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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머리글·전 시집으로 만나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1부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1948 서(序) 정지용 서시 1.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자화상 소년 눈 오는 지도 돌아와 보는 밤 병원 새로운 길 간판없는 거리 태초의 아침 또 태초의 아침 새벽이 올 때까지 무서운 시간 십자가 바람이 불어 슬픈 족속 눈감고 간다 또 다른 고향 길 별 헤는 밤 2. 흰 그림자 흰 그림자 사랑스런 추억 흐르는 거리 쉽게 씌어진 시 봄 3. 밤 밤 유언 아우의 인상화 위로 간 산골물 참회록 창밖에 있거든 두다리라 - 유영 발문 - 강처중 / 2부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1955 3 팔복 못 자는 밤 달같이 고추밭 사랑의 전당 이적(異蹟) 비오는 밤 창 바다 비로봉 산협의 오후 명상 소낙비 한난계 풍경 달밤 장 황혼이 바다가 되어 아침 빨래 꿈은 깨어지고 산림 이런 날 산상(山上) 양지쪽 닭 가슴 1 가슴 3 비둘기 황혼 남쪽 하늘 창공 거리에서 삶과 죽음 초 한 대 4 산울림 해바라기 얼굴 귀뜨라미와 나와 애기의 새벽 햇빛·바람 반디불 둘 다 거짓부리 눈 참새 버선본 편지 봄 무얼 먹고 사나 굴뚝 햇비 빗자루 기왓장 내외 오줌싸개 지도 병아리 조개껍질 겨울 5 투르게네프의 언덕 달을 쏘다 별똥 떨어진 데 화원에 꽃이 핀다 종시(終始) 후기 - 정병욱 선백의 생애 - 윤일주 / 3부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1979 5 식권 종달새 이별 모란봉에서 오후의 구장(球場) 곡간(谷間) 그 여자 비애 코스모스 장미 병들어 공상 내일은 없다 호주머니 개 고향집 가을밤 비행기 나무 사과 눈 닭 할아버지 만돌이 암흑기 하늘의 별 - 백철 윤동주의 시 - 박두진 동주 형의 추억 - 문익환 인간 윤동주 - 장덕순 추기(追記) - 윤일주 3판을 내면서 - 정병욱 / 4부 / 나중에 발굴된 시 가슴 2 창구멍 개 2 울적 야행 비ㅅ뒤 어머니 가로수 윤동주 연보 프랑시스 잠 서문 1장 나는 사랑한다 애가 그는 일해 왔다, 아로쥐종의 평야에서 고향 커다란 유리잔과 같은 천사는 거두어들였다 호박 향내가 손에 가득 풍기는 가을이여 집에 돌아와 함께하려고 별 하나가 떠올랐다 풀밭 아래로 그녀는 내려갔다 때로 나는 슬프다 시인은 말했다… 마른 잎 두드리는 빗방울 하나 그렇게 유순한 나귀가 나는 좋아 푸른 우산을 가지고 과수원의 나무딸기들 사이로 나는 사랑한다, 옛날의 클라라 델뵈즈를 그대가 만일 내 모든 슬픔을 알 수 있다면… 식당 그 옛 마을은 장미로 가득 찼고… 가엾은 개가 겁에 질려 있다 거기에는 오래된 성채가 하나 있다 평화는 조용한 숲속에 있고 개울가 목장은 그대는 나신(裸身)이리, 응접실에서 햇살을 받아 유리병의 샘물이… 고양이는 불 옆에 있고 소름 끼치게 끔찍한 일이었다 언제 가 보리, 그 섬을 훌륭한 장인(匠人)이여 나는 유쾌했다. 그리고 성당은 집은 장미와 말벌로 가득하리 체 쳐진 먼지가 햇볕 받아 노래하며 며칠 후엔 눈이 오리 다정하고 가엾은, 꾀죄죄한 하인이 하늘에는 여기저기 갑자기 불그레한 넓은 난간뜰 위에 누워 있는 늙은이 제1비가 제3비가 제9비가 과달루페 데 알카라스 광 속, 울퉁불퉁하고 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 깨끗한 물에 오래된 집 정오의 마을 우리 조상들이 살았던 마을의… 플라타너스 낙엽이 하나 2장 열네 개의 기도 남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기도 별 하나를 요청하기 위한 기도 아이가 죽지 않게 하기 위한 기도 숲에서 믿음을 갖기 위한 기도 순박하기 위한 기도 고통을 사랑하기 위한 기도 죽음의 날이 아름답고 