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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애인의 집
이원규
2003.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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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詩는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

목차

자서

1. 내 이르을 지우다
동행
결별
동백꽃을 줍다
부엉이
옛 애인의 집
(...)

2. 잡초를 기른다
꽃피는 그대에게
토란
꽃의 속도
벙어리 달빛
물까치
(...)

3.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지리산의 아침
무련, 너를 찾아 나는 간다
거울 속의 부처
만행
천치
(...)

해설 - 무련을 찾아 떠난 지리산의 행려 - 박남준

저자 소개 1

1962년 경북 문경에서 태어났다. 1984년 《월간문학》, 1989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 『달빛을 깨물다』, 『돌아보면 그가 있다』 등이 있고, 산문집 『나는 지리산에 산다』 등이 있음. 제16회 신동엽문학상, 지리산지역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별나무> <몽유운무화> 등 초대 사진전을 10여 회 개최. “어느새 27년 세월, 날마다 지리산과 섬진강변을 어슬렁거렸다. 내 생의 가장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전북 남원의 실상사와 경남 함양의 칠선계곡 입구에도 살아봤지만, 나의 주 무대는 섬진강이었다. 전남 구례군 토지면의 용두리와 외곡리, 그리고 문척면의
1962년 경북 문경에서 태어났다. 1984년 《월간문학》, 1989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 『달빛을 깨물다』, 『돌아보면 그가 있다』 등이 있고, 산문집 『나는 지리산에 산다』 등이 있음. 제16회 신동엽문학상, 지리산지역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별나무> <몽유운무화> 등 초대 사진전을 10여 회 개최.

“어느새 27년 세월, 날마다 지리산과 섬진강변을 어슬렁거렸다. 내 생의 가장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전북 남원의 실상사와 경남 함양의 칠선계곡 입구에도 살아봤지만, 나의 주 무대는 섬진강이었다. 전남 구례군 토지면의 용두리와 외곡리, 그리고 문척면의 마고실과 토지면의 문수골 구산리, 경남 하동군 화개면의 덕은리 중기마을에 살아봤고, 전남 광양시 다압면의 외압마을에 살고 있다. 날마다 칭얼대며 지리산 어머니의 치맛자락에 매달리고, 섬진강 생명의 탯줄을 놓지 않고 살아왔다. 때로 가난하고 아프고 외롭고 절망적이어도 좋았다. 바로 지금 여기 이곳에 아직 살아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내가 나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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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와 본문사진 : 이창수
사진작가. 1960년에 출생하여 중앙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했다. 『샘이깊은물』『국민일보』『월간 중앙』등에서 사진기자를 하다가 지리산으로 내려가 들로 산으로 돌아다니며 야생차와 산야초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다. 현재 악양면 평사리 나무와 풀, 벌레들과 함께 살면서 순천대 사진예술학과에 출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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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3년 05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67쪽 | 270g | 145*190*20mm
ISBN13
9788981336363

책 속으로

라일락 푸른 잎을 씹으며/ 귀향하듯 /옛 애인의 집을 찾아가네//
계단은 열한 계단/ 그 아래 쪼그려 앉은 할머니/ 여전히 졸면서/ 구천을 건너는 생불生佛이네//
라일락 푸른 잎/ 그 사랑의 쓴맛을 되새기며//
대문은 파란 대문/ 엽서가 도착하기도 전에/ 도둑고양이처럼 지나가네//
세상의 모든 집/ 옛 애인의 집
-「옛 애인의 집」전문

밤새 너무 많이 울어서 두 눈이 먼 사람이 있다
-「부엉이」전문

낙엽 하나 떨어지는/ 순간 가을 햇살은 바로 그 위에서 빛난다//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산까치 한 마리 날아오르면/ 출렁,/ 소나무도 푸른 날개를 펴지만/ 굳이 함께 날아오르지 않는다//
(…)
그 푸르던 잎새들/ 무서리 찬바람에 열병을 앓으면//
늦가을의 나무 저도/ 문신 같은 나이테 하나 만들며/ 문득 두 손을 놓아버리는 것이다
-「결별」부분

봄은 봄이로세/ 부스스 일어나/ 토방에 군불을 지피고/ 꽃피는 법당 하나 차렸다//
촛불 두 개를 켜고/ 헌화 헌다 헌향/ 목불 하나 없는 법당에서/ 커다란 거울을 보며/ 백팔 배를 하였다//
한 번 절하고/ 너는 누구냐/ 또 한 번 절하고/ 너는 도 누구냐/ 묻고 묻다가//
거울 속의/ 남루한 부처와/ 두 눈이 딱 마주쳤다/ 그도 분명 울고 있었다
-「거울 속의 부처」부분

굳이 지리산에 오려거든/ 불일폭포의 불방망이를 맞으러/ 벌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대로 지리산에 오려거든/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고/ 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지리산에 오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고/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만 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부분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지리산과 더불어 온몸으로 밀고 나가며 짓고, 허물고, 다시 짓는 세상 모든 집

