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소개하는 책 《독일수학 시간여행》은 이런 맥락에서 독일이라는 한 나라가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세계대전에서 패전하게 되는 사회의 변천 속에서 독일 수학의 흥하고 쇠하는 과정을 실감 있게 조명을 해주고 있다.
독일은 근현대 과학기술, 문명, 문화, 군사력에 있어서 세계를 선도해 왔다. 19세기 초반까지 사분오열로 분열되어 있었던 독일은 단계적으로 통일을 이룩하면서 이미 20세기 들어서기 이전인 1870년대에 프랑스를 능가하는 힘을 지닌 세계의 정상급 국가가 된다. 이렇게 축적된 국력을 바탕으로 식민지 쟁탈전에 참여하여 결국 양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게 된 주범국이 되었고, 패전하게 되면서 과학기술을 비롯한 전 분야의 토양은 황폐화되고 만다. 결과적으로 세계 속에 군림하던 막강한 영향력을 잃고 미국에 국력의 우위를 내어주면서 독일의 과학기술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독일 수학은 18세기 오일러, 라그랑주 등이 당대의 독일 수학을 상당 수준으로 발전시켜 왔지만, 프랑스의 수준에 비해 18세기까지의 독일 수학 수준은 뒤쳐져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19세기에 들어오면서 이러한 격차는 야코비, 가우스 등의 독일 수학자들의 활약에 의하여 계속 좁혀지고, 19세기 말 20세기 초반의 칸토어, 힐베르트 등에 의하여 독일 수학은 괄목한 발전을 지속하면서, 독일의 수학 수준은 프랑스를 뛰어넘어 세계 최고가 된다.
독일 수학자들의 한 계보를 보면, 가우스에서 게를링으로 이어지고, 게를링은 제자 플뤼커를 배출하게 된다. 플뤼커는 클라인을 키워내고 린데만으로 이어진다. 린데만은 힐베르트, 민코프스키 그리고 좀머펠트와 같은 유능한 학자 3명을 제자로 배출하였다. 힐베르트까지는 수학자로 머물고 있으나 민코프스키는 수학과 물리학을, 좀머펠트는 나중에 물리학자로 성장한다. 이후에 힐베르트는 보른이라는 노벨물리학상을 탄 물리학자를 배출하고, 보른은 나중에 오펜하이머의 스승이 된다. 민코프스키는 취리히 공과대학 재직시절에 사제지간의 관계로서 아인슈타인에게까지 학문적 영향을 주었다. 독일 수학은 이렇게 수리물리학을 거쳐 이론물리학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는 또 화학에까지 영향을 주어서 독일의 기초과학은 세계를 선도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살펴보면 가우스로부터 시작하여 약 150년이 경과하는 기간 중에 독일은 수학에서 시작하여 물리학, 화학까지 기초과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수준을 달성하는 굵직굵직한 업적들을 이룩한다.
채영복 (한양대학교 석좌교수, 한국 계산과학공학회 회장, 전 과학기술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