순수하길 바라는 기도 당나귀와 함께 천당에 가기 위한 기도 주를 찬양하기 위한 기도 묵상을 위한 기도 순박한 아내를 맞기 위한 기도 소박한 말을 주님께 바치기 위한 기도 자신의 무지를 고백하기 위한 기도 마지막 소망을 위한 기도 3장 신비의 기도 성지주일 무성한 잎으로 몸을 두른 교회 3 / 5 / 20 / 22 묵주의 기도 _환희의 신비 성모영보 / 성모의 방문 / 예수 탄생 / 정결례(淨潔禮) / 성전에서 예수를 찾음 묵주의 기도 _고통의 신비 단말마의 고통 / 채찍의 형벌 / 가시면류관 / 십자가 지심 / 십자가에 못 박히심 묵주의 기도 _영광의 신비 예수의 부활 / 예수승천 / 성령강림 / 성모승천 / 성모 마리아께 관을 씌우심 4장 소네트 젊은 혈기 저 너머로, 가까이 갈 수 없는 고향 마을이 구름에 가린 채로 탕아여, 친구여, 이제는 아무것도 영적인, 푸르고 신신한 아침나절이여 나는 쉰 살 커다란 거울처럼 눈(雪)이 나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 내가 아마도… 매몰찬 이들이 몰아낸 한마디 말이 있다 5장 사행시 소나기 열기 행보 장년(壯年)의 산책 페가수스 야생 딸기 먼 봄 아버지의 당부 바스티드 클레랑스의 종(鍾) 타고난 재능 죽음 고해하는 여자 밤 처녀의 우아함 장의사 일꾼에게 마지막 소망 아침에 새의 낢 여행 중인 사제 꽃의 연구 사계절 무덤 사이에서 6장 삶의 병 삶의 병 프랑시스 잠 연보 라이너 마리아 릴케 서문 1장 제1시집 아마릴리스 네모리라 산사나무 과꽃 까마귀밥나무 앵초 댕댕이덩굴 물망초 그대의 모습 봄 이별의 꽃 옛날에 위안 옛집에서 클라인자이테에서 저녁 젊은 조각가 겨울 아침 봄이 오면 민요 중부 보헤미아 풍경 마을 늙은 버드나무 노란 장미 구름 나도 몰라라 저녁 종소리 방랑자 조용한 집 사랑이 너에겐 그것은 흰 국화가 어찌 된 영문인지 당신을 만난 것은 그녀에겐 아무 일 없이 옛날, 옛날의 일 강림절 나의 투쟁은 고독 냇물 저녁 낮이 가만히 당신의 입술이 하는 말 창백한 별들이 당신은 낯설고 당신 곁에서 기적의 봄 나의 슬픔 2장 초기시집 동경이란 슬픈 왕관 낮과 꿈 사이에서 내 가장 깊은 목숨 천사의 노래 기도 숲 위의 구름 성벽을 따라서 거닐면 넓은 평원에는 언젠가 그대가 나는 어리고 소녀 골목길을 걸으면 파도가 너희들에게 정원의 소녀들 우리로 하여금 당신의 정원이 되어 나날 속에 굶주리는 우리들의 나날은 당신이 울고 있는 것을 어제는 꿈속에서 당신의 품에서는 기도 후에 옛 시절에 모두들 나에게 우리들의 꿈은 내가 나를 찾는 저녁은 나의 책과 같은 것 나는 때때로 나는 사람들의 말이 내 생명이 닿는 곳 과꽃이 시들고 밤은 검은 도시처럼 우리들의 침묵 기다려서는 아니 된다 3장 기도시집 저기 시간이 기울며 사물 위에 번지는 이웃인 나의 신이여 어두운 시간 한 번만이라도 이제 한 세기(世紀)가 나를 낳아 준 어두움 우리는 떨리는 손으로 그 모든 사물에서마다 그대 두려워하는 자여 나의 생활은 당신 가까이 서기만 해도 그러나 나에겐 나는 모래알처럼 내 눈을 감기세요 당신을 억측하는 당신을 찾는 이들 이 마을의 마지막 집 당신은 미래입니다 깊은 밤마다 낮이면 당신은 나로 하여 당신의 넓은 세계를 어쩌면 나는 무거운 산의 주여, 큰 도시들은 하얀 꽃같이 창백한 사람들 우리는 껍질이며 잎새 주여, 저마다에게 당신은 가난한 사람 아, 그는 어디로 4장 형상시집 어느 4월에 소녀에 대하여 신부 정적 천사 서시 탄식 고독 가을날 가을의 마지막 가을 진보 예감 엄숙한 시간 당신의 아름다움을 거지의 노래 자살자의 노래 고아의 노래 맺는 시 5장 신시집과 후기시집옛날의 아폴로 사랑의 노래 시인의 죽음 부처 표범 레다 눈먼 사람 바다의 노래 장미의 속 아, 바람에 흩날려 삶과 죽음 깊은 곳에 숨겼던 행복이 오늘 당신을 위하여 별빛과 더불어 이 세상 어디선가 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6장 그 외의 시들; 시인이 있는 곳 사랑이 어떻게 너에게로 왔는가? 우리들은 모두 누이들이다 내 마음 슬퍼졌노라 나는 하나의 뜰 오로지 듣고, 놀라면서 비수 추억 누가 내게 말할 수 있으리 유년 이처럼 나는 바라는 것이 많습니다 포도밭에 파수꾼이 사람들은 모두 자기 자신에게서 폭풍의 중압도 시인에게 바치는 여인들의 노래 자매 꿈꾸는 사람 사랑에 빠질수록 혼자가 돼라 삶의 평범한 가치 라이너 마리아 릴케에 대하여 라이너 마리아 릴케 연보 |
