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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여름 우박 텅 빈 건물에서 혼자 살기 전봇대와 떡볶이는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일까 도시의 끝 다리 난간 가을 부근 하나님은 왜 사람을 먹어야 사는 동물로 만든 것일까 눈 내리는 날 가죽 팔기 봄을 기다리면서 우리는 별에서 왔다 바다여 바다여들개 병들다 꿈속에서도 눈은 내리고 마침내 남아 있는 것 작가가 말하는 작품세계 작가약력 |
Lee Oi soo,李外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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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우리 앞 뒤 글자를 바꾸어서 한번 말해 봅시다. 이를테면 충고는 고충이다,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충고는 고충일까. 듣는 쪽에서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이제 완전히 그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 있었다. 그래서 그가 유혹하는 대로 그의 언어 잡화상 속으로 끌려들어가 뒤죽박죽이 된 언어들을 이리저리 뒤적거려보기 시작했다. 기역으로 시작되는 판매대에 나는 서 있었다. 거기서 나는 충고와 고충의 경우처럼 글자를 바꿔놓아도 말이 되는 단어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잠시 후 단어 하나가 떠올랐다. “군대는 대군이다, 말이 되나요?” “됩니다. 그럼 이제 또 제가 말해야 할 차롄가요. 그러나 아가씨, 우리 그냥 하면 재미가 없을 테니까 벌칙을 정합시다. 상대편이 말하고 나서 일 분이 경과해도 적당한 단어를 못 찾아내었을 경우 오백 시시의 반을 벌주로 단숨에 마신다든가 하는.” 나는 재빨리 계산해 보았다. 조금 전에 군대는 대군이다를 생각하는 데 나는 약 이십 초를 허비했다. 어쩌면 그보다 빨리 생각해 낼 수 있을는지도 모른다. --- 〈여름 우박〉 중에서 밖에 나오니 햇빛이 눈부셨다. 모든 수목들이 햇빛 속에서 푸르고 건강하게 자라 오르고 있었다. 잔디밭에는 학생들이 여기저기 모여 앉아 웃고 떠들고 노래하고 있었다. 나와는 모든 것이 거리가 먼 풍경 같았다. 이제는 끝났다……. 너무도 어렵게 들어와서 너무도 어렵게 다니다가 너무도 쉽게 끝나버린 것 같았다. 문득 눈시울이 젖어와서 시선을 땅바닥으로 떨구어버렸다. 몹시 배가 고팠다. 나는 이틀 동안을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태였다. 아까부터 창자는 보채고 있었다. 배고프다, 밥 좀 주라, 배고프다, 밥 좀 주라, 보채면서 나를 자꾸만 비참하게 만들고 있었다. 참아야지. 창자야 너도 자존심이 있지. 배고픔 정도는 참을 수가 있어야지. 나는 거듭거듭 타이르면서 천천히 교문을 벗어나고 있었다. 오늘은 또 무엇을 팔아야 하나……. --- 〈텅 빈 건물에서 혼자 살기〉 중에서 나는 그 그림들을 둘러보다가 마침내 80호 정도의 대형 캔버스 앞에서 아, 하는 탄성을 나도 모르게 뱉어내고야 말았다. 내 예감은 적중했던 것이다. 완전히 몰락해 있는 어느 폐가에 수없이 많은 들개떼들이 몰려와 있었다. 건물의 유리창틀을 붙잡고 기어오르는 놈, 쓰레기통을 뒤적거리는 놈, 지붕 위에 버티고 서 있는 놈, 현관 앞에 누워 있는 놈……. 하여튼 어디에서든 들개들은 눈에 띄었다. 그것들은 모두 굶주려 있는 것 같았다. 한결같이 늑골들이 앙상하게 드러나 있었다. 역시 사람의 그림자라곤 전혀 보이지 않았다. 사람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그림을 보는 사람을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사로잡히도록 만들었다. 어떤 흉계 같은 것이 틀림없이 그 그림 속에는 도사리고 있었다. --- 〈가을 부근〉 중에서 “쥐고기다!” 틀림없는 쥐고기였다. 본능적으로 소름이 끼쳐왔다. 며칠간 나는 그가 내밀어주는 쥐고기 몇 점씩을 받아먹고 가까스로 목숨을 연명해 왔었던 것이다. 아……. 마침내, 마침내, 라고 나는 생각했다. 