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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을 밟다
제11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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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2

가와카미 히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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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romi Kawakami,かわかみ ひろみ,川上 弘美

환상과 일상이 서로 우아하게 스미는 독보적 세계관을 구축해온 우화의 마술사. 일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1958년 도쿄에서 태어나 오차노미즈여자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5년 동안의 교직생활을 거쳐 1994년 『어느 멋진 하루』로 파스칼 단편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시선으로 일상을 묘사해내는 그녀는, 늦은 등단에도 불구하고 많은 유력한 문학상을 차례로 거머쥐면서 일본 문단에 화제를 뿌리고 있다. 여성의 자의식을 주제로 한 『뱀을 밟다』로 제115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였고, 2000년 『빠지다』로 이토세이
환상과 일상이 서로 우아하게 스미는 독보적 세계관을 구축해온 우화의 마술사. 일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1958년 도쿄에서 태어나 오차노미즈여자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5년 동안의 교직생활을 거쳐 1994년 『어느 멋진 하루』로 파스칼 단편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시선으로 일상을 묘사해내는 그녀는, 늦은 등단에도 불구하고 많은 유력한 문학상을 차례로 거머쥐면서 일본 문단에 화제를 뿌리고 있다.

여성의 자의식을 주제로 한 『뱀을 밟다』로 제115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였고, 2000년 『빠지다』로 이토세이 문학상을, 2001년 여제자와 교사의 사랑을 그린 『선생님의 가방』으로 다니자키 준 이치로상을 수상하며 확실하게 문학성을 인정받았다. 일본 문학 특유의 서정적 향취 속에서 인류의 진화와 소멸을 아득한 시간 너머까지 그려낸 『큰 새에게 사로잡히지 않도록』으로 2025년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2019년 일본에서 자수포장을, 2023년 프랑스에서 문예공로훈장을 수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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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도리츠대학 대학원에서 일본 문학을 공부하였다. 현재 전주대학교 언어문화학부 교수다. 옮긴 책으로 『그리운 시절로 띄우는 편지』, 『회복하는 인간』, 『오에 겐자부로론』, 『사죄와 망언 사이에서』, 『선생님의 가방』, 오에 겐자부로의 3부작 『체인지링』, 『우울한 얼굴의 아이』, 『책이여, 안녕!』과 『세키가하라 전투』, 『신들의 마을』, 『이상한 소리』, 『라쇼몬』, 『시의 힘』, 『게 가공선』, 『이 몸은 고양이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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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3년 09월 25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182쪽 | 356g | 135*195*20mm
ISBN13
9788989722328

책 속으로

“히와코짱, 어째서 뱀의 세계로 오지 않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모르겠어, 몰라 하고 머릿속에서 말했다. 하지만 실은 안다. 알지만 그런데도 마비가 된 듯하다. 여기서 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생각하지만 간단히 져버린다. 지고 싶으니까 지는 것이다. 지고 싶으면 지면 되잖아, 어째서 굳이 하고 싶지 않은 짓을 하지? 그렇게 말하는 것이 자신인지 여자인지 분명치 않다. 분명치 않아, 분명치 않다니까, 생각하는 사이 몇 백 년에 걸친 이 싸움이 문득 바보스러워져서 단숨에 결말을 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뱀을 밟다〉pp 63~64

소녀가 누운 풀이 땀을 머금고 자라난다. 싹이 나고 떡잎은 가지가 되고 옆에서 난 눈은 잎이 되어 눈앞에서 자란다. 소녀의 몸은 순식간에 무성한 녹음에 둘러싸였다. 생장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소녀가 누운 땅위에서 동심원을 그리듯이 바깥쪽으로 퍼져 나갔다. 몇 천 개나 되는 어린 싹이 땅에서 돋아나고, 그 각각이 연초록색 새잎을 차례로 피워 올리며 엄청난 속도로 자라났다.

귀를 기울이면 부스럭부스럭 소리가 빗줄기처럼 쏟아져 내린다. 가지가 길게 자라나고 잎이 벌어지는, 바로 그 소리였다. 소녀의 몸 속에서 들리던 소리보다 한층 더 생기 있는 소리였다. 소녀를 둘러싼 식물은 무성해져 숲이 되어갔다. 그 숲의 가장 깊은 곳에서 소녀는 계속 잔다. 배에 귀를 가져다 대자 밖에서 들리는 부스럭부스럭 소리에 호응하듯이 소녀의 몸 안에서 부스럭부스럭 소리가 계속 들렸다.

―〈어느 날 밤 이야기〉pp 163

저는 당신을 죽도록 사랑합니다, 그렇게 히로코 씨는 등뒤로 작은오빠를 향해 말했고 작은오빠는 나 역시, 내 사랑은 늪처럼 깊고 기와지붕처럼 높아, 그렇게 답한다. 늪? 무슨 색 늪일까? 검고 탁한 청록색 늪이야. 그렇다면 내 사랑 역시 그 늪에 못지 않게 깊어. 우리 사랑은 늪에 녹아들어 고요히 고요히 가라앉겠지. 가라앉은 그곳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것은, 그건 말야 히로코 씨, 가족이야.

