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1권) 1장 백화점이 무너지다
2장 생존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2권) 3장 길 가는 데 땅이 있다 4장 개와 늑대의 시간 5장 여기 사람 있어요 작가의 말 |
黃晳暎
황석영의 다른 상품
우리 시대의 거장 황석영만이 쓸 수 있는 강남 이야기
1장 백화점이 무너지다 “나 계약 안해. 느이 사장 불러, 당장 불러!”__박선녀 국밥집 딸이었던 박선녀는 여상 재학중 우연찮게 모델 생활을 거쳐 화류계에 발을 들이면서 인생의 전기를 맞는다. 룸쌀롱을 경영하며 부동산 투기를 맛보고 당시 주먹계를 주름잡던 홍양태에게도 주눅들지 않고 나이트클럽까지 꾸려가며 제법 돈을 만지다 폭력조직 간의 세력싸움에 가게가 넘어갈 위기에 처하자 알고 지내던 중앙정보부 수사관의 도움으로 나이트클럽을 정리하고 새로 차린 룸까페에서 대성백화점 김회장(김진)을 만나 김회장의 후처가 된다. 이른바 ‘강남 사모님’으로 신분상승을 이루어 부유한 상류층 생활을 누리던 그녀는 그러나 어느날 백화점에 들렀다 난데없이 건물이 무너지는 사고를 당한다. 제2장 생존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우리는 천벌을 받아 마땅하군. 하지만 현실이 너무 강력해서 하늘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거야.”__김진 어려서 가족을 따라 만주로 이주한 김진은 헌벙대의 밀정으로 일하다 일본이 패망하자 서울로 돌아와 미군정청 산하 특무기관인 CIC의 요원이 된다. 김진은 해방공간에서 전평 탄압, 제주 4·3항쟁과 여순항쟁 진압, 박정희 좌익혐의 조사와 구명활동 등 굵직한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간여하며, 미군과의 선을 이용해 한국전쟁 후에도 계속해서 현대사의 뒷무대에서 영리한 처신을 거듭하며 살아남는다. 5·16군사쿠데타 직후 건설업을 시작한 그는 권력과 돈의 행방을 가늠하는 본능적인 감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고 미군에게 불하받은 서초동 땅에 아파트와 백화점을 지어올리면서 순탄하고 부유한 생활을 누리는 듯 보였지만, 1995년 6월 그의 백화점이 무너져내린다. 제3장 길 가는 데 땅이 있다 “지금 한강 남쪽 땅값이 얼만지 아십니까?” “길 가는 데 땅이 있고 땅은 돈이 된다”__심남수 제대 후 백수로 빈둥거리던 심남수는 어느날 부동산업자 박기섭을 만나 인생행로를 바꾸게 된다. 제3한강교 건설을 앞두고 ‘말죽거리 신화’가 시작되던 무렵 그는 박기섭과 함께 타고난 수완을 발휘해 갖은 방법으로 돈을 벌었고, 청와대가 정치자금 마련을 위해 은밀히 지시한 부동산 투기를 실행하고 서울시가 남서울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막대한 이익을 취한다. 그리고 70년대 말 특혜분양사건에 휘말리기 직전 정보를 듣고 주변을 정리한 뒤 한국을 떠난다. 십년 뒤 한국으로 돌아와 대학교수가 되어 안정적인 생활을 누리던 심남수는 그날 백화점 붕괴현장을 비추는 텔레비전 뉴스 화면을 망연히 바라본다. 제4장 개와 늑대의 시간 “마 주먹질도 사업인 기라.” “인자 두 번 다시 오먼 니가 내 형여……”__홍양태 광주 충장로파의 전설적인 주먹 홍양태. 그는 이십대 초반이던 60년대 말 상경해 북창동과 무교동 일대에 터를 잡고 전통적인 주먹에서 사업과 이권을 쫓는 현대적 폭력조직으로의 변화를 주도하며 호남파 패권시대를 가져온다. 