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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리법
2 마지막 면담자들 3 보육원 일지 4 탈출 동기 5 거지냐 도둑이냐 6 생존법 7 외로운 자 들의 왕국 8 장마전선 9 폭음의 세월 10 맹도견 11 맹인의 눈 속보다 캄캄한 세상 12 귀가를 기다리며 13 지옥은 없다 14 태풍경보 15 번개손 16 정통 소매치기 교본 17 안전수칙 18 아무런 구원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19 도시락 20 상부상조 21 꽃 피는 일요일에 22 개인전 23 연쇄반응 24 토끼발 25 손바닥에 쓰는 일기 26 무어(霧魚)라는 물고기를 아시나요 27 격외선당(格外仙堂) 28 조행기(釣行記) 29 점령군들 30 세상이라는 이름의 낚시터 31 환경변이 32 내부수리중 33 부처편 예수편 34 결빙의 계절 35 방패연 36 특별보좌관 37 조양제(朝陽堤) 38 동류항 39 쓰레기에 관한 보고서 40 금일봉 41 단소 소리 42 물고기는 눈을 뜬 채 잠을 잔다 43 내 마음의 빈 낚싯대 44 점심 시간 45 나쁜 놈 46 통화 47 마음 안에 촛불켜기 48 몰락의 가을 49 지렁이 50 하늘이 내리신 선물 51 소망과 욕망 52 선당문답(仙堂問答) 53 무원동설화(霧源洞設話) 54 꼬물이55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56 칼새파 57 고해성사 58 회귀(回歸) 작가약력 |
Lee Oi soo,李外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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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여 장의 낱말 카드를 한 번만 보고도 순서 하나 틀리지 않고 모조리 외워버리는 나의 기억력은, 면담자들로 하여금 나를 양자로 데려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만드는 일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여섯에다 일곱을 더하면 얼마냐 하는 따위의 질문이 던져지기만 하면, 어김없이 나만의 수리법대로 정답을 산출해 내는 계산력 때문에 그 가치가 상쇄되어 버리기 일쑤였다. 뿐만 아니라 체구가 작다는 단점과 출신성분이 불분명하다는 결점도 매번 크나큰 장애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었다.
나는 결국 그날부로 영아원에서 양부모를 가지고 싶다는 소망을 포기해 버리는 수밖에 없었다. 나를 양자로 입적시킬 정도로 마음이 자비로운 인격체들은 모조리 월남전에 참전해서 베트콩의 총에 사살되어 버렸는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 〈2 마지막 면담자들〉 중에서 “너 고아원에서 탈출한 아이지.” 갑자기 사내가 은밀한 눈빛으로 내게 물었다. 어떻게 알았을까. 나는 깜짝 놀라서 뒤로 나자빠져버릴 지경이었다. 마치 감전이라도 당해 버린 듯 전신이 굳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강경한 어조로 황급히 사내의 추측을 부정하고 있었다. “아니에요.” 나는 당장이라도 도망쳐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내 눈을 속일 수는 없단다.” 사내가 말했다. “아니라니까요.” 나는 화난 목소리로 소리치고 있었다. “정직하게 말해도 괜찮단다. 나도 너만한 나이 때 고아원을 탈출했지. 사흘을 굶고 나니까 눈알이 뒤집혀서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들까지 구운 감자로 보였단다. 세상에서 제일 서러운 게 배고픔이라는 사실을 너도 이제는 잘 알고 있겠구나. 너는 며칠이나 굶었니.” “저는 지금 하나도 배가 고프지 않아요.” 나는 부인하고 나서도 자신을 원망하고 있었다. 이러다가는 결국 굶어죽고 말 거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 〈11 맹인의 눈 속보다 캄캄한 세상〉 중에서 “아버지의 별명은 번개손이었다.” 아버지는 천도척의 수하에서 철두철미하게 소매치기 교육을 이수했고, 가장 장래가 촉망되는 소매치기로 군림하게 되었다. 천도척이 노환으로 세상을 하직할 무렵쯤에는 기술이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 번개손은 아직도 소매치기들 사이에서 신화적인 존재로 기억되고 있었다. “아버지는 아무런 도구도 사용하지 않는다.” 아버지는 오로지 맨손으로만 승부를 겨루는 정통파 소매치기였다. 