지금까지 지탱하고 있던 먹이 문제에 관한 내 인간으로서의 자존심은 이제 모두 끝나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쥐고기를 먹었다, 라는 사실이 나는 다른 것도 먹을 수 있다, 라는 자신감을 가지도록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차라리 하나의 벽을 무너뜨려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차츰 불쾌감이 사라져가는 것이 이상했다. 이 극한 상황을, 완전히 뛰어넘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 〈하나님은 왜 사람을 먹어야 사는 동물로 만든 것일까〉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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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 야성으로 가득 찬 『들개』_록(綠)
세상에 저항하는 여대생과 문명을 부정하는 화가지망생, 그들이 완성시키려는 들개는 진정 세상에 존재하는 것일까? 개구멍처럼 뚫린 담 구멍이 유일한 버려진 건물, 문명생활과 동떨어진 외로운 섬 같은 곳에서 살고 있는 24세 대학 자퇴생인 나(女)는 맥주홀에서 번 학비를 복학하기만 하면 휴교되는 학교에 두 번이나 쏟아 붓게 되자 학업이라는 것에 회의를 품고 자퇴하고 만다. 어느 날, 자신이 잃어버린 노트를 보관하고 있다는 남자를 만나게 되고, 그의 제안에 따라 함께 단어 맞추기 게임을 한다. 언어의 무용성과 무의미함에 고민하던 나이지만, 남자보다는 한 수 아래다. 비관과 염세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나에게 남자는 건물 속 이상한 그림자로 발견된다. 오직 생산적인 것만을 원하는 사회는 진정한 예술에 대해 올바른 가치를 부여하는 눈을 잃어버린 사회라고 한탄하는 남자. 사육되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들개들의 외로운 방황, 맑은 배고픔, 적당한 야성 등을 선망하는 그는 비인간적인 문명도시와 담을 쌓고 배고픔을 견디며 아흔아홉 마리의 들개들을 그리기 시작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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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의 빛을 잃은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위해
일곱 가지 빛깔의 감성으로 구성된 장편소설 컬렉션, 이외수 칠감칠색(七感七色) 42만 명 이상의 팔로어를 보유하며 ‘트위터계의 대통령’으로, 네티즌 선정 ‘2010 대한민국의 대표작가 1위(인터넷서점 Yes24)’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환갑을 훌쩍 넘긴 노(老) 작가 이외수. 인터넷뿐 아니라 텔레비전, 라디오, 광고모델 등 다방면으로 활동해 온 ‘괴짜이자 기인’의 진면목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소설 작품들이 새로운 스타일의 감성으로 젊은 독자들을 찾아간다. 신인 작가에게는 쉽게 주어지지 않는 처녀작의 전작 출간으로 문단에 화려하게 데뷔한 후 35년 동안 전업 작가로 활동하며 자신만의 확고한 작품 세계를 형성해 온 소설가 이외수의 장편소설을 모두 모은 〈이외수 장편소설 컬렉션 칠감칠색〉은 1975년 《세대》로 등단한 이래 3년 만에 발표한 30대 초반작『꿈꾸는 식물』부터 2005년 발표한 최근작 『장외인간』까지 짧게는 1년, 길게는 10년 간격으로 발표한 작품들로, 출간 이후 누적된 판매부수만 700만 부가 넘는다. 총 7편의 장편을 펴냄으로써 데뷔 당시 결심한 ‘과작(寡作)에의 욕망’에 충실해온 그는 지금은 매킨토시 마니아로 컴퓨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지만 90년대 후반까지 책상 없이 원고지를 채워온 탓에 등이 휘어지는 고통을 겪기도 했다. 소설만을 생각하며 살았기에 청년 시절엔 얼음밥을 먹기 일쑤였고 가족들에게는 가난에 시달리게 한 아픈 과거도 있으며, 고도의 집중력으로 젓가락을 던져 벽에 꽂고 유체이탈로 선계를 경험하는 등의 기행을 일삼았던 것도 “세상이 깜짝 놀랄 새로운 작품을 써 보이겠다”는 작가적 욕망에 충실했던 까닭이다. 