尹東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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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한다.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든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어보자. ---「참회록(懺悔錄)」중에서 주여, 이제 너무나 고뇌하였사오니, 내 영혼에서 / 스스로를 천재적인 창조자라 여기던 교만을 거두어 주소서. / 나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나는 오직 / 불그레한 포플러 나무에서 흔들리는 둥우리나 / 상처가 깊은 발을 이끌고 흰 신작로 길을 무겁게 걸어가는 / 가엾은 사람을 바라보는 일만을 기대할 뿐입니다. / 주여, 스스로에게 독을 뿌리는 교만을 내게서 거두어 주소서. / 오, 나로 하여금 가을의 슬픈 일들로부터 / 울타리를 치장하는 초록 봄의 축제에 이르기까지 / 겸손하게 걸어가는 순박한 양 떼를 닮게 하여 주시고, / 글을 쓰며 일어나는 나의 교만이 사라지게 하시고, / 내 영혼도 세상 사람들 목소리의 메아리에 불과하다는 것과 / 다정하신 아버지가 참을성 있게 내게 꾸준히 / 문법 규칙을 가르쳐 주셨음을 결국은 생각하게 하여 주소서.(…) ---「프랑시스 잠, 자신의 무지를 고백하기 위한 기도」중에서 보다 먼저 당신의 정원이 되어 / 덩굴을 키우고 꽃밭을 가꾸어서 / 당신의 아름다움을 숨기고 싶습니다. / 지친 어머니의 미소를 지으며 / 나에게로 당신이 돌아오도록. 그러나 당신이 오고갈 때에 / 무엇인가 함께 들어온 것이 있어 / 당신이 하얀 화단에서 눈짓을 하면 / 붉은 화단으로 날 불러 댑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당신의 정원이 되어」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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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전 시집
서울시인협회 회장 민윤기 시인 추천한 민족시인 윤동주의 시와 수필 최종 완결판! 초판, 증보판과 마지막 증보판으로 발행된 정음사 최종판에서 8편을 더 찾아 수록 윤동주 탄생 100주년 기념 윤동주 전체 작품 124편을 다 담다 이제까지 발간된 윤동주 시집 및 작품집은 많지만, 윤동주의 작품 전체를 한 권에 담은 책은 없었다. 이에 윤동주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윤동주의 전체 작품을 담은 작품 전집을 발간하게 되었다. 『윤동주 전 시집』에는 소실되지 않은 윤동주의 시와 수필 전체뿐만 아니라, 윤동주를 위해 쓰여진 서문과 후기와 발문 등도 모두 취합하여 실었다. 『윤동주 전 시집』에 모두 살려 놓은 정지용, 유영, 강처중 등의 추모 글은 그 자체가 하나의 문학작품이다. 『윤동주 전 시집』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1948」에는 1948년 초판본 전문을 실었고, 2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1955」는 1948년 본에 실려 있는 시를 제외한 나머지 작품들을 실었으며, 3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1979」는 역시 1948년 본과 1955년 본에 수록된 작품 외의 시 작품을 담았다. 4부 「나중에 발굴된 시」에는 기존 윤동주 시집에 실리지 않은 작품 8편을 실었다. 1부부터 3부까지의 시들은 당시 발간된 본문 순서대로 실었으며, 4부는 작품이 쓰인 해를 알 수 없는 경우 외에는 창작 년도에 따라 실었다. 