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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01 꼭 봐야 할 이탈리아 영화 02 미국 영화의 저력 03 어시스턴트 잔혹 이야기 04 비바 이탈리아 05 이탈리아와 미국, 영화제작 이렇게 다르다! 06 영화제작과 마피아 07 여제 밀레나 08 젊은이들은 비스콘티 감독을 어떻게 보는가 09 마스트로얀니는 왜 여자에게 인기가 많은가 10 인기 많은 남자의 두 가지 타입 11 스파르타식은 왜 사람을 매료하는가 12 독일 영화의 반격 13 기운 나는 일본 영화 두 편 14 그들은 왜 성공했나 15 토르나토레의 영화는 왜 관객을 부르는가 16 앨트먼에게 바치는 오마주 17 큐브릭에게 존경을 18 할리우드 영화는 왜 「스팅」 타입이 많은가 19 구로사와 아키라의 추억 「데루스 우잘라」 20 B급 영화 찬가 21 요절한 인기 남우들 22 코폴라와 루멧, 두 거장의 최신작은 23 롤링 스톤즈, 또는 지금도 여전히 활기 넘치는 악마들 24 경영의 비결은 롤링 스톤즈에게 배우라 25 시드니 폴락은 뛰어난 관찰자였다 26 아이스 레이디에게 미래는 있는가 27 복수의 달콤함과 씁쓸함 28 조연들의 묵직한 존재감 29 또 한 사람이 사라져갔다 30 옛날 영화를 보며 지금을 생각한다 31 단순하면서도 깊은 이 책을 읽고 나서 |
Nanami Shiono,しおの ななみ,鹽野 七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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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아들, 영화로 소통하다!
지난 2002년에 펴낸 『나의 인생은 영화관에서 시작되었다』에서 시오노 나나미는 영화평론가 못지않은 매력적인 서술로 주옥같은 명작들을 독자에게 선사한 적이 있다. 광적일 정도로 영화를 사랑하는 그의 취향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아들 안토니오 시모네 역시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영화를 많이 보면서 자랄 수 있었다. 심지어 어린 시절부터 미성년자관람불가 등급의 영화도 서슴지 않고 보여줬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시오노 나나미의 영화 교육관은 파격 그 이상이었다. 이렇게 물불 가리지 않고 다양한 영화를 섭렵하면서 쌓인 내공으로 탄탄히 다져진 시모네의 평론 수준은 전문가 못지않게 심도 있고 날카롭다. 영화라면 죽고 못 사는 기이한 모자가 만일 ‘영화’라는 주제로 본격적인 대화를 나눈다면 과연 어떤 그림이 그려질까. 시오노 나나미 담당 편집자의 제안에서 시작되어 2009년 일본에서 펴낸 『로마에서 말하다』는 ‘아들과 나눈 영화 이야기’이자 부모와 자식의 소통과 공감에 대한 책이다. 두 사람의 대화를 읽다보면 먼저 여기서 언급되는 모든 영화를 다 꿰뚫고 있다는 점에서 놀란다. 1940년대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영화부터 2000년 이후 블록버스터까지 총 140편의 영화를 이야기하는데도 전혀 막힘이 없다. 척 하면 척, 그야말로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파트너처럼 종횡무진 대화를 이끌어나간다. 독자들이 이 책에 등장하는 영화를 잘 알지 못하더라도 단숨에 읽어내려갈 수 있도록 적절한 설명과 해설을 각 장 끝에 덧붙였다. 미국과 이탈리아의 영화는 이렇게 다르다! 시모네는 미국과 이탈리아에서 〈스파이더맨 2〉 〈로드 오브 독타운〉과 〈총독〉 등에서 어시스턴트로 일한 이력이 있다. 험난한 영화계에서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그의 생생한 증언이 실려 있다. 그는 미국과 이탈리아의 영화산업이 근본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관계자가 아니면 잘 알기 힘든 이야기도 서슴없이 던진다. “미국 사람들은 영화제작을 사업이라고 생각해요. 반면 이탈리아 사람들은 예술이라고 믿죠. 사업하는 사람들은 빈틈없이 조직을 만들어, 각자가 담당한 분야를 명확하게 가릅니다. 하지만 예술은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까, 이탈리아에서는 조직을 잘 정비하거나 담당 분야를 분명하게 가르는 것은 오히려 재능 발휘에 방해가 된다고 해서 부정하는 경향이 있어요.”(본문 80쪽) 특히 〈총독〉을 촬영한 시칠리아는 마피아가 지역 문화의 하나라고 생각될 정도로 그 영향력이 영화제작까지 미친다고 한다. 제작비 절감 차원에서 엑스트라 같은 인력은 현지에서 조달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용역 업체인 마피아의 손을 빌리지 않을 수 없단다. 범죄조직이니 당연히 없애야 마땅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빈민구제기관이기도 하고, 생활이 궁핍한 사람에게 원조하는 제공자의 역할을 하는 마피아는 시스템이 공정하지 못한 사회에서, 유능하고 의욕적이지만 자신의 재능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를 찾지 못한 젊은이들을 구제한다. 이렇게 독특한 관점으로 현 시대의 세태를 비판하는 그의 시각에서 다시 한 번 ‘모전자전’을 실감케 한다. 명불허전名不虛傳, 시대가 바뀌어도 인정받을 수밖에 없는 명감독 열전 이 책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내용은 바로 21세기를 대표하는 명감독들과 그들의 작품소개다. 