〈이외수 장편소설 컬렉션 칠감칠색〉은 그의 작가적 변화와 발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집필 순으로 배열해 1권 『꿈꾸는 식물』(1978년), 2권 『들개』(1981년), 3권 『칼』(1982년), 4권 『벽오금학도』(1992년), 5권『황금비늘』(1997년), 6권 『괴물』(2002년), 7권 『장외인간』(2005년)으로 7종 7권으로 구성되었으며, 첫 출간 때 2권으로 출간되었던 『황금비늘』『괴물』『장외인간』은 합본해 독자들의 편의를 도모했다. 전권 세트에는 작가의 삶과 주요 평가 및 인터뷰들을 간략하게 정리한『이외수 칠감칠색』이 함께 구성되는데, 부록도서인 이 책에는 그동안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유년기와 청년기 사진들과 함께 작가의 역량을 일찍이 감지한 고(古) 김현 선생의 글 등이 수록되었다. 작품마다 새로운 감성의 빛깔을 입히는 이외수 작가의 작품세계에 걸맞게 이번 시리즈는 각기 다른 일곱 색으로 디자인되었다. 첫 번째인『꿈꾸는 식물』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청년이 품은 꿈의 이미지를 떠오르게 하는 ‘남색’, 두 번째 『들개』는 들개 그림에 온 정신을 바친 남자의 원시적 야성이 돋보이는 ‘녹색’, 세 번째 『칼』은 전설의 신검을 만들겠다는 주인공의 타오르는 염원을 드러내는 ‘붉은색’이다. 또 네 번째 『벽오금학도』는 흰머리소년이 환상과 실재를 넘나들며 전개되어 신비로운 ‘금색’이며, 여섯 번째 『괴물』은 인간의 꿈틀거리는 욕망을 형상화한 ‘주황색’, 일곱 번째 『장외인간』은 달이 사라져버린 세상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들처럼 ‘검은색’으로 대표된다. 총 100만 부 이상 판매되며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은『하악하악』『여자도 여자를 모른다』『아불류시불류』 등 이외수 작가의 에세이 감성에 익숙한 독자들을 위해 작가가 품어온 소설의 맛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로 기획된 〈이외수 장편소설 컬렉션, 칠감칠색〉은 감정의 희노애락, 욕망과 허무, 희망과 절망,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자유롭게 누비는 작품들로 가득 차 있다.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작가의 치열함은 고유의 빛을 잃은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하며 본연의 열정과 끈기를 끌어낼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땅콩처럼 작고 연약한 아이 하나가 백발노인을 만나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기까지 『벽오금학도』(1992)를 출간하고 5년 만에 발표한 『황금비늘』은, ‘동명’이라는 한 소년의 성장소설인 동시에 우화의 형식을 빌려 작가가 오랫동안 심취해온 선도(仙道)의 깨달음을 쉬운 언어로 전해준 구도소설이다. 4년에 걸쳐 10여 차례 탈고를 거듭했고, 순간의 욕망에 얽매인 정신을 다잡기 위해 교도소 철문을 주문해 달 만큼 기행도 아랑곳하지 않고 집필에 몰입했던 작가는, “조선시대 맹인들이 종이에 눈을 그려 붙이고 궁중에서 아악을 연주했다”는 한 줄의 인용을 위해 『대동야승』 17권을 독파했을 뿐만 아니라, 눈동자에 얼룩이 생기는 비문증(飛蚊症)을 앓기도 했다. 안개 낀 날 황금빛 비늘을 흩날리며 창공을 헤엄치는, ‘초월적인 힘’을 지닌 ‘무어(霧魚)’를 중심 소재로 인생의 ?정한 의미를 찾게 되는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상상 속의 물고기를 통해 참 자유의 경지를 그리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이 집약된 도가적 풍취의 소설이다. 세상에 대한 온갖 증오와 저주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주인공은, 노인과의 낚시를 통해 생명의 소중함과 물욕의 허망함을 알게 되고 마침내 세상과의 화해를 시도한다. 세상에 대한 미움으로 점철된 그에게 도인의 경지에 이른 노인은 낚시를 통해 세상을 읽는 법을 가르쳐주는 메신저 같은 존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