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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식물
작가약력 |
Lee Oi soo,李外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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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이 아버지는 내 원수다.”
아버지를 표현하기 위해서 어머니가 내뱉는 말은 언제나 그런 식이었다. 결국 어머니는 아버지를 증오하기 시작했고, 아버지를 남편으로 삼게 만든 큰형을 증오했고, 이 세상의 모든 품위 없는 것들을 증오했다. 특히 큰형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차차 흉물스러워졌고, 아버지의 모조인간 같아졌고, 공부도 못했고, 말썽만 부렸고, 결국 중학교 삼학년 때 퇴학당해 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작은형은 달랐다. “민기는 나를 닮았다. 느이 아버지를 닮은 데라곤 조금도 없어. 어떻게 키우는지 두고 봐라…….” 항상 아버지는 큰형 편이었지만 어머니는 작은형 편이었다. 어머니는 큰형과 아버지로부터 완전히 작은형을 격리시켜 놓고 어머니가 좋아하던 품위를 심어주려고 노력했다. 작은형은 어머니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국민학교 때부터 작은형은 우아했다. 그 어떤 것도 나와 큰형이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소년으로 변해 있었다. --- p.16 여자들은 하나 둘 옷을 벗기 시작했다. 나는 여자들의 알몸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예술품이라고 극찬했던 어느 화가의 말을 전적으로 부인한다. 그때 나는 여자들의 그 팅팅 불어터진 살덩어리를 보고 솔직히 먹었던 밥을 토해낼 것 같았다. 큰형은 욕지거리와 함께 사정없이 여자들의 등가죽을 혁대로 후려쳤다. 그녀들의 팅팅 불어터진 살덩어리 위에 금세 시뻘건 혁대자국이 뱀처럼 감겨들었다. 큰형의 야만적인 욕지거리와 폭력은 한동안 여자들의 공포에 질린 몸뚱이 위로 거침없이 자행되었다. 우리 집에서는 큰형이 바로 그녀들의 법률이요 제왕이었다. --- p.36 나는 마침내 피가 거꾸로 치솟아올라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큰형에게로 달려들려 했다. 몽둥이 하나를 찾아 들었다. 그러나 여자들이 우루루 내게로 달려들어 팔이며 다리들을 완강하게 부둥켜안았다. “참으세요.” “제발.” “또 칼부림 나요. 큰오빠 성질 알잖아요.” 어떤 여자는 찔끔찔끔 울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녀들조차에게서도 치밀어오르는 혐오감을 어쩔 수가 없었다. 나는 언젠가 큰형에게 덤볐다가 칼로 옆구리를 찔려서 하마터면 죽을 뻔한 적까지 있었다. 해병대 출신, 월남전 때 하루라도 대검으로 사람을 찔러보지 않은 날은 잠이 안 오더라는 큰형, 피의 굶주림으로 언제나 번들거리는 저 눈빛……. 나는 두려웠다. 그래서 결국 몽둥이를 놓고 말았다. 비참한 기분이었다. --- p.104 나는 질식해 버릴 것 같은 황홀감 속에서 내 체중의 전부를 조심스럽게 그녀의 몸 위에다 얹어놓았다. 혈관 속으로 혈관 속으로, 짙은 아편꽃물 같은 것이 극도의 쾌락으로 녹아들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스커트를 벗기려 했다. 그러자 강한 쾌락의 덩어리들이 충격적으로 내 살 속에 힘차게 힘차게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녀가 손을 뻗어 내 팔을 저지하려 했을 때는 이미 모든 것이 끝나 있었다. 내 몸속에서는 물살들이 서서히 물러가고 노을빛만 여리게 남아 있었다. 갑자기 심한 수치감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부끄러움 때문에 고개조차도 들 수 없었다. 나는 방바닥에 엎드린 채 두 팔로 얼굴을 감싸안고 갑자기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불결해진 나 자신을 혐오하고 있었다. 