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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미셸 푸코와 사회비판이론의 대화
│제1장│ 비판적 존재론의 규범적 토대와 체계적 통일성 │제2장│ 사회적 지배: 진위게임식 인정질서 │제3장│ 사회비판: 고고학적·계보학적·실용주의적 비판의 통일 │제4장│ 인간의 자유: 자기 실천과 인정의 통일 │맺음말│ 인정투쟁과 사회 변혁 찾아보기 |
文聖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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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가 완성하지 못했던 미완의 프로젝트
‘비판적 존재론’ 그 비판적 존재론과 사회비판이론의 이론적 대화 오랫동안 푸코는 ‘이성’을 거부하고 ‘주체’를 죽인 철학자로 알려져 있었다. 그에 따르면, 이성은 억압과 지배의 메커니즘 아래 근대인을 종속적인 주체로 만들어버렸다. 이성에 대한 이러한 전면적 부정과 주체에 대한 비관적 전망 탓에 때로 푸코는 회의적인 보수 사상가로 평가받기도 했다. 그가 폭로하는 메커니즘 속에서는 도대체 인간 해방과 자유 실현이 가능하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의 이러한 기획은 종종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사회비판이론과 비교되었다. 사회적 억압과 지배의 원인이 ‘이성’ 그 자체가 아니라 ‘이성의 왜곡과 억압’에 있다고 본 사회비판이론은 이성의 실현을 통해 인간 해방과 자유 실현, 그리고 궁극적으로 사회 진보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점에서 푸코가 이성 비판 전통의 대표자이자 사회비판이론의 적대자로 규정되는 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번에 도서출판 길에서 나온 『미셸 푸코의 비판적 존재론―그 미완의 기획』은, 현대 사회를 너무나 격정적으로 비판했기 때문에 오히려 한계를 지적당했던 푸코를 보다 분석적이고 개념적인 시각에서 따져보면서, 푸코의 프로젝트가 사회비판이론과 계몽주의적 전통을 공유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푸코의 프로젝트란 바로 그 자신이 명명한 바의 ‘비판적 존재론’이다. 저자인 문성훈은, 그동안 역사적이고 실증적인 분석에만 몰두하는 듯 보였던 푸코의 저작 속에서 그가 왜, 무엇을 위해 그리고 어떻게 현대 사회를 비판하고 있는가를 살펴본다. 그리고 나아가 푸코의 기획이 지닌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적인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데, 이때 가장 큰 참고 지점으로 삼은 것은 바로 프랑크푸르트학파 제3세대 학자인 악셀 호네트(Axel Honneth)의 인정투쟁 이론이다. 호네트는 위르겐 하버마스의 적통을 이어 프랑크푸르트학파를 이끌면서도 프랑스 철학과의 대화를 시도함으로써 사회비판이론에 역동성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성훈은 호네트의 지도 아래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그의 인정투쟁 개념을 통해 현대 사회 변동과 한국 사회를 분석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이 책은 독일에서 펴낸 그의 박사학위 논문 중 제2부를 한국어로 번역·수정한 것이다. “나의 이론적 작업은 프랑크푸르트학파와 형제 관계에 있다.” ―푸코의 비판적 존재론과 사회비판이론의 이루어지지 못한 만남 구조를 강조하던 철학자인 푸코는 말년에 이르러서는 좀 더 본격적으로 자기(혹은 자아)를 말하고자 했다. 그는 합리성을 근간으로 삼고 있는 근대 사회와 마주하여 우리 현대인이 지금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그에 따르면 그의 연구 전체는 우리 자신의 존재 방식이 갖는 역사적 한계를 분석하고 이를 넘어설 가능성을 실험하는 ‘비판적 존재론’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 프로젝트를 채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때문에 우리는 과연 그가 자유와 진보라는 규범적 관점에서 시대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자 했는가에 대해 회의적인 물음을 제기해 왔던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푸코의 비판적 존재론이 