지리산에 얼굴을 묻고 ‘생의 한철’ 잘 놀았다.
詩는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라 했던가. 6년 만에 남은 것은 이것뿐이다.
그동안 원 없이 걸었다. 낙동강 1,300리, 지리산 850리 도보순례를 하고, 백두대간과 새만금을 들락거렸다. 그마저 지겨우면 오토바이를 타고 꽃의 속도, 단풍의 속도로 전국을 일주했다.
-<자서> 중에서

제1부(내 이름을 지우다)는 ‘결별의 노래’다. 그것은 세상과의 결별일 수도 있고 타인과의 결별일 수도 있으며 자신과의 결별일 수도 있다. 결별이란 무엇인가. 시인은 “산까치 한 마리 날아오르면/ 출렁,/ 소나무도 푸른 날개를 펴지만/ 굳이 함께 날아오르지 않는”(「결별」) 모진 것이야말로 결별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세상의 모든 이름들과 결별”(「내 이름을 지우다」)하는 것이 도무지 가능하기나 한 일인가. 결별과 더불어 “밤새 너무 많이 울어서 두 눈이 먼”(「부엉이」) 시인은 “귀향하듯 옛 애인의 집”(「옛 애인의 집」)으로 숙명처럼 찾아들면서 “독초처럼”(「홀아비바람꽃」) 살아낸다. 그러므로 1부의 시편들은 무겁고 스산하며 휑하다. 유독 1부의 시편들에서 두드러지는 행과 행 사이, 단어와 단어 사이의 틈과 결핍은 결별을 다짐한 자가 도무지 언어화하기 힘든 결별과 미련 사이의 갈등을 반증한다.
제2부(잡초를 기른다)는 ‘자연의 노래’다. ‘지리산 시편’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2부에 실린 시편들에서는 산으로 들어가 노고단과 섬진강과 물까치와 잡초들과 더불어 부대끼며 합일을 지향하는 시인의 맑고 순수한 서정이 빛난다.
제3부(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는 ‘견딤의 노래’다. 사회현상을 향한 날카롭고 치열하며 사나운 시선들과 그것들로부터 견뎌보려는 소리 없는 갈등이 3부의 시편들을 아우른다. 아침이면 여전히 “치욕의 내장을 박차고 뛰어오르며”(「지리산의 아침」), 위험한 줄 알면서도 달밤이면 여전히 “혁명”(「달밤은 위험하다」)을 꿈꾸지만, 그는 “이미 젖어 더 이상 젖지 않는 돌”(「獨居」)이다. 3부에는 이렇게 채념, 반성, 견딤의 의지가 공존한다.

무련을 찾아 떠난 지리산의 행려

이게 뭔가. 이게 뭐란 말인가. 자문하고 자문했을 것이다. 도리질을 치는 낮, 밤이 흘렀을 것이다. 스스로 중얼거리는 말소리에 두 귀가 소스라치던 날이 있었을 것이다. 신문과 텔레비전과 핸드폰의 일상에서 벗어나, 질주하는 아스팔트와 불야성의 네온과 홍수처럼 범람하는 경적소리에서 멀어져 시인은 ‘바람의 낮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난자당하고 관통당하며 지나온 삶의 안부를 묻고 또 묻는 것이다. 거기서 풍경소리가 맑게 울리는 몸의 자유로운 유영을 깨닫기도 했을 것이다.
-박남준의 <해설> 중에서

스스로의 이름을 뼈에 새긴 채 행려처럼 산에서 산으로 떠도는 시인은 <지리산생명연대>의 일을 돌보며 ‘무련(無蓮)’을 찾아 헤맨다. 무련은 “화살보다 빠르고 바람보다 투명한 이미 없는 연꽃”(「無蓮」)이며 “물구나무 선 삼층석탑”(「무련, 너를 찾아 나는 간다」)이다. 자서에서 시인은 시란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라 밝혔다. 그가 홀로 산 속에 머물며 찾아 헤매는 무련, 그것은 시다.

추천평

시를 잘 모르는 사람이 시를 읽으려니 알 것도 같고, 또 잘 모르겠고, 자세히 보면 뭔가 있는 것도 같고, 어찌할 바를 몰라 가슴만 쓸어내렸다. 「다래술을 담그며」를 읽을 때엔 곰삭은 친구와 술 한 잔 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고, 「거울 속의 부처」는 존재에 대한 근원적 물음 앞에 선 벌거벗은 한 인간의 고뇌가 가슴 저리게 했고, 「봄비 속으로 사라지다」를 읽으니 알 수 없는 외로움에 끈끈한 정이 그리워졌다.
이원규의 시를 읽다보니 어느새 눈이 환해졌고, 내 가슴이 따뜻해졌다. 시가 뭔지는 아직 잘 모르겠으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눈이 환해지고 가슴이 따뜻해졌다는 사실이다. 고맙고도 좋은 시간이었다.
--- 도법道法 스님 - 지리산 실상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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