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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 행진곡
매직왈츠 나의 여섯 번째 애인 돌리를 위하여 우아한 유령 내가 더 오래 살아서 내가 더 사랑을 해 이상한 중독 어떻게 하면 삶을 견딜 수 있죠 마지막 인사 Epilogue - 서툰 사람들 해설 - 그녀들의 피아노 이야기 · 박혜경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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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매뉴얼 같은 것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을 했다.
열네 살에 예상되는 시련과 성장통, 그것의 존재 이유와 대처 방안. 또 열다섯 살, 열여섯 살. 그런 식으로 말이다. 누구도 월반할 수 없는 통과의례임을 알려주는 매뉴얼. --- p.38 이쪽도 저쪽도 온전히 편들지 못할 만큼 안쓰러운 사람들. 숱한 날들이 지나도 나는 여전히 미성숙했다. 요지부동인 결핍들. --- p.112 그러니까 나는, 발이 크고 키가 큰 남자와 살아보고 싶었다. 내가 살면서 한 번도 가져보지 못했던 것에 대한 자연스러운 욕망이었다. 어렸을 적 미유네 집 마루 한구석에는 유리재떨이가 얌전히 놓여 있었다. 그것에 담긴 작은 성냥통 하나. 미유네 아빠가 담배를 즐기는 편이 아니라 그건 늘 그 자리 그대로, 쓰임새 없이 놓여만 있었는데 나는 그 이물스런 물건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런 것 하나쯤 집 안에 두고 싶었다. --- p.154 지환과의 일이 있은 이후로 나는, 우리가 그저 그런 안부나 전하는 여고 동창쯤이었으면 했다. 포핀스들의 유모차에 실려 같은 시장을 나돌아 다닌 일, 함께 티타티타를 연주한 일, 키도 생김도 달랐지만 늘 똑같은 머리모양을 고집하느라 아침마다 엄마들과 실랑이를 벌인 일, 모두 없었던 일이었으면 했다. 그게 안 된다면, 그렇게 자랐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이었으면 했다. 애정의 깊이를 폄하하는 것은 마음을 가볍게 하는 무척 손쉬운 방법이다. --- pp.183-184 그녀들이 극단적으로 증오했던 그 허기가 실은, 가질 수 없어서 더욱 간절할 수밖에 없는 욕망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나는 그녀들이 미워졌다. 그건 회복될 수 없는 슬픔에의 중독이었다. 검은 비닐봉지에 씹다만 케이크와 닭고기를 뱉으며 이건 슬픈 것이 아니야, 슬프지 않아 외치는 그녀들의 토악질 소리, 그것은 비명 같았다. 욕망을 버리려 또 다른 욕망을 찾는 소리. 내가 사랑을 버리려 다른 사랑을 찾아가는 소리. 문득 소름이 돋았다. --- pp.266-267 가족이 아니었다면 슬플 일도 없었겠지. 한 사람을 기쁘게 만들기 위해 다른 한 사람은 어김없이 욕망을 접어야 했을 테고. 그게 온통 슬픔의 근원이라는 것을, 그 중독의 고달픔을 미처 몰랐겠지. 관계의 부작용은 늘 뒤늦게야 나타나는 법이었다. --- p.270 한 장의 인생이 악보처럼 지나갔으니, 이제 다른 인생이 또 시작될 것이다. 나도 엄마처럼, 연희 이모처럼 또 다른 어른들처럼 훌쩍 키가 자랄 것이다. 그러니 괜찮다. 이쯤은. --- p.288 내 소설은 내가 사람을 사랑하는 한 가지의 방식이다. 내가 너를 사랑하고 있다, 말하는 한 가지의 방식이다. 나는 오래 사랑하고, 오래 쓸 것이다. --- 「작가의 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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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연과 미유 두 사람은 둘도 없는 단짝 친구로 어린 시절부터 기억을 공유해왔다.