절대로 면도날 따위로 양복이나 핸드백에 손상을 가하는 야만적 행동은 저지르지 않았다. --- 〈15 번개손〉 중에서 “기술과 요령을 터득하고 응용하는 속도가 나보다 몇 배나 빠르구나.” 아버지는 수시로 나를 칭찬해 주었다. 나는 절로 기분이 좋아져서 아버지의 비술들을 전수 받기 위해 거의 식음을 전폐할 정도로 열성을 나타내 보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방울 소리가 줄어들고 있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신기한 일이었다. “이번에는 한 개의 방울 소리도 울리지 않았다.” 어느 날 마침내 나는 한 개의 방울 소리도 울리지 않고 핸드백을 닫는 과정까지 통과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직 완벽한 솜씨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 〈16 정통 소매치기 교본〉 중에서 “어쩌면 형사들이 저를 붙잡으러 올지도 몰라요. 그러면 저는 처음부터 여기 없었던 걸로 말씀해 주세요. 그러지 않으면 다시 보육원으로 끌려가야 되거든요.” “무. 슨. 일. 이. 있. 었. 니.” “여기서 어물거릴 시간이 없어요. 빨리 도망쳐야 해요. 자리를 잡으면 전화를 드리겠어요. 누구한테도 제가 여기 있었다는 말씀을 하시면 안 된다는 거 잊어버리지 마셔야 해요. 아시겠지요.” 나는 집으로 달려가 증거가 될 만한 흔적들을 모조리 인멸시켜 버린 다음, 조 선생 부인에게 나머지 일들을 당부해 놓고 서울로 가서 시외버스에 몸을 실었다. 필요한 것들은 배낭 하나 속에 모두 들어 있었다. 법무부 장관보다 더 강력한 빽은 오리발이고, 오리발보다 더 강력한 빽은 토끼발이다. 아버지의 가르침이었다. --- 〈24 토끼발〉 중에서 “처지가 딱하게 되었구나.” 그날부터 나는 당분간 할아버지와 함께 생활하게 되었다. 할아버지는 격외선당(格外仙堂)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 암자에 혼자 살고 있었다. 조그만 암자였다. 춘천의 서면 금산리 야산 골짜구니에 외따로 소재해 있었다. 친분이 두터운 어느 노스님이 기거하고 있었는데, 신도들이 절을 지어 주지로 모셔가는 덕분에 할아버지 차지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할아버지는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나는 산을 마주하면 산하고 나이가 같아지고, 강을 마주하면 강하고 나이가 같아지니까 몇 살인지는 네가 계산해 보아라.” 내가 던지는 그 어떤 질문에도 할아버지는 명확한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면 선계(仙界)라고 대답했고, 선계가 어디냐고 물으면 신선(神仙)들이 사는 마을이라고 대답했다. 할아버지는 나를 선동(仙童)이라고 불렀고, 자신을 신선이라고 자처했다. --- 〈27 격외선당(格外仙堂)〉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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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의 빛을 잃은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위해
일곱 가지 빛깔의 감성으로 구성된 장편소설 컬렉션, 이외수 칠감칠색(七感七色) 42만 명 이상의 팔로어를 보유하며 ‘트위터계의 대통령’으로, 네티즌 선정 ‘2010 대한민국의 대표작가 1위(인터넷서점 Yes24)’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환갑을 훌쩍 넘긴 노(老) 작가 이외수. 인터넷뿐 아니라 텔레비전, 라디오, 광고모델 등 다방면으로 활동해 온 ‘괴짜이자 기인’의 진면목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소설 작품들이 새로운 스타일의 감성으로 젊은 독자들을 찾아간다. 신인 작가에게는 쉽게 주어지지 않는 처녀작의 전작 출간으로 문단에 화려하게 데뷔한 후 35년 동안 전업 작가로 활동하며 자신만의 확고한 작품 세계를 형성해 온 소설가 이외수의 장편소설을 모두 모은 〈이외수 장편소설 컬렉션 칠감칠색〉은 1975년 《세대》로 등단한 이래 3년 만에 발표한 30대 초반작『꿈꾸는 식물』부터 2005년 발표한 최근작 『장외인간』까지 짧게는 1년, 길게는 10년 간격으로 발표한 작품들로, 출간 이후 누적된 판매부수만 700만 부가 넘는다. 총 7편의 장편을 펴냄으로써 데뷔 당시 결심한 ‘과작(寡作)에의 욕망’에 충실해온 그는 지금은 매킨토시 마니아로 컴퓨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지만 90년대 후반까지 책상 없이 원고지를 채워온 탓에 등이 휘어지는 고통을 겪기도 했다. 