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Shukai Michio,みちお しゅうすけ,道尾 秀介
미치오 슈스케의 다른 상품
김윤수의 다른 상품
|
203호실을 노크했다. “열렸어요.” 안에서 합창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고 보니 안쪽에서 도우미와 마이미가 서로 어깨를 딱 붙인 채 비디오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 (……) “너희들, 기술이 좋구나.” “어쩔 수 없잖아요.” “맞아요. 이렇게 안 하면 게임이 왼 되는 걸요.” (……) “기분 나빠 하지 마. 난 그저 감탄한 것뿐이니까.” 나는 아이들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비위를 맞췄다. “너무 많이 하면 눈 나빠진다. 의자, 하나 빌려가도 되겠니?” “그러세요. 근데 의자는 왜요?” “설마 호사카 오빠, 잘랐어요?” “아냐. 그럼 빌려가마.” ---pp.60-61 -여보세요. 낯익은 남자 목소리. 무라이 기획부장의 휴대전화인 것 같다. 나는 온 신경을 귀에 집중했다. 무라이의 휴대전화 스피커에서 희미하게 새어나오는 목소리로 상대방 성별은 알 수 있었다. 여자다. -그래, 다바타인가. 뭐? 밑에 공중전화에서 걸고 있다구? ……그래, 괜찮네. 지금 회사에는 나밖에 없어. 지금 바로 경비를 처리할 테니까 조금만 기다리게. 탁, 휴대전화를 책상에 놓는 소리. 톡톡톡, 버튼을 세 번 누르는 소리. 책상 위에 있는 내선전화기를 누르는 소리인 듯싶다. 경비실의 전화 벨소리가 울린다. 따르릉. -네, 경비실입니다. -기획부 무라이 부장인데. 저기 말이야. 밖에 왠지 좀 수상해 보이는 남자가 얼쩡거리는 거 같은데. -네? 제가 당장 알아보겠습니다. 어디쯤입니까? (……) -여보세요, 다바타. 지금 막 경비가 나갔으니까 뒷문으로 들어오게. 누군가가 건물로 들어가는 발소리. 또각또각, 하이힐을 신은 것 같다. 엘리베이터가 움직인다. 멈춘다. 다시 들리는 하이힐 소리. 5층 복도를 걸어간다. (……) -그래, 다바타인가? 경비는 없었지? 내가 적당히 말해서 밖으로 내보냈어. 이봐, 왜 그러나? 무라이의 발소리가 사무실을 가로지른다. -뭐하는 거야? 문 쪽으로 다가간다. -다바타? 달칵. 문이 열린다. 옷이 재빨리 스치는 소리. 쥐가 짓밟힌 것처럼 짧은 외마디 비명 소리. 뭔가 커다란 물체가 쿵 하고 바닥에 쓰러진다. ---pp.87-89 “외눈박이 원숭이.” “유럽 민화야. 언젠가 ‘지하의 귀’ 마스터가 해줬어. 그 사람은 이상한 이야기를 많이 알거든.” 옛날에 원숭이 구백아흔아홉 마리가 사는 나라가 있었다. 그 나라의 원숭이들은 모두 외눈박이였다. 얼굴에 왼쪽 눈만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나라에 딱 한 마리, 두 눈이 모두 달린 원숭이가 태어났다. 온 나라의 원숭이들이 그 원숭이를 놀리고 비웃었다. 고민 끝에 그 원숭이는 결국 자신의 오른쪽 눈을 빼버려서 다른 원숭이들과 똑같아졌다……. “원숭이가 빼버린 오른쪽 눈이 뭐였을 거 같아?” 내 물음에 후유에는 당황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내 생각에는 말이야. 원숭이가 빼버린 건 자존심이 아닐까 싶어.” ---pp.237-238 |
|
미치오 슈스케의 ‘감성 미스터리’
2009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작가 랭킹 1위, 2009년 일본 오리콘 판매 1위(『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를 차지한 미치오 슈스케. 데뷔 이후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면서 ‘호러서스펜스대상 특별상(『등의 눈』)’, ‘본격 미스터리 대상(『섀도우』)’,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까마귀의 엄지』)’ 등을 수상하면서 기대주로 급부상한 그는 이제 ‘신예’라는 꼬리표를 떼고 명실상부한 일본 미스터리 소설계의 대표작가로 입지를 굳혔다. 촘촘한 구성과 논리력을 미덕으로 삼는 미스터리 장르에서 다작하는 것도 예외적인 일이지만, 작품마다 한결 같은 순도를 유지하는 것 역시 대단한 내공이 아닐 수 없다. 그의 다양한 작품세계는 미스터리 소설이 한 단계 진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기교만으로 독자와의 두뇌싸움에 치중하는 평면적인 추리 형식을 넘어 소설적 트릭과 장치를 적절히 활용하며 작가의 세계관을 담아내는 수준 높은 미스터리 소설을 보여준 것이다. 『외눈박이 원숭이』는 작중세계의 스펙트럼을 넓힌 작품으로 평가 받는다. 이 소설은 대표작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과는 극점에 서 있다. 전작이 유년 시절의 트라우마를 이겨내지 못하고 비틀어진 세계 속에 갇힌 고립된 자아를 그려냈다면, 『외눈박이 원숭이』는 부조리하고 불친절한 현실 속에서도 자기 삶을 긍정하려는 ‘비주류들의 공존’을 모색한다. 