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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옮긴이의 말 선술집 크리스마스 공항 공원 편의점 노래방 피로연회장 역전 |
Ryu Murakami,むらかみ りゅう,村上 龍,무라카미 류노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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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은 전염된다. 소노다가 마츠나가를 선택한 것 같다. 아키코 씨, 사카이가 네댓 번을 불렀을 때야 나는 고개를 돌렸다. 아키코 씨도 와인에 얽힌 이야기를 하나 해주시죠. 그래야죠,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화장실에 가는 척하고 바를 나서서, 호텔 로비를 둘러보았다. 크리스마스 캐럴 합창이 끝나는 참이었다. 모인 남자들 가운데 턱시도 차림의 남자가 눈에 띄었다. 다크 슈트 차림의 남자도 많아서 위에서 내려다보니 로비는 마치 개미 소굴처럼 보였다. 개미떼가 일루미네이션 주위로 이동하고 있다. 나는 그 바의 남자들에게 샤토 페트뤼스 이야기를 할까. 그 남자들 가운데 누군가와 오늘 밤 섹스를 할까. 대체 나는 뭘 찾기 위해 그 전단지의 유혹에 응한 것일까.
---본문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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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희망을 말하다
한동안 영화, 요리, 음악, 연애 등을 주제로 감각적인 산문을 펴내던 무라카미 류가 오랜만에 정통 소설로 한국의 독자를 찾아왔다. 이 책 <절망이라는 여자와의 섹스>에서 류는 절망이 아닌, 희망이라는 주제를 두고 8편의 소설을 일관되게 써냈다. 그러나 류가 관심을 갖고 있는 자유와 희망은, 타인과는 공유할 수 없는, 철저히 개별적인 희망에 대한 것이다. 사회의 이익을 위해 무참히 이용당하고 내팽개쳐진 중년 남자, 계층의식을 조장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편 가르기와 왕따 만들기를 자행하는 아파트의 주부들, 출장 간 유부남 애인을 그리워하다 전단지의 유혹에 부응해 호텔로 남자들을 찾아가는 미혼 여성, 아이를 키우기 위해 유니폼 윤락을 하지만 장애인들을 위해 의족 만드는 일을 하고 싶어하는 이혼녀…. 8편의 단편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모두 내적,외적 결핍감에 시달리고 있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타인의 눈으로 보면 별것 아닐지도 모르는 그 작은 희망의 씨앗이 개인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무라카미 류는 진지하게 되묻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가족, 친구, 회사,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받은 상처를 그곳에서 치유하지 못하고 해외로 떠나면서 희망을 품는다는 설정으로 보면, 그 희망은 미완의 것이자, 불구의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시간의 결이 느껴지는 치밀한 묘사 압권 이 책의 원제는 ‘어디에나 있는 장소 그러나 어디에도 없는, 나’이다. 선술집, 편의점, 노래방 등 어디에나 있는 장소를 무대로 하여, 개인이 속한 가족과 사회와 나라로부터 받고 있는 억압을 고발하고, 그곳에서 벗어나 자유와 꿈을 이루고자 하는 희망에 대한 이야기가 묶여 있다. 류는 이 책에서 매우 독특한 기법으로 주인공의 상황과 심리를 묘사하고 있다. 주인공이 노래방이나 공항, 편의점, 노래방 등에 머무는 시간은 단 몇 분에 불과하다. 길어야 몇십 분이다. 그러나 일 초 일 초, 시간을 세밀하게 나누어 그 안에 주인공의 과거, 현재의 상황, 미래의 희망까지 담아내고 있다. 주인공이 바라보는 현재의 사물과 인물과 시간은 너무 세분화되어 있어 마치 영원히 지속될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 찰나에 스쳐지나가는 과거의 회상은 세련되게 압축되어 있는 식이다. 류는 ‘작가의 말’을 통해 “시간을 응축하는 기법”으로 “타인과 공유할 수 없는 개별적인 희망”을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류가 이 책에서 보여주는 뚜렷한 두 가지 특징은 시간 응축 기법이라는 소설적 기교와, 희망이라는 일관된 주제이다. 때문에 8편의 단편이 각각 독립되어 있으면서도 통일감을 갖고 있어, 옴니버스 형식처럼 읽히기도 한다. <선술집>에서는 서로를 구속하지 않는 이 시대의 ‘섹스’를, <크리스마스>에서는 전단지를 통해 주고받는 가벼운 놀이로 전락한 ‘섹스’를 이야기한다. 이 두 소설의 여주인공은 ‘섹스’의 주체이긴 하지만, 그 안에 안주하거나 그것으로 절망을 대체하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지는 않는다. <공항>의 소재는 보다 독특하다. 남편과의 이혼 후 아이를 키우기 위해 윤락을 하지만, 의족 만드는 일을 하고 싶어하는 여자의 이야기이다. 그녀는 서른세 살에 아이가 딸린 이혼녀인데다 몸을 파는 자신이 꿈이란 걸 갖고 있다는 게 부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희망을 구체화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공원>, <편의점>, <노래방>, <피로연회장>, <역전> 등에서도 류는 주인공이 처한 사회적 절망과 구조적 모순을 순간순간 드러내면서 자신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이 시대의 외로운 남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