외미내미(外美內美)의 인간 윤동주 시인을 정당하게 평가한 글을 모두 싣다 이 책 1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1948」에는 1948년 발간된 원본 그대로 정지용(鄭芝溶)의 서문과 유영(柳玲)의 추도 시 및 강처중(姜處重)의 발문을 살렸다. 2부에는 정병욱(鄭炳昱)의 후기와 윤일주(尹一柱)가 쓴 ‘선백(先伯)의 생애’가 실려 있으며, 3부에는 백철(白鐵), 박두진(朴斗鎭), 문익환(文益煥)의 후기가 실려 있다. 윤동주 연보는 편의를 위해 4부 뒤에 실었다. 초판본의 서문과 발문 등은 1955년부터의 인쇄본에는 빠져 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시인 정지용은 한국전쟁 때 납북되었고, 〈경향신문〉 기자이던 강처중은 가족들에게 소련에 가서 공부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1950년 9월 4일 집을 나간 뒤 행방이 묘연해졌다. 당시 강처중이 남로당 지하당원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고 처형을 기다리던 중 한국전쟁이 발발하였고, 서울에 입성한 인민군이 형무소를 개방하자 집에서 두 달 남짓 요양하다가 남한을 떠난 것이다. 정지용은 이후 평양에서 발간된 1993년 4월 24일, 5월 1일, 5월 7일자 《통일신보》 기사를 통해 그가 1950년 9월경 경기도 동두천 부근에서 미군 폭격에 의해 사망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전쟁 이후 남북한의 이념 대립이 첨예하던 시기를 겪으며 정지용과 강처중의 글은 사라진 것이다. 프랑시스 잠 시집 윤동주 탄생 100주년 기념 시집 윤동주가 곁에 두고 읽었던 시의 향연 프랑시스 잠의 시는 ‘잠든 꽃을 보살피는 꿀벌’처럼 보드랍고 강건하다 ‘무엇을 만나든 평등하게 흘러가는 물결처럼’ 살아 내도록 만들어 주는 시들 내면이 알려 주는 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마음의 평화를 찾은 프랑시스 잠 프랑시스 잠은 ‘윤동주가 사랑한 시인’ 중의 한 명으로 윤동주는 프랑시스 잠의 시를 ‘구수해서 좋다’고 표현하였다.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통해 부조리에 따른 고뇌를 이겨 내고, 그 삶을 시로써 승화한 프랑시스 잠의 시를 읽다 보면 윤동주가 말한 느낌을 알 듯도 하다. 한편 프랑시스 잠에게도 ‘글을 쓰며 일어나는 교만’이 있었으나 그는 자신의 재능이 신으로부터 부여된 것임을 받아들이고, 오만으로 흐를 수도 있었던 마음을 ‘세상 사람들 목소리의 메아리’로 승화하였다. 그리하여 프랑시스 잠은 고통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치유해 줄 시, 고통을 넘어서 삶을 덤덤히 받아들이도록 하는 시, 오만과 편견을 넘어 겸손과 온화로 이끌어 주는 시, 지상에서 영원한 욕망을 갈구하는 삶을 살지 않도록 해 주는 시들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드디어는 인간의 ‘가엾은 마음을 가라앉혀’ 슬프고도 아름다운 삶을 인정하고, ‘무엇을 만나든 평등하게 흘러가는 물결처럼’ 살며 각자의 ‘의무’를 다하도록 만들어 주는 시를 완성하였다. 개성이 추앙받고 개인이 가진 재능을 과시하려는 욕망이 넘쳐나는 지금의 시대에, 순수한 본질이 비웃음을 당하는 이 시대에 프랑시스 잠의 시와 삶이 제대로 주목받길 바라본다. 믿음과 사랑을 자연 안에서 온전히 받아들이고 생명체의 기쁨, 슬픔, 고통에 공명하다 프랑시스 잠 역시 시인으로서 ‘문학에 대한 근심’을 갖고 있었고, 한 인간으로서 ‘생의 아이러니’를 알고 겪었다. 그렇지만 프랑시스 잠은 자신이 발 딛고 서야 할 곳이 어딘지를 확인한 다음부터는 다른 어딘가로 떠나기를 꿈꾸지 않았다. 다른 무언가를 좇으며 현재를 지루해하지도 않았다. 