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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이라고? 그런 걸 누가 읽는다고.” 표범이 꿍얼댔어.
“그럼 사람들이 읽게 잘 써야겠다.” “안 그러면 우리가 그 사람들을 잡아먹는 거야?” “그 사람들을 잡아먹는 건 너지.” 내가 말했어. “알았어.” 표범이 대꾸했단다. 표범을 너무 나쁘게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 표범들은 만족할 만큼 배가 부를 때가 별로 없거든. 표범들은 너무 빨라. 옛날에 살았던, 이가 무지무지 긴 호랑이들 생각나니? 그 호랑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빨리 달렸지. 그 호랑이들은 오늘날과 같은 보통 호랑이 뒤를 쫓다가 번번이 놓치고 말았어. 멈춰 서려고 해도 쌩- 하고 그냥 사냥감을 지나쳤거든. 사냥감이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와 보면, 이미 보통 호랑이는 없었어. 벌써 오래 전에 집에 간 거야. 그래서 이가 무지무지 긴 그 호랑이들은 다 죽어 버렸단다. “우리도 모두 죽는 거야?” 표범이 물었어. “독일에 있으면 넌 죽지 않아. 이 책에 네가 나오잖아.” 내가 말했어. “한국에서도 안 죽겠네?” “그럼, 이제 한국에서도 안 죽지. 아직은 남한에서만 그렇단다.” 표범은 한국으로 떠났어. 나와 표범과 나눈 대화가 재미있었으면 좋겠어. ---「작가의 말」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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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의 낙원인 파라다이스 동물원에 어느 날 검은 표범이 오게 된다. 파라다이스 동물원에는 갑갑한 울타리나 우리가 없다. 그리고 동물원의 모든 동물들은 서로가 서로를 소중하게 여기며 행복하게 함께 살아간다. 육식 동물들이 다른 동물들을 잡아먹는 일도 결코 없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표범은 배고픔을 느낀다. 두부로 만든 영양고기도 표범 입맛에는 맞지가 않는다. 어느 날 다람쥐가 실종되고, 서서히 다른 동물들도 하나 둘씩 사라지기 시작한다. 파라다이스 동물원의 동물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동물들이 사라진 다음 날, 표범의 몸에 그 동물들의 특징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어느 날에는 표범은 다람쥐의 풍성한 꼬리였다가, 다른 날은 토끼의 긴 귀를 갖게 된다. 또 어느 날에는 얼룩말의 줄무늬를 하고 나타났다가, 또 다른 날에는 기린의 기다란 목을 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 동물원장이 사라진 날에는 표범이 동물원장의 바바리 코트를 입고 서류가방을 들고 나타난다. 그리고 놀라운 반전이 일어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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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에 대한 재미있고 유쾌한 우화
동물원에 있던 동물이 탈출하는 사건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우리 나라만 하더라도 2010년 12월 한 동물원에서 곰이 탈출을 했다. 그 당시 뉴스를 보는 사람들은 두려움 반, 걱정 반으로 곰이 무사히 포획되기를 기다렸다. 결국 사람들의 바람대로 곰은 곧 구출(?)되어 동물원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동물원의 환경이 동물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는 접어두더라도, 동물원의 존립 자체에 대한 의문은 아직까지 논쟁 거리로 남아 있다. 과연 인간이 동물을 사육해도 되는가라는 더 큰 물음까지 따라붙는다. 따라서 동물원의 효용성을 추구하는 주장과 동물의 ‘자유’를 추구하는 주장의 줄다리기 속에서 어느 쪽이 맞는지는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인 셈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아이들에게 주어질 숙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점에서 『파라다이스 동물원에 온 표범』은 아이들이 이 숙제를 풀 수 있게 도와주는 좋은 참고서가 될 만한 그림책이다. 파라다이스 동물원에 익숙해져 그곳을 낙원이라 생각하며 살고 있는 동물들과는 대조적으로 그곳에 적응하지 못하는 표범의 모습을 보면서 동물의 ‘본성’과 ‘자유’는 떼려고 해도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본성은 때때로 문명이 이룩해 낸 것보다 더 강하며, 인간의 울타리를 진정 그들이 필요로 하는지 생각하게 하는 대목은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신랄하면서도 기지가 넘치는 이 그림책의 메시지는 바로 그것이다. 작가인 마틴 카라우의 예리한 관찰력이 빚어낸 메시지를 화가 카탸 베너가 코믹하면서도 시원시원한 그림으로 유쾌하게 풀어낸 덕에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흥미진진하게 다가오는 그림책이다. 동물이 사라질 때마다 표범의 모습이 그 동물로 변하는데, 어디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찾는 것도 아이들에게 찾아보는 재미를 줄 것이다. |