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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으로 가는 반달
임금은 아비시고 거세고 찬 바람 앞에 남산성에서 마음에 새긴 두 글자 달못에는 다시 달이 떠도 다시 천 년 뒤에 |
姜淑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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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자가 원하는 것은 제 사랑을 지키고 아울러 제 자신을 지키는 일이옵니다. 부귀 영화의 유혹에 굴복하여 스스로를 저버린다면 몸은 편할지 몰라도 그 삶은 내낸 부끄러울 것이옵니다. 비록 가시밭길을 걸을지라도 소자가 원한 길이면 마음은 오히려 편할 것이니 아바마마께서도 소자 때문에 너무 가슴아파하지 마옵소서.“
신라, 신라란 대체 무엇일까. 신라는 다만 하나의 이름일 뿐이다. 큰형은 잡을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는 그 이름뿐인 신라를 이 세상 그 무엇보다 사랑한다고 한다. 바로 그 사랑 때문에 큰형은 자신이 누릴 수 있는 모든 좋은 것들을 버리고 고단하고 힘든 길을 가려 했다. …(중략)… “후회하지 않겠느냐? 그 마음 죽어도 바꾸지 못하겠느냐?” 아바마마가 다짐하듯 다시 물었다. 그 목소리에 안타까움이 진하게 배어 있었다. “예”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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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은 신라의 56대 임금인 김부 대왕의 막내아들이다. 선은 어렸을 때부터 큰형, 마의태자를 무척 따랐고 마의태자도 막내 동생인 선을 아주 귀여워했다. 그러나 어느 날부턴가 선은 마의태자의 얼굴을 보는 것이 힘들어졌다. 그 당시 신라는 바람 앞에 등불이었다. 영토는 줄어들 대로 줄어들었고, 백성들의 마음도 이미 고려의 왕건에게 기울어져 있었다. 더구나 김부 대왕조차 신라가 소생할 가망이 없다고 고려의 왕건에게 나라를 넘기려고 하였다.
그러나 마의태자는 달랐다. 그는 망해 가는 신라를 저버리지 않고 끝까지 목숨을 걸고 싸워 지키고자 했다. 마의태자는 서라벌 방어를 위해 군사적으로 중요한 남산성에서 백성들을 모아 훈련을 시키고 있었다. 선은 마의태자를 따라 남산성에서 열린 무예 시합을 보고 난 후, 큰형이 옳았다는 것을, 신라를 포기하지 않고, 임전무퇴의 정신으로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김부 대왕은 마의태자 몰래 남산성의 백성들을 모두 해산시키고, 고려의 왕건에게 항복 문서를 쓴다. 이것을 알게 된 선은 마의태자에게 말해야 할지 갈등하지만 큰형을 잃기 싫어 말하지 않는다. 결국 마의태자는 나라 잃은 백성들을 이끌고 금강산으로 들어간다. 아버지와 함께 고려에 투항한 선은 무슨 일이 생기면 큰형을 따르겠다는 다짐을 저버린 자신이 부끄러워 스님이 되었다. 60년 만에, 폐허가 된 경주 월지궁을 찾아간 선은 후세 사람들이 큰형 마의태자가 꾸었던 그 아름다운 꿈을 영원히 기억해 주기를 바라며 찬기파랑가를 부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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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마의태자의 마음, 그 정신을 그려 보고 싶었다. 로망롤랑은 ‘베토벤의 생애’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총칼로 위대했던 사람이 아니라 마음으로 위대했던 사람이 진정한 영웅’이라고. 나는 내가 꿈꾸는 진정한 아름다운 사람의 모습을, 마음의 위대함을 마의태자를 통해 그려 보고 싶었다. -‘작가의 말’ 중에서
*『마지막 왕자』, 자그만 책에 담긴 명품 역사동화! 유행처럼 팩션이 속속 출간되는 요즘, 한결 같은 치열함으로 꾸준히 역사동화와 소설을 써 온 강숙인 작가는 한국 아동청소년문학계에서 아주 특별한 존재다. 우리 신화와 역사, 고전을 제재로 한 장편만을 고집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러한 점은 역사적 사실을 그럴듯한 이야기로만 포장하는 ‘무늬만 역사동화’와도 차원이 다르다. 마의태자의 생애를 다룬『마지막 왕자』를 비롯해『화랑 바도루』,『아, 호동 왕자』,『지귀, 선덕 여왕을 꿈꾸다』 등 역사를 토대로 하되 기록되지 않은 야사와 작가 특유의 상상력을 발휘해 10대의 아동청소년을 위한 장대한 역사동화와 소설을 토해 내며 작가만의 뚜렷한 역사 인식을 보여 주고 있다. 1999년에 발간된 강숙인 작가의『마지막 왕자』는 소설의 형식을 빌려 이야기를 풀어 나가면서, 그 안에 『삼국유사』를 토대로 자신의 새로운 시각과 상상력으로 마의태자를 되살려 낸 작품으로 출간 당시 독자보다 먼저 많은 매체나 기관에서 주목해 권장도서로 선정되어 지금까지 15만 부가 넘는 판매고를 올리며 명품 역사동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에 출간된『마지막 왕자』(문고본)은 좋은 작품을 꾸준히 찾아 읽는 눈 밝은 독자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작은 배려로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읽을 수 있도록 작고, 저렴하고, 가벼운 문고본 시리즈 『네버엔딩스토리』로 옷을 갈아입고 다시 독자들을 만나게 되었다. * 마음으로 위대했던 이 시대의 마지막 영웅, 마의태자 우리 역사 중에서 특히 신라의 역사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강숙인 작가는 오랫동안 마의태자에 대한 진한 애정을 가진 끝에 작품을 완성시켰다. 순진하기 이를 데 없어 철부지처럼 여겨지기도 하는 막내왕자인 선의 시각을 통해, 작가는 현실을 뛰어넘어 꿈을 추구했던 마의태자와 현실을 따라간 경순왕, 형처럼 꿈을 좇고 싶었지만 현실을 따를 수밖에 없었던 선의 이야기를 그려 내고 있다. 또 작가는 신라를 지키고자 하는 마의태자의 마음과 노력을 담아 시대의 아픔과 함께한 새로운 영웅상을 보여 준다. 전쟁에서 승리하며 물리적으로 강한 힘을 보여 주는 보편적인 영웅은 아니지만, 끝까지 자신의 도리와 신념(마음)을 저버리지 않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강한 내면을 소유한 영웅으로 묘사된다. 우리 역사는 찬란한 빛을 내뿜는 승자의 기록이 있는가 하면, 가깝게는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군사정권 같은 고난과 아픔의 시기도 있다. 그리고 그런 아픈 역사 속에서도 영웅은 존재했다. 끝까지 자신이 가진 신념을 지킨 이런 영웅들의 존재야말로 우리 아이들이 그런 아픈 역사 또한 사랑하고 부끄럽게 여기지 않도록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마의태자의 모습에서 독자들은 너무나 인간적인 영웅적 면모에 뿌듯함을 느끼고, 그로써 올바르게 살아가는 방법 한 가지를 배우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