지하실에서 벌거벗고 나뒹굴던 큰형과 한 여자, 그리고 그 여자가 헐떡이며 토해내던 신음 소리가 자꾸만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 p.129 작은형의 정신분열병 증세가 마침내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어느 날 큰형은 기어코 그 흥분제라는 약을 구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약을 청량 음료수에 타서 작은형에게 먹인 다음 지하실에서 예의 그 단체사진이라는 걸 찍게 되었던 모양이었다. 셔터를 누르는 일을 맡았던 여자의 말을 빌리면 작은형은 아주 정열적으로 미친 듯이 여자를 공격해 들어갔던 모양이었다. 그리하여 네 명의 여자와 두 명의 남자가 벌이는 이른바 그룹 섹스의 장면들이 여러 장 필름에 담겨지게 되었다는 거였다. 그날 약 기운이 다 떨어져 지하실에서 나온 작은형은 마당 복판에 엎드려 심하게 구토를 해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발악적인 목소리로 이 집에 대해 저주를 퍼부었다.“반드시 불타버리고 말 거야! 그리고 아버지와 큰형은 쇠고랑을 차고 말 거야! 두고 봐, 내가 귀신을 불러들이고 말 테니까.” --- p.1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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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일탈의 광시곡 『꿈꾸는 식물』_남(藍)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삶의 질곡이 되어버린 장미촌의 냉혹한 현실에 휘말린 청년들의 인생 어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작은형은 어머니의 죽음과 함께 집안에서 외톨이가 되고, 고3 때 걸린 매독으로 대학입시에도 떨어지고 자살만을 시도하다 집을 나간다. 홍등가 장미촌의 마지막집인 이곳을 운영하는 아버지와 큰형, 그리고 이곳저곳에서 몸을 팔러온 여자들……. 어느 날 작은형이 돌아오고 명자라는 여자가 장미촌에 새로 들어와 변화가 생긴다. 이 무렵 나는 대학에서 정희를 알게 되고 사랑에 빠지지만, 정희는 헤어지자는 말 대신 우연히 만나는 행운을 누려보자며 나를 떠난다. 집안에 대한 부끄러움과 실연의 아픔에 나는 괴롭기만 하다. 큰형은 돈 때문에 아내를 잃고 나서부터는 돈 벌 생각만 하고, 어떤 짓이라도 서슴지 않는다. 포르노 사진을 돈 받고 팔 수 있다는 말에 작은형에게 몰래 흥분제를 먹여서 그룹섹스 사진을 찍자 작은형은 혐오스러운 이 집을 뛰쳐나가 완전히 미쳐버린다. 다시 잡혀와 지하실에 갇혀 있던 작은형은 큰형이 사진 모델로 데려온 사냥개에게 처절한 죽임을 당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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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의 빛을 잃은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위해
일곱 가지 빛깔의 감성으로 구성된 장편소설 컬렉션, 이외수 칠감칠색(七感七色) 42만 명 이상의 팔로어를 보유하며 ‘트위터계의 대통령’으로, 네티즌 선정 ‘2010 대한민국의 대표작가 1위(인터넷서점 Yes24)’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환갑을 훌쩍 넘긴 노(老) 작가 이외수. 인터넷뿐 아니라 텔레비전, 라디오, 광고모델 등 다방면으로 활동해 온 ‘괴짜이자 기인’의 진면목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소설 작품들이 새로운 스타일의 감성으로 젊은 독자들을 찾아간다. 신인 작가에게는 쉽게 주어지지 않는 처녀작의 전작 출간으로 문단에 화려하게 데뷔한 후 35년 동안 전업 작가로 활동하며 자신만의 확고한 작품 세계를 형성해 온 소설가 이외수의 장편소설을 모두 모은 〈이외수 장편소설 컬렉션 칠감칠색〉은 1975년 《세대》로 등단한 이래 3년 만에 발표한 30대 초반작『꿈꾸는 식물』부터 2005년 발표한 최근작 『장외인간』까지 짧게는 1년, 길게는 10년 간격으로 발표한 작품들로, 출간 이후 누적된 판매부수만 700만 부가 넘는다. 총 7편의 장편을 펴냄으로써 데뷔 당시 결심한 ‘과작(寡作)에의 욕망’에 충실해온 그는 지금은 매킨토시 마니아로 컴퓨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지만 90년대 후반까지 책상 없이 원고지를 채워온 탓에 등이 휘어지는 고통을 겪기도 했다. 소설만을 생각하며 살았기에 청년 시절엔 얼음밥을 먹기 일쑤였고 가족들에게는 가난에 시달리게 한 아픈 과거도 있으며, 고도의 집중력으로 젓가락을 던져 벽에 꽂고 유체이탈로 선계를 경험하는 등의 기행을 일삼았던 것도 “세상이 깜짝 놀랄 새로운 작품을 써 보이겠다”는 작가적 욕망에 충실했던 까닭이다. 