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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ukai Michio,みちお しゅうすけ,道尾 秀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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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은 태양빛을 받았을 텐데도 차가웠다. 나는 두 손을 마루 위에 얹은 상태로 S를 올려다봤다. 뒤에서 불어온 미지근한 바람이 내 머리를 스친 다음, 또 다시 S의 몸을 흔들었다. 끼익 하는 소리가 날카로운 칼처럼 위에서 내 귀를 찔렀다.
나는 S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두 눈을 꽉 감고, 천천히 손발을 주워 모으듯이 일어섰다. 다리를 움직였다. S를 등지고, 마루를 따라서 왔던 길을 돌아갔다. 콧속이 실룩거리며 경련을 일으킨다. 턱이 떨리고 입 속에서 이가 탁탁 부딪힌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잘 걸을 수가 없다. 뒤에서 삐걱거리는 밧줄 소리가 나를 쫓아오는 것처럼 들린다. 마루를 절반쯤 지났을 때, 나는 딱 한 번 뒤를 돌아보았다. S의 모습은 벽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다. 많은 해바라기가 눈에 들어왔다. 모두 커다란 꽃을 피우고 있었는데, 그 꽃들은 하나같이 S가 있는 방을 향하고 있었다. 조금 전에 S는 나를 내려다보고 있던 것이 아니라, 그 활짝 핀 해바라기를 보고 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는데, 갑자기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 본문 중에서 “거짓말 마!” 엄마가 오른손을 높이 쳐든다. 나는 몸에 힘을 주며 각오했다. 엄마는 퍽 하고 소리를 내며 손바닥으로 뒤의 벽을 쳤다. “어쨌든 네가 하는 말 따위는, 엄마는 안 믿어.” 엄마의 목소리는 떨렸다. “너는 입만 열면 거짓말이잖아. 거짓말만 하고 남에게 폐만 끼치고―.” 거기까지 말하고 엄마는 갑자기 말을 끊었다. 잠시 가만히 있는가 싶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을 말할까?” 이번에는 완전히 바뀌어서 낮은 목소리를 냈다. “엄마는 선생님한테 연락이 와서 S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생각했단다. ―네가 □□□□□□고.” 마지막 말은 내 귓속에서 윙하고 크게 반향을 일으켰다가 산산조각으로 부서졌다. 나에게 너무나도 충격적인 말이었다. 내 마음은 그 말을 수용하기를 거부했다.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언제부터인가 익힌 방법이다. 의식적으로는 아니지만, 그렇게 거부할 수 있었다. 그러지 못하면 나는 이 집에서 지금쯤 벌써 부서졌을 것이다. 이윽고 엄마는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 그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항상 내 가슴 속에 있는 생각이다. 이 세상은 어딘가 이상하다. --- 본문 중에서 ―걱정되니?― 아빠가 내 목 뒤에 손을 얹었다. 그 무렵, 아빠의 눈은 거북이처럼 졸린 눈이 아니었다. 훨씬 또렷하고 힘이 들어가 있었다. ―괜찮아. 아무 문제없다고 의사 선생님도 말씀하셨구. 너도 같이 설명을 들었잖아.― 아빠는 활짝 웃었다. 그리운 그 웃음소리. 조용한 병원 복도에 울려 퍼졌다. 멀리서 아이가 뛰어다니는 슬리퍼 소리가 손장단처럼 들려왔다. ―너도 이제 곧 오빠가 될 테니, 더 의젓해져야지.― 아빠는 내 목을 따뜻한 손으로 감싸고 가만히 흔들었다. 아빠가 나를 놀릴 때 자주 하던 행동이었고, 나는 그 움직임에 몸을 맡기고 있으면 신기하게도 언제나 마음이 놓였다. 분명히 아빠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아빠는 언제나 내가 원할 때, 그 마음을 아는 듯이 그렇게 흔들어주었다. --- 본문 중에서 다섯 개, 여섯 개, 계속 하는 동안에 어느새 불꽃놀이 세트는 절반가량 줄어들었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하기로 했다. 이제 슬슬 엄마가 돌아올 시간이다. 마지막 불꽃놀이는 조금 전에 미카가 언급한 센코하나비로 정했다. 늘어진 막대 끝에 불을 붙이자, 한가운데에 있는 새빨간 불꽃 주변에 희미한 소리를 탁탁 내며 작은 천둥 같은 노란 색 빛이 수없이 흩날렸다. 타들어가는 센코하나비를 바라보면서 나는 만약 지금 시간이 멈춘다면 훨씬 아름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작은 천둥은 수많은 나뭇가지처럼 그대로 굳어버리고, 그 굳어버린 빛의 가지를 손바닥으로 누르면 분명히 사탕처럼 바삭바삭 부스러질 것이다. 얼마나 근사한 광경일까? --- 본문 중에서 할아버지의 소리는 드럼통 안을 향해서 소리친 것처럼 귓속에서 크게 울려퍼졌다. 어느새 나는 할아버지를 힘껏 노려보고 있었다. 계속 노려보면서 말을 내뱉었다. “모두 그렇잖아요.” 