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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Oi soo,李外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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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파가 구슬리듯 대학생을 재촉하고 있었다.
“편재(遍在)라는 것이 되는 마을입니다.” 대학생이 가까스로 입을 열고 있었다. “편재라니.” “사전적으로는 두루 퍼져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오학동에서는 좀 다른 의미로 쓰여집니다. 저 자신이 모든 사물과 두루 합일되어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제가 모래알이 될 수도 있고 물방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바람이 될 수도 있고 민들레가 될 수도 있습니다. 태양이 될 수도 있고 바다가 될 수도 있습니다. 여기가 직유(直喩)의 마을이라면 거기는 은유(隱喩)의 마을이죠.” --- p.16 아이가 돌아온 것은 사실이었다. 아이는 자기 집 마당 가운데 서 있었다. 백주에 도대체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가 있단 말인가. 물에 빠져 죽었던 것이 아니었단 말인가. 아니라면 그동안 어디서 무엇을 하다가 이제야 나타났단 말인가. 마을 사람들은 아이를 둘러싸고 쉴새없이 질문의 소나기를 퍼부어대고 있었다. 햇빛이 우라지게 좋은 봄날이었다. 무너진 토담 너머로 진달래가 눈부시게 피어 있었다. “저 애는 귀신이 아닐세. 그림자를 보게. 귀신은 영체이기 때문에 그림자가 없는 법이지. 뿐만 아니라 귀신은 절대로 햇빛 속에서는 그 모습을 드러낼 수가 없다네. 저 애는 귀신이 아닐세. 집문서를 걸고 내기를 하자고 해도 자신이 있네.” “그런데 머리카락이 왜 저렇게 세어버렸는지 누가 한번 물어보게.” “물어본다고 어디 속 시원히 대답이나 해주던가. 원체 생각이 깊고 말수가 적은 애라 도대체 심중에 뭐가 들어앉아 있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마을 사람들은 답답해서 못 견디겠다는 듯한 표정들이었다. 아이는 홍원댁의 말대로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어 있었다. 회색 머리카락이나 까만 머리카락은 단 한 올도 눈에 띄지 않았다. --- pp.33-34 얼마나 지났을까. 아이는 마치 모태 속에 들어앉아 있을 때처럼 평화롭고 온화한 상태로 돌아와 있었다. 그것이 본래의 상태였다. 지금까지 오랜 잠속에 빠져 있었던 것 같았다. 기억이 선명치는 않았지만 몹시 어수선한 꿈을 꾸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연한 슬픔 같은 것이 꿈의 여운처럼 잠시 아이의 의식 속에 남아 있다가 사라져 갔다. 어디선가 푸득푸득 새의 날개짓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귀에 익은 소리 같았다. 눈을 뜨니 하늘이 보였다. 눈부신 구름들이 한가롭게 떠 있었다. 금빛 날개를 가진 새들이 아이의 주위를 호위하듯 선회하고 있었다. 처음 보는 새들이었다. --- p.133 오학동을 다녀온 이후로 그는 가급적이면 모든 사물들로부터 아름다움을 느끼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인간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보이는 모든 것을 아름다워하려고 노력했고 들리는 모든 것을 아름다워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마음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그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너 하나의 마음이 탁해지면 온 우주가 탁해지는 법이니라.” 어릴 때부터 귀가 아프도록 들어온 말이었다. 그는 마음을 탁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 날마다 명상을 계속해 왔으며 여러 가지 경전들을 통해 우주의 근본에 도달해 보려는 노력을 한시도 게을리해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이제 최소한 분별심 정도에서는 헤어날 수가 있었다. 그는 옳고 그름에도 얽매이지 않았고 많고 적음에도 얽매이지 않았으며 있다 없다에도 얽매이지 않았다. 이 세상 만물이 썩지 않으면 무엇이 거름이 되어 창조의 숲을 키우리. 비록 세상이 온통 썩어 문드러졌다 하더라도 이제 그에게는 그것조차 더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눈물겹게만 생각되었다. --- pp.350-3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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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의 빛을 잃은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위해
