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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면서 종종 사랑하는 사람과 어쩔 수 없이 헤어지게 되는 일을 겪습니다. 늘 곁에 숨 쉬면서 함께 웃고 울던 사람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을 때, 누구나 커다란 절망감과 상실감을 느낍니다. 그 사람의 빈자리를 그리며 깊은 슬픔에 잠기고, 떠난 이를 원망하다가, 결국 곁에 있을 때 더 잘해 줄 걸 하고 후회합니다.
특히 늘 살을 부비며 살던 가족을 떠나보낸 아픔은 그 어떤 이별보다 상처가 큽니다. 같은 공간에서 언제나 함께할 거라 여겼던 사람을 잃었을 때, 일상생활에서 더 이상 그를 찾으려야 찾을 수 없을 때, 매 순간 겪게 되는 공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지요. 이 책의 주인공 여섯 살 여자아이 리자도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습니다. 리자에겐 부모이고 친구이자 선생님인 할아버지. 함께 숫자를 세고, 인디언 놀이를 하고, 밤하늘의 별을 헤던 할아버지가 어느 날 하늘나라로 훌쩍 떠나 버렸습니다. 어른도 감당하기 힘든 이별의 아픔을, 여섯 살 꼬마아이는 어떻게 이겨낼까요? 그 과정을 애잔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할아버지는 하나부터 세기 시작했어요. “하나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우리 리자! 둘은 리자가 좋아하는 비스킷 두 개.” 이번에는 리자가 셀 차례예요. “셋은 내가 가장 기다리는 세 개의 날! 내 생일, 할아버지 생일, 그리고 크리스마스!” 리자에게 할아버지는 할아버지 그 이상입니다. 엄마 아빠를 대신한 든든한 울타리이자, 또래 친구를 대신한 마음의 벗이자, 선생님을 대신한 인생의 멘토입니다. 할아버지와 리자는 숫자 놀이를 좋아합니다. 숫자와 관련된 대상을 연결 지어 서로 주고 받으며 놀이를 합니다. 끝나지 않는 숫자처럼 할아버지와의 즐거운 숫자 놀이도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가 이상합니다. 리자의 어떤 질문에도 척척 대답해 주고, 리자가 따 온 머루도 맛있게 먹어 주던 할아버지가 꼼짝없이 누워 있기만 합니다. 그리고 얼마 후, 할아버지는 영원히 눈을 뜨지 않았습니다. “할아버지는 왜 날 혼자 두고 간 거예요, 왜?” “리자를 혼자 두고 갔다고? 그래, 그런 느낌이 들 수도 있겠지. 하지만 리자, 할머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단다. 할아버지는 다만 눈으로 볼 수 없을 뿐이야.” “보이지 않으니까 없지요. 할아버지는 죽어서 영영 없어진 거잖아요.” “리자, 눈을 감고 케이크를 한번 떠올려 보렴.” “그래, 이제 케이크가 보이니?” “네, 보여요! 크림이 잔뜩 있는 케이크예요!” “그것 봐! 케이크가 정말 있잖아. 눈에만 안 보일 뿐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