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Hisham Matar
히샴 마타르의 다른 상품
왕은철의 다른 상품
|
나는 지금, 내가 떠나기 전의 마지막 여름을 회상하고 있다.
1979년이었다. 태양은 어디에나 있었다. 그 태양 밑의 트리폴리는 밝고 고요했다. 사람과 동물, 개미들까지 필사적으로 그늘을 찾고 있었다. 모든 것이 백색인 곳에 이따금 깃드는 자비로운 회색 그늘을 찾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진짜 자비는 밤에만 찾아왔다. 텅 빈 사막에 식고, 부드러운 소리를 내는 바다에 촉촉해진 미풍은 밤에만 불었다. 그 미풍은 절대적인 별의 영역에서 얼마나 멀리까지 배회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어, 텅 빈 거리를 머뭇머뭇 조용히 지나가는 손님이었다. 늘 그래왔듯이 정확하고 성실한 그 별이 이제 막 떠오르며 고마운 미풍을 몰아내고 있었다. 거의 아침이었다. --- p.5 마마와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냈다. 그녀는 혼자였고, 나는 그녀의 곁을 떠날 수가 없었다. 내가 잠시라도 눈길을 돌리고 방심을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나는 내가 방심하지 않고 관심을 기울이면, 재앙이 닥치지 않고 그녀가 제자리로 고스란히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예측 불가능한 행동과 절박한 이야기들이 나를 괴롭혔지만 그로 인한 나의 경계심과 당시에는 그녀의 병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었던 것이 우리 두 사람을 친밀감 속으로 묶어줬다. 그 후로 내가 사랑에 대해 갖고 있는 가장 깊숙한 기억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 그 친밀감 속으로 말이다. 사랑이 어딘가에서 시작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거울에 반짝이는 빛처럼 어떤 한 사람에 의해 끌어내어지는 숨겨진 힘이라면, 내게는 그 사람이 바로 그녀였다. 분노도 있었고 연민도 있었고 미움의 어둡고 따뜻한 포옹도 있었다. 하지만 언제나 사랑이 있었고, 사랑의 시작을 에워싸는 기쁨이 있었다. --- p.35 “네가 그 아이의 슬픔에 너무 가까이 있는 건 좋지 않다는 말이다. 슬픔은 우묵한 곳을 좋아하는 법이다. 그것이 원하는 건 자신의 메아리를 듣는 것뿐이다. 조심해라.” 나는 마마의 말에 영향을 받았다. 나는 카림과 둘이 있을 때마다 죄의식을 느꼈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우스타드 라시드가 잡혀간 날, 그의 눈에 모종의 슬픔이 깃들었다. 그것은 배반의 슬픔이었다. 버려졌다는 사실에서 기인하는 조용한 슬픔이었다. 적어도 지금 돌아보니 그랬던 것 같다. 그는 말수가 더 없어졌다. 그는 늘 말이 없었지만 이렇게까지 말이 없지는 않았었다. 그는 우리가 하는 놀이에도 끼지 않으려 했다. 대신, 그는 우리가 거리에서 축구를 할 때, 근처에 있는 차에 몸을 기댄 채 우리를 바라보았다. 그럴 때면 내가 그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게 느껴졌다. 나는 혁명위원회가 돌아와서 이번에는 나의 아버지를 잡아가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동등해질 테고, 우리 사이에 있었던 신비로운 유대감이 회복될 것 같았다. --- p.65 배려. 따뜻하고 지속적이고 변하지 않는 배려. 바로 그것이 내가 바라던 것이었다. 결핍감 때문에 절박하게 위안을 갈구하는, 상처와 오줌으로 얼룩진 남자들로 가득한 리비아에서, 그것도 피와 눈물의 시대에, 나는 배려를 갈구하던 웃기는 아이였다. 당시에는 이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았지만, 나의 자기 연민은 삐딱한 자기혐오로 변했다. --- p.257 |
|
1979년 리비아, 푸른 지중해와 뜨거운 햇빛으로 둘러싸여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아홉 살 소년 술레이만. 그의 어린 시절은 카다피 정권으로 인해 위기를 맞는다. 자유를 간절히 소원하던 아버지는 반정부 활동으로 집을 비우고, 어머니는 그런 남편을 기다리며 어느 날 갑자기 강제 결혼을 당해 자유를 빼앗기게 된 슬픈 과거를 아들에게 토해낸다. 이윽고 친구 카림의 아버지가 혁명위원회에 끌려가고 아버지마저 행방불명되면서, 어린 그에게도 독재 정권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기 시작한다. 혁명위원회가 느닷없이 집에 들이닥치고, 어머니가 아버지가 아끼던 책들을 불태우는 모습을 보면서 술레이만은 불안과 혼란을 느끼면서도 집안의 남자로서 어머니를 지키려 애쓰는데…….
