 ‘2007년 일본영화 부문 베스트 톱’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바보들아 슬픈 사랑을 내보여라』는 여배우가 되기 위해 태어날 때부터 자신은 남과 다른 “특별한” 인간이었다라고 생각하는 스미카를 중심으로, 그녀의 상처를 보듬어주고자 절망의 나락으로 곤두박질쳐 가는 오빠 신지, 그들 사이에서 채울 수 없는 갈증을 느끼며 점점 비뚤어져 가는 여동생 기요미, 그리고 이들 3인이 자아내는 숨 막히는 열기 속에서 잠식되어 가는 새언니 마치코, 이들 4인이 그려내는 치명적 사랑과 지독한 슬픔, 끈질기게 피어나는 애증의 적나라한 온상을 그려놓았다. 커다란 절망의 심연 속에서 혼을 흔들어놓을 모토야 유키코의 첫 번째 이야기가 막을 올린다. “나는 절대로 다른 사람과 다르다. 특별한 인간이다.”라고 외치는 언니의 오만함, 그리고 그녀의 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언니는 전혀 잘나지 않았다고 반박하는 만만치 않은 여동생. 가족의 비밀에 안간힘을 다하는, 새어머니가 데려온 오빠와 그의 아내. 이들 4인 가족이 펼치는 적나라한 애증극, 그 지옥화 같은 상황의 인물 묘사나 장면 묘사가 굉장히 뛰어나다. 그리고 참신한 문장 기법과 기발한 구성을 가진 도발적인 작품이다. 바로 연극 공간이다. 희곡이 기초인 소설답게, 이 책을 읽고 있는 동안 침을 삼키고 무대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한성례(역자 후기 중) 치명적 사랑, 길들여진 슬픔이 낳은 마음의 독 교통사고로 사망한 부모의 장례식 날, 일본 최고의 여배우가 되기 위해 도쿄로 상경했던 스미카가 4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다. 고인의 명복을 빌기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가슴팍이 야하게 파이고 눈에 띄는 선명한 색깔의 주황색 원피스를 입고 집에 도착한 스미카에게는 윤기 흐르는 화려함이 배어 있었다. 그런 언니를 불안한 시선으로 뒤쫓는 여동생 기요미. 기요미에게는 언니 스키마의 잔악한 본성이 뚜렷이 각인되어 있다. 언니는 4년 전 고교 시절, 도쿄 상경을 반대하던 아버지를 나이프로 위협하고, 그를 말리던 오빠 신지의 얼굴에 지워지지 않을 깊을 상처를 남긴 채, 매춘을 하면서까지 상경 자금을 모았던 인물이다. 가족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과 깊은 상처를 남겨 놓고도, 자신만이 특별한 사람이라는 과잉된 자의식을 온몸에서 뿜어내는 언니의 귀향은 기요미에게 알 수 없는 공포심과 참을 수 없는 충동을 가져다준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기요미는 스미카와 신지의 밀회 장면을 우연히 목격한다. 사락, 하는 마른 나뭇잎 부딪치는 가벼운 소리가 나고, 소녀의 시야에 새로운 한 세트의 다리가 비집고 들어왔다. 달빛 아래 비치는 하얀 피부와는 대조적으로 그늘 속에 녹아들 만큼 칙칙하고 어두운 살색. 짧게 잘라 가지런한 발톱, 힘의 상징처럼, 부드러운 구석이 전혀 보이지 않는 딱딱한 복사뼈가 여자와 거리를 두고 전화기 앞에서 멈췄다. (중략) 희고 요염한 허벅지가 개수대에서 떨어져 남자에게로 다가갔다. 남자의 단단한 장딴지가 죄어지고 딱딱해진다. 잘록한 허리를 가까이 붙이고 몸을 착 밀착시킨 상태에서 여자는 남자의 귓가에 대고 천천히 입술을 움직인다. (pp.64~66) 희미한 빛 속에서 기요미는 꿈틀거리는 두 그림자를 보았다. 반사적으로 목을 끌어당겼다. 빨라지는 고동을 억누르며 침을 삼킨 기요미는 다시 한 번 천천히 안을 들여다보았다. 분명히 둘이었던 사람 그림자가 하나가 되어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하나로 합쳐져 있었다. 실루엣이 복잡한 것은 아마도 식탁에 걸터앉은 큰 사람의 무릎 위에 작은 사람이 다리를 모으고 옆으로 앉아 있는 형태인 것 같았다. (p.181) 한편, 어머니의 자궁이 아니라 한겨울 도쿄의 코인 로커에서 탄생의 순간을 맞이한 마치코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마이너스 인생을 살아온 버려진 아이였다. 여덟 살의 마치코를 양로 데리고 간 남자는 자신을 제물로 바쳐 노모를 구하려다 경찰에 붙잡혔고, 마치코는 생매장되었던 흙더미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이후, 그녀의 삶은 온갖 쓰라린 시련을 겪어온 박복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인생이었다. 남자와 사귈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마치코는 우연한 기회에 결혼상담소의 컴퓨터가 배우자감으로 10여 분 만에 축출해 준 네 살 연하의 신지를 소개받게 되고, “가족을 무엇보다도 소중히 생각하는 여성.”을 원한다는 신지의 프로필을 보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신지와의 결혼을 결정했던 것이다. 