이 소설에는 슈스케의 여느 작품보다 농도 진한 감성적인 코드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다. 독자는 머릿속으로 작가의 퍼즐을 꿰맞추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작가의 묵직한 메시지를 가슴으로 음미하게 된다. 강하고 쿨한 ‘루저’들의 공동체, ‘로즈플랫’ 신주쿠의 뒷골목에 숨어 있는 2층짜리 고물아파트, ‘로즈플랫’. 사회에서 이탈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탐정 미나시의 탐정사무소 ‘팬텀’ 또한 이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미나시는 남들과 구별될 만큼 특이한 귀를 지니고 있는데, 이러한 신체적인 결함은 오히려 강인한 생활력의 원동력이 된다. 귀를 감추고 싶은 마음에 커다랗고 성능 좋은 헤드폰을 거듭 만들어냈다가 도청이 가능한 단계까지 이른 것이다. 그는 도청 전문 탐정으로 업계에 차차 이름을 쌓아가고 있다. 미나시는 다니구치 악기사로부터 의뢰를 받는다. 경쟁업체인 구로이 악기사가 디자인을 도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달라는 것이다. 구로이 악기사 남자 직원들의 대화를 도청하다가 그는 후유에라는 묘령의 여인에게 예사롭지 않은 느낌을 받는다. 남들이 자기 눈을 볼 수 없도록 항상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는 후유에에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동질감을 느낀 것이다. 그 느낌을 믿고 후유에를 찾아 팬텀의 새로운 멤버가 되어줄 것을 부탁한다. 후유에 또한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이고 로즈플랫에 발을 들이게 된다. 로즈플랫에는 개성 강한 인물들이 미나시 곁에 살고 있다. 발음이 독특한 노하라 영감님, 무뚝뚝하지만 속정이 깊은 마키코 할머니, 신이 내린 카드 예언의 귀재 도헤이, 항상 붙어 다니는 초등학교 쌍둥이 자매 도우미와 마이미, 그리고 팬텀에서 접수와 사무를 담당하는 호사카. 독특하고 매력적인 인물들은 소설의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들은 단순히 경쾌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한 소품이 아니다. 로즈플랫은 강하고 쿨한 루저들의 공동체이며, 이곳에 거주하는 이들은 각자 로즈플랫의 주인인 까닭이다. 7년, 뫼비우스 띠처럼 되돌아온 가혹한 운명의 시간 후유에를 팬텀의 새로운 멤버로 받아들이고, 구로이 악기사의 동태를 살피던 중 미나시는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도청하다가 구로이 악기사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의 순간을 엿듣게 된 것이다. 작가는 소설 속에서 이야기줄기를 두 갈래로 나뉜다. 구로이악기 살인사건의 범인에 대한 수사가 한 줄기이고, 다른 한 줄기는 7년 전 미나시와 특별한 관계였던 아키에가 자살했던 이유를 밝혀내는 과정이다. 시간상으로도 7년이나 흐르고 인물들과의 연관성도 찾아볼 수 없는 두 사건은, 실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엮여 있다. 구로이 악기사의 살인사건 이후 점점 행동이 수상해지는 후유에. 알리바이가 어긋나는가 하면 미나시의 거듭되는 질문에 당황해한다. 미나시는 고민 끝에 후유에의 통화를 도청하다가 그녀가 거대 탐정회사 ‘쓰요비시 에이전시’에 몸을 담고 있으며 팬텀에 발을 들여놓은 것 또한 의도적이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미나시는 후유에를 만나 추궁한 끝에 그녀가 구로이 악기사의 살인사건에 연루되어 있으며 7년 전 비열한 수사방법으로 어느 젊은 여자의 자살에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을 밝혀내고는 경악하고 만다. 아키에의 자살 이후 모든 인간관계의 문을 닫아버린 첹나시에게 후유에는 고개를 내민 문 밖에서 처음 만난 대상이었다. 하지만 소통의 대상이었던 후유에가 실은 외부세계와 자신을 갈라놓은 가혹한 가해자일 수도 있는 것이다. 미나시는 후유에의 과거와 아키에가 자살을 결심하게 된 과정을 집요하리만치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는 불편할지도 모르는, 다시 회복할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지도 모르는 상황과 직접 맞닥트리기로 한다. 그리고 7년 동안 미나시만이 간직해온 아키에의 비밀과 한 여자의 자살 때문에 그동안 죄책감에 시달려온 후유에의 숨겨진 내막이 밝혀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