그의 믿음과 사랑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지반인 자연에 온전히 있었다. 그는 자연 안에 살며 스스로 ‘산과 같음을 생생하게 느’끼며 시를 썼고, 슬픔과 상처까지도 자연 안에서라야 온전히 치유됨을 알았다. 그는 진정으로 인간의 이성을 넘어서는 지혜를, 어떠한 야만에도 사라지지 않을 삶의 소중함을 온몸으로 알고 있던 시인이었다. 잠이 얼마나 선한 마음으로 생명체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고통에 공명을 하였는지는 그의 시 전편에 잘 드러나 있다. 프랑시스 잠은 자신의 ‘마음은 끊임없이 사랑을 하도록 되어’ 있으며 ‘지극히 순수한 사랑을 위해 존재하고 있’다라고 스스로의 존재를 느꼈다. 인간의 고귀함과 자연의 숭고함을 아는 시인은 그래서인지 경이로운 삶의 한 부분인 ‘죽음’을 오로지 비탄, 슬픔, 고통스러운 일로만 바라보지 않았다. 오히려 ‘어둠으로부터 태어나’고 ‘죽음을 서러워하지 않’는 존재로서 생을 살아낼 것을, 자유롭게 살고 ‘자유를 누리며 죽는 자의 영광’이 알려지기를 바랐다. 그러면서도 잠은 사랑하는 이를 잃고 괴로워하는 사람들에 공감하며 그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 사람들의 놀림을 받는 ‘나귀’에게서 진정한 시인의 모습을 발견하다 프랑시스 잠은 스스로를 ‘장난꾸러기들의 조롱을 받으며 고개를 숙이’고 ‘무거운 짐을 진 당나귀처럼 길을 가고 있’는 존재로 여겼다. 그리하여 프랑시스 잠의 ‘나귀’는 그의 ‘친구’ ‘가엾고도 사랑스런 짐승들’, 신께서 측은해 하실 만큼 겸손하고 온화한 가난을 비추는 존재, ‘온순’하게 ‘제 할 일을 다’하는 존재, ‘너무 혹사당하여 측은한 생각을 갖게’ 하는 ‘상처투성이’, 일용할 양식마저 없어 굶주리다 ‘어둠 속에 스르르 잠이’ 드는 존재가 된다. 그보다 곱고 따스하고 온순한 존재는 없다고 여기다, 결국 나귀를 너무도 사랑하게 되어 ‘영원한 사랑의 투명함 속에’ ‘겸손하고 온화한 가난을 비추는’ 나귀를 닮기를 바라기에 이른다. 사람들은 나귀를 멍청하다고 놀리지만. 프랑시스 잠에게 나귀는 진정한 ‘시인’이었다. 사람들에게 놀림을 받고 핍박당하는 나귀를 비롯해 작고 약한 존재들에게 공명하며 프랑시스 잠은 우리 삶 속에 슬픔이 함께 스며들어 있음을 느꼈다. 그는 나귀와 같은 삶을 사는 일, ‘하찮은 개미’라고 비유할 만한 삶을 사는 데 담긴 겸손과 행복의 의미를 알았던 것이다. 그 의미 안에는 ‘살갗을 다치는’ 것도 자신을 창조한 신을 ‘모독하는 일’이 되어 버릴 만큼의 인간 존엄성이 담겨 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시집 100주년 기념 시집 윤동주가 곁에 두었던 가장 사랑한 시인 ‘별 헤는 밤’의 라이너 마리아 릴케 그리고 프랑시스 잠 방황 끝에 문학의 대가가 되어 가는 여정이 담긴 시편들 마음속 순수를 외면하지 않고 꾸준히 걸어 나가 시인으로 우뚝 서다 ‘비바람에 젖고 햇볕에 그을리며 늘 이 집 저 집 옮겨 다니는’ 듯한 불안한 어린 시절을 보내며 ‘남들에게 머리마저 쉬일 곳이 없다고는 생각되지 않기’(「거지의 노래」)를 바라던 릴케는, 그 시기 글쓰기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견뎌내야 했다. 그때까지 릴케에게 있어 인생이란 ‘참으로 괜찮은 것이나 자신에게는 병을 주기만 하는’ 것이어서, 살기 위하여는 ‘천 년의 양분이 필요’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릴케는 ‘영원한 잠에 들고만’(「자살자의 노래」) 싶어 하는 자살자의 심정을 알았다. 그러나 그와 같은 양분이 되어 준 여인 루 살로메를 만나면서 릴케의 정신은 따듯함을 맛보았고, 사고는 확장되었으며, 따라서 완숙한 시 작품들을 써 나가기 시작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 시집』은 시인의 여린 마음과 아픔이 과장되거나 숨김없이 전달되는 「제1시집」, 첫사랑을 소중히 여기듯 순수한 감성으로 지은 「초기시집」, 진정한 신의 존재를 깨달은 자가 썼다고 할 만한 「기도시집」, 사물을 직감하여 핵심을 포착하는 릴케만의 시적 언어가 나타난 「형상시집」, 사물에 대한 깊은 통찰력이 잘 드러난 「신시집」 등 시간의 흐름에 따른 릴케의 변화가 느껴지도록 구성하였다. 