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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공제 강력추천
역사를 바꾼 운명적 만남 : 한국편
김유신과 김춘추에서 김대중과 김영삼까지
함규진
미래인 2010.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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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물과 고기의 만남(水魚之會)
김유신, ‘불쇼’로 김춘추의 발목을 잡다
장보고, 흥덕왕에게 ‘바다의 왕자’로 인정받다
광종, 쌍수를 들어 쌍기를 환영하다
정도전, 이성계의 병영 앞 소나무에 자작시를 새기다
신숙주, 수양대군과 함께 영락제의 능에 참배하다
정선, 이병연과 함께 금강산을 유람하다

2부 불과 얼음의 만남(氷火之會)
연개소문, 김춘추의 제의를 묵살하다
정지상, 김부식의 부탁을 거절하다
심의겸, 윤원형의 집에서 김효원을 만나다
정충신, 언가리에게 할 말을 다 하다
인현왕후, 장희빈의 종아리를 때리다
박정희, 김재규, 차지철, 전두환이 골프를 치다

3부 불과 나무의 만남(火木之會)
진성여왕, 김위홍의 손을 잡고 향가를 읊다
정난정, 기도 중이던 윤원형과 몰래 만나다
홍랑, 최경창을 찾아 한양에 잠입하다
이예순, 도를 찾아 오언관과 떠나다
나혜석, 최린과 함께 파리를 거닐다
박마리아, 뉴욕의 밤에 이기붕과 데이트하다

4부 산과 바다의 만남(山海之會)
서희, 거란의 병영 뜰에서 소손녕과 인사하다
왕식, 쿠빌라이를 만나러 양자강을 건너다
이제현, 만권당에서 조맹부에게 한 수 배우다
소현세자, 아담 샬에게서 십자가와 성서를 선물받다
김병연, 공허와 금강산에 올라 시를 겨루다
김대중과 김정일, 평양 공항에서 악수하다

5부 구름과 구름의 만남(雲雲之會)
공민왕, 신돈에게 맹세문을 써주다
남곤, 조광조에게 “소인”이라는 말을 듣다
명성황후, 김옥균의 밀담을 몰래 엿듣다
이광수, 안창호의 인도로 흥사단에 입단하다
이승만, 김구와 손을 잡고 투쟁에 나서다
김대중과 김영삼, 은단 몇 알을 나누고 각자의 길로 떠나다

저자 소개 1

서울교육대학교 윤리학과 교수.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보수와 진보 등 서로 대립되는 듯한 입장 사이에 길을 내고 함께 살아갈 집을 짓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다양한 문제로 갈등하고 서로에게 상처 주는 말을 일삼는 것을 보며 그저 이론만을 나열하는 철학입문서가 아닌 요즘 시대에 맞는 새로운 윤리철학서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고속버스에서 좌석 등받이를 젖히는 사소한 문제부터 인종차별, 장애인 혐오, 환경 문제까지 매일의 삶에서 마주하는 문제들 속에서 타인을 존중하면서도 자신만의 길을 걸으며 사는 방법의 힌트를 《이토록 다정한 개인주의자》로 담아냈다. 지은 책
서울교육대학교 윤리학과 교수.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보수와 진보 등 서로 대립되는 듯한 입장 사이에 길을 내고 함께 살아갈 집을 짓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다양한 문제로 갈등하고 서로에게 상처 주는 말을 일삼는 것을 보며 그저 이론만을 나열하는 철학입문서가 아닌 요즘 시대에 맞는 새로운 윤리철학서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고속버스에서 좌석 등받이를 젖히는 사소한 문제부터 인종차별, 장애인 혐오, 환경 문제까지 매일의 삶에서 마주하는 문제들 속에서 타인을 존중하면서도 자신만의 길을 걸으며 사는 방법의 힌트를 《이토록 다정한 개인주의자》로 담아냈다. 지은 책으로는 《개와 늑대들의 정치학》, 《정약용: 조선의 르네상스를 꿈꾸다》, 《조약으로 보는 세계사 강의》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공정하다는 착각》(마이클 샌델),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피터 싱어), 《실패한 우파가 어떻게 승자가 되었나》(토마스 프랭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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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9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64쪽 | 578g | 153*224*30mm
ISBN13
9788983946195

