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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의 위안
산문이 있는 풍경
정호승 저
열림원 2003.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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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의 개정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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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길이 끝나는 곳에서:
<감사합니다> <나를 먼저 용서합니다> <고통에 대한 세 가지 생각> <태풍에 대하여> <사막의 가르침> <십자가를 품고 가자> <십자고상> <아래를 먼저 보세요> <땅 위의 직업> <국화빵을 사먹는 이유> <네모난 수박> <손> <소년부처> <운주사 와불님> <생명의 무게> <달팽이> <영정사진> <고요함을 찾아서> <봄바다> <봄의 강가에서> <소록도> <‘성 라자로 마을’의 봄날> <채봉 형 생각> <‘어린 왕자’ 같은 사람> <성철 스님> <시인은 죽어서도 시를 쓴다> <‘광야’의 시인> <그 청년의 목표> <공씨책방> <책 예찬> <도계장> <첨성대> <에밀레종> <검정고무신>
2. 사랑이 끝나는 곳에서:
<우리는 언제 외로운가> <잊을 수 없는 사랑> <고통 속에 사랑이 있습니다> <겨울의 의미> <눈부처> <형수의 죽음> <반지의 의미> <만남을 위하여 기도하라> <나의 첫 키스> <만남과 헤어짐> <내가 쓴 연애편지?1> <내가 쓴 연애편지?2> <마더 테레사 수녀님께 보내는 편지> <꽃은 왜 피는가> <꽃에게 위안받다> <춘란 이야기> <실패에는 성공의 향기가 난다> <싹> <나무야, 고맙다>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 <나무는 하루를 한 해처럼 산다>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추억의 눈사람> <맹인의 촛불>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 <12월> <내 인생을 움직인 한마디> <똥을 누던 소년> <씨앗에 대하여> <시를 쓰던 어머니> <어머니는 늙지 않는다> <눈 내리던 봉천동 고개> <내 시의 고향 동네>

저자 소개 1

鄭浩承

1950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했으며, 경희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돼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반시反詩’ 동인으로 활동했다.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별들은 따뜻하다》 《새벽편지》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이 짧은 시간 동안》 《포옹》 《밥값》 《여행》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 《당신을 찾아서》 《슬픔이 택배로 왔다》 《편의점에서 잠깐》과 시선집 《흔들리지 않는 갈대》
1950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했으며, 경희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돼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반시反詩’ 동인으로 활동했다.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별들은 따뜻하다》 《새벽편지》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이 짧은 시간 동안》 《포옹》 《밥값》 《여행》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 《당신을 찾아서》 《슬픔이 택배로 왔다》 《편의점에서 잠깐》과 시선집 《흔들리지 않는 갈대》 《수선화에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 동시집 《참새》 《별똥별》을 냈다. 이 시집들은 영한시집 《A Letter Not Sent(부치지 않은 편지)》 《Though flowers fall I have never forgotten you(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 외 일본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조지아어, 몽골어, 중국어 등으로 번역되었다. 산문집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 《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와 우화소설 《연인》 《항아리》 《조약돌》이 있다.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편운문학상, 가톨릭문학상, 상화시인상, 공초문학상, 석정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대구에 정호승문학관이 있다.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편운문학상, 가톨릭문학상, 상화시인상, 공초문학상, 김우종문학상, 하동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언제나 부드러운 언어의 무늬와 심미적인 상상력 속에서 생성되고 펼쳐지는 그의 언어는 슬픔을 노래할 때도 탁하거나 컬컬하지 않다. 오히려 체온으로 그 슬픔을 감싸 안는다. 오랜 시간동안 바래지 않은 온기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그의 따스한 언어에는 사랑, 외로움, 그리움, 슬픔의 감정이 가득 차 있다. 언뜻 감상적인 대중 시집과 차별성이 없어 보이지만, 정호승 시인은 ‘슬픔’을 인간 존재의 실존적 조건으로 승인하고, 그 운명을 ‘사랑’으로 위안하고 견디며 그 안에서 ‘희망’을 일구어내는 시편 속에서 자신만의 색을 구축하였다. ‘슬픔’ 속에서 ‘희망’의 원리를 일구려던 시인의 시학이 마침내 다다른 ‘희생을 통한 사랑의 완성’은, 윤리적인 완성으로서의 ‘사랑’의 시학이다. 이 속에서 꺼지지 않는 ‘순연한 아름다움’이 있는 한 그의 언어들은 많은 이들의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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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3년 12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440g | 148*210*30mm
ISBN13
9788970634081