비록 미완으로 남아버리기는 했지만, 우리 자신의 존재 방식에 대한 그의 논의는 분명 사회비판이론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그가 우리의 현 존재 방식을 복종을 통한 주체화 양식으로 폭로할 때 근거로 삼는 지식·권력·주체의 순환적 결합 메커니즘은 이미 이를 통해 특정한 사회 질서가 형성됨을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며, 그가 자유를 통한 주체화 양식을 제시할 때 사용하는 ‘존재의 미학’ 개념은 이미 이를 가능하게 하는 대안적 인간관계를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푸코 스스로가 자신의 이론적 작업이 이성과 권력의 결합을 비판한 프랑크푸르트학파와 형제 관계에 있음을 밝혔을 뿐만 아니라, 한 인터뷰에서는 만약 젊었을 때 프랑크푸르트학파를 접했더라면 자신은 이들의 저서에 주석을 다는 작업 이외에 평생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것이라 고백하기도 했다. 사실 1984년에는 파리에서 하버마스와 푸코의 만남이 이루어지기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이 만남을 목전에 두고 푸코가 갑작스럽게 서거하면서 둘 사이에 생산적 대화가 오갈 수 있는 기회가 역사적 아쉬움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푸코의 ‘존재의 미학’은 진위게임식 인정질서의 지배에서 벗어난 자유를 실현하기 위한 이론이다 ―사회적 인정질서가 우리에게 특정한 존재 방식을 강제한다 이 책은 푸코의 비판적 존재론과 사회비판이론의 이루어지지 못했던 대화를 재개하려는 시도이다. 물론 많은 이론가들이 이미 푸코와 하버마스에 관한 비교 연구를 수행했지만, 이 연구들은 대부분 양자 간의 차이와 대립만을 부각시켰을 뿐 푸코의 이론이 하버마스의 이론과 마찬가지로 어떻게 인간 해방과 자유 실현이라는 사회비판이론의 규범적 관점 아래에서 이해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은 거의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이에 비해 문성훈은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테제를 논증하는 방식으로 재구성 작업을 전개한다. 첫째, 비판적 존재론이라는 명칭이 암시하듯이 푸코는 현재 우리 자신의 존재 방식을 사회적 지배의 산물로 비판하고 있으며, 이러한 존재 방식은 일종의 진위게임식 인정질서가 작동한 결과로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진위게임식 인정질서란 진위를 구별하듯 개인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구별하고, 이러한 기준에 따라 누구를 완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반적 사회 질서를 말하며, 푸코에게서 이는 인간 과학적 지식이 인간의 실존 방식을 평가하는 보편타당한 기준으로 가장됨으로써 우리에게 특정한 존재 방식을 강제할 때 형성된다. 둘째, 사회적 지배에 대한 푸코의 비판은 한편으로 인간 과학이 제시하는 평가 기준이 보편타당성을 갖기는커녕 특정한 역사적 조건에서 구성된 우연적인 것에 불과함으로 폭로하는 데 그 목적이 있으며, 다른 한편 이러한 평가 기준이 보편타당한 것으로 통용될 수 있는 이유를 임의적인 권력 행사에서 찾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푸코가 주목하는 것은 인간 과학적 지식이 참이냐 거짓이냐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인간 과학이 보편타당성을 주장할 수 없을 만큼 역사적 제한성을 가지며, 이를 토대로 형성된 사회적 인정질서 역시 그 보편타당성을 주장할 수 없을 만큼 임의성을 갖는다는 점이다. 셋째, 푸코의 비판적 존재론은 현재의 강제를 넘어설 것을 목적으로 하며, 그가 말하는 ‘존재의 미학’이란 진위게임식 인정질서의 지배에서 벗어나 주권적 자아 형성의 자유를 실현하려는 이론적 시도로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존재의 미학은 푸코가 사회적 지배 관계를 비판하고 자유의 상태를 규정할 수 있는 규범적 토대 역할을 한다. 인정 이론을 통해 푸코 기획의 한계를 극복한다 ― 푸코와 하버마스를 종합한 호네트로부터 나아간 또 다른 시도 이 책에서 저자는 푸코의 ‘비판적 존재론’을 발전적으로 계승하기 위해, 호네트가 체계화한 ‘인정투쟁’ 개념을 끌어들이고 있고 또한 저자 스스로 호네트의 영향이 결정적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호네트는 자신의 책 『인정투쟁』에서 인정투쟁 개념이 푸코의 이론적 성과를 의사소통 이론 속에 통합시키는 개념적 장치라고 말한다. 