책 속으로

다음 날, 정도전이 들뜬 마음으로 돌아가는 길을 재촉하려는데, 문득 병영 앞에 서 있는 장대한 소나무가 눈에 띄었다. 어제 그 둘레를 돌며 병영을 내려다보았던 바로 그 소나무였다. 정도전은 소나무를 한동안 바라보다가, 품에서 작은 칼을 꺼내 소나무 껍질을 벗겨내기 시작했다.
작업은 쉽지 않았다. 정도전은 구슬땀을 흘리며 칼을 꽂고 비틀고 당기기를 반복했다. 철갑 같은 소나무 껍질을 솜씨도 없고 변변한 도구도 없이 벗겨내기란 생각보다 무척 힘겨웠다. 사람 등판만큼 벗겨내는 데 몇 시간이 걸렸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교련 중이던 이성계의 병사들은 대체 저 선비가 뭘 하나 싶어 흘깃흘깃 쳐다보곤 했다.
마침내 적당한 크기로 소나무 껍질이 벗겨지고 속살이 드러나자, 정도전의 손은 피부가 벗겨지고 군데군데 피가 흐르는 지경이 되었다. 그렇지만 만족스러운 듯, 그는 이마의 땀을 소맷자락으로 쓱쓱 닦아냈다. 그러고는 봇짐을 뒤적거려 붓과 먹을 꺼내더니, 하얗게 드러난 나무 속살에다 이렇게 시를 썼다.

한 그루의 소나무여, 아득한 세월을 견뎌(蒼茫歲月一株松)
몇 만 겹으로 둘러싼 산속에서 자라났구나.(生長靑山幾萬重)
다행히도 훗날 다시 보게 되려는가.(好在他年相見否)
인간 세상의 만남은 잠시 지나간 자취 되는 것을.(人間俯仰便陳?)

이것이 이성계와 정도전의 첫 만남이었다. 이 만남 후에 한국사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으리라. 두 사람의 만남은 실로 김유신과 김춘추의 만남 이상으로 효과적이고 위력적인 문과 무의 결합을 이루었다. 아득한 세월을 견뎌온 왕조가 두 사람의 협력으로 무너졌고, 한 사람은 옥좌를, 다른 사람은 재상의 지위를 차지하여 새로운 사상과 제도로 다스리는 새로운 나라를 세웠다.
그런데 정도전의 마지막 행동은 약간의 의문을 남긴다. 그가 이성계에게 어떤 메시지를 남기려 한 것은 틀림없다. 그런데 왜 그것을 편지에 쓰지 않고, 진땀을 흘려가며 껍질을 벗겨 소나무에 남겼을까? 마침 종이를 가진 게 없어 그랬다고 할 수도 있지만, 정도전은 함주 여행 도중에 몇 편이나 시를 남겼다. 그걸 볼 때 늘 지필묵을 가지고 다녔다고 짐작할 수 있다. 설령 마침 종이가 떨어졌다 해도 잠깐 발길을 돌려 막사에서 시를 쓰고 이성계에게 직접 전해주면 될 것을, 뭐 하러 모든 사람이 지나가며 볼 수 있는 병영 앞 나무에다 글을 남겼단 말인가? --- pp. 56-57