비스콘티, 토르나토레, 앨트먼, 큐브릭, 구로사와 아키라, 코폴라, 루멧, 폴락, 이스트우드 등 자기세계를 확실히 구축한 감독들의 일화도 흥미진진하다. 그중에서도 〈루드비히〉 〈로코와 그의 형제들〉 〈저주받은 자들〉 〈애증〉 〈가족의 초상〉 등을 만든 비스콘티 감독의 경우 두 번 볼 때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든다는 점에서 그 전형이라 손꼽는다. 적어도 두 번은 감상하게 된다는 점에서 비스콘티의 영화가 세월이 지나도 퇴색하지 않는 이유다. 또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란 걸 알면서도 하는 것이 인간, 그 부조리함을 아름답게 그리는 것이 예술”이라고 하며 그를 높이 평가한다. 큐브릭 감독에 대해선 “영화를 대하는 그의 자세, 달리 말해서 하고 싶은 말에 억지로 색을 입히지 않는 태도. 당당하게 직구를 날리는 자세 때문에 그의 영화를 좋아한다”며 만사 아는 척하는 어른들을 의심하는 젊은 세대들은 큐브릭의 위선적이지 않은 태도를 환호한다고 말한다. 〈시계태엽 오렌지〉 〈풀 메탈 자켓〉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 〈아이즈 와이드 셧〉 등 모든 영화에서 인간성의 현주소를 파헤친 그의 작품은 모두 걸작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도도한 여심을 흔든 매혹적인 남자배우들 이탈리아 속어로 여자의 모성본능을 자극하는 남성상을 일컬어 ‘필리오 디 푸타나’라고 한다. 먼저 〈마르첼로, 달콤한 추억〉의 마스트로얀니는 언제든 차분하고 조용하고 우아하고, 그 나이에 어울리는 아름다움을 지닌 남자였기에 이에 해당하며, 〈오션스 일레븐〉에서 자연스러운 품위와 온화한 매력으로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은 조지 클루니 역시 이에 해당한다. 반면 신체적으로 좋은 점이 하나도 없는 대니 드비토의 경우엔 명랑하고 쾌활한 성격으로 여심을 흔든다. “남자의 ‘무드’란 어쩌면 젊음과 아름다움이 사그라지기 시작할 무렵에야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아들의 말에 시오노도 동의한다. 1960~70년대를 풍미한 남자배우들에 대한 향수를 느낄 수 있는 대목도 있다. 폴 뉴먼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시오노 나나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마흔여덟 살에 연기한 〈스팅〉(1973)에서 폴 뉴먼은 활짝 피었어. 그 영화에서 그는 아름답게 빛나지. 젊었을 때보다 훨씬 아름답게. (……) 폴 뉴먼은 온화하고 따스한 존재감으로 괜찮으시면 잠시 여기 앉아보시지요, 라는 식으로 관객에게 다가와. 그러니 여자 관객은, 기꺼이, 라고 대답할 수밖에.”(본문 315쪽) 한편 일찍 스러져간 배우에 대한 안타까움도 담겨 있다. 〈다크 나이트〉의 조커로 분한 뒤 약물중독으로 세상을 떠난 히스 레저를 예로 들며 할리우드 배우들의 편협한 인간관계와 스트레스에 대한 경고도 빼놓지 않는다. 시모네는 유망하고 젊은 배우를 쉴 틈 없이 다수의 영화에 출연시키는 제작 시스템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 또한 그가 직접 영화제작에 참여했기에 알 수 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다. 옛날 영화를 보며 지금을 생각한다 1987년에 개봉한 〈월 스트리트〉에 대한 이야기는 속편 〈월 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2010)를 본 독자라면 더욱 반가울 만한 부분이다. 미국의 경제 혼란을 이미 20년 전에 예견한 〈월 스트리트〉는 당시 사회가 직시하지 못한 현상, 즉 목적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를 독점해 축적하는 거대 조직을 대표하는 게코라는 인물을 등장시켰다. 만일 후속편이 나온다면 “게코와 형태가 다른 또 다른 희생양을 내세울 것”이라는 대목에서 시모네의 예리한 평론이 돋보인다. “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인간 사회의 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는 찬성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한 채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죠. (……) 우리 세대는 그렇지 않아요. 우리는 자신감을 확립하기 위해 절대적인 직업조차 갖기가 힘든 세대예요.” (본문 329~330쪽) 이와 함께 실업문제를 다룬 〈폴링 다운〉(1993) 역시 인생을 파멸로 몰고 가는 주인공을 통해 실업이 그저 단순히 생활수단을 빼앗기는 정도가 아니라 개인의 존엄성과 사회문제로 커질 수 있다는 점을 비판하고 있는 수작이다. 이미 실업문제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간과할 수 없는 이슈가 되었다. 이에 대해 시모네 또한 절대 희망적일 수 없는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이렇게 이 책에서 시오노 나나미와 시모네가 나눈 대화 속에는 세대차를 극복하고 서로 공감하는 명작들이 속속 등장한다.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나도 그 빛이 퇴색되지 않는 명작들은 지금도 여전히 우리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이 계절, 시오노 모자가 추천하는 영화를 보면서 잠시 일상의 무게를 내려놓고 꿈꿀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