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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Ⅰ.패션으로 읽는 권력 1.패션 밖의 패션: 지식?사회?역사 2.역사 속의 패션 아이콘 Ⅱ.문장의 정치권력: 복종의 확산, 권위의 압축 1.영광의 계승과 충성의 시각 동원 2.역사의 변동과 문장의 변화 Ⅲ.러프ruff의 장식권력: 상징과 시각적 지배 1.부분 패션의 전체적 의미: 과장과 압도 2.러프의 성정치학 Ⅳ.기성복과 시민권력: 혁명의 패션, 패션의 혁명 1.또 하나의 계급, 시민: 모방과 은폐, 위장과 허식 2.평등이란 이름의 족쇄: 사소함과 덧없음 Ⅴ.베일veil의 사회폭력: 가림과 숨김 1.순종과 단절의 형식: 바라보지 못하게 하기 2.저항과 거절의 징표: 자기만 바라보기 Ⅵ.미니스커트와 장발의 패션권력: 자르기와 기르기 1.노출과 밀착, 단축과 유인: 드러내기와 보여주기 2.차별화 전략과 도발의 전술: 출렁이기, 묶기, 성적 경계 허물기 Ⅶ.빈티지의 시차 권력: 구김과 낡음의 아름다움 1. 역사의 농락: 의도적 과거 만들기 2. 패션정치학을 위하여 참고문헌 그림출처 찾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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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과 엠블럼은 단지 벽에 걸어만 놓거나 허공을 장식하려는 은둔의 패션이 아니다. 그것은 당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가능한 한 널리 공개하고 권력이 의도하는 대로 동원하며 그들에게 부르짖으려는 정적 함성의 또 다른 표현이다. 그리고 지배와 복종의 코드를 결코 흔들림 없이, 그것도 동시에 말해주는 역사 속의 물리적 단서다.
--- p.64 ‘러프ruff’는 르네상스기 유럽 패션정치를 풍미한 옷 장식이다. 특히 남녀 귀족을 불문하고 옷의 일부로 부(탈)착하던 러프는 패션의 과장과 장식의 압도를 통하여 권력의 위용을 자랑하도록 부추긴 대표적인 데코레이션이었다. 그것은 16세기 중?후반 유럽 전역으로 유행처럼 퍼졌고 1세기 동안 파급 효과를 발휘한다. --- p.103 내가 바라보는 ‘그’의 옷이 내가 입고 있는 ‘그것’보다 비싼지 아닌지 여부는 우선의 관심사항이 아니다. ‘그’도 ‘나’를 보고 있다는 사실과 그런 ‘그’가 ‘나’를 때로 뚫어져라 관찰·응시하며 펄럭이는 옷자락으로 색다른 매력을 재생산할 때 ‘나’는 괴로워지기 시작한다는 게 문제다. 어디 그뿐이랴. 별로 친하지도 않은 ‘그’의 옷과 내가 걸치고 있는 ‘그것’을 동시에 굽어보며 이미 확보한 고지에서 또 다른 복식혁명을 준비하는 ‘저’ 사람이 궁극의 승리자일지 모른다는 예감이 온 몸을 휘감을 때 불안은 극대화된다. --- pp.216-217 19세기 부르주아 패션이 혁명의 좌절과 배반에 따른 반동이자 유행의 결과였다고 본 페로처럼 20세기 패션 변화를 개인주의적 소비확산과 그 집단화 과정이었다고 분석한 리포베츠키Gilles Lipovetsky는 평등가치에 맞춰 패션사회학의 기초를 다시 다진다. … 그가 말하는 ‘우아함의 민주화’란 언제든 역사 속에서 표출하고 싶은 패션권력의 단서이자 불만 섞인 외침의 또 다른 표현이다. 누구든 옷 앞에 평등하고 패션으로 구속받아야 할 이유는 아무 곳에도 없다는 주장이 ‘외침’의 가장 큰 몫이다. --- p.220 베일권력은 원천적으로 폐기 불가능한 지배권력과 대체할 수 없는 누대의 역사를 숨 막히듯 앞에 두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힘’은 직접행동과 전략적 도발을 감행하는 대신, 인종과 추수를 통해 자기들만의 유혹과 반어적 정체성을 지탱하려 한 수동혁명의 도구였던 셈이다. --- p.305 더 중요한 문제는 패션으로서의 미니스커트와 장발이 정작 저항의 정치적 실제와 관계 맺는 방식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패션의 정치력(혹은 정치성)이 자칫 행동과 실천 우선의 강한 현실정치 이미지에 가려 홀대받거나 배제될 수도 있을 것이란 우려와 맞닿기도 한다. … 미니와 장발의 역설적 정치성 또한 간접적이지만 당사자들이 느끼는 희열의 부피는 만만치 않다는 데 주목할 일이다. … ‘기르지 말라’는 것은 기르고 ‘길게 입으라’는 건 짧게 입음으로써 당국의 비위와 금기를 거스르는 일은 재미있는 도발이자 매력적인 일탈이었다. … 그것은 젊음 특유의 저항 메커니즘을 그림같이 배양한다. 그리고 이내 당대의 아이콘으로 정착한다. --- pp.344-3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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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과 시선 권력으로 읽어낸 세계사의 몇 장면
패션으로 이끌고 패션으로 거역하며 패션으로 뒤따르는 역사 속 인간들의 삶. 중세의 문장과 깃발로부터 차별적 대우를 과시하기 위해 둘러야 했던 러프. 혁명의 직조물인 기성복과 은폐의 패션, 베일. 현대의 미니스커트와 장발에 이어 빈티지까지 패션 아이콘으로 지배·복종의 메커니즘을 해부한다. 패션의 정치학 연구, 그 새로운 장을 열다 정치학자로서 새로운 관점에서 정치학 연구를 계속해온 박종성 교수가 패션이 단순히 의상이나 디자인의 대상이 아니라 곧 권력이라는 전제하에 패션과 시선권력으로 세계사를 재해석한 책이 출간되었다. 이 책에서는 중세의 문장과 깃발, 근대에 정치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동원한 러프, 시민혁명의 결과물인 기성복, 은폐의 패션인 베일, 그리고 현대의 미니스커트와 장발, 빈티지에 이르기까지 패션이라는 아이콘을 통해 중세부터 현대에 이르는 역사 속 인간들의 지배와 복종의 메커니즘을 재해석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시도이며, 학제 간 연구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방대한 참고문헌과 꼼꼼한 주석, 사진자료가 이 책을 뒷받침하는 탄탄한 토대를 이룬다는 점도 지적할 만하다. 패션의 사회과학 연구 가운데서도 후발주자라고 할 수 있는 패션의 정치학 연구로서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쓰인 이 책에서 저자는 몸이 정치의 주체이자 대상이라는 관점에서 몸과 밀착하는 의상, 그리고 패션의 역사와 세상의 관계를 따져 묻는다. 패션이 헝겊과 실의 단순한 조합이 아니라 개인의 욕망과 의지를 매개하는 정치적 수단임을 역설하는 이 책은 지배와 복종을 중심으로 하는 패션권력과 외모정치학의 관계를 살펴본 새로운 시도라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