“함께 백제를 친다, 그래서 백제 땅을 나누어 먹는다, 이 말씀이겠지? 괜찮겠군. 좋아요. 동맹을 합시다.”
“아, 정말 다행입니다! 그러면 정식으로 문서를……”
“다만, 조건이 있소. 귀국이 동맹을 맺는 신의의 표시로, 원래 우리 땅이었던 마현과 죽령을 되돌려주시오. 그러면 동맹을 맺으리다.”
“……제게는 그런 결정을 내릴 권한이 없습니다. 그리고 신의 표시로는 너무 과하다고 여겨집니다.”
“흥! 과하기는 개뿔이 과한가?”
갑자기 연개소문이 언성을 높이며 쾅 하고 대전 바닥을 발로 굴렀다. 김춘추는 물론 옥좌의 보장왕까지 흠칫 떨었다. 연개소문의 표정과 말투에서 김춘추는 회담이 끝났음을, 아니 처음부터 결렬되어 있었음을 직감했다.
“과거 왜구가 쳐들어와서 나라가 망하게 되었을 때, 너희 신라는 어찌했느냐? 우리 광개토호태왕께 제발 살려달라는 요청을 했지! 태왕께서 그 간청을 받아들여 군대를 보내서 구해주시지 않았더냐! 그런데 너희가 무슨 보상을 했더냐? 보상은커녕, 나중에 백제와 손을 잡고 우리 고구려를 치더니만, 이번에는 백제를 배신해서 백제의 왕을 죽인 게 너희 신라 놈들 아니냐? 너희처럼 신의라고는 약에 쓸래도 없는 놈들과 무슨 동맹을 할까? 여봐라! 어서 이 신라 놈을 옥에 가둬라!”

이렇게 해서 연개소문과 김춘추 사이의 ‘평양회담’은 실패로 끝났다. 이는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짓는 회담으로서 현대의 김구-김일성 회담이나 김대중-김정일 회담에 비할 만했다. 그런데 김춘추와 연개소문은 기본적으로 합의점을 찾을 수 없었다. 두 사람은 성격부터 판이했다. 김춘추가 문을 대표한다면 연개소문은 무를 대표했는데, 김춘추-김유신의 경우에는 문과 무의 완벽한 조화가 가능했으나 이 경우에는 완벽한 배척이었다. (…중략…)
여라 동맹에 실패한 김춘추는 6년 뒤 당나라를 방문해 나당동맹을 맺는다. 그 이후로 고구려는 매우 불리한 세력구도에 놓였고, 결국 멸망으로 치닫게 된다. 고구려로서는 잠정적으로라도 신라의 동맹 제의에 긍정하는 자세를 보였어야 했던 것이다.
한편 신라도 나당동맹이 좋지만은 않았다. 늑대를 물리치려 호랑이를 끌어들인 셈이었고, 결국 나당전쟁을 치러야 했다. 그리고 당나라를 상국으로 받들어 그 문화를 받아들이고 이 땅을 중국화하는 속국의 길로 가야 했다. 늑대와 겨루기 위해 호랑이와 한편이 되었다고 할까. 여라 동맹이 이루어졌다면 고구려와 신라의 ‘남북조 시대’가 열려, 중국의 군사적?문화적 침략을 오랫동안 저지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인간의 성격은 쉽게 바꿀 수 없다. 하지만 냉철한 이성과 겸허한 마음은 도저히 맞지 않는 상대와의 대립을 누그러뜨린다. 그리고 대립의 벽 너머 멀리, 진정한 이익을 볼 수 있게 한다. --- pp. 93-98