책 속으로

◆ 어린 시절, 가족들 그리고 지난날의 사람들
가난했던 어린 시절, 가계부에서 발견한 어머니의 시들. 어쩌면 그때부터 어렴풋이 나는 시 쓰기를 희망했는지 모른다. 언제나 작고 불쌍했던 아버지. 아버지의 실패와 가난을 통해 나는 힘과 용기를 배운 셈이다. 자연과 인간을 배운 대구 신천동은 유년기와 소년기의 허섭스레기 같기도 하고 보물단지 같기도 한 온갖 추억들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나로 하여금 시를 쓰도록 북돋워준 선배들과 선생님들이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린다……. 어린 왕자 같은 사람인 정채봉 형, 그의 투병하던 모습이 아직도 내 가슴을 아프게 한다. 그리고 죽은 뒤에 더욱더 빛이 되어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등불을 밝히는 사람인 성철 스님. 인간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준 마더 테레사 수녀님. 내 시작(詩作) 노트 갈피 속에 끼워넣고 다니던 윤동주의 사진. 몇 년 전에 그의 무덤을 찾아 용정에 갔을 때의 이야기들. 항쟁의 선두에 선 투사이자 ‘광야’의 시인인 이육사…….

삶이 뒷받침되지 않은 시란 없으며, 삶의 진실이 뒤따르지 않은 시란 공허하기 짝이 없는 것이라는 점을 나는 미처 모르고 있었다. 한 사람의 시인으로서 어떠한 삶을 살았느냐 하는 문제는 어떠한 작품을 썼느냐보다도 더 중요한 일일 수밖에 없었다.
― <‘광야’의 시인> 중에서

나는 눈사람이 가슴에 품고 있는 칼을 우리들이 어린 시절에 지녔던 순수와 용기와 정의의 칼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를 해방시켜줄 한 사람 해방자가 있다면 반드시 눈사람의 모습을 하고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의 고단한 삶을, 우리의 눈물과 불행을 희망과 기쁨 쪽으로 이끌어줄 사람은 반드시 희디흰 눈사람의 모습으로 당당하게 걸어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지금도 눈물을 흘리는 눈사람, 봄이 와도 녹지 않는 눈사람을 기다린다. 어떤 때는 기다림에 지쳐 내가 어릴 때 만들던 눈사람을 다시 만드는 꿈을 꿔보기도 한다. 그렇다. 나는 지금 눈사람을 만들고 싶다. 굳이 눈 내리는 들판이 아니래도 좋고, 간밤에 술꾼들이 속엣것을 토해놓은 도시의 뒷골목 어디라도 좋다.
내가 만든 눈사람과 함께 서울의 거리에 서 있고 싶다. 서울의 한복판, 광화문이나 시청 앞 광장 한복판에 한 사람 눈사람이 되어 서 있고 싶다. 눈사람이야말로 가장 순결한 사람이므로. 눈사람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용기 있고 정의로운 사람이므로.
― <추억의 눈사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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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행한 이들에게 지고 있는 빚
늘 가난하다고 느껴지는 오늘의 내 삶이 실은 얼마나 풍요로운 것이었는지를, 다른 사람이 불행을 견뎌내는 모습을 보면서 깨닫게 된다. 돌이켜보면 나의 불행이 다른 사람에게 위안이 되었던 경우보다는 다른 사람의 불행을 보면서 내가 위안받을 때가 많았다. 나의 삶을 긍정하는 가운데, 빈곤한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일을 실천하며 살고 싶다.

전철역 한편에 맹인들의 집합장소가 있다. 그들은 담소를 나누면서 서로에게 의지하여 순서대로 전동차에 승차한다. 그들이 모여 있는 곳 기둥 한 귀퉁이에 한 맹인이 자기 가방에서 김밥을 꺼내 씹어먹는다. 집에서 싸온 듯 굵기가 보통 김밥의 두 배쯤 되어 보인다. 그는 밥알이 바닥에 떨어지지 않도록 비닐봉지 안에 김밥을 싼 채로 먹는다. 남들이 볼까 봐 기둥에 살짝 외롭게 등을 돌린 채, 내가 지켜보는 줄도 모르고. 이윽고 김밥을 꺼냈던 낡은 가방에서 하모니카를 꺼내 더듬더듬 지팡이에 기대 전동차 안에 오른다. 그가 나에게 ‘나의 불행이 당신에게 위안이 되느냐’고 자꾸 묻는 것 같았다. 나는 ‘그렇습니다. 당신의 불행이 나에게 큰 위안이 됩니다. 고맙습니다’ 하고 마음속으로 대답했다. 그들은 우리를 위안하는 위안의 성자다. 불행한 이들에게 많은 빚을 지면서 오늘을 살고 있는 셈이다(<아래를 먼저 보세요> 요약).

