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Arturo Perez-Reverte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의 다른 상품
조구호의 다른 상품
|
잘 생각해 보면, 배신이라는 것은 배신당한 사람에게 독특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법이다. 누구든 자신이 입은 상처에 깊이 몰입해 있게 되면 오히려 자신이 받은 고통을 즐기게 되는 법이다. 질투와 마찬가지로 배신은 배신한 사람보다는 배신에 고통을 당하는 사람이 그 맛을 더 강하게 음미하는 법이다. 배신당할 거라는 경고를 알아차리는 데서 오는 그 고통스런 기대감이나 배신당할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옳았다고 확인하는 데서 오는 그 괴팍스런 만족감과 배신당함으로써 생기는 특이한 도덕적 해방감에는, 심술궂게도 사람을 즐겁게 하는 무언가가 있는 법이다.
-「이름 없는 배들의 공동묘지」중에서 |
|
바다는 늙고 의뭉스런 망나니 하나를 숨기고 있고, 우정을 가장한 그 망나니는 상대가 조금이라도 틈을 보이면 발톱으로 할퀼 순간을 노리고 있을 뿐이다. 방심하고 있는 사람들이나 어리석은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죽이곤 했다. 따라서 가장 뛰어난 선원이 바라는 것은, 무엇보다도 파도 사이에서 잘 견디고 괴로워하지 않는 것이다. 드러나지 않게 견디는 것이다. 왜냐하면 바다는 감정이 결여되어 있고, 구약 성서에 등장하는 신처럼 우연 또는 변덕에 의하지 않고서는 결코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많은 단어들처럼 박애와 연민이라는 단어 역시 닻을 올리자마자 육지에 남게 되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죽음의 해역」중에서 |
|
육지가 인간을 타락시키고 있어, 그는 다시 한 번 중얼거렸다. 육지는 인간을 옛 항구에 버려져 있는 범선처럼 잔악하고 게걸스럽게 먹어 치워 버린다니까. 그는 넓적다리 위에 올려져 있는 자기 손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붕괴되고 있다는 첫 번째 증세를 엿보았다. 그 증세란 바로 오염된 도시, 발 아래에서 단단한 척 속이고 있는 땅, 다른 사람과의 접촉, 소금기 없는 공기가 가져온 불가피한 나병이었다. 하루빨리 배를 찾아야 하는데, 그가 중얼거렸다. 바다에 떠다니는 것이면 뭐든지 찾아 올라타고, 그것이 때맞춰 날 멀리 데려가 주면 좋겠는데. 인간을 타락시키고 잘못 인도해서 키도 없이 망망대해로 몰아가고, 결국 길을 잃게 만드는 그 바이러스가 아직 퍼지기 전에 말이야.
―「사라진 배의 미스터리」중에서 |
|
호머의 통나무배들이 트로이를 향해 떠나기 전부터 입가에 주름이 깊게 패이고 11월의 비처럼 우울한 마음을 지닌 사내들이 있었다. 그들은 늘 권총으로 자살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들에게 바다는 하나의 해결책이었고, 그들은 떠날 시각이 언제인지 항상 알고 있었다. 코이 역시 천성적으로 그리고 본능적으로 그런 부류의 인간이었다.
―「307번 경매품」중에서 |
|
전직 항해사 코이는 해양 물품 경매소에서 해양 박물관 큐레이터인 탕헤르라는 여인과 우연히 만난다. 그녀는 침몰선 인양 회사 사장인 팔레르모와 경합 끝에 18세기 우루티아 해도를 낙찰받음으로써 그와 해도를 사이에 두고 첨예하게 대립한다. 또한 탕헤르의 신비롭고, 강한 카리스마에 반해 운명적으로 보물선 탐사 작업에 얽혀든 코이는 팔레르모의 하수인인 키스코로스와 갈등의 축에 서게 된다.
그들이 찾는 침몰선 데이 글로리아 호는 18세기 스페인 예수회 소속 마지막 범선으로 기독교를 탄압하려는 카를로스 3세의 비밀내각에 뇌물을 전하기 위해 200개의 에메랄드를 싣고 가던 중 의문의 해적선에 쫓기다가 침몰하게 된다. 탕헤르와 코이는 그 당시 해도와 유일하게 살아남은 소년의 증언과 지도 제작학과 교수의 도움으로 배의 침몰 위치에 관한 실마리를 잡고 결국‘악마의 무지개’라 일컫는 에메랄드를 손에 넣게 된다. 그러나 부둣가에서 탕헤르와 코이를 기다리고 있던 팔레르모와 마주치면서 소설은 예기치 못한 국면에 접어들고, 팔레르모의 하수인이었던 키스코로스가 탕헤르의 이중 스파이임이 밝혀지면서 상황은 급격한 반전을 맞게 된다. |
|
인간 본성의 미스터리를 심도 있게 파헤친 역사, 서스펜스, 모험 그리고 욕망의 항해!