일곱 가지 빛깔의 감성으로 구성된 장편소설 컬렉션, 이외수 칠감칠색(七感七色) 42만 명 이상의 팔로어를 보유하며 ‘트위터계의 대통령’으로, 네티즌 선정 ‘2010 대한민국의 대표작가 1위(인터넷서점 Yes24)’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환갑을 훌쩍 넘긴 노(老) 작가 이외수. 인터넷뿐 아니라 텔레비전, 라디오, 광고모델 등 다방면으로 활동해 온 ‘괴짜이자 기인’의 진면목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소설 작품들이 새로운 스타일의 감성으로 젊은 독자들을 찾아간다. 신인 작가에게는 쉽게 주어지지 않는 처녀작의 전작 출간으로 문단에 화려하게 데뷔한 후 35년 동안 전업 작가로 활동하며 자신만의 확고한 작품 세계를 형성해 온 소설가 이외수의 장편소설을 모두 모은 〈이외수 장편소설 컬렉션 칠감칠색〉은 1975년 《세대》로 등단한 이래 3년 만에 발표한 30대 초반작『꿈꾸는 식물』부터 2005년 발표한 최근작 『장외인간』까지 짧게는 1년, 길게는 10년 간격으로 발표한 작품들로, 출간 이후 누적된 판매부수만 700만 부가 넘는다. 총 7편의 장편을 펴냄으로써 데뷔 당시 결심한 ‘과작(寡作)에의 욕망’에 충실해온 그는 지금은 매킨토시 마니아로 컴퓨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지만 90년대 후반까지 책상 없이 원고지를 채워온 탓에 등이 휘어지는 고통을 겪기도 했다. 소설만을 생각하며 살았기에 청년 시절엔 얼음밥을 먹기 일쑤였고 가족들에게는 가난에 시달리게 한 아픈 과거도 있으며, 고도의 집중력으로 젓가락을 던져 벽에 꽂고 유체이탈로 선계를 경험하는 등의 기행을 일삼았던 것도 “세상이 깜짝 놀랄 새로운 작품을 써 보이겠다”는 작가적 욕망에 충실했던 까닭이다. 〈이외수 장편소설 컬렉션 칠감칠색〉은 그의 작가적 변화와 발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집필 순으로 배열해 1권 『꿈꾸는 식물』(1978년), 2권 『들개』(1981년), 3권 『칼』(1982년), 4권 『벽오금학도』(1992년), 5권『황금비늘』(1997년), 6권 『괴물』(2002년), 7권 『장외인간』(2005년)으로 7종 7권으로 구성되었으며, 첫 출간 때 2권으로 출간되었던 『황금비늘』『괴물』『장외인간』은 합본해 독자들의 편의를 도모했다. 전권 세트에는 작가의 삶과 주요 평가 및 인터뷰들을 간략하게 정리한『이외수 칠감칠색』이 함께 구성되는데, 부록도서인 이 책에는 그동안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유년기와 청년기 사진들과 함께 작가의 역량을 일찍이 감지한 고(古) 김현 선생의 글 등이 수록되었다. 작품마다 새로운 감성의 빛깔을 입히는 이외수 작가의 작품세계에 걸맞게 이번 시리즈는 각기 다른 일곱 색으로 디자인되었다. 첫 번째인『꿈꾸는 식물』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청년이 품은 꿈의 이미지를 떠오르게 하는 ‘남색’, 두 번째 『들개』는 들개 그림에 온 정신을 바친 남자의 원시적 야성이 돋보이는 ‘녹색’, 세 번째 『칼』은 전설의 신검을 만들겠다는 주인공의 타오르는 염원을 드러내는 ‘붉은색’이다. 또 네 번째 『벽오금학도』는 흰머리소년이 환상과 실재를 넘나들며 전개되어 신비로운 ‘금색’이며, 여섯 번째 『괴물』은 인간의 꿈틀거리는 욕망을 형상화한 ‘주황색’, 일곱 번째 『장외인간』은 달이 사라져버린 세상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들처럼 ‘검은색’으로 대표된다. 총 100만 부 이상 판매되며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은『하악하악』『여자도 여자를 모른다』『아불류시불류』 등 이외수 작가의 에세이 감성에 익숙한 독자들을 위해 작가가 품어온 소설의 맛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로 기획된 〈이외수 장편소설 컬렉션, 칠감칠색〉은 감정의 희노애락, 욕망과 허무, 희망과 절망,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자유롭게 누비는 작품들로 가득 차 있다.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작가의 치열함은 고유의 빛을 잃은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하며 본연의 열정과 끈기를 끌어낼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땅콩처럼 작고 연약한 아이 하나가 백발노인을 만나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기까지 『벽오금학도』(1992)를 출간하고 5년 만에 발표한 『황금비늘』은, ‘동명’이라는 한 소년의 성장소설인 동시에 우화의 형식을 빌려 작가가 오랫동안 심취해온 선도(仙道)의 깨달음을 쉬운 언어로 전해준 구도소설이다. 4년에 걸쳐 10여 차례 탈고를 거듭했고, 순간의 욕망에 얽매인 정신을 다잡기 위해 교도소 철문을 주문해 달 만큼 기행도 아랑곳하지 않고 집필에 몰입했던 작가는, “조선시대 맹인들이 종이에 눈을 그려 붙이고 궁중에서 아악을 연주했다”는 한 줄의 인용을 위해 『대동야승』 17권을 독파했을 뿐만 아니라, 눈동자에 얼룩이 생기는 비문증(飛蚊症)을 앓기도 했다. 안개 낀 날 황금빛 비늘을 흩날리며 창공을 헤엄치는, ‘초월적인 힘’을 지닌 ‘무어(霧魚)’를 중심 소재로 인생의 ?정한 의미를 찾게 되는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상상 속의 물고기를 통해 참 자유의 경지를 그리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이 집약된 도가적 풍취의 소설이다. 세상에 대한 온갖 증오와 저주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주인공은, 노인과의 낚시를 통해 생명의 소중함과 물욕의 허망함을 알게 되고 마침내 세상과의 화해를 시도한다. 세상에 대한 미움으로 점철된 그에게 도인의 경지에 이른 노인은 낚시를 통해 세상을 읽는 법을 가르쳐주는 메신저 같은 존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