“나이샷!”
털털한 셔츠와 면바지 차림의 작달막한 사내가 호쾌하게 드라이브샷을 날리자, 옆에 늘어서 있던 세 명의 남자들이 일제히 박수를 치며 탄성을 질렀다. 샷을 때린 남자는 멋쩍게 웃으며 공이 날아간 방향으로 눈을 가늘게 떴다.
1978년 봄. 경기도의 모 골프장. 오늘은 이 네 사람과 그 몇 배는 되는 경호원들 외에 손님은 전혀 없었다.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중앙정보부장과 청와대 경호실장, 경호실 작전차장보, 그리고 제8대 대통령 박정희가 행차했기 때문이다. (…중략…)
골프를 마친 네 사람은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모여 앉았다. 김재규와 차지철은 아직도 낯빛이 안 좋았고 서로 말을 섞지 않았지만, 박정희 앞에서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듯 보이려고 애쓰고 있었다. 한동안 골프 이야기와 정치 이야기를 뒤섞어서 이야기하던 박정희는 실한 총각김치 한 쪽을 우적우적 씹으며, 공손히 잔을 떠받친 전두환에게 막걸리를 따라주었다.
“임자는 경호실 근무가 별 재미 없다며?”
“아, 아닙니다! 무슨 오해가 있으신 듯한데…… 각하 가까이에서 각하를 모시며 호위하는 임무를 맡아 필생의 영광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겁하며 대답하는 전두환에게 박정희는 괜찮다는 듯 씩 웃어 보였다.
“솔직하게 말해도 돼. 사단장으로 나가고 싶은 모양이던데, 아닌가?”
“네…… 각하. 경호실 업무에 불편한 점은 추호도 없습니다만, 군인의 길에 몸담은 이상 사단장 근무는 누구에게나 꿈이 아니겠습니까?”
“허허. 그렇지. 전 소장은 그런 점이 좋아. 정치놀음에 혹하지 않고 군인 정신이 아직 살아 있거든. 그 누구들하고는 다르게 말이지.”
김재규와 차지철은 말없이 술잔을 비웠다.
“그러면 꿈을 이뤄야지? 기다려봐. 이번 정기 인사에서 1사단장 자리가 나갈 거야.”
“각하!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 전두환, 각하께 목숨을 걸고 충성하겠습니다!”
“그래, 그래. 허허.”
“전 차장, 아니 참, 전 사단장! 축하해요!”
“고맙습니다. 하하하!”

그렇게 그 자리는 화기애애하게 끝났다. 그러나 훗날 보자면 이렇게 묘한 자리도 없었다. 지금 함께 술을 마시며 웃고 있는 네 사람. 앞으로 그중 한 사람이 두 사람을 죽일 것이다. 그리고 남은 한 사람이 그 한 사람을 죽일 것이다.
이날은 그 운명의 포석이 깔린 자리였다. 유신체제의 최고권력기구를 분점한 두 실력자의 대립이 마침내 최고 권력자 면전에서까지 불거져 나왔으며, 이는 이후의 정치사정에 따라 갈수록 격화되다가 끝내 궁정동의 총성으로 끝장을 보게 된다. 그리고 사단장으로 내정된 이가 총을 쏜 사람을 심판할 수 있었던 것은, 이날 모임을 통해 그가 사단장을 거쳐 보안사령관으로 승진했기 때문이었다.

--- pp. 150-155

출판사 리뷰

어제의 만남이 내일의 역사가 된다! 한국사를 바꾼 운명적 만남 30장면
‘중앙SUNDAY’에 절찬리 연재된 화제의 역사 교양서


역사는 언제나 ‘만남’에서 시작되었다. 어제의 만남이 내일의 역사가 된다. 우리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고대의 환웅과 웅녀에서 현대의 김대중과 김정일에 이르기까지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만남들이 무수히 많다. 이 책은 서기 630년경 김유신과 김춘추의 만남에서 2000년 김대중과 김정일의 만남까지, ‘만남’이란 키워드를 통해 우리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역사 교양서다. 프리미엄 주간지 ‘중앙SUNDAY’에 절찬리에 연재되며 화제를 모았던 글들을 대폭 수정, 보완하여 새롭게 묶어냈다.