푸코와 하버마스가 그의 이론의 뿌리라는 것이다. 푸코에게 모든 형태의 사회는 항구적 투쟁의 일시적 휴전 상태이다. 사회적인 것은 투쟁이며 기존의 질서는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휴전 상태일 뿐이다. 그러나 푸코는 투쟁의 동기를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분석하지 않고 있는데, 호네트는 여기에 인간은 근본적으로 자기주장의 타당성을 의사소통적으로 인정받길 원한다는 하버마스의 이념을 결합시켜, 인간은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받기 위해 사회 속에서 투쟁한다는 ‘인정투쟁’ 개념을 체계화한다. 이로써 하버마스의 의사소통 이론은, 푸코에게서 찾을 수 있는 투쟁 모델과 결합하면서 역동성을 얻는다. 문성훈은 푸코와 하버마스를 종합하고자 하는 호네트의 시도에서 더 나아가 첫째, 푸코의 기획을 규범적이며 동시에 통일적인 기획으로 규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리고 둘째, 푸코에게서 사회적 지배 관계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밝히기 위해 진위게임식 인정질서 개념을 도입한다. 셋째, 사회적 지배를 비판하는 푸코의 방법이 무엇인가를 보이기 위해 고고학적·계보학적·실용주의적 비판 모델의 체계적 연관성을 논증하고, 이러한 비판 방법이 새로운 진리정치를 가능하게 하는 대안적 합리성과 결합되지 않을 때 불완전성을 드러낼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또한 마지막으로 넷째, 푸코에게서 비판의 규범적 목표인 자유 개념이 무엇인지를 밝히기 위해 ‘존재의 미학’ 개념을 도입하고, 바로 이러한 자유가 인정투쟁과 결합될 때 그것이 규범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음을 밝힌다. 이로부터 도출되는 결론은 자아 형성 차원에서 개인의 주권성을 인정하는 사회적 인정질서가 형성될 때 비로소 존재의 미학이라는 개인적 자유가 실현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해서 저자는 푸코 기획의 한계를 극복할 가능성을 찾아낸다. 푸코의 비판적 존재론은 진위게임식으로 구조화된 사회적 인정질서를 비판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를 넘어서 개인의 주권성에 기초한 대안적 인정질서를 요구하고 있다. 전통적 사회 변혁 운동과는 다른 새로운 사회 운동의 토대가 되는 비판 모델 ― 정치·경제적 질서의 문제로 환원되지 않는 또 하나의 사회적 차원에서 적용될 수 있는 이론 푸코는 묻는다. “어떤 경로를 통해서, 어떤 형싅의 합리성과 역사적 조건을 통해 인간 주체는 그 자신을 지식의 대상으로 삼게 되었는가? 그리고 궁극적으로 어떤 대가를 치렀는가? 이것이 나의 질문이다. 주체는 어떤 대가를 치르고 주체에 대한 진실을 말할 수 있는 것인가?” 권력에 대한 담론 혹은 담론의 위력에 대한 담론, 이런 것들만큼 지식인이나 인문과학 분야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내용은 없다. 그러나 푸코의 비판적 존재론은 그 매력에 비해 두 가지 측면에서는 한계를 드러내는데, 한 가지는 과학적 지식 일반이 어떤 합리적 원리에 따라 사회적으로 통용되어야 권력과의 결합에서 벗어나 우리에게 특정한 존재 방식을 강제하지 않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다른 한 가지는 진위게임식 인정질서로부터의 해방과 자유 실현을 개념화한 ‘존재의 미학’이 어떠한 사회적 조건에서 보장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푸코의 전체 기획은 비록 사회비판이론의 규범적 관점에 따라 재구성될 수는 있지만, 이를 온전히 실현시키기에는 불완전한 ‘미완의 기획’이다. 사회적 인정 없이는 개인의 자아실현도 불가능하다. 저자는 사회적 인정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사회적 인정을 위한 복종의 양식으로 전락하지 않는 대안적 저항의 방법이 바로 ‘인정투쟁’에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사회비판 모델은 전통적 사회 변혁 운동과 다른 새로운 사회 운동, 즉 여성과 성적 소수자, 소수 민족, 외국인 노동자 등을 중심으로 개인이나 집단의 정체성을 인정받기 위한 사회적 투쟁으로 연결된다. 정치·경제적 질서의 문제로 환원되지 않는 또 하나의 사회적 차원을 문제 삼는 변혁 운동의 단초를 여기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