삶의 의미는 ‘폭풍의 중압’을 고독하게 견뎌 낸 자들에게 허락된다 릴케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 포용하는 ‘대지’와 같은 존재가 되고, 어떠한 ‘삶’이 주어지든 ‘저녁 노래’와 같이 인정하는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폭풍의 중압’을 통과해 내야만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거기에는 필수 불가결하게 ‘고독’과 ‘자기 성찰’이 묶음처럼 딸려 있다. ‘들에 나가듯이 마음속으로 들어가야만’ 하고, 우리의 감각기관들에서 세계를 시든 나뭇잎처럼 앗아 가는 세월을 버텨 내야만 한다. 그리하여 허허롭게 된 마음의 골짜기만이 남은 듯한 순간, 한 사람의 하늘이 그를 내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제야 사람은 현실에서 성숙한 인간이 되어 자신을 참되게 느낄 수 있게 된다.(「폭풍의 중압도」) 릴케는 ‘사랑’ 또한 마찬가지 과정을 통해서 완성되는 것이라고 여겼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오히려 ‘혼자 지내는 데 익숙’해지고 ‘홀로 따로따로 있어야만 비로소 충분히 전개되어 마침내 완성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릴케는 사랑을 ‘자기를 연마하는 일과’로 삼고 끊임없이 자유로울 수 있는 ‘거리’를 유지했을 때 사랑을 완성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실천하듯이 살았다.(「사랑에 빠질수록 혼자가 돼라」) 릴케의 시인으로서의 삶은 크게 세 가지 기폭제로써 기인하여 완성된 면이 있다. 그것은 곧 부모의 정서적 몰이해, 안정과 성장의 계기가 되어 준 루 살로메와의 만남, 신앙의 신비를 알았던 순수한 인간의 모습이었다. 허영의 갑옷에 쌓인 이들에게 진정한 신(神)의 의미를 알게 하다 릴케가 시인으로서 탄탄한 인정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05년 『기도시집』을 발간하면서부터이다. 신을 향한 끝없는 갈구를 담은 ‘기도서’를 문학적으로 수용한 그 작품들은, 릴케가 신의 진정한 존재를 깨달았음을 알게 해 준다. 잘못된 해석이나 권력에 얽매여 신앙을 곡해하는 일부 신앙인들과 달리, 릴케는 진정 신(神)이 어떠한 존재인지를 아는 신앙인이었다. 릴케는 신(神)을 오해하여 자신과 타인을 억압하는 종교인이 아니었다. 그의 신앙고백이 담긴 시들을 읽으면, 외롭고 절망적인 고통의 순간을 릴케가 어떻게 이겨 내었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한편, 부모의 정서적 몰이해는 결과적으로 릴케의 감수성을 예민하게 증폭시켜 주었고, 릴케의 의지는 그 자신이 시인으로서 완성되도록 이끌어 갔다. 「유년」이라는 시를 보면 릴케의 외로운 유년기가 그려진다. 그 시절 릴케는 글을 쓰기 시작한다. 릴케의 초기 작품들로 구성한 1ㆍ2부에는 그의 감성이 과장되거나 숨김없이 담백하게 담겨 있다. 수사(修辭)에 맛들인 사람들은 그 솔직한 시들이 릴케의 명성에 걸맞지 않다며 실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안하게 방황하며 시로써 스스로를 위로하던 젊은 영혼이 열네 살 연상의 작가 루 살로메와 만난 뒤에는, 확장된 사고와 완성도 높은 작품들로 채워져 나간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 시집』의 3·4·5부는 살로메와의 만남 이후의 작품들로 사물을 직감하는 통찰력이 릴케만의 시적 언어로 잘 나타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