역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라이벌 관계를 다룬 책은 많다. 그러나 역사 저술가인 저자는 기존의 접근법을 살짝 비틀어 ‘만남’이란 키워드에 집중하며, 이러한 만남들을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첫째,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만남을 통하여 비로소 역사에 큰 획을 긋게 된 '물과 고기의 만남'. 김유신-김춘추, 장보고-흥덕왕, 정도전-이성계, 신숙주-수양대군 등이 그 예다.
둘째, 만남 이후 서로 용납할 수 없는 사이가 됨으로써 당사자들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주고 역사의 물줄기까지 바꿔놓은 '불과 얼음의 만남'. 연개소문-김춘추, 정지상-김부식, 인현왕후-장희빈, 김재규-차지철 등이 그 예다.
셋째, 만나자마자 서로에게 죽고 못 사는 존재가 되고 그 열정이 지나쳐서 시대의 틀마저 불태우거나 그을음을 잔뜩 묻혀버린 '불과 나무의 만남'. 진성여왕-김위홍, 정난정-윤원형, 나혜석-최린, 박마리아, 이기붕 등이 그 예다.
넷째, 서로 만나기 어려웠던 사람들이 만나서 서로를 존중하며 좋은 영향을 남기고 돌아선 '산과 바다의 만남'. 서희-소손녕, 이제현-조맹부, 소현세자-아담 샬, 김대중-김정일 등이 그 예다.
다섯째, 한때는 단짝이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서로의 갈 길로 떠나가버려, 그 때문에 많은 기회와 희망이 아쉽게도 스러지고 만 '구름과 구름의 만남'. 공민왕-신돈, 남곤-조광조, 이광수-안창호, 이승만-김구, 김대중과 김영삼 등이 그 예다.

선덕여왕이 김춘추 등의 귀족들와 함께 남산에서 꽃놀이를 즐기고 있을 때, 김유신이 누이를 불태워 죽이는 ‘불쇼’를 벌인 것은 왜일까. 고려 광종이 한낱 중국의 지방 관리에 불과했던 쌍기를 따로 접견한 후 개혁의 선봉장으로 내세운 것은 왜일까. 수양대군이 중국 사절단에 신숙주를 데리고 가 영락제의 능에 참배시킨 것은 왜일까. 연개소문이 평양성으로 찾아온 김춘추의 동맹 제안을 받아들였더라면 이후 삼국 그리고 중국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 역사에 ‘당쟁’을 만들어낸 장본인들로 유명한 김효원과 심의겸이 영의정 윤원형의 집에서 만났을 때 서로를 오해하지 않았더라면, 북경에서 예수회 선교사인 아담 샬과 만남을 통해 서구 문물을 적극 받아들인 소현세자가 귀국해 정권을 잡는 데 성공했다면 이후 우리의 역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들은 왜, 어떻게 만났을까? 만나서 무슨 얘기를 나누었을까? 그리고 그들의 만남은 역사에 어떤 파장을 미쳤을까?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그들의 만남을 구구절절이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설적 형상화를 통해 생생히 되살려냈다는 점이다.

독자들 중에는 각 장마다 빠지지 않는 ‘소설적인 서술’에 당황하거나 의아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런 서술이 기존의 문헌 자료에 글자 그대로 있지는 않으며, 상당 부분 상상력을 덧붙여 묘사한 것이다. 그러나 그 만남의 성격과 의미를 최대한 생생하게 전달하게끔 쓴 방법임을 이해해주기 바란다. 그렇다고 전혀 상상력만으로 묘사하지는 않았다. 가령 쿠빌라이와 왕식의 만남에서 왕식(고려 원종)이 하고 있는 차림새의 묘사는 이제현의 『낙옹비설』에서 그대로 취했으며, 인현왕후가 장희빈의 종아리를 때리는 장면은 『조선왕조실록』과 기타 문헌의 묘사를 취합하여 재구성했다. 이 책의 마지막 만남으로 제시된 김대중과 김영삼의 고려대 시국토론회에서의 만남은 필자가 그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낀 내용에 근거하고 있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기존 문헌자료에 기초를 두되 소설 기법을 적극 차용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새로운 역사적 디테일들을 알아가는 지적 자각과 함께 마치 역사소설을 읽는 듯한 소설적 재미를 안겨준다.
이 책은 ‘역사를 바꾼 운명적 만남’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며, 이후 세계편, 중국편, 일본편 등을 차례대로 펴낼 계획이다. 책에 등장하는 우연한 만남과 계획적인 만남, 가슴 벅찬 만남과 가슴 저린 만남, 불가능해 보였던 꿈을 이루는 만남과 두고두고 아쉬움을 남기는 만남, 서로에게 도움을 준 만남과 해를 준 만남의 사례들은 개인과 사회와 세계의 역사를 만드는 ‘운명적 만남’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해줄 것이다.

리뷰/한줄평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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