〈이외수 장편소설 컬렉션 칠감칠색〉은 그의 작가적 변화와 발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집필 순으로 배열해 1권 『꿈꾸는 식물』(1978년), 2권 『들개』(1981년), 3권 『칼』(1982년), 4권 『벽오금학도』(1992년), 5권『황금비늘』(1997년), 6권 『괴물』(2002년), 7권 『장외인간』(2005년)으로 7종 7권으로 구성되었으며, 첫 출간 때 2권으로 출간되었던 『황금비늘』『괴물』『장외인간』은 합본해 독자들의 편의를 도모했다. 전권 세트에는 작가의 삶과 주요 평가 및 인터뷰들을 간략하게 정리한『이외수 칠감칠색』이 함께 구성되는데, 부록도서인 이 책에는 그동안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유년기와 청년기 사진들과 함께 작가의 역량을 일찍이 감지한 고(古) 김현 선생의 글 등이 수록되었다. 작품마다 새로운 감성의 빛깔을 입히는 이외수 작가의 작품세계에 걸맞게 이번 시리즈는 각기 다른 일곱 색으로 디자인되었다. 첫 번째인『꿈꾸는 식물』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청년이 품은 꿈의 이미지를 떠오르게 하는 ‘남색’, 두 번째 『들개』는 들개 그림에 온 정신을 바친 남자의 원시적 야성이 돋보이는 ‘녹색’, 세 번째 『칼』은 전설의 신검을 만들겠다는 주인공의 타오르는 염원을 드러내는 ‘붉은색’이다. 또 네 번째 『벽오금학도』는 흰머리소년이 환상과 실재를 넘나들며 전개되어 신비로운 ‘금색’이며, 여섯 번째 『괴물』은 인간의 꿈틀거리는 욕망을 형상화한 ‘주황색’, 일곱 번째 『장외인간』은 달이 사라져버린 세상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들처럼 ‘검은색’으로 대표된다. 총 100만 부 이상 판매되며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은『하악하악』『여자도 여자를 모른다』『아불류시불류』 등 이외수 작가의 에세이 감성에 익숙한 독자들을 위해 작가가 품어온 소설의 맛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로 기획된 〈이외수 장편소설 컬렉션, 칠감칠색〉은 감정의 희노애락, 욕망과 허무, 희망과 절망,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자유롭게 누비는 작품들로 가득 차 있다.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작가의 치열함은 고유의 빛을 잃은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하며 본연의 열정과 끈기를 끌어낼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땅콩처럼 작고 연약한 아이 하나가 백발노인을 만나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기까지 『벽오금학도』(1992)를 출간하고 5년 만에 발표한 『황금비늘』은, ‘동명’이라는 한 소년의 성장소설인 동시에 우화의 형식을 빌려 작가가 오랫동안 심취해온 선도(仙道)의 깨달음을 쉬운 언어로 전해준 구도소설이다. 4년에 걸쳐 10여 차례 탈고를 거듭했고, 순간의 욕망에 얽매인 정신을 다잡기 위해 교도소 철문을 주문해 달 만큼 기행도 아랑곳하지 않고 집필에 몰입했던 작가는, “조선시대 맹인들이 종이에 눈을 그려 붙이고 궁중에서 아악을 연주했다”는 한 줄의 인용을 위해 『대동야승』 17권을 독파했을 뿐만 아니라, 눈동자에 얼룩이 생기는 비문증(飛蚊症)을 앓기도 했다. 안개 낀 날 황금빛 비늘을 흩날리며 창공을 헤엄치는, ‘초월적인 힘’을 지닌 ‘무어(霧魚)’를 중심 소재로 인생의 ?정한 의미를 찾게 되는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상상 속의 물고기를 통해 참 자유의 경지를 그리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이 집약된 도가적 풍취의 소설이다. 세상에 대한 온갖 증오와 저주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주인공은, 노인과의 낚시를 통해 생명의 소중함과 물욕의 허망함을 알게 되고 마침내 세상과의 화해를 시도한다. 세상에 대한 미움으로 점철된 그에게 도인의 경지에 이른 노인은 낚시를 통해 세상을 읽는 법을 가르쳐주는 메신저 같은 존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