폭력조직 간의 피비린내나는 전쟁으로 교도소를 들락거리는 가운데 새로 부상하는 이권인 강남의 호텔로도 사업을 확장하지만, 유신체제가 끝나고 신군부가 사회기강확립을 내세우면서 군사정권 치하의 변화된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정치권에 이용당하며 다시 긴 수형생활에 처해진다. 그리고 백화점이 무너지던 날 카지노에서 가진 돈을 모두 털리고 동생에게 전화를 건다. 제5장 여기 사람 있어요 “가난뱅이들만을 위한 천국이 있을까” “사모님이 다 해줄 수 있단 말씀 다신 하지 마세요.”__임정아 백화점 지하 아동복 매장에서 일하는 임정아는 어려운 살림에도 꿋꿋하게 살아가던 중 백화점 붕괴사고를 당해 박선녀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갇힌다. 임정아의 부모는 혈혈단신 상경해 공사장과 편직공장에서 일하다 살림을 차렸고, 광주대단지(성남) 사업 소식을 듣고 무작정 천막생활을 시작했다가 광주대단지 폭동사건을 한가운데에서 겪었다. 강남 건설 붐이 일 무렵부터는 임정아의 어머니가 파출부로 일하면서 힘든 나날을 보내왔지만, 갖은 고생 끝에 겨우 집이나마 마련하고 씩씩하게 자란 딸이 받아온 첫월급에 행복해한다. 역동적인 묘사의 재미와 대서사의 감동 『강남몽』은 단 한 권의 소설에 남한의 자본주의 형성과정과 오점투성이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담아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커다란 스케일을 자랑한다. 3·1운동 직후부터 한국전쟁 군사정변을 거쳐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소설에 녹아 있는 굵직굵직한 사건들과 그 이면의 숨겨진 진실과 에피쏘드들은 황석영만의 선 굵은 서사와 역동적인 묘사의 힘으로 생생하고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그 속에서 서로 얽히고설키는 수많은 인물군상이 맞물려 ‘강남’으로 상징되는 남한 자본주의의 단면을 그려낸다. 일제의 정탐에서 미정보국 요원을 거쳐 기업가로 성공가도를 달리는 김진의 생애는 ‘꺼삐딴 리’보다도 영악한 처세와 기회주의자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며, 시골 여상을 졸업한 뒤 고급요정과 쌀롱을 거쳐 김진의 후처가 되는 박선녀나 강남 개발 시기에 부동산 투기로 큰돈을 버는 심남수 역시 강남의 형성과정을 예리하게 보여주는 인물들이다. 또한 홍양태 강은촌으로 대표되는 조직폭력배의 일대기는 개발독재시대의 어두운 이면을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이 인물들은 우리 현대사의 어느 대목들을 여실히 반영한다는 점에서 전형적이면서 동시에 우리 모두가 살아오는 동안 어딘가에서 한번쯤 접했을 법한 인물들이어서 더욱 실감있게 느껴진다. 한편 이들이 시대에 편승해 꿈을 좇아 움직이는 꼭두각시 같은 인물들이라면, 무차별적인 개발의 상흔이라 할 수 있는 광주대단지의 참혹한 현장을 겪어온 임판수 부부와, 그의 딸로 백화점 점원으로 일하다 붕괴 때 묻혔다가 사투를 벌이는 임정아의 존재는 묵묵히 성실하게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역사 속에 각인시키는 한편 그들의 시선을 통해 삶에 대한 뭉클한 감동과 희망을 던져준다. 무엇보다 이 모든 이야기를 현대사의 굵직한 장면 장면과 절묘하게 맞물리도록 직조해내는 솜씨는 ‘과연 황석영’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한다. 다양한 인물들의 삶의 굴곡을 그리는 필치는 날렵하면서 힘이 넘쳐 속도감 있게 읽히고, 또 어떤 장면에서는 현미경을 들여다보듯 한 인간의 구체적이고 다층적인 면모를 부각시켜 보여준다. 