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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트라다는 더블린에 있는 피닉스파크를 산책하는 꿈을 꾸었다. 연단에 올라선 제임스 조이스가 10여 명의 무리에게 연설을 했다. 에스트라다는 그냥 지나갈 참이었지만 돌연 걸음을 멈추게 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렇다면, 그 다프나 솔로몬은 누구랍니까? 그의 부인인가요? 아닙니다. 그의 전 부인입니다. 연사가 분명히 했다. 두 사람은 작년에 이혼했습니다. 그럼 에세키엘 에스트라다는 어디서 나온 이름입니까? 그는 스페인계 유대인인 세파르디입니다. 그나저나 매번 이렇게 제 말을 끊는다면 언제 연설을 마칠지 모르겠군요. 청중이 입을 다물자 《율리시즈》의 저자가 계속 말을 이었다. --- P.384 여러분이 이 단편을 읽는다면, 루나리토를 나의 여동생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은 물론이고 내가 강제로 그녀를 살해해야 한다는 내용을 확인할 것이다! 그건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진 게 아닌가. 무슨 수를 쓰든 그가 계속 쓰지 못하게 해야 했다. 나는 목청을 높여 그에게 말했다. 그런데 이 멍청아, 아무리 용을 써도 마리아 루이사가 내가 그녀를 알기 전에 살해당하는 상황을 해명할 방법이 없다는 건 알고 있는 거야? 알파우는 30쪽부터 36쪽까지 다시 읽어보고는 내 말이 맞다고 했다. 문제는 네가 너무 지쳤다는 거야. 나는 이렇게 말하며 바로 거기, 책상에 엎드려 좀 자라고 제안했다. --- P.247 글을 읽거나 쓸 때 종이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과 마찬가지로, 어느 날 우리 역시 각자의 길목에서 서로 마주칠지도 모릅니다. 그 무엇도 이 우연한 해후를 막을 순 없으니까요. 이제 끝을 맺지요. 단지 내 상상력의 산물인 이 이야기들이 당신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 알고 싶을 뿐입니다. 이 이야기들이 전에는 주목하지 않았던 인생의 단면을 보여줄 수도 있고, 혹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도록 자극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니면 당신이 독서하는 그 짧은 시간 동안이나마 여유를 선사하고 친구가 되어줄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 P.12 책조차 보지 않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책 보는 일이 피곤하게 느껴졌다. 신문을 들추어 아무리 흥미로운 기사를 발견해도 첫 문단을 넘기지 못했다. 혹여 영화라도 보게 되면 중간에 나와버렸다. 이후로 영화관이나 극장에는 가지 않았고, 박물관은 아예 갈 엄두도 내지 않았다. 보름 동안 식당 한 번 간 적이 없었다. 그저 바라는 거라곤 집에 혼자 있는 일뿐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일이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구체적으로 뭔가를 찾지 않더라도 가상의 공간을 엿보며 마음 가는 대로 자신을 내버려두었다. 오늘날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방식은 상당히 흥미롭다. 우리는 가상과 현실이 병행하는 세상에 삶을 편입시키고 있다. 우리의 행동, 현실 인식 그 자체가 변했다. 우리는 모니터 앞에 앉아 삶의 경로를 결정짓는 상황들과 마주치곤 한다. --- P.18 --- P.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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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지도 도둑,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훔치다『/b』
그리고 새로운 시공간을 만들어내다 독특한 구조만이 아니다. "지도 도둑은 내 삶의 영역으로 들어와 흔적을 남긴 누군가를 가리키기 때문"이라는 주인공 소피의 말을 빌리자면 이 책은 우리를 둘러싼 모든 이야기, 나에게 흔적을 남기는 모든 이야기에 대한 거대한 우화라 할 수 있다. 《지도 도둑》에 등장하는 다양한 단편은 저마다 독특한 형식과 소재, 그리고 문체로 독자의 흥미를 붙잡는다. 단편 『시나고그의 빛』에서는 제임스 조이스, 월트 휘트먼, 프란츠 카프카, 브루노 슐츠가 연사로 등장해 주인공의 우스꽝스런 연대기를 거리에서 사람들에게 들려준다. 『알파우의 그림자』에서는 '주인공'이 직접 화자가 되어 작가와 이야기를 어떻게 전개할 것인지를 놓고 고심하기도 한다. 『유니콘』에서는 주인공들이 시를 읊는 동안 유니콘이 나타나 글자 위에 내려앉는 바람에 책에 인쇄된 글자가 깨진다는 설정까지 등장한다. 즉 액자 소설인 각각의 단편들과 전작과 이번 작품이 뒤섞이는 구조 외에도 라고는 과거의 문학과 현재의 문학, 그리고 이야기의 주인공과 화자, 그리고 실제 (인쇄된 형태의) 책과 소설 속 상황까지가 뒤섞이는 몹시 독창적이고 재치 있는 소설 실험을 벌인다. 주인공 소피는 2015년을 살아간다. "미지의 땅이라고는 한 뼘도 남아 있지 않은", "지구에서 가장 외진 구석을 눈앞에 불러내기 위해서는 그저 키보드만 두드리면" 되는, "내가 살았거나 가본 적이 있는 장소들이 손에 잡힐 듯 눈앞에 떠오"르는 세상을 소피는 "아찔하고도 환상적인 게임"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근미래로 설정된 소설 속 세상이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기도 하다. 가상현실, 게다가 증강현실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을 정도로 현실보다 더 현실적이고 더 체험적인 경험을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지금, 라고는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고 이 시공간을 한데 엮음으로써 새로운 시공간을 창출해내는 솜씨를 한껏 발휘한다. 구전되는 아랍, 유대, 켈트의 우화와 전설에서부터 신문의 범죄사건 기사나 인터넷 웹스토리까지 모든 형식의 이야기를 다루며 다양한 서술 기법에 대한 고찰을 선보이는 것도 이렇게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이야기와 형식이 한데 어우러져 새로운 방식의 서사를 창출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라고가 묻는 것은 결국 이야기란 무엇인가, 어디까지가 이야기인가 하는 몹시 진중한 질문이다. 이 한 권의 소설 속에서 풍성하게 선보이며 라고는 즉답을 미룬 채 이 질문을 독자에게 던지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