소설만을 생각하며 살았기에 청년 시절엔 얼음밥을 먹기 일쑤였고 가족들에게는 가난에 시달리게 한 아픈 과거도 있으며, 고도의 집중력으로 젓가락을 던져 벽에 꽂고 유체이탈로 선계를 경험하는 등의 기행을 일삼았던 것도 “세상이 깜짝 놀랄 새로운 작품을 써 보이겠다”는 작가적 욕망에 충실했던 까닭이다. 〈이외수 장편소설 컬렉션 칠감칠색〉은 그의 작가적 변화와 발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집필 순으로 배열해 1권 『꿈꾸는 식물』(1978년), 2권 『들개』(1981년), 3권 『칼』(1982년), 4권 『벽오금학도』(1992년), 5권『황금비늘』(1997년), 6권 『괴물』(2002년), 7권 『장외인간』(2005년)으로 7종 7권으로 구성되었으며, 첫 출간 때 2권으로 출간되었던 『황금비늘』『괴물』『장외인간』은 합본해 독자들의 편의를 도모했다. 전권 세트에는 작가의 삶과 주요 평가 및 인터뷰들을 간략하게 정리한『이외수 칠감칠색』이 함께 구성되는데, 부록도서인 이 책에는 그동안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유년기와 청년기 사진들과 함께 작가의 역량을 일찍이 감지한 고(古) 김현 선생의 글 등이 수록되었다. 작품마다 새로운 감성의 빛깔을 입히는 이외수 작가의 작품세계에 걸맞게 이번 시리즈는 각기 다른 일곱 색으로 디자인되었다. 첫 번째인『꿈꾸는 식물』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청년이 품은 꿈의 이미지를 떠오르게 하는 ‘남색’, 두 번째 『들개』는 들개 그림에 온 정신을 바친 남자의 원시적 야성이 돋보이는 ‘녹색’, 세 번째 『칼』은 전설의 신검을 만들겠다는 주인공의 타오르는 염원을 드러내는 ‘붉은색’이다. 또 네 번째 『벽오금학도』는 흰머리소년이 환상과 실재를 넘나들며 전개되어 신비로운 ‘금색’이며, 여섯 번째 『괴물』은 인간의 꿈틀거리는 욕망을 형상화한 ‘주황색’, 일곱 번째 『장외인간』은 달이 사라져버린 세상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들처럼 ‘검은색’으로 대표된다. 총 100만 부 이상 판매되며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은『하악하악』『여자도 여자를 모른다』『아불류시불류』 등 이외수 작가의 에세이 감성에 익숙한 독자들을 위해 작가가 품어온 소설의 맛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로 기획된 〈이외수 장편소설 컬렉션, 칠감칠색〉은 감정의 희노애락, 욕망과 허무, 희망과 절망,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자유롭게 누비는 작품들로 가득 차 있다.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작가의 치열함은 고유의 빛을 잃은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하며 본연의 열정과 끈기를 끌어낼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땅콩처럼 작고 연약한 아이 하나가 백발노인을 만나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기까지 『벽오금학도』(1992)를 출간하고 5년 만에 발표한 『황금비늘』은, ‘동명’이라는 한 소년의 성장소설인 동시에 우화의 형식을 빌려 작가가 오랫동안 심취해온 선도(仙道)의 깨달음을 쉬운 언어로 전해준 구도소설이다. 4년에 걸쳐 10여 차례 탈고를 거듭했고, 순간의 욕망에 얽매인 정신을 다잡기 위해 교도소 철문을 주문해 달 만큼 기행도 아랑곳하지 않고 집필에 몰입했던 작가는, “조선시대 맹인들이 종이에 눈을 그려 붙이고 궁중에서 아악을 연주했다”는 한 줄의 인용을 위해 『대동야승』 17권을 독파했을 뿐만 아니라, 눈동자에 얼룩이 생기는 비문증(飛蚊症)을 앓기도 했다. 안개 낀 날 황금빛 비늘을 흩날리며 창공을 헤엄치는, ‘초월적인 힘’을 지닌 ‘무어(霧魚)’를 중심 소재로 인생의 ?정한 의미를 찾게 되는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상상 속의 물고기를 통해 참 자유의 경지를 그리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이 집약된 도가적 풍취의 소설이다. 세상에 대한 온갖 증오와 저주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주인공은, 노인과의 낚시를 통해 생명의 소중함과 물욕의 허망함을 알게 되고 마침내 세상과의 화해를 시도한다. 세상에 대한 미움으로 점철된 그에게 도인의 경지에 이른 노인은 낚시를 통해 세상을 읽는 법을 가르쳐주는 메신저 같은 존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