그러나 결혼 이후, 아무리 노력해도 신지에게서 몸과 마음을 거부당하기만 하고 가족들에게도 무시당해 온 마치코는 스미카가 돌아온 이후, 집안에 흐르는 미묘한 분위기를 알아채지 못한 채 가족들과 가까워지려고 안간힘을 써댄다. 코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던 마치코 씨도 비틀비틀 일어나 부엌에서 제가 먹을 소바를 가져다줬어요. 저는 음식에 올케 언니의 코피가 떨어져 있지나 않은지 확인한 다음, 소바 국물 속에 흰 파를 듬뿍 집어넣고 소바를 찍어 먹었죠. 얼음물로 씻었는지 차갑고 맛있었어요. (중략) 제가 그렇게 점심을 먹고 있는 동안 마치코 씨는 헝클어진 머리를 내버려 두고 황소처럼 느릿느릿 엉망진창인 방을 정리했어요. “괜찮아요?”라고 묻자 그녀는 “괜찮아요. 아무렇지도 않아요. 이젠 많이 익숙해졌어요.”라고 웃으며 소바 국물이 스며든 다다미방을 열심히 걸레로 닦았어요. 거짓말하는 것 같지 않았어요. 올케 언니는 정말로 익숙해졌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이 환경에 가장 의문을 품지 않는 사람은 아마도 그녀일지도 모른다고, 저는 파의 아삭아삭한 맛을 음미하면서 생각했어요. (pp.81~82) 어린 시절 생부가 실종된 이후, 어머니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단 하나의 목표이고 자그마한 꿈이었던 신지. 재혼한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신지에게 스스로도 놀랄 만큼 깊은 상실감을 가져다주었고, 자신의 꿈을 잃어버린 자리에 큰 허무감만이 자리 잡았다. 비록 어머니의 재혼으로 연결된 가족이지만 남은 가족들이라도 행복하게 해줘야 한다는 신념으로 가슴에 뚫린 구멍을 메워보려고 분발했던 신지는 자신을 향한 스미카의 고집스러운 집착과 자신을 맹신적으로 따르는 마치코, 자신이 지켜줄 수 없었던 기요미에 대한 연민 사이에서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현실을 처절하게 목도한다. 나약한 인간들의 치유되지 못한 갈증과 허기가 낳은 지독한 비극 모토야 유키코는 『바보들아 슬픈 사랑을 내보여라』에서 인간 밑바닥에서 꿈틀대는 지독하고도 가련한 허기와 갈증의 정체를 적나라하게 그려놓았다. 죽고 싶을 만큼 괴롭고, 죽이고 싶을 만큼 증오스러운, 그렇지만 마음 깊숙이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대상은 다름 아닌, 가족인 것이다. 그러나 그 대상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지 않다면, 너무나 쉽게 흩어져 버리고 말 나약한 존재들이다. 스미카는 자신이 동경했던 여배우로서의 꿈이 잘 안 풀리자 자신에게 닥친 모든 불행의 원인을 여동생 기요미에게 돌려버리고, 언니의 포악함에 하루하루 두려움에 떨며 숨 막혀 가는 기요미는 허약한 낯빛 안에 가슴속에서 맹렬하게 솟구쳐 오르는 분노를 숨기고 있다.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단 말이야, 연기에 집중이 안 돼. 어떻게 해줄 건데? 전혀 실력을 발휘할 수가 없으니 잘할 리가 없잖아. 난 분명히 완벽했어. 네가 그딴 만화를 그리지 않았다면 난 이미 완벽한 여배우가 돼 있었을 거야. 그걸 알기나 해? 모두 네 탓이라는 걸.”(p.93) 비록 피로 맺어진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새언니 마치코가 있음에도 오직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오빠를 갈구하는 스미카의 비뚤어진 욕망과 간신히 섞여든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지키기 위한 마치코의 무심할 정도의 둔함은 소름이 끼칠 정도다. 이들의 치유되지 못한 마음속 깊은 허기는 공허를 잉태하고 지독한 비극을 낳는다. 필연성. 여배우로서의. 모든 것이 여배우가 되기 위한 불행이라고 말해 준 데쓰오. (중략) 처음부터. 모두. 여동생이. 그 아이가. 나를 시험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나의 여배우로서의 길은. 여배우로서의 확실한 약속은. 지금까지의 불행의 의미는……. (p.225) 유일무이한 존재. 내가 아니면 안 된다고. 나 이외에는 의미가 없다고. 나만이 필요하다고, 누군가. 나만을. 특별하다고 인정해 줘. 다른 사람과는 다르다고. 가치를 찾아내 줘. 나의. 나만의. 나라는 존재의. 나라는 인간의. 의미를. 가치를. 이유를. 필요성을. 존재 의미를. 지금 당장. (pp.226~227) 탄식을 자아내는 아름다운 겉모습으로 과잉된 자의식을 견고히 지켜온 스미카와 그녀의 마력에서 헤어 나올 수 없는 신지가 자아내는 야릇한 열기 속에서, 작가가 마지막에 준비해 놓은 충격적 반전은 깜찍한 여동생의 이미지를 단숨에 전복시킨다. 가족이라도, 서로가 서로를 다 이해쿇고 있다는 안도감은 자만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