그런 인물들이 역사의 어느 순간 서로 만나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하면서, 어느새 거대한 원경으로서의 역사와 미시적인 개인의 욕망과 꿈이 서로 어떻게 얽혀 있는지가 드러나는 것이다. 덕분에 열 권짜리 대하소설로 풀어내어도 모자랄 만한 한국 현대사의 복잡다단한 국면들이 주요 인물과 소수의 주변인물들의 삶으로 압축되는 놀라운 형식상의 성취가 가능해졌다. 우리의 뜨겁고 슬픈 꿈은 어디로 갔을까 이 숨가쁜 ‘강남형성사’를 읽으면서 우리는 우리 삶의 밑바탕을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강남몽』이 그리는 다섯 인물들의 파란만장한 삶의 궤적은 단순한 이야기 이상으로 현실적인 실체성을 지니고 다가오면서도 끝내 덧없다. ‘강남’이라는 남한 자본주의의 한 상징, 또는 황금을 향한 욕망 자체가 너무나 견고하고 뿌리깊은 것인 동시에 1995년의 백화점 붕괴사건이 상징적으로 드러내보였듯 한편으로 너무도 덧없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로써 『강남몽』은 우리가 발딛고 선 지금의 현실을 추동해온 욕망이 얼마나 허무한가를 깨닫게 하며, 동시에 그 꿈과 욕망이 역사적으로 얼마나 단단한 물질성을 지니고 이어져왔는지 또한 절감하게 한다. 그러니 작가가 ‘작가의 말’에서 밝힌 의미를 곱씹어본다면 ‘강남몽(夢)’이라는 소설의 제목은 무엇보다 문제적이다. 우리가 발딛고 선 현실 자체가 한바탕 꿈인 것은 아닌가. 그런데 우리는 그 꿈에서 깨어났는가. 아직도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꿈속에서 허우적대는 것은 아닌가. 또는, 꿈에서 깨어나고도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강남몽』은 그렇게 우리에게 묻는 것이다. 추천사 바로 15년 전 이맘때, 무슨 신기루인 양, 강남의 중심에서 분홍색 자태를 뽐내던 삼풍백화점이 삽시간에 붕괴했다. 이 징후적 사건을 다룬 『강남몽』에서 우리들의 작가 황석영은 이야기꾼의 본때를 보인다. 경험을 교환하는 능력의 퇴보 속에 탈서사가 판치는 시대에 이야기의 복원을 다시금 실험한 이 소설은 시작이자 결말인 1장의 봉인을 따는 독특한 형식을 취한다. 그 마법의 병 속에서 밤의 여성들, 밀정과 군인, 개발업자들, 조폭들, 그리고 도저한 타락 속에서도 희망으로 살아나는 하위자들이 차례로 출현하여 시대를 연기한다. 이 심포지엄적 구성을 통해 작가는 욕망의 연기(緣起) 따라 생성된 거대한 거품으로서 강남을 정밀히 복원함으로써 우리 안팎에 도사린 ‘강남의 꿈’을 해체하매, 『강남몽』은 과연 우리 시대의 신(新) 묵시록인저! 최원식 문학평론가 『강남몽』은 일제강점기에서부터 지금에 이르는 한국현대사의 지층을 세로로 잘랐을 때 드러나는 시대의 무늬를 보여준다. 그 단면에서 이념의 탈을 쓴 야만성과 약육강식의 벌거벗은 욕망들, 쫓아내는 자들의 권력과 쫓겨나지 않으려는 자들의 아우성이 꿈틀거린다. 강남의 꿈은 쫓겨나는 자들을 쫓아낸 자리에서 이루어졌다. 『강남몽』은 강인한 서사의 힘줄로 이 꿈틀거리는 무늬들을 따라가면서, 지금 이 시대의 삶의 바탕과 내용이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들추어서 보여준다. 『강남몽』이 보여주는 시대 전체의 풍경은 거대한 가건물과도 같은데, 그 무너진 가건물의 잔해 밑에 지금 사람들이 깔려 있다. 깔린 사람들이 소리친다. “거기 누구 있어요?” 김훈 소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