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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bastian Fitz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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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을 원하는 게 아닙니다. 제가 원하는 건 확신입니다.”
그는 권총을 소파에 내려놓았다. 총구는 여전히 그의 앞에 서 있는 하버란트를 향했다. “제가 정말로 존재한다는 증거를 대보십시오.” 하버란트는 뒷목을 잡더니 백발의 머리통에서 맥주병 뚜껑만한 크기의 머리카락이 빠져 휑한 자리를 긁적였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인간과 짐승의 차이를 무어라고 생각하는지 아나?” 그는 잠에 취해 불안하게 신음하는 바구니 속 개를 가리켰다. “의식이라고 생각한다네. 우리는 왜 우리가 존재하는지, 언제 죽을 것이며 죽은 후엔 무슨 일이 일어날지 고민하지만 동물은 자신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지 여부 따위에 전혀 관심이 없거든.” --- p.14 “그냥 호기심에서 묻는 건데, 그 약을 먹으면 어떻게 되나요?” 그사이 스펀지에 배어 있던 붉은색은 거의 완전히 사라졌다. “기억상실을 유발시킨 후에 말씀이십니까?” “네.” “아주 간단합니다. 다시 충전시키는 거지요.” “네?” “물론 진심으로 되찾고 싶은 기억과 경험만요. 컴퓨터의 포맷과 비슷하지요. 시스템에 생긴 결함의 이유를 모를 땐 싹 다 지워버리는 게 최고입니다. 그런 다음 작동하는 프로그램을 하나씩 다시 깔면 됩니다. 우리 실험도 마찬가지지요. 물론 그 전에 집중 설문조사를 통해 환자가 어떤 것을 기억하고 싶은지 결정해놓습니다. 따라서 당신에게도 인위적인 역행성 기억상실을 유발시킨 후 연이은 회복 단계에서 과거를 대면시킬 겁니다. 물론 아내와 관련된 경험은 제외되겠지요.” --- p.67 “아니요, 내 말은 당신이 실험에 참가한 게 오늘부터가 아니라는 거죠.” “뭐라고요?” “그래서 당신을 데려온 겁니다. 당신에게 이걸 보여주고 싶어서요.” 그녀가 파일을 펼쳐 양면종이를 꺼냈다. 마르크도 본 적 있는 종이였다. 몇 시간 전에. 병원에서. “이건….” …말도 안돼. “이제 알겠어요? 왜 우리가 서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는지.” 마르크가 신청서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빈칸 없이 꽉 채워놓은 가입신청서엔 그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가장 놀라운 건 첫 접수 날짜였다. 10월 1일. 사고가 나던 날. 마르크가 블라입트로이 병원에서 신청서를 작성하기 4주 전. --- p.139 「…경찰서로 가서….」 「…하지만 열쇠가 다시 맞고….」 「…아내는 집에 온 적이 없었고….」 「…장인도 사라지고….」 읽을수록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가? 산드라가 어떻게 이걸 알 수 있었을까? 미래를 예측할 수 있었단 말인가? 그건 더 끔찍했다. 파일을 내려놓은 그가 겉장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목을 잡았다. 「<파편> - 산드라 제너의 시나리오」 손가락 끝에서 시작된 무감각이 서서히 팔로 번져갔다. 팔이 힘없이 축 늘어져 매달려 있었다. 당장이라도 돌아서 비명을 지르며 지하실을 뛰쳐나가고 싶었다. 전부가 무의미했다. 그의 인생은 거짓이었다. 그가 맹목적으로 믿었던 사람, 그런데 이제 그를 미치게 만들려고 무덤에서 걸어 나온 그 사람의 머리가 짜낸 거짓. --- p.259 당신 입으로 말하지 않았어?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고. 그게 당신 인생 모토 아냐? 산드라, 당신 미쳤군. 그렇다고 목적이 죽음을 정당화하지는 않아. 절대로. 사고 직전 다투던 기억이, 불안한 그의 심장이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온몸으로 펌프질을 해대는 피의 소리를 압도했다. 그러니까 산드라의 계획이었다. 그를 미리 죽일 수는 없었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그의 간이 필요하니까. 