잡지사 재직 시절, 강원도 탄광 마을 고한에 사는 김장순이라는 광원을 취재차 방문한 적이 있다. 순박하고 순연한, 마치 봄날의 따스한 밭흙 같은 인상을 풍기는 그를 따라 지하 막장까지 갔었다. 춥고 어두운 미로 같은 갱 속에서 그는 탄가루를 마시며 작업에 열중했다. 점심시간, 어둠 속에서 손도 씻지 않고 먹는 꽁보리밥 도시락이 내 목엔 잘 넘어가지 않았다. 그에게 소원을 물어보니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물론 그건 땅 위의 직업을 갖는 거지예. 땅 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기들의 직업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를 잘 모릅니더.” 그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를 지금까지도 나는 잊을 수 없다. 생활이 힘들 때마다 그의 이야기는 내게 교훈으로 떠오른다(<땅 위의 직업> 요약).

소록도엔 나환자들이 수용되어 있는 병원이 있다. 나환자의 아버지라 불리는 신정식 병원장의 안내에 따라 나환자들의 일상을 실제로 살펴보게 된 나는 충격을 금치 못한다. 그리고 그곳엔 한 나환자 부부가 마늘밭을 가꾸며 살고 있었다. 서로에게 눈이 되어주고 발이 되어주면서 함께 일군 그들의 밭은 이 일대에서 가장 잘 가꾸어지고 있는 마늘밭이었다. 그들은 성치 못한 육체임에도 하루하루를 감사와 기쁨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소록도> 요약).

◆ 자연의 위안, 그 생명의 무게
한 마리 아기참새일지라도 그 생명의 무게는 나와 똑같은 무게를 지닌다. 생명의 존귀함과 평등함을 절감하는 순간 부끄러움이 앞선다. 자연은 대면할 때마다 나를 위안하며 동시에 인생의 비밀스러운 진실을 가르치곤 한다. 겨울의 혹한을 견뎌내고 봄이 되어 향기로운 꽃망울을 터뜨리는 꽃을 보며 내 생의 어두운 시간을 위안받는다. 그리고 어렸을 적 자연의 체험으로부터 내 시는 시작된다. 인간의 삶이 자연의 질서에 의해 영위된다는 사실을 이제는 이해한다.

강물은 이제 완만히 흐름으로써 비로소 새소리와 벌레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급하게 급류가 되어 흐를 때는 자신의 욕망의 물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물은 깊게 못을 이룬 곳에서 소리가 없는 법. 이제 저 강물이 느리게 느리게 바다에 이르면 제 이름조차 없어질 것이다. 만일 강물이 바다에 이르러서도 제 이름을 고집한다면 어떻게 바다가 있을 수 있겠는가. 욕심이 많으면 인생은 급류를 타고, 욕심이 적으면 인생은 냇물이 되어 완만히 들판을 흘러간다.
― <봄의 강가에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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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통의 의미와 삶의 진정성
상처와 고통은 우리가 먹고 마시는 밥과 물 같은 것이다. 고통을 수반하는 삶이야말로 인간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삶이며, 고통이 있어야만 삶이 더욱 풍부해진다. 신이 인간을 사랑하는 방법이 고통의 방법이라는 것을 깨우치는 데는 오랜 세월이 걸린다. 그러나 그것을 깨닫고 난 뒤엔, 오랜 시간에 걸쳐 하늘과 땅의 호흡이 하나가 되어 무심할 때 비로소 씨앗이 마음을 움직여 꽃과 잎으로 태어난다는 사실이 인간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게 된다. 모든 실패가 성공의 향기를 품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꽃들도 천둥 번개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꽃들은 오히려 천둥 번개가 어떻게 치는지 알고 싶어한다. 비바람이 몰아칠 때 온몸이 뒤흔들리는 나무의 고통을 보라. 나무도 그런 고통과 시련을 통해 더 튼튼하고 아름다운 나무로 자란다. 한여름의 폭풍을 통해 꽃과 나무와 새들도 삶의 인내를 배우는 것이다.
― <태풍에 대하여> 중에서

◆ 외형과 속도에 집착하는 현대인들
네모난 수박은 유전인자를 변형시켜 재배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수박 종자를 네모난 인공의 틀 속에서 자라게 함으로써 외형만 바뀌게 만든 수박이다. 다시 말해 수박의, 둥글다는 내면의 본질은 그대로 둔 채 인위적으로 외형만 변형시킨 것이다. 연구보고에 의하면 철제와 아크릴로 네모난 수박의 외형틀을 만드는 데 무려 5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수박꽃이 피고 계란만 한 수박이 맺히기 시작하면 그 위에 철제 상자를 씌우는데 놀랍게도 수박이 자라면서 네모난 상자를 밀어내는 힘이 자그마치 1톤이나 되었다고 한다. 몇 번씩이나 상자가 깨져 재배에 실패를 거듭한 결과 오늘날의 네모난 수박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자신의 본질을 억누른 채 외형적인 모습에만 집착하며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의 감추어진 심정이야말로, 이 네모난 수박이 느낄 모멸감과 같지 않은가(<네모난 수박> 요약).

