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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 ‘연애’라는 말
1. 기생과 여학생 2. 구여성과 신여성 3. 연애와 독서 4. 연애편지의 세계상 5. 육체와 사랑 6. 연애의 죽음과 생 결론: 연애의 시대 또는 개조의 시대 보론1. 연애 이전의 연애-1900년대식 열정과 자유 결혼론 보론2. 연애 바깥의 연애-연애열의 시대와 한용운의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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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주역은 말할 것도 없이 '신남성'과 '신여성'이었다. 그러나 '연애병' '연애열'이라 불릴 정도의 유행이 생겨날 수 있었던 것은 이들 신교육층의 영향 때문만은 아니었다. 형성 초기에 연애의 주역은 여학생이 아니라 기생이었던 터이고, 1920년대 내내 신문을 장식했던 '미인의 자살'류의 기사 주인공은 상당수가 신교육과 무관한 이들이었다. 선택된 소수 뿐 아니라 평균인으로서의 대중 또한 연애 열풍에 참여하였고, 더 나아가 이들이야말로 연애의 사회적 유통에 기여하였던 것이다. 신교육을 받은 이들이 늘어나면서 역설적으로 '선택된 소수'의 의미가 더욱 좁아지자, '평균인으로서의 대중'의 함의는 일층 확대되었다. 이러한 대중의 성장은 독서 대중의 형성을 가리키는 증거이기도 하다. 애국주의에 바탕을 둔 1900년대의 '국민'이 도시민 의식에서 자라난 '대중'으로 변모하기 시작한 것은 1910년대의 일이지만, 이때 대중의 결집 고리가 된 것은 연극이라는 문화활동이었다.
--- p.93~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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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홈의 꿈, 신여성과 구여성
부모님이 정해주시는 배필을 만나 자식을 낳고 함께 살아가는 것. 그것이 인생의 당연한 의례였던 시기에, ‘자유의지’로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해서 ‘자유연애’를 하다가 ‘자유 결혼’을 하여 새로운 신식 가정 ‘스위트홈’을 꾸민다는 생각은 새롭고도 매혹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연애는 그 새로움의 중심에 있었다. 그 연애의 주체는 남성, 그 가운데서도 신학문을 배운 ‘신남성’이었고 연애의 대상은 신남성들이 자신의 배필로 합당하다 여긴 신여성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전통적인 그리움의 대상이었던 기생과 ‘조혼한 아내’였던 구여성은 신여성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했다.
연애의 대상이었던 여성들의 위치는 유행에서 상징적으로 찾아볼 수 있었다. 기름 발라 붙이고 댕기 드리워 쪽찌고 비녀 꽂던 헤어스타일은 ‘단발’이며 ‘히사시가미’ 같은 ‘양(洋)머리’에 밀렸다. 깡뚱하게 올라오는 짧은 통치마와 양산은 새로운 유행선도 계층인 여학생의 필수품이었다. 연애편지를 주고받고 사랑에 목숨을 걸며, 때로는 사랑으로 인한 죽음을 선택하기도 하고, 연애 소설이나 연애서간집을 읽고……. 개조론과 잇닿아 있던 연애(열)는 바야흐로 1920년대 초반 식민지 조선의 화두라 할 수 있었다. 현대의 독자들에게는 이런 유행과 내용이 흥미로우면서도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