‘사랑받고 자란 아이’ 소연. 그러나 소연에게 아빠의 부재는 미유의 집에 놓여 있던 유리재떨이와 성냥통 하나에도 온통 마음을 빼앗겨버릴 만큼, 영원히 채울 수 없는 깊은 결핍이었다. 그런 소연에게 ‘관계맺음’이란 피아노 연탄곡 같은 것이어서 미유와 함께 〈티타티타〉로 귀엣말을 나누고 지환과 함께 〈매직왈츠〉로 사랑을 나누듯, 서툴지만 ‘함께’ 관계를 연주해갈 수 있다고 믿는다. 타인과의 관계맺음에 서투른 탓에 늘 크고 작은 상처를 입으면서도 소연은 ‘우리’라는 이름으로 또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타인과의 관계를 보듬어 안을 줄 안다. 반면 미유에게 ‘사랑’은 슬픔의 근원이다. 아빠의 왜곡된 자식 사랑도, 엄마의 욕설도, 전쟁판 같은 집안 분위기 때문에 자신이 받는 상처도 다 그 몹쓸 ‘사랑’ 때문인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사랑 따위’를 비웃고 폄하하며, 사랑을 버리려 또 다른 사랑을 찾곤 한다. ‘티’와 ‘타’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피아노 연탄곡 선율처럼 소연과 미유, 두 주인공의 이야기가 번갈아 교차되는 가운데 두 사람은 서정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시절을 맞이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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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가 어떤 어른이 될지 예감할 수 없었다”
아릿한 성장통을 견뎌내며 어른이 되어가는 두 여자의 합주곡 세밀한 묘사력과 서정적인 문체로 주목받는 신예 김서령 작가의 첫 장편소설 첫 작품집으로 문학상 최종심에 오르며 화제를 낳은 신예 김서령 작가의 첫 장편소설 『티타티타』가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섬세한 심리 묘사, 매혹적인 문체가 돋보이는 『티타티타』는 아릿한 성장통을 견뎌내며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두 여자의 내적 성장과 치유의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싱글맘을 택한 엄마 밑에서 자란 소연과 겉으로는 화목해 보이지만 실상은 전쟁판과도 같은 분위기의 가정에서 자란 미유. 절친한 친구사이인 이 두 주인공과 그녀들의 가족, 남자친구 등 주변 인물들을 통해 작가 김서령은 ‘사랑의 무게’와 ‘관계의 허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편안한 문장과 현장감 넘치는 묘사력, 담백하고도 경쾌한 문체는 마음속 결핍을 해소하지 못하고 삶의 매뉴얼을 갖지 못한 채 미성숙한 상태로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부유감과 깊은 고독을 더욱 극대화하며 작품에 흡인력을 더한다. 이 작품은 2009년 1월부터 12월까지 월간 《현대문학》에 연재된 작품을 단행본으로 묶은 것이다. 사랑을 믿는 그녀와 사랑을 믿지 않는 또 다른 그녀, 투명했던 한 시절과 이별하는 두 여자의 이야기 『티타티타』는 “숱한 날들이 지나도 나는 여전히 미성숙했다”라는 주인공 소연의 말대로, 어른이 된 이후에도 여전히 끝나지 않는 성장에 대한 이야기이며, 마음속에 자리 잡은 ‘요지부동인 결핍들’을 처리하지 못해 앙앙불락하는 삶의 아마추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녀들에게 삶이란 ‘지금 누른 건반 이후에 또 어느 건반을 짚어야 하는지’, 혹은 ‘지금 두들겨야 할 건반이 어떠한 소리를 낼지 전혀 짐작하지 못’하던 서투른 피아노 연주와 같은 것이다. 자신의 욕망과 자신을 둘러싼 관계들에 대처하는 방식에 서툰 그녀들은 끝끝내 어긋나버리는 각자의 욕망으로,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또한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에게 지울 수 없는 고통의 흔적을 남긴다. 그러나 주인공들은 그러한 마음의 고통과 혼란을 거쳐 마침내 애써 외면해왔던 마음속 깊은 상처를 용기 있게 마주하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새로운 인생을 받아들인다. 이렇듯 『티타티타』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에도, 또 그 사랑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에도 서툴기만 한 사람들이 자신의, 혹은 서로의 서투름을 끌어안으며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통해 ‘나’의 상처가 어떻게 ‘우리’의 새로운 소통의 형식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