30여 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났지만 나무들만은 그때의 그 키에 몸피 또한 그대로였다.
“어째 나무들이 많이 굵어지지 않은 것 같아.”
내가 이렇게 중얼거리자 동행한 친구가 말했다.
“나무들은 그리 급할 게 없잖아.”
나무는 사람이 보기에는 자라지 않은 것처럼 보일 정도로 겸손하게 속으로 나이테를 그으며 내면을 키우는 삶을 살아온 것 같았다. 30여 년이라는 시간이 똑같이 주어졌는데 왜 나무와 나는 이렇게 다른 것인가.
시간이 나무나 인간을 늙고 병들게 해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 결국에는 다 똑같다면, 나는 진정으로 나무들처럼 느긋하고 여유 있는 삶의 태도를 배울 필요가 있었다. 나무들은 우리 사람들처럼 한 해를 한 달처럼, 한 해를 하루처럼 살지는 않는다. 나무들은 하루를 한 해처럼 산다.
― <나무는 하루를 한 해처럼 산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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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한국 문단에서 서정성의 깊이에 있어 괄목할 만한 작품세계를 일구어온 정호승 시인의 산문집 《위안》이 열림원에서 출간되었다. 《위안》은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를 모태로 하여 25편의 산문들이 새롭게 추가되어 다시 씌어진 산문집이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와 ‘사랑이 끝나는 곳에서’라는 두 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산문집 안에는 정호승 시인의 소중한 발자취가 녹아 있는 67편의 대표적인 산문이 담겼다. 연말연시를 맞아 출간되는 《위안》은 현대인들의 오랜 아픔과 상실감에 특별한 위안의 메시지를 건넨다. 인간의 비극성에 대한 남다른 관심으로부터 이야기의 가지를 뻗고 있는 《위안》은 우리가 오랫동안 앓아왔던 내면의 상처를 새로운 눈으로 다시 돌아보게 한다.
《위안》에는 유년기에서부터 시작되는 정호승의 문학의 고향이 생생하고 진솔하게 형상화되어 있다. 세상과의 관계의 모태가 되어준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 어린 시절의 체험들로 시인의 가슴속에 아련하게 각인된 대구 신천동에 얽힌 이야기, 청소년기, 청년기, 잡지사 기자생활 중의 다채로운 사건과 전기(轉期)들, 정호승의 인생관과 더불어 작품세계의 중요한 토대가 되어온 종교적 체험과 깨달음, 자연의 신비로운 순환과 흐름을 통해 이해하게 된 인생의 비밀스러운 진실, 그리고 진정한 사랑을 실천하고 인간다운 삶을 꾸려가는 데 있어 끊임없는 반추의 기회를 제공해준 아름다운 사람들, 빛나는 시간들…… 이것들이 우리에게 일깨우는 고요한 잠언들이 산문집 《위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위안》에는 삶의 양식이 되는 예화들과 작가 스스로 경험한 일화들이 다양한 형식으로 그려져 있다. 또한 자신의 시를 직접 인용하면서 작가에게 일종의 문학의 본원(本源)이랄 수 있는 역사를 이야기로 풀이하여 소개하고 있다. 정호승이 겪어온 시간과 공간, 사람들을 한눈에 조감할 수 있는 이 산문집은 그의 글을 만나고 그의 문학을 이해하는 데 있어 귀중한 자료집이다.
정호승 시인은 길이 끝나는 곳, 사랑이 끝나는 곳에서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나직한 목소리로 말을 건다. 사람마다 마음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작은 문을 지니고 있다면 이 산문집이 그 문을 열고 들어가 작은 위안의 말을 전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사람들이 잃어버린 가슴속의 창을 다시 달아주고 싶다고 그는 이야기한다.

사람은 누구나 다 시인이다. 마치 씨앗 속에 꽃과 잎이 들어 있듯이 사람은 누구나 다 가슴속에 시가 들어 있다. 그 시를 가끔 내가 대신해서 쓸 뿐이다.
― <씨앗에 대하여> 중에서
리뷰 총점 9.4
한줄평 총점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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