결국 하버란트의 말이 옳았다. --- p.3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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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주 전, 교통사고로 임신한 아내와 뱃속의 아이를 한꺼번에 잃은 마르크 루카스는 한 병원으로부터 나쁜 기억을 모두 지워주는 기억상실 유발실험에 참가할 것을 제안받는다. 그런데 그날 집에 돌아간 순간부터 루카스에게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죽은 아내가 멀쩡하게 집에 돌아와 있지만, 아내는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신용카드는 정지되었고 휴대전화의 번호 목록도 모두 삭제되어 있다. 지금까지 믿어왔던 모든 것이 무너지며 혼란스러워하는 루카스 앞에 한 여자가 나타난다. 그녀는 사고가 났던 바로 그날 루카스가 직접 작성한 기억상실 프로그램 참가신청서를 내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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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최악의 기억을 영원히 지워드립니다”
악몽은 이 한 마디의 유혹에서 시작되었다! 교통사고로 아내와 아이를 한꺼번에 잃은 끔찍한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는 마르크 루카스는 사고 당시 목에 박힌 파편 때문에 매일 약을 달고 산다. 육체적·정신적으로 고통스런 하루하루를 보내던 그는 어느 날 잡지를 보다가 기괴한 광고를 하나 발견한다. 「잊을 수 있습니다!」 광고를 보고 찾아간 곳은 민간 기억연구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블라입트로이 병원. 원장은 그에게 의식에서 부정적인 기억을 영원히 삭제하는 기억상실 유발실험에 참가할 것을 권유한다. 한 알의 알약으로 자신의 존재를 완전히 ‘리셋(reset)’한다는 계획은 너무도 유혹적이었지만, 루카스는 간단한 검사만 받은 채 거절하고 돌아선다. 그런데 병원을 나선 순간부터 신용카드는 해지된 상태고, 휴대전화도 먹통이다. 갑자기 그의 신원을 증명해줄 모든 것들이 사라져버렸다. 집으로 돌아간 그에겐 더욱 놀라운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죽은 아내가 살아 돌아왔다. 그러나 아내는 그를 전혀 알아보지 못한다. 어떻게 된 일일까. 교통사고 자체가 없었던 일인가. 병원은 그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일까. 루카스는 혼란에 빠져 병원이 있던 곳을 다시 찾아간다. 그런데…. 병원은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없다. 병원이 있던 자리에는 깊은 구덩이 하나만 남아있다. 마치 수천 조각으로 산산조각 난 그의 삶에 마지막 남은 정상의 잔재처럼. 어느 날 갑자기 낯선 내가 되었다! 현실과 기억의 미스터리한 변주, 그 끝에 도사린 가공할 진실… 혼란스러워하는 루카스 앞에 한 여자가 나타나 뜻밖의 말을 전한다. 그가 블라입트로이 병원의 실험에 참가하기로 결정한 것이 실은 6주 전, 사고가 나던 그날이라는 것. 루카스는 블라입트로이 병원이 자신에게 무언가를 잊게 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기억의 일부를 지웠다고 추측한다. 잊고 싶었던 그것이 무엇인지를 기억해내야만 이 모든 수수께끼를 풀 수 있다. 남아있는 기억과 사라진 기억 사이에서 루카스는 그동안 자신이 진실이라고 믿었던 모든 것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주위 사람들을 통해 자신의 기억을 역추적해가던 루카스는 예전에 아내와 함께 살던 집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아내가 쓴 시나리오 노트에는 그가 기억상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후 지금까지 겪은 모든 상황이 그대로 적혀 있었다. 이 모든 게 아내의 계획이었을까. 왜, 무엇 때문에? 어느 순간 자신의 목을 만져본 루카스는 더 이상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 상처가 없다. 파편이 없다. 건강한 맨살밖에는. 잃어버린 시간들을 더듬어가던 루카스는 동생 벤야민으로부터 사고가 일어난 직후 있었던 일에 관해 듣게 된다. 이 모든 일이 자신도 모르게 이미 계획됐던 일임을 알게 된 루카스는 절체절명의 마지막 선택에 직면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