스페인 뿐 아니라 유럽 서점가에‘지적 스릴러’ 신드롬을 일으키며 10여 년 동안 베스트셀러 작가로 명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그는 종군 기자로 다년간 활동했으며, 청소년 시절부터 뒤마와 스탕달, 허먼 멜빌 등 수많은 작가를 스승으로 삼으며 독서에 몰두한 괴력의 작가로 국내에서도『뒤마클럽』과『플랑드르 거장의 그림』으로 지적 충만감과 마술적 재미를 선사하며 마니아층을 확보했다.
시공간을 넘나들며 고서의 비밀에 얽힌 살인사건의 미스터리를 추적하는『뒤마클럽』은알렉상드르 뒤마의 텍스트를 절묘하게 직조한 소설로, 에코의 소설보다 대중적이면서도 그 못지 않은 인문학적 지식과 상상력이 발휘된 소설로 평가받았다. 특히 작가만의 독특한 창작 문법은 스페인뿐 아니라 유럽 독자들까지 매료시켜 대중문학의 힘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이윤기 씨는‘문학 이론과 예술적 측면에 대해 관심이 없고, 그것은 나의 소관이 아니다.’라고 거침없이 말하는 레베르테 소설이 지닌‘밖을 향한 문학의 힘’을 두고 국내 문학계의 위기와 체질개선에 관련한 의미심장한 화두를 던지기도 했다. 『항해지도』는 18세기 스페인 카를로스 3세 통치기, 예수회가 계몽주의에 반발했다는 이유로 추방당할 위기에 처했던 역사적 사실에 주목했다. 이 소설은 그러한 역사적 단초에 스페인 예수회 수뇌부가 왕과 각료들을 매수할 목적으로 에메랄드를 실은 데이 글로리아 호와 함께 쿠바에서 오던 중 의문의 해적선에 의해 침몰되었다는 상상력을 가미한 것으로, 그 보물선을 추적하는 인물들을 둘러싼 해양 스릴러이다. 레베르테는 자신의 고향인 카르타헤나를 배경삼아 육지를 떠도는 무기력한 선원이자 숙명주의자인 코이와 그를 유혹하여‘악마의 무지개’라 일컫는 에메랄드를 찾고자 하는 해양 박물관 큐레이터 탕헤르를 주인공으로, 역사의 증언이자 보고(寶庫)인 바다의 신비와 인간 본성의 수수께끼를 밝히기 위한 욕망의 항해에 나섰다. 심오하고 복잡다단한 삶과 사건들을 완벽하게 융합하고, 항해에 대한 내밀하고 철학적인 생각을 작가의 모험심과 접목한『항해지도』는 기존의 해양 문학에 모험과 미스터리 요소를 강조하여 장르적 특성을 변형시켰다는 호평을 받았다. 역사적 사실과 픽션을 씨줄과 날줄 삼아 절묘한 얼개를 이룬 이 소설은 추리와 모험 소설의 기법, 주조를 반영한 대중적인 특성과 방대한 독서를 바탕으로 한 유럽의 역사, 문화, 예술에 대한 현란한 지적 탐험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각종 역사 자료와 지도학, 선박, 해양 고고학 등의 자료를 면밀히 조사한 뒤 쓰여진 이 소설에는 멜빌에서 스티븐슨과 콘래드, 호머에서 패트릭 오브라이언에 이르기까지 삶의 완벽한 메타포인 바다에 대한 철학을 담은 해양문학의 고전이 텍스트 곳곳에서 숨쉬고 있으며, 찰리 파커의 재즈 음악과 그림, 영화 등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고 있다. 아직도 모험이 가능하다는 생각으로 역사를 재해석했다는 레베르테는『항해지도』를 통해‘수많은 것을 알지만 더 이상 꿈꾸려 하지 않는’현대인들에게 꿈과 모험의 항해를 떠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