―〈사라지다〉pp 87

출판사 리뷰

제115회 아쿠다가와 상을 수상한 마술 같은 환상소설〈뱀을 밟다〉,
가와카미 히로미에게 ‘우화의 마술사’란 별칭을 선사한 작품!


늦깍이로 등단하여 일본 문단에 화제를 뿌리면서 권위 있는 일본 문학상을 차례로 휩쓴 가와카미 히로미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가장 잘 드러내는 작품 〈뱀을 밟다〉를 포함한 두 편의 단편 <사라지다>와 <어느 날 밤 이야기>가 실린 작품집 <뱀을 밟다>가 출간되었다. 특히 이번 작품집의 표제작 <뱀을 밟다>는 1996년 제 115회 아쿠다가와 상 수상작으로, 극단적인 찬사와 혹평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수상작으로 결정된 화제작이며, 2003년 3월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 수상작 ?선생님의 가방?이 국내에 처음 소개된 이후 7개월만에 소개되는 가와카미 히로미의 두 번째 작품집이다.

이미 먼저 소개된 ?선생님의 가방?이 국내 독자들과 평자들로부터 좋은 평을 받았고, <교보문고가 선정한 2003년 좋은책 150선>에 선정되는 등 그 작품성 또한 인정받았다. 이번 작품은 가와카미 히로미의 문학세계를 가장 특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더욱 눈길을 끈다.

아쿠다가와 상 수상작 선정평을 한 히노게이조(日의野啓三)의 지적처럼 “현격하게 힘있고 탄력이 붙은 작가의 문장력은 현대 여성들이 지닌 ‘심층의식의 보이지 않는 싸움’이라는 하나의 극적 세계를 문장 표현의 차원으로 끌어올리고” 있으며, ‘신화적 원형의 어두운 영역을 살아가는’ 우리의 내면 세계를 물 흐르듯 자연스런 환상의 세계로 적절하게 표현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분류학의 유원지”라는 제목으로 일본 문예춘추사의 문고판에 해설을 붙인 마쓰우라(松浦壽輝)의 표현을 빌자면, “포유류도 파충류도 동물도 식물도, 나아가 생물과 무생물도, 기체도 액체도 고체도 모든 것들이 자유자재로 공간을 교환하고 서로의 역할을 바꾸며, 두려움과 맞닿은 열락(悅樂)에 잠길 수 있는, 우아한 놀이공원과 같은 공간”이라고 할 만한 가와카미 히로미의 작품 세계는 이른바 전휘들이 흔히 지니게 마련인 무거움이나 침침함이 전혀 없다. 오히려 “바람처럼 물처럼 흐르는 대로 자신의 상상력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있는 것이다. 이 매혹적인 상상의 세계로 빠져드는 일은 즐겁고도 유쾌한 것이다. 이러한 특징은 “허구의 세계에서조차 이채로운, 그녀가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능청스럽게 행하는 바로 이 ‘경계 허물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의 세계와 뱀의 세계, 이성과 감성의 교묘한 경계 허물기

〈뱀을 밟다〉는 뱀이 중년 여자로 변신하여 주인공 히와코의 엄마라고 주장하면서 히와코의 방에 눌러 사는 걸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함께 맥주를 마시고 식사 준비를 하는 동안 히와코는 조금씩 여자(뱀)에게 빠져들게 되고, 여자(뱀)도 히와코를 뱀의 세계로 유혹한다. 이윽고 뱀과 자신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을 느낄 만큼 둘은 친밀해지고, 히와코처럼 뱀에게 홀린 동료와 함께 깊이 잠들어 있는 듯한 따뜻한 ‘뱀의 세계’를 동경한다. 하지만 그 같은 세계를 인정하느냐 하지 않느냐 하는 것은 이성과의 싸움이 되며 억지로 뱀의 세계로 끌어들이려고 하는 여자와 서로 목을 조르는 치열한 싸움이 벌어진 채 끝을 맺는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인간은 어디까지나 인간으로, 뱀은 또한 뱀으로 나뉘고 고정되는, 둘 사이의 교류나 섞임은 있을 수 없다는 경계의 개념을 이 작품 속에서 작가 가와카미 히로미는 멋지게 허물어뜨린다.

신화의 전통과 설화적인 상상력이 토해낸 거짓말 같은 소설

이외에도 〈사라지다〉는 가와카미 히로미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 “요새는 툭하면 사라진다”라는, 그야말로 뜬금없는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사라지는 툭하면 사라지는 집안 내력을 가진 주인공의 집안과 마찬가지로 툭하면 줄어들어 버리는 집안의 결혼을 둘러싼 신비로운 이야기다. 사라지는 것도 존재하는 것도 아닌 기묘한 경계선상의 생활, 그야말로 불가사의한 존재 양식을, 작가는 일본 전통의 민담과 설화의 세계에서 빌어온 가미가쿠(神隱し)를 통해서 독특하게 그려내고 있다. 또한 〈어느 날 밤 이야기〉는 밤을 공통 제재로 삼아 19편의 짧은 이야기들을 이어쓴 연작소설이다. 마치 꿈속의 이야기를 아주 세밀하게 묘사해 가는 솜씨는 가와카미 히로미가 창조해낸 환상의 세계에 생명력을 더해 준다.

리뷰/한줄평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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