할아버지는 내 다음 말을 기다리는 듯이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다. “저뿐만이 아니에요.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 속에 있잖아요. 자신만의 이야기 속에요. 그리고 그 이야기는 항상 뭔가를 숨기려고 하고 또 잊으려고 하잖아요.” 한 번 터져 나온 말은 그칠 줄 몰랐다. 나는 정신없이 할아버지에게 쏟아냈다. 머리에 피가 솟구쳐서 눈 속이 아플 정도였다. 말없이 나를 응시하는 할아버지가 보기 싫었다. 화가 났다. 나는 숨 쉬는 것도 잊어버릴 정도로 가슴속에 있는 것들을 목에서 토해냈다. “모두 똑같다고요. 저뿐이 아니에요. 자신이 한 일을 모두 그대로 받아들이며 사는 사람은 없어요. 어디에도 없다고요. 실패를 모두 후회하고,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전부 돌이키려고 하고, 그러면서 어떻게 살아요. 그래서 모두 이야기를 만드는 거예요. 어제는 이런 걸 했다, 오늘은 이런 걸 했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어요. 보고 싶지 않은 건 보지 않도록 하고, 보고 싶은 건 확실하게 기억하면서요. 모두 그렇다고요. 저는 다른 사람들하고 똑같은 걸 한 것뿐이에요. 저만이 아니에요. 모두가 그렇게 하고 있다고요.”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슬프지 않았고 후회하지도 않았다. 나는 그저 쓸쓸했다. 목을 맨 S의 모습을 떠올렸다. 나를 노려보는 엄마의 얼굴을 떠올렸다. 졸려 보이는 아빠의 눈을 떠올렸다. 도코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는 나 자신, 미카와 함께 웃는 나 자신을 떠올렸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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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를 고르는 작가, 미치오 슈스케를 주목하라!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2005년)은 제5회 호러서스펜스 대상 특별상 수상작인『등의 눈』(2004년 수상)에 이어 발간된 미치오 슈스케의 두 번째 장편이다. 슈스케는 데뷔 후 2008년 5월까지 총 일곱 권의 장편 미스터리를 발표했다. 그중 네 번째 작품『섀도우』(2006년)는 제7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하였고, 다른 작품들 역시 ‘연간 베스트10 기획’,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의 순위에 오르는 등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단편인「별똥별을 만드는 방법」은 제59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단편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보수적인 경향으로 흐르기 쉬운 미스터리 소설 분야에서 찾아보기 드문 독특한 세계관을 가진 작가로 평가된다. 현재 일본 문단에서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는 실력파이다. 이 책은 미치오 슈스케를 미스터리계의 기린아로 부상시킨 출세작이다. 부조리한 일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환상소설 같으면서 불편한 감정을 자극하는 일종의 사이코서스펜스이지만 마지막에 모든 수수께끼가 풀리는 본격 미스터리이기도 하다. 그만큼 다양한 방법으로 텍스트를 읽게 해주는 복합적인 소설이다(토머스 트라이언, 다케모토 겐지, 아야츠지 유키토를 계승하는 앙팡테리블[무서운 아이들]소설로도 높이 평가할 수 있다). 갓 등단한 신인의 두 번째 작품인데도 제6회 본격 미스터리대상 후보에 오를 만큼『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은 대담한 시도와 수준 높은 기교가 양립하는 소설이다. 그래서 독자가 책을 고르는 게 아니라 이야기가 독자를 선택하고 독자의 의식을 조작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기이한 살해 사건의 범인은 누구일까? 주인공 미치오는 초등학교 4학년, 부모님과 여동생 미카와 함께 생활한다. 언제부터인가 그가 사는 N마을에서 개와 고양이를 살해하여 다리를 부러뜨리고 입에 비누를 쑤셔 넣는 불길한 사건이 빈발한다. 여름 방학을 앞둔 종업식 날, 미치오는 담임인 이와무라 선생님의 심부름으로 결석한 같은 반 친구 S에게 숙제와 유인물을 전해주러 그의 집을 찾아간다. 거기서 미치오는 목을 매고 죽은 S의 시체를 본다. 그런데 소식을 전해들은 이와무라 선생님이 경찰과 함께 달려갔더니, 시신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 일주일 뒤 S의 환생이라는 거미가 미치오 앞에 나타나서 “내가 뭣 때문에 자살을 하는데? 나는 살해당했어”라고 주장하면서 범인이 누구인지 밝힌다. 그리고는 자신의 시체를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미치오와 여동생 미카는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S의 이야기가 거짓이었음이 밝혀진다. 