|
|
그 누구라도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다.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인내의 돌』을 출간하여 낯선 땅 아프가니스탄의 실상을 알리며 많은 독자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던 현대문학에서, 이번에는 리비아 카다피 독재 정권 하에서 성장해가는 한 소년과 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 『남자들의 나라에서』를 출간하였다. 리비아의 정치 폭력에 만신창이가 된 작가의 삶과 체험에 근거한 이 소설은 2006년, 발표되자마자 노벨문학상 수상자 쿳시를 비롯해 권위 있는 언론사와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으며 22개국에서 번역될 정도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영연방 최고의 문학상인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독재 정권의 서릿발 같은 감시 속에서 한 줄기 구원과 같은 사랑을 재발견하는 이 가족의 이야기는 통렬한 아픔을 통해 큰 감동으로 전달된다. 이 책은… 야만적인 어른들의 세상 속에서 남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아홉 살 소년 첫 작품으로 평론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으며 “근래에 보기 드물 정도로 화려하게” 문단에 데뷔한 히샴 마타르.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리비아 작가인 그는, 아홉 살 때 아버지가 정권의 탄압을 받아 이집트로 도피하였고, 스무 살 때는 아버지가 비밀 경찰에 납치되어 이십 년 가까운 세월 동안 생사조차 알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카다피 정권의 피해자다. 작가는 이런 가슴 아픈 가족사를, 어쩔 수 없이 조국을 떠나야만 했던 때의 자신과 같은 나이인 아홉 살 소년 술레이만을 통해 여과 없이 보여준다. 하지만 이 소설이 “우아하고 감동적이고 시적”인 이유는 단순히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여서거나 리비아의 가슴 아픈 실정을 다루어서가 아니다. 작가는 아버지를 독재 정권에 빼앗겼으면서도, 그 분노를 날것으로 표출하는 대신 어린아이의 시선에서 때로는 순진하게, 때로는 아름답게, 때로는 고통스럽게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재 정권도 어쩌지 못한, 가족을 향한 어머니의 강렬한 사랑 ‘남자들의 나라’는 가부장적, 폭력적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리비아에 대한 비유적 표현이다. 남자아이와 데이트를 했다는 단순한 이유만으로 열다섯 살의 어린 소녀를 강제로 결혼시키고 원치도 않는 아이를 낳게 하고 그 절망을 이기기 위해 알코올 중독자가 되게 하는 것도 그곳의 남자들이다. 상류층의 부유한 사업가이면서도 반정부 활동으로 늘 집을 비우는 지식인 남편을 기다리며, 어머니는 술을 마시다 취해 ‘남자들의 나라에서’ 살아가는 여자로서 느끼는 좌절감, 외로움, 고독을 자기도 모르게 아들에게 쏟아낸다. 아홉 살의 술레이만은 이런 어머니에 대해 미움을 느끼다가도, 언젠가 백마를 타고 원치 않는 결혼을 한 젊은 날의 어머니를 구하러 가겠다고 상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머니는 나약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혁명위원회에 납치당한 남편을 빼내기 위해 백방으로 힘쓰고, 자식만은 불안한 정국에 희생당하는 일이 없도록 이집트로 도피시키는 술수를 꾀하기도 한다. 작가는 어린 소년의 눈을 통해, 너무나 폭력적인 사회 현실을, 그런 현실 속에서 고통받으면서도 남편과 자식을 지켜내려 애쓰는 나약한, 그래서 더욱 강인한 한 여인의 삶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리비아 하면 테러리즘과 독재 외에는 상상할 수 없던 독자들은 이 작품을 통해 그곳에도 우리처럼 평범한 삶을 추구하는 세계가 있다는 것과, 어떤 폭력이라도 이겨낼 수 있는 사랑의 힘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하는 기쁨을 느끼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