끔찍한 동물 살해의 진범은 누구일까? 그가 S도 살해한 것일까? 미치오는 마침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진다. 독자 역시 미치오의 주변 인물들이 하나같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여동생 미카는 겨우 세 살인데도 부자연스러울 만큼 말과 행동이 어른스럽다. 미치오를 미워하고 미카만 편애하는 어머니도 이상하고, 그처럼 횡포를 부리는 어머니에 비해 너무도 무력한 아버지 역시 이해 불가다. 늘상 창가에 앉아 시간을 보내면서 이들 남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도코 할머니. 그리고 옵저버인 듯하나 결국 사건의 열쇠를 숨기고 있는 후루세 다이조. 그들은 과연 무엇을 알고, 또 무엇을 숨기고 있는 것일까? 환상과 현실을 오가는 등골 서늘한 추리극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의 소재는 지극히 ‘일본적’이다. 왕따, 동물 살해, 시체 유기, 미소년에 대한 집착, 환생 등등 다른 소설들에 비해 유난히 일본 냄새가 강하다. 게다가 고전적인 탐정소설로 분류하기에도 석연치 않다. 주인공들의 비뚤어진 세계관과 인식 과정을 좇다보면 정밀한 논리와 개연성을 무기로 하는 기존의 탐정소설과 거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더욱이 작가는 설명이 가능한 현실과 ‘환생’과 같은 불가해한 환상의 세계를 교묘하게 엮어서 독자의 판단을 중지시키고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리고 평범한 세계와 동떨어진 낯선 세계로 독자를 이끈다. 그래서 자칫 환상 소설로도 읽힐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환생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주는 상징이자 이미지다.『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주관적 인식으로 가득 찬 세계를 경험한다. 얼핏 보기에는 담담한 일상이지만 한 꺼풀 벗기고 들어가면 모두 궤도를 이탈해 있다. 자신만의 이야기 속에 살아가는 미치오, 가상의 존재에 집착하는 그의 어머니, 유년 시절의 트라우마로 인해 왜곡된 삶을 살아가는 후루세 다이조, 범주를 일탈한 성적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는 교사 이와무라. S의 죽음과 환생은 겉보기엔 평탄한 이들의 삶에 이물질처럼 섞여들어 든다. 그리고 결코 드러내고 싶지 않은 치부를 집요하게 파헤치는 동인으로 작용한다. ‘환생’은 사르트르 식 ‘부조리’의 세계다 이 작품의 키워드인 ‘환생’은 주인공들이 현실의 삶을 혐오하고, 현실의 삶에 순전하게 적응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괴리감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세계다. 그것은 곧 자신들이 만들어낸 유일하고 독특한 이야기의 세계이기도 하다. 거기서 그들은 은폐된 진심을 터놓고 상처를 드러낸다. 그러면서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고 또 다른 현실을 만들어간다. 사르트르 식으로 말하자면 일종의 연장된 ‘자기기만’인 셈이다. 하지만 이들은 현실에서도 이야기 속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진정한 자유란 모든 자기기만적인 상황에서 떨어져 나올 때에야 비로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이 소설이 ‘부조리’한 세계를 그리는 데만 집중했다면 이처럼 독자와 평단의 반향을 얻는 데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직 장치를 위해서만 그런 세계를 설정했다는 것, 역으로 그 장치가 소설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이 작가의 역량을 증명해준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에게 편리한 대로, 좋은 대로 기억과 행동을 왜곡한다. 잘잘못을 가리거나 선악을 자각할 틈도 없다. 그만큼 인간은 약하고 슬픈 존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철두철미 ‘나의 이야기’ 속에서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살아간다. 작가가 노린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미치오, S, 여동생 미카, 도코 할머니, 후루세 할아버지……, 그들 모두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 속에 있잖아요, 자신만의 이야기 속에요. 그리고 항상 뭔가를 숨기려고 하고 또 잊으려고 하잖아요!” 미스터리 체재 속에서 이러한 세계관을 내세우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다. 놀라운 발상이 주는 충격과 여운이 강한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